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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판결에 관련해서 2

운영자 2010.02.16 16:15:24
조회 446 추천 0 댓글 0

“미국인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 하나의 사건만 가지고 구조적인 문제로 단정 짓기는 어렵죠.”

독극물인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은폐하는 것 같았다. 그 대통령에 그런 공무원 같은 인상이 들었다. 피디수첩은 그들을 비웃듯 구멍 뚫린 뇌의 사진을 클로즈업했다. 거짓말이란 암시였다. 방송은 광우병위험물질이 들어있는 소의 내장이나 척수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었다. 그걸 일선에서 막았어야 할 민동석대표가 다시 화면에 나와 엉뚱한 말을 지껄였다.


“소고기는 안전합니다. 위험부위의 물질만 제거하면 복어의 독을 제거하고 걱정 없이 먹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말이죠 비행기를 탈 때도 항공사고가 치명적인데 그런 걸 생각하면 탈 수 없는 거죠.”


시청자가 보면 뻔뻔스런 변명이었다. 그가 과연 어느 나라의 협상대표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 모습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보던 진행자가 이렇게 결론지었다.


“과거 친일 매국노처럼 오늘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역사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민동석 대표가 매국노라는 소리였다. 방송을 본 시민들이 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 나왔다. 시위대의 촛불로 벌겋게 물든 청계광장에서 사십대 여성이 이렇게 외쳤다.

“대통령 한 놈만 국민 무서운 걸 모르고 있습니다.”


학생들까지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에게 덤벼들었다. 경복궁 담 위에 올라가고 가로수 버팀목을 뽑아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술판을 벌였다. 쇠파이프와 망치를 든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파괴했다. 현장에 나온 장관이 멱살을 잡힌 채 안경이 날아가고 폭행을 당했다. 그 무렵 조그만 식당에서 협상대표였던 민동석을 만났다. 그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망 다니고 있었다.


“나를 저주하는 글들인데 한번 봐”

그가 허탈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게 건네 주었다. 문자메시지들이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친일파 이완용 같은 놈아, 광우병 걸린 미국소고기를 너하고 니 가족들이나 쳐 먹고 뇌에 구멍이 뚫려서 뒈져라’

하나같이 그런 저주들이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야당 당사의 벽에는 매국노중 두 번째로 나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더라구.”

그는 이미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진실을 알고 싶어 그에게 확인했다.


“방송을 보니까 광우병 소를 도살하던데 맞아?”

“그거 광우병에 걸린 소 아니야. 다른 소를 광우병에 걸린 것 같이 조작한 거야.”

“인간 광우병으로 죽은 미국인 장례식이 나오던데?”

“인간 광우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니까.”

“한국인은 특히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퍼센트라면서?”

“그것도 거짓말이야. 그게 사실이면 미국에 있던 수십만 우리교포가 다 광우병에 걸려 죽었게? 말도 안돼”

그가 간단하게 일축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복어 얘기는 왜 했어?”

영 맞지 않는 엉뚱한 비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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