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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REMAKE/ 운전교육 -1-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2 22:18:31
조회 670 추천 31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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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축축히 비가 내린다. 가뜩이나 스케쥴은 가득 차 있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일분 일초, 굉장히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먹구름이 햇빛을 가려와 조금씩 쌀쌀함이 묻어나오는 봄 어느날.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정류장 아래 미색이 짙은 한 여자가 서있다. 듬성듬성 도색이 벗겨진 정류장의 간판 기둥에 몸을 기대어 서서는 자신의 발밑 언저리를 멍하니 처다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열 두 살의 나이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아역배우, 아이돌로서 성장하여 현재 스물두살에 예술대상을 수상한 슈퍼스타였다. 그런 그녀가 허름한 교외의 정류장의 기둥에 기대어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팬들에게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라는 성원 떄문이였다. 그 외에도 훗날 영화에 출연함에 있어서 액션장르를 소화하기위해서는 어찌되었든 면허는 필요했다. 어떻게든 일이 없는날 틈틈이 공부하고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시험에 합격은 했지만, 그동안 콘서트를 비롯한 여러 굵직한 행사들과 활동기간에 겹쳐 면허는 가졌지만 운전대를 잡을 일은 없었다. 야속하게도 팬들은 그런 그녀의 처지는 이해하지도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어서 빨리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며 눈치를 주었고. 당돌하게도 팬 사인회 앞에서까지 기대한다는 둥, 안나에게 조급함만을 불어넣었다.


“아이...언제오는거야..”

약속시간은 이미 15분이나 지나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에 소속사 측에서 계약한 운전교습강사가 도착하고 열심히 배우고있었어야 하겠지만, 전화는 받지않고, 날은 점점 추워져서는 다리가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근처의 이름모를 정류장 안에 기대어 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릴 기미도 없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액정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다행이도 주위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 역시 누가 그녀를 알아볼까 검정색 마스크와 하늘색 빵모자를 푹 눌러썼고, 소속사도 그녀의 뜻을 존중해주어 교외의 조용한 곳에서 운전교육을 홀로 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카톡!.’

‘...?.’


안나는 자신이 들고있던 핸드폰의 알람을 듣고는 액정을 확인했다.


‘곧 도착합니다.’


담담하면서도 꽤나 냉철적인 네 글자만이 액정을 매우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인간이..’


당돌한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분명 싸가지도 밥말아먹었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안나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또 다시 기약없는 메시지를 기다리고있었다.

거대 소속사의 간판스타인 아이돌을 이십분 가까이 기다리게 만드는 정도의 포부, 아마도 대기업 회장님의 직속 운전기사가 아닌 이상에야 상상할수도 없는 행동이다. 안나는 연신 침을 꼴깍 삼키며 액정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대충 차려입은 져지 상의 주머니, 콕 집어넣은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운전강사의 프로필을 확인 하려던 찰나.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 작은 점으로 두 눈을 가늘게 떠야지만이 겨우 윤곽이 보일만한 곳부터 바람을 가르고 낮은 배기음이 들려왔다. 인적 드문 동네에 크고작은 동산들 때문인지, 비가 와서 그런것인지 언뜻 보기엔 자동차의 크기는 짐작할수없었지만 소리만큼은 크고 웅장하게 낮게 깔려 날아왔다. 빠르게 커져가는 모습과 같이 안나의 눈동자도 뗄수없을 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메아리치며 귀를 찢고 들어오는 여러 소음들이 심장을 조금씩 뛰게 만들었다. 어느샌가 자동차는 한 블록 거리를 남긴채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갓길에 정차했다.


곧이어 안나의 핸드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운전교육 의뢰하신 분이시죠? 어디세요?”


“아! 저 여,여기 손들고있는데요?”
“..아”


휘적휘적, 져지안에 넣어놨던 손을 들어 살랑이자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아니 이 여자가 지금...’


어저구니 없다는 듯 점점 다가오는 자동차와 뚝 하고 끊긴 자신의 핸드폰을 번갈아 바라보던 안나는 입꼬리 한쪽을 씩 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예의 없는 사람이라니.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앞에 차가 멈추고 검게 선팅되어있던 유리창이 내려갔다. 자신보다 머리 세 개만큼은 낮은 그 차 안을 보기위해 안나는 허리를 숙여야 했다.


“여어,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글라스를 쓰고는 대충 손을 휘적거리는 인물, 여성인지 남성인지 옷차림 만으로는 구분이 가질 않는다. 하얀 머릿카락을 길게 땋아논 것을 확인한 후에야 여성이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안나는 핸드폰을 들어 메신저의 프로필. 운전강사의 이름을 보았다. 담배를 물고 시크하게 자신의 하얀색 스포츠카 옆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 그리곤 짤막하게 써있는 자신의 좌우명과 이름.


‘엘사 아렌델’
‘The Fragrance of Dark Coffee’
.
.
.

----

예전에 썻던 운전교육이라는 픽인데, 스토리 좀 바꾸고 다시 시작하려해. 많은 관심 부탁해!!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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