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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칼잡이 - 불리한 현장 증언들

운영자 2010.03.25 14:07:02
조회 352 추천 0 댓글 0

  도대체 어디 한 구석도 비벼볼 허술한 데가 없었다. 검찰에서 알아본 바로는 모든 목격자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J군의 범죄를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떨어져 있던 칼집 역시 J군이 내버리고 간 것이었다. 반면에 괴청년이 흔적을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는 지문조차 남지 않았다. 현장에서 살아남은 상대방의 한 청년이 “J군이 먼저 칼을 빼내어 공격하더라”는 결정적 증언을 했다. J군 역시 그런 사실들에 대해 거의 자백하고 있었다. 그러나 J군은 안마시술소 안으로 도망간 자를 잡지 못하자 괴청년이 밖으로 나와 J군과 상대했던 청년을 도륙했다고 믿고 있었다.


  J군은 살인으로 기소되어 공판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 그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감옥을 벗어나기 못할 확률이 높은 것이었다.


  1차 공판이 개정되었다. 재판장은 법조계에서 대쪽 판사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검찰 측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낫으로 사람을 찍은 전과가 먼저 나오고 그 외에도 전과가 더 있다는 사실이 진술되었다. 그리고 검사는 사전에 치밀하게 공모해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 사실을 신문해 들어갔다. 증거들을 하나하나 제시했다.


  이윽고 변호인 신문 순서가 되었다. 나는 J군으로 하여금 사실대로 하나하나 진술하게 했다.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현장에 있던 청년의 증언에 의해 이루어진 조서나 검증조서 그리고 실황조사서 등을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변호인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이 직접 증인을 법정에 나오게 해야 한다. 나는 법정에서 그동안 진술했던 현장증인과 일전을 불사할 각오였다. 그러나 자신은 없었다. 절대 불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검찰 측의 증인으로서 보호를 받는 면이 있었다. 또한 폭력조직의 일원이라면 거짓말을 계속할 배짱도 있을 것이다. 이쪽에서는 그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반박할 물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대로 J군의 말을 기초 삼아 그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준비를 했다.


  현장에 있던 청년의 신문 기일이 다음 재판기일로 지정되고 1차공판이 끝났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괴청년의 존재가 정알 아쉬웠다. 그만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자기 자신이 주범으로서 사형을 각오하고 나타나 줄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살인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오직 검찰 측 증인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아직도 J군에 대해 엄청난 적대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증인신문 공판이 열렸다. 나는 현장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그만 꺾을 수 있다면 어떤 희망이 보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재판장 앞에서 사건번호를 얘기하고 변호인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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