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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에세이] 월급 1만원

운영자 2007.07.18 16:41:09
조회 1965 추천 0 댓글 5

3. 스물에서 마흔넷


  월급 1만원


  어머니를 차가운 땅에 묻고 한없이 울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어머니의 소원을 영영 들어 줄 수 없을 듯 하여 가슴이 더 아팠다. 기차를 탔다. 청계천 신평화복장학원에서 재단을 배워, 동대문 시장의 재단 보조로 취직을 했다.

  고참 재단사들은 나에겐 재단을 가르쳐 줄 생각은 않고, 하루 종일 옷에다 구멍을 내고 쇠단추를 박는 ‘또또’만 치라고 했다. 학원에서 배운 재단공부는 쓸모가 없었다. 나는 ‘또또’치는 일이 얼마나 서툴렀던지 같이 일하던 열여덟 살짜리 보조아이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스물다섯이나 먹은 나는 죽을 힘을 다하여 또또를 친다고는 했지만, 재단사로부터 심한 욕지거리를 들을 뿐이었다. 영어나 수학 같은 공부에 있어서는 우등생이었을지 몰라도 옷을 재단하거나, 또또 치는 데는 열등생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나는 겸허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공장에서 하루 종일 지겨운 또또만 치고, 받은 월급은 단돈 1만원이었다. 하지만 단돈 만원을 가지고는 도저히 생활을 꾸려나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은행에 다니는 형의 자취방에 얹혀서 함께 살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나 혼자 자취를 했다면 또또고 뭐고 굶어 죽기 딱 알맞은 형편이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또또사를 그만두고 통일상가에 재단보조로 들어갔다. 거기서는 다리미질 하는 시아게(끝마무리 작업)만 하루 종일 하다가 결국 일을 잘못해서 또 쫓겨났다. 그리고 다시 잡은 직장이 그 지긋지긋한 또또를 치는 일이었다.

  당시 나는 현재의 일이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격증을 따는 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시쳇말로 먹물을 먹고 살아온 나에게 단순 육체노동은 경쟁력이 없어 머리를 쓰는 노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나는 1975년과 1976년 2년 동안 무려 7개나 되는 자격증을 연거푸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열관리기능사 2급, 원동기취급기능사 1급, 전기기계기능사 2급, 위험물취급기능사 2급, 환경기사 2급, 전기안전기사 2급, 위험물취급기능사 1급 등이 내가 가지고 있는 국가기술자격증이다. 운전면허증까지 합하면 나는 8개의 국가공인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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