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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탈출

운영자 2011.06.14 10:18:43
조회 621 추천 0 댓글 0

  변호사인 나는 불행한 사람들을 자주 봤다. 징역 삼십일년을 사는 대도 조세형을 봤고, 무기징역을 사는 탈주범 신창원을 얼마 전 찾아갔었다. 한 평의 독방에서 신음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죄와 벌 그리고 인간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성실한 회사원 같은 팀 로빈의 주연의 ‘쇼생크 탈출’은 우리가 매일 공기같이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자유를 발견하고 감사하게 하는 영화다. 동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씌워진 굴레를자각하게 하는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은행원 앤디는 쇼생크감옥에 살인죄를 범한 죄수로 들어온다. 그는 범인이 아니었지만, 견고한 철문을 들어서서 죄수복을 입는 순간부터 그는 인간계급에서 탈락된다.


  “난 소장이고, 넌 죄수야. 네 목숨은 네 거야”

  철테 안경을 쓴 차가운 얼굴의 소장이 한마디 내뱉는다. 그의 말이 법이고 윤리였다. 그는 수용자사회의 격류 속에 휘말려 든다.


  모든 죄수들이 자신을 무죄라고 했다. 그들이 형을 사는 것은 변호사의 잘못이라고 원망했다. 그런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인 앤디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는 원초적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거친 고참패거리들에게 얻어맞고 강간당한다. 그렇게 그는 길들여진다. 그가 쇼생크감옥식당에서 첫 식사를 하는데 하얀 구더기가 쟁반 위에서 꿈틀거렸다. 뒤에 있던 브룩스라는 영감이 안 먹을 거면 그 구더기를 달라고 부탁했다. 징역 오십년을 살았다는 영감은 얼른 구더기를 받더니 품속에 감추어둔 기르는 새의 부리에 갖다댔다. 인간은 그래도 뭔가 사랑해야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었다. 그 감옥에서 평생을 산 브룩스 영감은 쇼생크감옥의 역사일 만큼 길들여졌다. 이미 그는 철창 문을 열어놓아도 날아갈 수 없는 새가 되었다. 그때 그는 석방됐다. 석방딘 그는 마치 타임 머쉰을 타고 복잡한 미래의 세계 한가운데 던져진 것 같았다. 시간이 정지된 곳에서 길들여진 그는 도저히 현실에 적응할 수 없었다. 다시 감옥에 가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자살했다. 감옥안의 동료들은 그야말로 감옥 안에서 죽어야 행복했을 사람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지 영화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징역31년을 산 대도 조세형은 석방된 후 사회생활 1년쯤 되더니 차라리 감옥 안이 편했었다고 내게 호소했다. 그에게 부여되는 의무가 부담이 되는 것이었다. 때가되면 먹여주고 입혀주고 시키는 대로 들으면 고민이 없는 그 안이 좋 았다는 것이다. 그가 다시 들어간 감옥이 아니라도 인간은 철저히 길들여진다. 현대인들은 모두 각종의 전기기구와 컴퓨터가 설치된 시설 좋은 아파트에 수용되어 있다. 그 속에서 자기의 좁은 사고의 틀 속에 같혀 일평생을 보내는 것이다.


  종신형을 받은 영화속의 주인공 앤디는 이십 년이란 장대한 탈출계획을 세운다. 그는 조그만 망치를 구해 벽에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매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벽을 파나갔다.  파낸 흙을 바지통 속에 감추어 운동시간에 눈에 안 띄게 흘려버렸다. 그는 길들여지지 않는 타고난 자유인이었다. 태평양 푸른 파도가 치는 섬의 해안에서 배를 수리하고 낚시를 하면서 잔잔한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그리워 하면서 그는 끊임없이 벽을 뚫었다. 살 줄 아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살 줄 안다.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 안에서 새로운 삶을 구축했다. 은행원이었던 그는 교도관들에게 세금을 절약하는 서류작성으로 신임을 얻는다. 순식간에 인근교도소의 교도관들까지 세금감면을 위해 그를 찾았다. 그는 주 정부에 끊임없이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달라고 탄원했다. 마침내 그의 끈질김은 훌륭한 감옥도서관을 만든다. 그는 감옥안에서 글을 가르친다.


  성경 속에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요셉처럼 앤디는 감옥안의 성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 번은 그가 도서관에서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레코드판을 기증 받았다. 그는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그 판을 걸고 방송스위치를 켰다. 운동장에서 웅성되던 죄수들의 영혼이 순간 그 음악에 취하고 있었다. 예술은 인간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다. 감동을 배달한 죄로 앤디는 햇빛이 들지 않는 독방에서 징벌을 받는다. 남을 위한 아름다운 희생인 것이다. 이 영화는 위선적인 교도소장을 대칭적으로 배치하고 있었다. 겉으로만 믿음이 독실한 소장은 재소자들을 밖으로 내보내 일을 시킨다. 재소자들의 사회적응이란 명분 뒤에서 소장은 부정한 돈을 벌게 된다. 정작 교화되어야 할 대상은 소장 그리고 결탁된 부패한 교도관들이었다.


  소장은 앤디에게 돈 세탁을 시킨다. 앤디는 사기꾼이 되려고 교도소에 왔다고 동료죄수 ‘레드’에게 술회하고 있다. 어느 날 앤디는 신입죄수의 입을 통해 자기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를 알았다. 늦었지만 그가 합법적으로 세상으로 나갈 재심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소장은 교묘히 증인을 죽여버렸다. 그리고 주인공 앤디를 햇빛 한 점 안드는 독방에 넣어 지능적으로 말살하려고 한다. 그는 다시 한 인간의 욕망의 굴레에 얽혀 버린 것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 앤디는 드디어 이십 년 준비해 왔던 탈주를 감행한다. 자시이 지난 이십 년 동안 만들었던 기나긴 구멍을 빠져나와 오물이 흐르는 좁디좁은 하수구를 기로 또 기어서 드디어 더러운 흙탕물이 흐르는 강 위에 떨어진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더러운 흙탕물 위에서 팔을 벌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맞고 있었다. 그는 자유였다. 영화에서의 마지막 반전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 준다. 앤디는 소장이 부정한 행위로 입금한 돈들을 기가 막히게 은행에서 빼낸다. 그리고 소장의 부정을 신문사에 알려 마침내 그가 스스로 권총자살을 하게 만든다. 남국의 태양에 구리 빛으로 그을린 웃통을 벗어 젖힌 채 앤디는 낡은 배를 수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태양과 새파란 바다가 그의 등뒤로 비치고 있었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만든 이 드라마는 140분 동안에 인간에게 필요한 진리를   정확하게 형상화하고 있었다. 얼마전 나는 3년 만에 탈주범 신창원이 있는 청송교도소를 갔었다. 마지막 재판 때 그는 유언같이 부탁했었다. 몇 년후면 자신은 교도소 안에서 미치거나 분면히 죽어 있을 것이라고. 그 무렵 한번만 교도소로 와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약속을 지켜 영화 속의 쇼생크감옥 보다 훨씬 낙후된 청송교도소로 갔었다. 신창원은 모은 것과 단절된 채 독방에서 하얗게 바랜 세월을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죽은 사람이 나와요. 목에 시꺼먼 밧줄자국을 한 채 문으로도 들어오고 벽에서도 안개같이 스며 나와요.”


  살아갈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이 신창원은 반쯤 미쳐가고 있었다.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앤디는 허구고 연기였다. 그러나 탈주범 신창원은 현실이었다. 법은 칼과 같다. 사랑의 요리사가 들면 음식을 만들고 강도가 들면 사람을 죽인다. 집행하는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법은 따뜻할 수도 찰 수도 그리고 미지근할 수도 있다. 탈주범이지만 신창원은 보통사람과 똑같은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다. 도주 중 그는 강아지를 차에 데리고 다녔다. 우연히 만난 티켓다방 아가씨에게도 목숨을 건 사랑을 바치는 뜨거움이 있었다. 그는 숨어 지내는 빈집 안에서 수필집을 읽고 일기를 쓰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증류수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영화와 현실을 그렇게 왔다 갔다 한다. 영화 속의 주인공 앤디는 잔잔한 바다와 투명한 햇빛의 소망이었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존재하듯 철저한 구속은 자유의 정확한 본질을 알게 하는 것이다. 무기징역을 받은 탈주범 신창원은 교도소 담밑에 난 파란 풀을 만져보고 소리없이 내리는 비를 실컷 맞아 봤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변호사인 나는 그런 고통들을 보면서 잠든 영혼이 깨어난다. 산책을 하면서 파란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을 올려다본다.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투명하게 밝은 붉은 태양에 취하기도 한다. 마음의 눈으로 정작봐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축복들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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