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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의 절규와 냉냉한 법정 4

운영자 2011.05.05 14:18:51
조회 293 추천 0 댓글 0

  모든 것을 법정에서 주장했다. 택시운전기사는 증인으로 나와서 자신이 운전석에 있는 윤태를 조수석으로 끌어낸 다음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말했다. 죽은 청년 윤태의 아버지가 증인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제 아들은 키가 180센티가 넘습니다. 경승용차인 스쿠프 운전석에서 그것도 찌그러진 차 안에서 죽었다면 몇사람이 덤벼도 조수석으로 옮길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말이 안됩니다.”

법정에서 아버지는 열변을 토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운전을 안했는데 왜 우리집에 찾아와서 합의해 달라고 죽는 시늉까지 하겠습니까? 찾아왔을 때 자기는 운전하지 않았다는 말은 한마디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담당 재판장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사무적이고 가슴으로 아버지의 절규를 들으려는 태도가 없었다. 재판때 마다 전에 한 절차마저 기억을 하지 못하곤 하는 무관심이었다. 나는 마지막에 검사가 하던 얘기를 법의 도마위에 내놓았다. 솔직히 말해 심증이 가는데 이미 검사가 결정을 한 것이라 뒤집기 곤란하다는 내용을 정황을 판단하는 자료로 내놓았다. 강한 공격이 왔다. 변호사로서 직업상 지켜야 할 한계를 넘었다는 강한 비난이 왔다. 검사가 동류의식으로 그런 말을 해준걸 이용하는 것은 배신행위라고 상대편 변호사는 공격했다. 그는 법학계의 대가였다. 수많은 후배 변호사들 앞에서 권위를 가진 원로였다. 그는 법정에서 나를 준엄히 꾸짖었다. 결국 나는 패소했다. 판결이유는 내가 제시하고 주장했던 것들에 대해 신경을 써 가며 배척했다. 판결은 “택시기사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는걸 핵심으로 끝이 났다.


  법이란 묘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잘쓰면 그것이 물처럼 구석구석 흘러 들어가 온 땅을 골고루 적셔주어 강토를 비옥하게 말들어 준다. 그렇지만 잘못되어 억히고 설켜 한곳으로 치우쳐 흐르다가 웅덩이에 괴게 되는 날에는 썩어서 냄새를 피우게 되고 급기야는 사회를 망친다. 나는 주제넘음을 무릅쓰고 보잘 것 없는 소견이나마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정하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진 오판이 수두룩하면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오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선과 편견이 많을수록 진실을 참을성있게 꿰뚫어보지 않고 왼눈으로 흘깃 보고는 속단을 내린다. 진실은 얕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깊이를 추구하지 않고는 진실을 발견하기도 소유하기도 쉽지 않다. 법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이 기울고 칼이 녹슬면 사회정의는 발붙일 곳이 없다. 살아있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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