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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환상이다

운영자 2009.02.09 13:59:08
조회 2070 추천 6 댓글 2

 성(性) 또는 사랑이 인간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는 역시 결혼을 통해서일 것이다. 아직도 대다수의 역술가들은 한 개인의 운명을 점칠 때 그의 사주(四柱)에 배우자의 사주를 연계시켜 예단하곤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부부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면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하는 일마다 짜증이 날 게 뻔하다.


 금세 이혼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래도 새롭게 운명을 개척해 갈 수 있는데, 지나치게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보수윤리는 아직도 이혼을 꺼려하게 하고 특히 이혼 뒤의 생활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또 이혼 자체가 쉽게 이루어지지도 않아, 협의이혼이 아닌 다음에는 ‘성격 차이’ 정도의 이유만으로 이혼이 성립되기 어렵다. 장기적인 별거나 냉랭한 동거 끝에 새 애인이라도 생기게 되는 경우에는, ‘간통죄’라는 시퍼런 칼날이 보복의 수단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어떤 50대 말의 남자가 아내와는 도저히 안 맞는다고 느껴 장기적으로 별거하며 10년에 걸쳐 아내에게 이혼을 간청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아내의 반대 때문에 혼자서 쓸쓸한 만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그 사이에 그는 자기에게 맞는다고 여겨지는 새 파트너를 구했지만 이혼이 안되는 바람에 그 여자조차 떠나버리고 말았다.


 예전엔 바람피우는 것은 무조건 남자 쪽이었고, 젊었을 때 바람피우던 남자도 늙으면 조강지처 품안으로 기어들어오고 아내도 참고 받아주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차츰 양상이 달라져가고 있다. 가정보다는 개인의 애정이 더 중시되는 풍조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엔 자식을 다 키우고 난 뒤 여자 쪽에서 다 늦게 이혼을 제의해와 남자 쪽에서 혼비백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혼이 어렵거나 이혼에 따른 정신적, 물질적 피해 등 후유증이 심한 것은 혼외정사를 인정하고 간통죄가 없는 서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근 프랑스에서는 이혼의 요령과 심리적 대응 방법을 다루는 ‘이혼’이란 잡지까지 나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경제적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생의 목적에서 성적 쾌락추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 쾌락추구의 면에서만 볼 때 가족적 연대감의 형성과 자식기르기 위주의 기존의 결혼제도는 짜증나는 권태감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것이며, 특히 여자 쪽에서 볼 때 여간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과거의 금욕적이고 집단주의적인 가족윤리와 현대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윤리가 엇섞여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신세대의 경우라도 남자는 여자에게 내조자(內助者)로서의 아내이기만을 바라고, 여자는 남자에게 외조자(外助者)로서의 남편이기만을 바라는 동상이몽의 관계이기 쉽다.


 말하자면 남편이든 아내든 각자의 사회활동을 위한 보조자로서의 배우자를 구하는 현상이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쾌락의 충족에 대한 기대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 형편이니, 부부생활은 십중팔구 부담감의 연속이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 우리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조치에 최선을 기해야 한다. 우선 동화책에서 흔히 사용되는, “그리하여 두 사람은 결혼하여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식의 결말이 허구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남자 쪽에서는 바보온달 콤플렉스)를 없애 버려야만 한다.


 ‘춘향전’의 결말은 춘향과 이도령의 행복한 결합으로 되어 있지만, 만일 ‘춘향전’ 후편이 나온다면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온 것으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해야 한다. 요컨대 ‘결혼’이란 것이 미래의 불안하고 불투명한 운명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완해주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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