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작은 일을 꾸준히

운영자 2017.05.08 10:18:51
조회 185 추천 0 댓글 1
작은 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세요

  

결혼을 한 후 처가에서 들은 얘기다. 장인은 경상도 산골 오지의 황무지 같이 척박한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다. 바늘같이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 손에 물이든 양동이를 들고 비탈로 올라가 목마른 묘목을 돌보았다고 한다. 장인은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깊은 산속 비탈진 곳에 흙벽돌로 된 움막을 짓고 거기서 살면서 사과나무를 보살폈다. 장인은 움막 안에서 꿈을 꾸었을 것이다.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기만 한다면 메마른 그 땅 위에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좋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장인은 말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면 불경을 염송하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일제시대 동경의 명문대학을 졸업했는데도 관직이나 세상의 출세를 탐해 본 일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 과묵한 장인에게서 딱 한마디 들어본 얘기가 있다. 학도병으로 일본의 부대에 끌려갔던 때의 일이었다. 장인은 일본병사가 되어 참전하기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부대 안에서 스스로 주먹으로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었다. 나는 장인의 깊은 내면은 헤아릴 지혜가 없었다. 장인은 어떤 환경에서도 불만이 전혀 없는 바위 같이 묵묵한 사람이었다. 늦가을 바람이 싸늘해지던 어느 날 장인은 산책을 갔다 오는 길에 집 앞에서 훌쩍 저세상으로 건너갔다. 아내는 관 뚜껑을 덮기 전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에서 부처님 같은 표정을 보았다고 했다. 장인이 묻힌 산등성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사과나무들에서는 빨간 사과들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원주의 텃밭이 있는 작은 집에서 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씨는 평생을 작은 책상 앞에서 만년필로 원고지를 채웠다.

그의 원고지에 쓰인 글들은 나의 영혼 속으로 씨가 되어 스며들어 나무로 자라났다. 그가 매일 꾸준히 쓴 원고지 몇 만장이 그녀의 인생이었을 것이다.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얼마 앞둔 사람들과 삶과 죽음에 대해 대화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죽음을 앞 둔 한 의사는 자기의 인생은 환자들을 치료한 차트 몇 만장이 자신의 인생이었다고 고백했다. 작업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구두를 만드는 장인은 자기가 평생 만든 구두가 그의 삶이기도 하다. 지난 30년간을 변호사로 살아온 나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매일매일 변호한 만큼의 사람들이 나의 인생이었던 것 같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실했던가. 돈이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사랑을 조금이라도 뿌렸는지 뼈저리게 반성을 해 본다. 우연히 내가 뒤에서 변호 일을 도와주었던 대통령의 근황을 들었다. 온몸이 마비된 그는 한 리조트의 방에서 의식이 희미한 채 마지막 생명의 촛불이 타 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화려했던 지난날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해 들었다. 치매상태가 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자신이 대통령이었는지를 모른다고 했다. 지금 거리에는 서로가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얼굴을 내미는 벽보와 현수막이 가득하다. 서로가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위대한 인물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인다. 박노해 시인은 그의 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게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을 일을 해야 합니다.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위대한 삶의 길이 아닐까요 라고.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1065 밀알 선생님 운영자 17.07.18 167 0
1064 먹어보셨어요? [1] 운영자 17.07.18 179 0
1063 원로법관의 재판철학 운영자 17.07.18 236 2
1062 아버지와 아들들 운영자 17.07.18 180 0
1061 그렇지 뭐 [1] 운영자 17.07.18 165 0
1060 법치주의 현주소 대법원장 운영자 17.07.10 219 1
1059 그분들 뭘 추구하는 거죠? [1] 운영자 17.07.10 175 0
1058 이슬을 먹고 사는 사람들 [1] 운영자 17.07.10 215 0
1057 최신식 고층 감옥풍경 운영자 17.07.10 235 0
1056 빌라도 같이 되지 마세요 [1] 운영자 17.07.06 209 0
1055 법원과 검찰의 이상한 관계 [1] 운영자 17.07.06 289 1
1054 가해자인 사법부 [1] 운영자 17.07.06 163 0
1052 감자 한상자 운영자 17.07.03 159 0
1051 재판관이 된 형사와 검사들 운영자 17.07.03 184 0
1050 어머니가 숨겨둔 보물 운영자 17.07.03 147 2
1049 여론에 복종하는 법원 운영자 17.07.03 133 1
1048 장관친구 [1] 운영자 17.07.03 251 1
1047 자유의 강가 뱃사공 운영자 17.07.03 124 1
1046 양복입은 검투사 [1] 운영자 17.07.03 127 1
1045 과일 아이스크림 [1] 운영자 17.06.27 215 0
1044 악령의 존재 운영자 17.06.27 252 3
1043 김일성이 한국작가에게 던진 말 운영자 17.06.27 276 1
1042 마지막 사법시험 운영자 17.06.27 334 1
1041 숲속의 초당자리 운영자 17.06.27 214 0
1040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 운영자 17.06.27 226 0
1039 감옥을 찾는 행복 운영자 17.06.27 158 1
1038 목사가 감옥에 간 이유 운영자 17.06.23 383 0
1037 감옥안의 글과 시 그리고 노래 운영자 17.06.23 149 0
1036 좋은의사 운영자 17.06.23 193 0
1035 사법방해죄 운영자 17.06.23 172 1
1034 문재인대통령의 검찰개혁 운영자 17.06.23 211 0
1033 FBI국장의 진술서 [1] 운영자 17.06.23 199 1
1032 어느 과학자의 아이디어 운영자 17.06.23 153 0
1031 벙어리 공학박사 운영자 17.06.22 157 0
1030 벼슬없는 한가한 인생 운영자 17.06.22 316 3
1029 세달 남은 삶 운영자 17.06.22 339 3
1028 똥개 운영자 17.06.22 165 0
1027 새가슴이 되어 떠는 가수 운영자 17.06.22 169 1
1026 변호사님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운영자 17.06.22 182 0
1025 주의 채찍과 지팡이가 감옥에 운영자 17.06.22 191 0
1024 [중단편소설] 차별 운영자 17.05.30 318 2
1023 모나미 볼펜고문 [1] 운영자 17.05.30 364 0
1022 저 여자는 그런 여자가 아니래 [1] 운영자 17.05.30 259 0
1021 부귀영화가 다 무상이어라 [1] 운영자 17.05.30 301 2
1020 사무관과 장관 [1] 운영자 17.05.29 440 0
1019 9988힐링콘서트 운영자 17.05.29 184 0
1018 작은 작품에 영혼을 담아 [1] 운영자 17.05.29 150 0
1017 기자의 행복했던 시절 운영자 17.05.29 209 0
1016 댓글이 고소되어 불안한 분에게 운영자 17.05.29 303 1
1015 섬마을 예배당 꼬마의 눈물 운영자 17.05.22 2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