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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승 김상협 - 국무총리 의전비서관

운영자 2017.01.16 17:05:28
조회 215 추천 0 댓글 0
2015년1월30일 오후3시. 영하6도의 추운 날씨였다. 뉴스에서는 대한항공 땅콩회항의 조현아 부사장 공판이 보도되고 있었다.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김한경 전 외무차관을 만났다.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법대를 졸업한 그는 외무부 동남아시아과장시절 총리실로 파견되어 남덕우총리 유창순총리 그리고 김상협총리까지 세 명의 총리의 의전비서관 노릇을 했다. 칠십대 중반 노인답지 않게 맑고 투명한 엘리트 기운이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신사였다. 김상협 총리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고 연락해서 힘들게 만난 자리였다. 




“전두환 정권의 총리들은 어떻게 임명됐는지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내가 질문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처음에 남덕우씨는 부정축재 대상자로 찍혔었죠. 그래서 남덕우씨가 하와이에 피신해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전두환대통령에게 하는 말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으로 경제문제를 주도한 남덕우씨가 다시 총리가 되어 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고 말을 했죠. 남덕우씨는 경제문제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총리로 기용된 겁니다. 그다음은 올림픽문제였어요. 무역협회장을 하던 유창순씨가 현대의 정주영회장과 함께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죠. 그래서 총리가 됐습니다. 그러다 이철희 장영자사건이 나고 대통령의 장인이 관련되었다는 풍문들이 돌고 시국이 아주 어수선 했습니다. ​


특히 김대중 문제들로 호남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으로서는 명망 있는 호남출신인사로 국민여론을 순화시키는데 김상협총장 같은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거죠. ​


김상협 총장이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사양하다가 총리직을 맡기로 하셨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군사정권에 김상협 총리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총리직을 수락하시는 날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제가 의전비서관으로 그 집에 모시러 갔었는데 벌써 기자들이 몰려와 있었습니다. 김상협총리께서는 막힌 곳은 뚫고 비뚤어진 것은 바로잡겠다는 얘기를 하시고 그게 신문에 보도되더라구요. 군사독재정치의 옳지 않은 점을 용기 있게 지적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총리 취임을 하실 때 모습이 어땠죠?”


“다른 역대 총리들을 보면 비서관도 자기사람을 데리고 오시는 일이 많았습니다. 김상협총리는 누구 한사람도 데려오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총리실 직원들이 모두 다 그대로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외무부로 돌아가지 않고 김상협 총리를 계속 모시게 됐죠.”


“총리로 와서 어땠습니까?”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제에서 사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총리가 할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장관들이 국정문제를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고 바로 대통령에게 얘기하고 결정되는 일이 많죠. 그리고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대독총리니 의전총리니 하는 말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이나 그 측근의 실세들은 김상협 총리의 인격을 상당히 인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총리께서 이따금씩 대통령을 만나시고 돌아오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당시 장관들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골프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경직되어 있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총리가 대통령과 만나 한참 얘기를 하고 돌아오시더니 웃으시면서 앞으로 장관들 걱정하지 말고 골프를 치게 하라고 지시하시는 겁니다. 대통령을 만나 골프를 배운지 이제 얼마 되지 않는데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했더니 대통령이 ‘당연히 하셔야지요’라고 허락을 하셨다는 겁니다.


 김상협총리께서는 장관들을 팀을 짜게 해서 골프를 치러 가시고 나중에는 대통령도 함께 운동을 하시게 됐죠. 작은 것부터 정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신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 대독총리 의전총리라는 비아냥도 있었는데 어댔습니까?”


“말씀드린대로 우리 헌법체계상 총리의 역할에 한계는 있습니다. 그러나 김상협 총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각 때 장관들의 인선문제에 대한 의견을 반드시 대통령께 하시고 대통령은 그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그 내막을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예를 하나만 들죠. 국무총리실 행정정책을 맡고 있던 손수익씨를 장관으로 만드신 게 김상협총리입니다. 그리고 그 외 문교장관도 있었고 개각 때 총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걸로 압니다.” 


“김상협 국무총리에게 권력의지는 없었나요?”


“제가 판단하기로는 그 시절 전두환대통령은 초기라 그런지 우선 정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입장이었고 민주화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에 6.29선언이니 직선제니 하는 말들이 튀어나온 거죠. 김상협 총리가 계속 계셨으면 민주화에 대한 많은 의견을 대통령에게 말했을 것이고 김상협 총리의 정치철학이 정부에 반영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김총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던가 그런 권력의지는 없던 분입니다. 


​다만 명성사건이 터질 무렵 가을 벼베기를 하러 의정부 쪽으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벼를 베고 나서 논두렁에서 기자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중에 동아일보 기자가 총리가 바뀐다는 소리가 있다면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김총리께서 기자 앞에서 ‘총리를 시켰으면 제대로 일을 하게 해야지’하는 심기가 불편한 걸 처음 드러내셨습니다. 거의 없는 일이었는데 아마 총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았습니다.”


“총리실이나 주변에 대해서 김상협 총리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부잣집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추석 때였습니다. 집에서 돈을 가지고 오셔서 봉투를 총리실 직원들에게 전부 돌리라고 하셨습니다. 전의 총리들한테서는 없던 일입니다. 월급보다 더많은 돈이 봉투에 들어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삼양사 그룹에서 나온 돈으로 짐작을 했습니다. 자기 집에서 가져온 돈을 나누어 주시는 걸 보니까 아마 총리월급을 받으신 것 보다 더 많이 쓰셨을 겁니다. 그리고 김상협 총리께서는 제가 알기로 고려대 교수들한테는 삼해주를 주셨는데 총리실이나 기자들에게는 ‘이순신 꼬냑’을 대접했습니다.”


“이순신 꼬냑이 뭡니까?”


“주전자에 소주에다 당시 박카스 비슷한 드링크제인 진생업과 소화제 맥시롱을 섞어 혼합한 술입니다. 노르스름한 술을 기자들이 모이면 돌리셨죠. 그런데 총리로 계실 때 다리가 아파 제대로 움직이시질 못했어요. 그래서 의전비서관인 저를 시켜 그 술을 사람들에게 따르게 했는데 짖궂은 기자들은 술을 받고 저에게 한잔씩을 주는 바람에 혼이 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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