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삼한시대(三韓時代)의 부산 - 독로국(凟盧國) 문제

 1.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 변진전(三國志魏書東夷傳弁辰傳)에 보이는 독로국

   ○「변진역십이국(弁辰亦十二國)‥‥‥유기저국(有己柢國, 청도?) ․ 불사국(不斯國, 창녕?) ․ 변진 미리미동국(弁辰彌離彌凍國, 밀양) ․ 변진 접도국(弁辰接塗國, 칠원) ․ 근기국(勤耆國,영일?) ․ 난미리미동국(難彌離彌凍國, 현풍?) ․ 변진 고자미동국(弁辰古資彌凍國, 고성) ․ 변진 고순시국(弁辰古淳是國, 진주?) ․ 재해국(再奚國, 미상)․ 변진 반로국(弁辰半路國, 성주) ․ 변(진) 낙노국(弁(辰)樂奴國, 하동) ․ 변(진) 군미국(弁(辰)軍彌國, 구미?) ․변진 미오야마국(弁辰彌烏邪馬國, 고령) ․ 여심국(如甚國, 미상) ․변진 감로령(弁辰甘路靈, 김천 개령) ․ 호로국(戶路國, 옥천?) ․ 주선국(州鮮國) ․ 마연국(馬延國, 거창?) ․변진 구야국(弁辰狗邪國, 김해) ․ 변진 주조마국(弁辰走漕馬國, 김천 가마면) ․ 변진 안야국(弁辰安邪國, 함안) ․ 마연국(馬延國) ․ 변진 독(두)로국(弁辰凟盧國, 부산 또는 거제)․사로국(斯慮國, 경주) ․우중국(優中國, 울산?)․ 변진한합이십사국(弁辰韓合二十四國)․ 대국사오천가(大國四五千家)․소국육칠백가(小國六七百家), 총사오만호(總四五萬戶), 기십이국속진왕(其十二國屬辰王), 진왕상용마한인작지(辰王常用馬韓人作之), 세세상계(世世相繼) 」]

2. 중국사서인『삼국지』 변진전(弁辰傳)에는 변진 24국 중에 「弁辰瀆盧國(변진독(두)로국)」이라는 국명(國名)과 「其瀆盧國 與倭接界(기독(두)로국 여왜접계)」라는 기록이 보이는데 이것이 독(두)로국(瀆盧國)에 대한 유일한 기록이다. 독(두)로국 위치 비정에 대해서는 크게 거제설(巨濟說)과 동래설(東萊說)로 나누어진다.

   가. 동래설(東萊說)

    ① 일본인 료시다(吉田東伍)의 『日韓古史斷(吉田東伍, 富山房, 1977)』 가야조(伽耶條)에서 독(두)로국을 당시 동래군 다대포(지금 부산시 다대동)에 비정하였다.

    ② 이병도선생은 『韓國史』 古代編(李丙燾, 乙酉文化社, 1959)에서 ꡒ다산 정약용의 거제도설과 일본 료시다의 동래설이 그것인데 나는 동래설을 취한다ꡓ고 하였다.

    ③ 정중환선생은 「瀆盧國考(丁仲煥,《白山學報》 第8호, 1970)」에서 수영천을 통한 해상교통이 편리한 점, 동래라는 지명은 독로에서 나온 미칭(美稱)인 점, 주변에 동래패총, 복천동고분군, 연산동고분군 등 유적이 많이 분포한 점, 동래패총에서 야철지(冶鐵址)가 발견된 점, 동래 관할인 서면, 다대포 등이 연안의 해상교통의 중심지였던 점을 들어서 동래에 비정하고 있다.

    ④ 이 설에 대해서 김정학(金廷鶴)선생의 『任那와日本(金廷鶴, 『任那と日本』, 小學館, 1977)』, 천관우(千寬宇)선생의 『伽耶吏硏究(千寬宇, 一潮閣, 1991)』에서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⑤ 동래군(東萊郡)에 관한 사료에는 다음이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지리지(地理志) 동래군조(東萊郡條)에는 「東萊郡 本居柒山郡 景德王改名 今因之 領縣이 東平縣 本大甑縣 景德王改名 今因之, 機張縣 本甲火良谷縣 景德王改名 今因之」라 하여 통일신라 경덕왕때 거칠산군을 동래군으로, 대증현을 동평현으로, 갑화량곡현을 기장현으로 각각 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 거도조(居道條)에는 「居道, 失其族姓, 不知何所人也, 仕脫解泥師今爲干, 時于尸山國, 居柒山國介居隣境, 頗爲國患, 居道爲邊官, 潛悔倂呑之志 每年一度集群馬於張吐之野, 使兵士騎之, 馳走以爲戱樂, 時人稱爲馬叔, 兩國人習見之, 以爲新羅常事, 不以爲怪, 於是起兵馬, 擊其不意, 以滅二國「거도는 그 족성을 잃어버렸으므로 어느 곳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그는 신라 탈해니사금(A.D.57～80)때 벼슬하여 간이 되었다. 이 때 ꡐ우시산국(울산)ꡑ과 ꡐ거칠산국(동래)ꡑ이 이웃지경에 끼어 살아서 자못 국가의 한 우환이 되었다. 거도는 변방의 관리가 되어 남몰래 이를 병탄 할 뜻을 품고 해마다 한번씩 군마를 장토의 벌판에 모아놓고 군사들로 하여금 말을 타고 달리며 즐거운 놀이를 만들었는데 이때 사람들은 이 놀이를 ꡐ마숙놀이ꡑ라 칭하였다.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의 두나라 사람들도 이를 익히 보아 신라의 예삿일로 여겨 괴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럴 때에 거도는 군사를 일으켜 그들을 불의에 쳐서 드디어 두나라를 멸망시켰다.」이라는 탈해왕 때 거도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문구에서 거칠산국이라는 지명이 등장하고 있어 일찍부터 동래의 옛 이름이 거칠산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 『고려사(高麗史)』 지리지(地理志)에 「東萊縣, 本新羅居柒山郡 景德王 改爲 東萊郡 顯宗九年 來屬 後置縣今 有溫泉」에서도 경덕왕 이전에는 거칠산군이라 하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도 「古萇山國 或云 萊山國 新羅取之置居柒山郡」이라 하여 건치연혁조(建置年革條)와 군명조(郡名條)에 ꡐ장산국(萇山國)ꡑ, ꡐ래산국(萊山國)ꡑ, ꡐ거칠산군(居柒山郡)ꡑ의 명칭이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문헌자료에 의하면 경덕왕 이전에는 동래를 거칠산국(居柒山國), 장산국(萇山國), 내산국(萊山國), 거칠산군(居柒山郡)으로 명칭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경덕왕 때 전국 지명을 개칭하면서 거칠산군이 동래군으로 개칭된 것이다.

   나. 거제설(巨濟說)

    ①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선생의 『아방강역고(我邦强域考)』

 「鋪安瀆盧國者 今之巨濟府也 本裳郡 方言裳日斗婁技 與瀆盧聲近(『與猶堂全書』, 景仁文化社, 1969.)」라 하여 신라 문무왕 때 처음 설치한 상군(裳郡)은 두루기(斗婁技)와 그 소리가 같다고 하고 독로를 「독로」로 읽지 않고 「두로」 또는 「두루」로 읽어 그 소리가 두루기와 가깝다고 하였다. 그리고 장지연(張志淵(1864-1921))선생은 『我邦疆域考』를 증보하여 『대한강역고(大韓疆域考)』를 편집하면서 역시 거제도를 독(두)로국(瀆盧國)으로 보고 있다.

    ② 일본인 스에마쯔(末松保和)는 그의 저서 『임나흥망사(任那興亡吏, 末松保和, 吉川弘文館, 1949)』에서 "다산(茶山)이 수창(首唱)하고 鮎貝房之進이 찬동한(鮎貝房之進,〈俗字巧, 俗文致, 借字巧〉, 太學社, 1952) 거제설에 가담한다고 하였으며, 양주동(梁柱東)선생은 그의 저서 『증정 고가연구(增訂 古歌硏究, 梁往東, 一潮閣, 1965)』에서 ꡐ瀆盧ꡑ는 ꡐ두루ꡑ, ꡐ도로ꡑ로 읽어 거제임을 밝히고 있다.

    ③ 거제군(巨濟郡)에 관한 사료

     ○『삼국사기(三國史記)』지리지(地理志) 거제현조(巨濟郡條)에

「巨濟郡 文武王初置裳郡 海中島也 景德王改名 今因之, 領縣三 鵝洲縣 本巨老縣 景德王改名 今因之, 溟珍縣 本買珍伊縣 景德王 改名 今因之, 南垂縣 本松邊縣 景德王改名 今復故」라 하여 문무왕 때 처음으로 상군을 설치하였고, 경덕왕 때 거제군으로 개명하였으며 영현으로 아주, 명진, 송변(多大)등이 있었다고 한다.

     ○ 『고려사(高麗史)』,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의 문헌사료에서도 같은 내용을 싣고 있다. 한편, 건물 보수 도중에 발견된 거제군 동헌건물인 기성관(岐城館)의 객사(客舍) 상량문(上梁文)에서 「우제굉명개권여어북궐(宇制宏明盖權輿於北闕), 두로고도(瀆盧故都‥)」라고 하는 글귀가 발견되어 거제가 독(두)로 고도임을 말해 주고 있는 있는데 이 상량문은 光緖十八年 壬辰九月(1892)에 쓴 것으로 되어 있다. 함께 나온 또 다른 기성관 상량문에는 「상고지두로건국(‥上古之豆盧建國‥)」이라 기록하여 독(두)로국을 후대에 까지 두로국(豆盧國)으로 발음하고 있었던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상의 자료에서 주목되는 점은 문무왕 때 처음으로 거제에 상군을 설치하였다는 ꡐ상(裳)ꡑ이라는 군명(郡名)의 유래이고, 다른 하나는 늦은 시기에 해당하지만 기성관(岐城館) 상량문에 독(두)로고도(瀆盧故都) 또는 두로건국(豆盧建國)이라는 문구가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