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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영원한 꼬붕 조선

태조 리성계 2006.12.07 14:39:31
조회 148 추천 0 댓글 0

조선 시대 ‘막나가는’ 사대주의 명은 세조 18년(1467)에도 다시 여진을 치기 위해 파병을 요구했다. 당시 건주(建州)의 여진족이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었는데, 명은 건주 여진이 조선과 결탁해 명을 위협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의 파병 요청을 받은 조선 조정은 이번에는 일사천리로 파병을 결정했다. 세조가 20년 전의 부왕 세종과는 달리 즉각 파병을 결정한 것은 조선 역시 건주 여진의 세력 확장이 조선에 대한 위협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의 파병 요청이 있기 전에, 세조는 건주 여진이 조선의 변경을 침입하자 독자적으로 여진 정벌을 준비한 바 있는데, 국내에서 이시애(李施愛)의 난이 일어나는 바람에 중단했기에 명의 파병 요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성종 10년(1479), 명은 건주 여진을 치려 하니 조선은 군대를 보내 퇴로를 차단하라며 또다시 파병을 요구했다. 사극을 많이 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유교 지식인들은 전례가 있냐 없냐를 매우 중시한다. 그런데 상국(上國)인 명의 파병 요구에 대해 이를 거절한 전례도 있고, 따른 전례도 있다 보니 조정 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때 국익론을 내세워 논쟁의 판도를 바꾼 사람은 하급관료인 정효손이었다. 그는 맹자의 이루장구(離婁章句)를 인용해 가족이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웃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이라면 급하게 나가 도울 필요 없이 문을 걸어닫고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오랑캐 나라들이 서로 싸우는 것이 이익이 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웃나라끼리 서로 공격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우리 백성을 전쟁으로 내몰아 다른 나라의 이익을 도와주느냐는 것이다. 정효손은 만일 조선이 명의 파병 요구에 “금년에 따르고 명년에 또 따른다면” 명이 “오랑캐를 정벌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군사를 징발하게 될까 두렵다”면서 최대한 일을 지연시켜 명이 단독으로 출정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파병에 찬성하던 대신들도 이 논리에 설득되었고, 성종도 명의 사신을 만나서 이 방침에 따라 가능한 한 명의 파병 요청에 애매모호하게 대응했다. 성종은 최대한 시간을 끌었고, 파병을 하면서도 그 목적을 포로 몇 명 잡아 명에 보내는 것 정도로 삼으며 원정군 대장 어유소에게 경솔히 전진하지도 말고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도 말라고 지시했다. △ 명에서 가장 강력하게 조선으로부터 원병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서광계였다. 마테오 리치(왼쪽)와 서광계. 이로부터 60년가량이 지난 중종 38년(1543)에는 명이 파병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의 청병을 예상해 그 대비책을 미리 논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명의 파병 요청 가능성만으로 파병 준비를 위해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던 북방사민정책(徙民政策)을 보류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일 정도로 파병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출병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조정에서 모두 지적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어려움 때문에 출병을 거절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계승범에 따르면 국가의 손익을 저울질해보는 논의는 전혀 없었다. 손익계산도 없이 파병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던 대응 태도였다. 재조지은이라는 담론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인 중종대에 조선의 사대부들은 명에 대한 사대와 조선의 국익을 완전히 동일시하고 있었다. 사대에도 군신관계의 사대가 있고 부자관계의 사대가 있다. 유교에서 군신관계란 의리로 맺어진 것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신하가 임금의 잘못된 행동을 간(諫·신하가 임금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해서 듣지 않으면 떠날 수도 있고, 임금의 잘못이 클 때는 역성혁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부모-자식 관계는 천륜으로 맺어진 터라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섬기던 임금의 잘못을 세 번 간해서 듣지 않으면 떠나면 그만이지만, 부모의 경우에는 세 번 말씀드려 듣지 않으면 울며 따라야 하는 것이 도리다. 세종 때도, 중종 때도 사대정책이 있었지만, 고려나 조선 초기의 사대정책이 현실주의적 노선에 따른 것이었다면, 조선 중기 이후의 사대는 화(華)와 이(夷), 즉 중화와 오랑캐라는 화이적 세계관이 철저히 내면화된 이데올로기적 사대로 변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조선의 사대부들이나 중국의 일부 엘리트들이 조선은 더 이상 번방이 아니라 중국의 내복(內服·한집안)이라는 인식을 강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나 명이 파병을 했고, 요즘 식으로 이야기해서 명과 조선 사이에는 혈맹관계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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