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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 부부 2

운영자 2010.03.02 11:56:25
조회 307 추천 2 댓글 1

  델핀은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현관 앞에 있는 젊은 한국 사람에게 접근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는 바닥에 놓인 보석가방을 가로채서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뒤에서 한국인이 소리를 치며 따라오고 있었다.

  차 옆에 있던 릴리아나는 주위에 사람이 없나 살폈다. 피가 말랐다. 누군가 사람들이 달려와 죽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델핀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뒤에서 가방 주인이 달려오고 있었다.

  릴리아나의 남편인 올란도는 델핀을 엄호해 주기 위해 거의 차로 다가와 문을 잡으려고 하는 한국인 보석가방 주인의 허리를 잡고 늘어졌다. 차가 시동이 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들 콜롬비아인 세사람은 한국인을 밀치고  도망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삼인조에 의한 수억대 보석 도난 사건이 신고되고 경찰은 그 렌트카의 번호를 근거로 그날 저녁 수사망을 폈다. 김포공항에 입국 당시 이들 신혼부부는 자기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렌트카 계약서에 모두 정지하게 기재했었다.

  릴리아나 부부가 바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밤새 불안에 떨던 이들 신혼부부는 다음날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가 체포되어 바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체포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델핀은 유유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파이어, 진주반지 등 수억의 보석이 어처구니없이 털린 사건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희대의 국제전문 보석절도단으로 수사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사건이 검찰을 거쳐 재판에 회부된 것이다.

  나는 재판정에서 그들이 구치소에서 말한 모든 항변을 정리해서 전달해 주었다. 방청석 나무의자에는 고향에서 급하게 소식을 듣고 서울로 날아온 늙은 이모 세실리아가 훌쩍거리며 다른 가족과 함께 앉아 있었다. 재판의 가장 마지막 순서인 최후진술 시간이 다가왔다.
 
  “저는 요즈음 밤마다 감옥의 창살에 몸을 붙이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재판장님에게 진실을 가리는 능력을 주셔서 저희 부부를 콜롬비아로 되돌아가게 해달라고요. 한국의 재판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커다란 눈에서 철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그들 부부는 온 몸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표현하기 불가능한 절실한 감정이 거기에서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들의 진실을 알았으며 간절한 기도를 통해 투명한 영혼을 가지게 된 그들에게 진짜 살아 숨쉬는 하나님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변호인석에서 내려왔다. 정작 진실이란 말로써가 아니라 느낌에서 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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