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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을 가지고 싶었던 꿈

운영자 2017.05.04 12:16:09
조회 153 추천 0 댓글 1
별장을 가지고 싶었던 꿈. 

  

중학교 2학년 시절에 사귀던 친구가 사무실을 물어 물어 찾아와 주었다. 어린 시절 사는 동네도 다르고 학교도 달랐다. 그림을 잘 그리던 그는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했다. 그와 정서가 통했는지 거의 매일 만나서 장래 꿈을 얘기하며 친했었다. 그가 과거에 통했던 우정의 길을 따라 찾아와준 그 친구가 반갑고 고마웠다. 열다섯살 소년들이 이제는 예순다섯의 할아버지로 바뀌어 있었다. 가난했던 그는 광고업으로 꽤 성공하고 재산도 모았다고 했다.

“지금도 현역으로 사업을 해?”

내가 물었다. 

“평생을 하청받기 위해 대기업이 갑질 하는 걸 보면서 허리를 굽히며 을로 살아왔어. 돈도 벌만큼 버니까 이제는 갑 질 당하는 게 싫어서 사업을 넘겼어. 그리고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곳에 멋있는 별장을 짓고 살려고 했지. 그게 평생의 꿈이었어.”

“그래서 소원이던 별장을 가졌나?”

나도 숲속의 예쁜 집을 가지고 싶어 조그만 밭을 사두었다. 그가 꿈을 따라가고 싶어서 물었다. 

“강원도의 파라 호 주변에 폐교를 샀지. 물가의 경치는 기가 막힌데 혼자 살기는 힘든 것 같았어. 그래서 가평의 유명산 자락의 오백평 대지에 멋진 통유리 집을 지었지. 삼십미터짜리 풀장도 만들고 말이야. 그런데 풀장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가 바닥에 떨어졌어. 내가 원래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시원치 않은데 그 다리 위로 철사다리가 다시 덮쳐서 약한 뼈가 부러져 버렸어. 병원으로 실려 가서 철로 된 심을 박는 고관절수술을 다시 하고 반년이나 재활치료를 했어. 정이 떨어져서 다시는 그 별장에 가기가 싫더라구. 그래서 싼 값에 처분해 버렸지. 그래도 별장을 가지고 싶은 꿈은 있었어.”

소년시절 우리는 달력사진에 나와 있는 스위스 산록의 아름다운 샬레사진을 보고 넋을 잃은 적이 있었다. 꼭 그런 집에 살아보고 말겠다는 소원이 있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송추계곡의 넓은 바위위에 지어진 기막힌 별장이 있었어. 일제시대 일본인 소유였던 집을 개조한 건데 가서 보니까 창에서 산과 골짜기 그리고 계곡의 흐르는 물이 그대로 다 내려다 보이는 동양화 같은 기가 막힌 경치였어. 눈에 보이는 풍경이 다 내거였어. 그걸 당장 샀지. 그런데 낮에는 좋았는데 밤이 되니까 그게 아닌 거야. 사방이 불빛 하나없이 캄캄한데 바람소리가 흉흉하게 들리고 멀리서 짐승들이 우는 소리가 나는 거야. 우리 부부가 부둥켜안고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 밤에 침입자가 생기면 무방비상태인 것 같더라구. 경찰에 신고해도 내가 죽은 다음에 올 것 같고 말이야. 그래서 그 별장 꿈도 접었어. 그래도 꿈을 버리기 싫어서 해운대 바닷가의 아파트를 샀지. 그런데 며칠을 보니까 시원하게 몰려오던 파도가 보이지 않고 시큰둥해 지는 거야. 그 다음부터는 가지도 않았지. 엉뚱하게 아는 국회의원이 빌려달라고 해서 그 사람이 잘 쓰더라구. 나는 매달 관리비만 비싸게 내고 말이야. 그래서 그것도 없애 버렸어. 별장 같은 건 절대 가지지 말아. 애물단지야.” 

“그러면 사업도 접고 별장도 접고 노후를 어떻게 보낼 건데?”

“어려서부터 별장 다음으로 꾸던 내 꿈이 있었어”

“그게 뭔데?”

“거피와 과자 빵도 파는 작은 가게를 내고 내가 직접 커피도 타고 빵도 굽는 그런 점포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는 거야. 별장보다 일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그걸 차렸지. 한번 와.”

세상에서 하나 둘씩 은퇴한 우리들은 이제 진짜 소년시절 꾸었던 꿈을 실행하는 시기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숲속에 예쁜 집도 지어 살아보고 싶었고 조그만 점포 안에서 책을 보면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싶기도 했었다. 그는 꿈을 이루어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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