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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갤 문학] 버섯 포자 -12

거북손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7.28 0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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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7965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8290

 

 

 

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2906

 

 

 

4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3790

 

 

 

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6572

 

 

 

6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7497

 

 

 

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88299

 

 

 

8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94977

 

 

 

9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02164

 

 

 

10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13086

 

 

 

1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3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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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다'

 파라섹트는 없었다. 기계 안에 자리잡았던 그 버섯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눈동자를 굴려 방 안을 샅샅이 살폈다. 그 어느곳에도 없었다. 반쯤 열린 문, 내 뒤에 반쯤 열린 문이 있었다. 그래, 문은 스스로 열리지 않는다. 무언가 밖으로 나갔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싶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이수재가 있던 기계 앞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악몽이나 상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놓여진 것들은 그저 잡다하게 흩어진 물건들, 깨져서 나뒹구는 병, 기계 구석에 널부러진 만년필, 그리고 구겨진 종이, 순간 그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그 구겨진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희미한 불빛과 함께 그것을 펼쳐보았다. 그것은, 미친듯이 휘갈긴듯한 글씨체가 가득한 종이었다.

 '이것은...'

 이수재가 쓴 편지였다. 매우 급하게, 그리고 무엇인가 쫒기듯이 적혀진 그것은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없이 그저 빼곡한 글자만이 휘갈겨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내용으로써 그것이 이수재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젠장, 예상 하지 못했다. 그것도 몇번 씩이나, 내가 너무나도 오만했던 것일까. 나는 그것을 매우 얕봤던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나 스스로를 너무 과신했던 것인가. 지금, 내 자신이 만든 통신기계에 갖혀버린 이 상황은, 내가 만든 자충수였다. 이렇게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다니,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인가, 무엇을 잘못 계산한 것인가. 설마 그것이 탈출했을 줄이야, 아니, 사실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스스로를 안심시켰던 것이다. 눈앞에 훤히 보이는 참사를 두고, 나는 스스로 미쳐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파라섹트를 사육할 생각을 하다니, 그리고 그 미친 생각을 실행에 옮기다니, 그때의 나는 그저, 후지 노인에게서 받은 백신을 시험해 봐야한다. 이것을 완성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블루시티의 동굴로 다가가 파라섹트를 포획했다. 그것들을 따로 나눠 격리시킨 뒤, 나는 그들에게 백신을 투여했다. 몇번에 걸쳐 수많은 파라섹트에게 항체를 주입했다. 모든 포자는 얼마 못가 산산히 흩어져 죽어버렸다. 눈앞에 남은것은 축 늘어진 껍데기 뿐이었다. 그렇게 몇번에 걸쳐, 나는 지속적으로 파라섹트를 잡아왔다. 그리고 어느날, 실험실로 돌아온 나는 사라지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남은 파라섹트를 한마리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것은 나에게 흥미와 공포를 동시에 불어넣었고, 나는 그것을 처분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계속 사육하였고 실험하였다.'

 "이렇게 무모할 수가!"

 그것을 읽던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그는 지금까지 파라섹트를 사육하고 있었다. 뻔히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도 이 괴물을 가지고 장난을 쳤던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뒷면에까지 이어져 써있었다. 나는 그것을 뒤집어 다시 휘갈겨 써진 글씨들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것이 탈출을 해버렸다. 그것은 조금씩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해 버렸다. 아니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이것은 진화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인가? 어떻게 이런 빠른 진화가 일어나는가? 나는 단순히 그것을 가두어놓고 실험했을 뿐인데, 이것은 반드시 우연이 아니다. 지금 관동지방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튼 그것은 나의 함정을 뚫고 탈출해버렸다. 나는 이 불길한 상황을 연구소에 들어온 순간부터 느낄 수 있었다. 저택 안에서 피어나는 곰팡이냄새, 그리고 눅눅해진 공기, 점점 그것을 연구하던 연구실로 다가갈 수록 나의 눈앞엔 포자에 뒤덮힌 참사만이 다가올 뿐이었다. 나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측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나의 본능이 막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 이전에 그 누가 저런 곳에 스스로 두 발을 내딛고 싶어할까. 하지만 나는 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에 후지 노인의 백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나는 그것을 가지러 갈 수 밖에 없었어. 그것이 내 사명이니까. 아마 내가 회수한 백신과 항체는 이 기계 건너편에 있을거야. 왜냐하면 지금 파라섹트가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거든. 나는 그것이 이렇게나 똑똑할 줄은 몰랐어. 나의 행동을 관찰하고, 학습한거야. 그것은 이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어, 나와 하나가 되려고 말이지.'

 나는 순간 읽던 것을 멈추고 그 부분을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휘갈겨진 글씨를 잘못 읽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는 희미한 불빛을 더욱 가까이 대었다. 밑으로는 계속하여 이수재의 글씨가 적혀있었다.

 

 '이 기계에 숨으려 했던 것은 나의 실수였어. 이 단단한 요새가 오히려 나의 목을 옥죄게 될 줄이야. 나는 곧 있으면 저 파라섹트와 하나가 될 거야. 제발 그 누구도 이 기계를 열지 말아야 할 텐데, 그래 강연, 다행이야. 이 편지를 읽을 사람은 아무래도 당신이겠지. 왜냐하면 자네는 내 포켓 기어를 가지고 있을테니까. 이 단단한 기계에 걸려있는 패스워드를 풀 사람은 강연 너밖에 없어. 포켓 기어에는 내가 마구잡이로 이것저것 메모해놨으니까, 분명히 패스워드를 찾을 수 있겠지. 그래도 자네라서 정말 다행이야.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부디 나를 이 기계와 함께 불태워줘. 이 파라섹트는 정말 위험해. 그 어떤 항체도 말을 듣지않아. 그리고 백신을 맞은 나와 융합해 버렸어. 이 똑똑한 녀석은 분명히 백신을 완벽히 분석할거야. 그리고 새로운 포자를 퍼뜨릴거라고. 아마 한동안은 나의 몸에 흐르는 백신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겠지. 방금 몇개를 뽑아 내몸에 좀더 주사했거든. 반드시 그때를 노려. 이 녀석이 움직여선 안돼. 나는 어차피 살아나지 못할거야. 이것은 버섯과의 융합이니까. 나를 완벽히 불태워줘. 이것만큼은 착오가 있어선 안돼. 이것만은 나의 판단이 맞길 바래야지. 강연, 나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려. 아, 하지만 그전에, 나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이 메모리카드를 가져가야 할텐데, 급하게 출력해 놓은것이 있지만, 그건 완성이 되지 않았어. 그것을 가지곤 백신을 양산할 수 없어. 내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이 메모리카드만 챙겨. 그리곤 불태우는거야. 더이상 시간이 없다. 파라섹트가 반대쪽으로 기어가고 있다. 부탁해 강연. 더이상의 참사를 막아줘'

 "뭐라고?"

 나는 재빨리 가방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미친듯이 백신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찾아 손을 휘저었다. 손에 무언가 닿자 나는 그것을 빠르게 꺼내들었다. 구겨져버린 종이를 눈앞에 갖다대고 나는 그것을 향해 나의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이런 젠장! 이건 말도안된다고!"

백신에 가장 중요한 코드가 하나도 없었다. 파라섹트의 중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종이는 그야말로 아무 쓸모없는 종이였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반쪽짜리 정보와, 단 열개 남짓 안되는 백신의 샘플 뿐이었다.

 "그 오른쪽이 아니었다니!"

 오른쪽은 주머니를 말한 것이었다. 오른쪽 기계에 들어있던 백신은 그저 우연이었다. 나는 진짜 백신을 찾지 못했다.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구겨진 편지지에 불빛을 갖다대었다. 그런데, 편지지에 다가오던 불빛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

 주변은 순식간에 어둠에 삼켜져버렸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나를 감쌌다. 손에 들고있는 포켓 기어는 더이상 조금의 불빛도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안돼, 지금 꺼져버리면 안돼."

나는 떨리는 손으로 포켓 기어의 버튼을 연신 만져댔다. 잠시 버튼을 만지던 손짓은 어느새 포켓기어를 두들기기 시작하더니, 나는 이내 그것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연구소 바닥에 울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주위는 깊은 고요함으로 가득차버렸다. 어둠 속에 나 혼자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 혼자는 아니었다. 어딘가에 꿈틀거릴 괴물이 이 저택 어딘가에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둠 너머 기계의 내부를 손으로 더듬었다. 두 손에 잡다하게 널부러진 물건들이 찔러왔다. 그 어느곳에도 메모리 카드는 없었다. 괴물이 가져간 것이다. 순간 가방에 넣어두었던 부적이 생각나 꺼내들었다. 부적은 아직까지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주위를 비추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내 그것을 다시 집어넣으려던 나는, 그 불빛만이라도 손에 쥔 채 문 밖으로 나섰다.

 눈 앞으로 보이는것이 없었다. 나는 왔던 방향을 기억하며 손으로 벽을 짚고 서서히 발을 옮겼다. 어둠을 가득 채운 고요는 나의 조심스런 발자국소리마저 저택에 크게 울리게 하였다. 나의 발걸음 소리에 맞추어 심장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택에 감도는 한기 속에서도 나의 얼굴은 땀범벅으로 가득했다. 가끔씩 고급스러운 복도에서는 삐걱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러한 작은 소리에도 나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긴 복도에는 나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만이 계속하여 울려퍼졌다. 한참을 걸어가자, 응접실을 중심으로 저택의 여러 방향으로 통하는 갈림길이 등장했다. 어둠 너머 응접실의 모습이 나타나자, 나는 서서히 조용한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느 방향이었지?'

 나는 어둠 너머로 보이는 양쪽 방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발자국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내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다. 나와 똑같은 걸음으로 맞추어 걷던 그 소리는, 내가 바라보고있는 복도 건너편에서 서서히 울려왔다. 나는 그곳을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곳을 이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눈동자는, 그 어둠 너머의 형체를 똑똑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걸어다니는 버섯이었다.

 "으아악!"

 나는 미친듯이 반대편으로 뛰었다. 내가 뛰기 시작하자, 뒤에 있는 그것도 나와 똑같이 뛰기 시작했다. 똑같은 발걸음으로, 똑같은 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이쪽으로 뛰어왔다. 어둠 너머로 사방의 벽이 나에게 부딪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미친듯이 앞으로 달려갔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어느 곳으로 가야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저 생존의 몸부림을 칠 뿐이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공포가 나의 심장에 불어닥쳤다. 그리고 나는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바닥에 뒤집어진 나의 눈으로 미친듯이 달려오는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올 수록, 그것은 버섯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버섯의 모습으로 뒤틀린, 사람의 모습이었다. 사방으로 대롱거리는 손가락 옆으로 이수재의 얼굴이 보였다. 사실, 이미 그것은 알아볼 수도 없었다. 도망쳐야 된다. 나는 어둠 너머로 기어 필사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앞에있는 무언가에 걸려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의 눈 앞으로 괴물이 엄청난 포자를 내뿜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수재의 얼굴이 눈 앞까지 다가왔다.

 그 순간, 주변에 미칠듯한 초록빛 광채가 번쩍이었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뇌리에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오랫동안 새겨졌다. 그것은 분명히 초련이 전해준 신비의 부적이었다. 이미 내 손에서 저 멀리 날아간 부적은 완전히 산산조각 난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괴물은 저 멀리 튕겨져나가 바닥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심장이 미칠듯이 뛰었다. 그런 나의 발끝 너머로 무언가가 닿았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들었다. 작고 네모난 그것은, 무엇을 보관하는 작은 상자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낯익은 문이 저멀리 보였다. 저택의 입구였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그곳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문 밖으로 나서자,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혀있었다. 눈 앞의 라프라스가 넘쳐흐르는 강 너머에서 사방에 푸른 광선을 쏘아보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광선이 닿는 곳으로 젖은 바닥이 모조리 얼어버렸다. 나는 그 광선이 닿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치 동상처럼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버섯들이 얼어붙어있었다. 그 얼어붙은 형상 너머로 또다시 파라섹트가 기어들어왔다.

 "라프라스!"

 나의 목소리에 라프라스가 이쪽을 바라봤다. 라프라스는 완전히 지친 목소리로 힘겹게 울부짖었다. 나는 라프라스를 향해 달려갔다. 라프라스는 또다시 주변을 향해 광선을 쏘았다. 사방에서 몰아치던 파라섹트는 또다시 전부 얼어붙었다.

 "정말 미안해. 이렇게 고생을 시키다니."

 다가오는 나를 향해 라프라스도 이쪽으로 헤엄쳐왔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 수록 라프라스의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 온 몸이 저려오는 마비증세, 초점이 반쯤 나간 눈동자, 파라섹트의 독성 포자에 당한 것이었다. 육지에 몸을 걸치던 라프라스는 이내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바닥에 고개를 떨구곤 축 늘어져 버렸다.

 '수면성 마비독을 정신력으로 버티다니'

 라프라스는 그렇게 바닥에 쓰러져 몸을 절었다. 나는 그 애처로운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늘에선 암울한 번개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너머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망나뇽의 울부짖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호수 너머로 보이는 블루시티를 바라봤다.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그 순간, 뒤에서 또다시 오싹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의 뒤로 문을 뚫고 튀어나온 버섯이 우두커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괴물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너의 도움만큼은 받고 싶지 않았는데..'

 나의 손이 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몬스터볼 하나를 손에 쥐었다.

 "키에엑!"

 순식간의 일이었다. 눈앞의 괴물이 반쯤 두동강이 되어 바닥에 흩뿌려졌다. 괴물은 괴성을 내지르며 바닥에서 비명을 질렀다. 꿈틀거리는 괴물의 잔해를 향해 하늘에서 날카로운 바윗조각이 몇개 더 날아와 박혔다. 나는 순식간에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눈앞에서 날개를 정돈하고 있는, 보랏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프테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위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렸다. 멋들어지게 펄럭이는 망토 너머로 하늘을 향해 솟은 붉은 머리카락, 이 세상에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세기 최고의 드래곤 조련사, 성도 리그의 챔피언 목호였다.

 "반갑습니다. 목호라고 합니다."

 어느새 그는 가까이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청했다.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플라타느입니다."

 나의 말에 그는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이내 시원하게 웃었다.

 "아, 좋은 인연입니다. 너무 어두워서 몰라뵈었군요. 지나가던길에 사람과 포켓몬이 보여 잠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얼어붙은 파라섹트들을 둘러보더니, 곧바로 라프라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라프라스에게 주사하였다.

 "마침 약이 남아있어서 다행입니다. 금방 호전될 것입니다."

 리고 말하며 그는 라프라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프라스는 눈을 감고 잠이든 것 처럼 보였다. 천천히 일어나는 그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초면에 실례라고 생각합니다만, 지금 급하게 블루시티까지 가야할 일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지나가는 길에 블루시티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블루시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넘쳐 흐르는 강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저 너머로 보이는 블루시티를 바라봤다.

 "마침 다행이군요. 저도 블루시티로 가던 참이라서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조용히 강 너머를 바라보았다.

 "제 오랜 친구가 그곳에 있어서 말이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깊게 굳어있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어둠에 잠긴 블루시티를 바라봤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번개 소리 너머로 망나뇽의 거대한 굉음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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