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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췌몽상편 6화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touhou001/touhou001-02/
-19-
그리고 다음 날, 아홉 번째 연회가 하쿠레이 신사에서 열렸다. 변함없는 인물들이 모여 있었지만, 다들 어딘지 모르게 피로한 기색이 배어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원래부터 술에 강하지 않은 데다 사흘에 한 번씩 마시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홀짝거리며 속이고 있었다. 술고래인 친구 녀석은 변함없이 꼴깍꼴깍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단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정말. 뭐야, 그 녀석.”
레이무 씨가, 묘하게 까다로운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왜 그래, 레이무. 보기 드문 거친 모습이구만. 들요괴에게 기습이라도 당했어?”
“기습이라면 좋겠지. 정면에서 두들겨 패주면 되니까.”
“응? ──아항.”
뾰로통한 레이무 씨를 보며, 마리사 씨가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듯 히죽 웃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듯 마리사 씨는 눈을 껌뻑였다.
“레이무, 너도 드디어 그 녀석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거냐?”
“하? ──뭐야, 마리사.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요즘 짙어진 요기의 정체 말야. 찾아낸 거 아니야?”
“뭐야, 마리사. 너 그 녀석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
“응. 저저번 연회 전이었던가? 뭐, 졌지만 말야. ──그렇단 소린, 레이무 너도 진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오는 마리사 씨를 보며, 레이무 씨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그래──. 졌어. 졌다고. 뭐야, 그 녀석.”
“하아──. 이변의 흑막에게 레이무가 지는 일도 있구나.”
“글세, 이걸 이변이라 해야 할지.”
그렇게 단언하는 레이무 씨를 보며, 마리사 씨는 어깨를 움츠리고 우리를 돌아보았다.
“저기, 렌코. 이변 해결이 일인 하쿠레이의 무녀가 이변의 흑막에게 질 수도 있는 걸까, 아니면 레이무가 지는 경우는 이변으로 치지 않는 걸까, 어느 쪽일까?”
“나한테 물어봐도 글쎄, 이변의 정의를 둘러싼 닭과 달걀 같은 논의가 되는군, 이건.”
“까다로운 얘기군. ──것보다, 너희들도 그 녀석에 대해 알고 있어?”
“스이카 쨩 말이지? 아마 이 중에서는 우리가 가장 먼저.”
“헤에. 앨리스 녀석도 그 녀석이 뭔가 계획했다는 걸 눈치 채고 오지 않게 됐지만, 다들 대충은 알고 있었던 것 같네.”
“적어도, 우리 홍마관은 다들 이미 그녀를 만났어.”
그렇게 대답한 것은 사쿠야 씨였다. 요리를 들고 온 그녀는 어디까지나 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야, 너도 파츄리도 아가씨도 그 녀석에게 진 거냐?”
“부끄럽지만.”
“그렇단 얘긴, 묭 녀석도 알고 있단 소리겠구만. 그리고 그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숨어있을 셈이야?”
“네가 간사니까 불러보는 게 어때? 슬슬 스이카 쨩도 섞여 들어오고 싶어 할 것 같은데.”
렌코가 그렇게 말하자, “아, 그럴까.”하고 마리사 씨가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양손을 입에 모아 확성기처럼 만들고 밤하늘을 향해 외쳤다.
“오니는──, 안으로──!”
──다음 순간, 상공을 돌던 안개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더니 한 장소에 모여들었다.
높아진 요기는 점차 작은 모습이 되고──그리고, 그녀는 불현듯 연회의 중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야야얏, 불렀으니 튀어나왔~다. 다들, 즐기고 있어어?”
앳된 얼굴을 알콜로 붉게 물들이고, 상체를 흔들거리며 이부키 스이카 씨는 손에 표주박을 들고 그렇게 소리쳤다. ──순간, 연회 참가자들이 긴장했다.
레밀리아 아가씨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파츄리 씨가 옆에 두고 있던 볶은 콩을 집었다. 요우무 씨가 허리의 칼에 손을 대고 무릎을 굽혔다. 유유코 씨는 천연덕스러운 미소 그대로 경단을 볼이 터지도록 입에 넣고 있었고, 사쿠야 씨는 무표정하게 레밀리아 아가씨 옆에 섰다. ──레이무 씨는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오우, 위험한 건가?”
“자, 자. 잠깐만. 지금은 연회중이야. 이런 곳에서 탄막놀이를 하다니 운치가 없다구.”
사나운 미소를 띤 스이카 씨와 다른 이들 사이에 마리사 씨가 끼어들었다. 레밀리아 아가씨도 파츄리 씨도 요우무 씨도 그것으로 싸울 생각을 그만둔 듯 자리에 앉았다.
“그렇단 얘긴, 다들 이미 이 녀석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얘기군. 드디어 진짜 간사가 나타났으니, 다시 건배하자구. 탄막 놀이의 원한은 연횟물에 흘려보내는 게 환상향의 방식이잖아. 다들 괜찮겠지?”
반론의 목소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리사 씨는 술잔을 높이 들어올린다.
“그럼, ──어, 음. 뭐더라?”
“이부키 스이카. 오니야.”
“그렇댄다. 이 녀석이 뭘 하려고 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환상향에서 오니 같은 희귀한 녀석을 알게 된 기념으로 건배!”
마리사 씨가 그렇게 술잔을 치켜들 때, 스이카 씨의 표정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즐기는 것 같은, 하지만 조금 외로워하는 것도 같은, 그리고 당황한 듯한──그런, 곤란한 얼굴이었기 때문에.
──온갖 의미를 겸해서, 이 《사흘 간격의 백귀야행》 이변에 매듭을 지은 것은 마리사 씨의 그 말이었던 것이다. 이후 연회의 빈도는 점차 낮아지고, 곧 자연스럽게 연회가 열리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즉, 스이카 씨의 목표가 성취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때, 스이카 씨가 섞여 들어온 이후의 연회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 스이카 씨라는 새로운 인물이 난동을 부렸을 뿐인, 그저 평소와 같은 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나는 여기에 이 연회가 끝났을 때, 파트너가 스이카 씨와 나누었던 대화를 적도록 하겠다.
밤이 깊어갈 무렵, 연회는 자연스럽게 해산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사쿠야 씨와 레이무 씨가 뒷정리를 하고, 스이카 씨와 술 배틀을 하다 잠든 아가씨에게 파츄리 씨가 무릎을 빌려주고, 레이무 씨가 졸린 눈을 문지르며 마리사 씨가 큰 대자로 뻗어 있었던. ──그런 연회 후의 고요함 속에서.
어느새 혼자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스이카 씨에게, 우리는 다가갔다.
“응? 아아, 너희들인가. 아직 덜 마셨는데, 같이 마실래?”
표주박을 흔들며, 스이카 씨는 껄껄 웃는다. 렌코는 “그것도 괜찮은 제안이지만──.”하고 쓴웃음 지으며 스이카 씨 옆에 앉았다.
“스이카 쨩, 너에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같이 마셔줄 테니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래?”
“응? 뭐야, 그렇게 해.”
스이카 씨는 남아있던 인간용의 술병에서 렌코의 술잔에 술을 부었다. 그것을 홀짝홀짝 다 마시고, 렌코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스이카 씨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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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연회 소동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야.”
그 말에 스이카 씨는 멍한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크게 웃었다.
“뭐야, 너. 이야기가 반대잖아. 내가 이 연회를 일으킨 이유를 왜 네 입에서 들어야 하는 거지? 게다가 전에 말했잖아, 그냥 연회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응, 그랬지. 하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도 아니었잖아, 그치?”
“──흐응? 내게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라고 하는 거야?”
시험하듯이, 스이카 씨는 렌코를 바라보았다. 렌코는 모자챙을 들고 씨익 웃었다.
“예를 들어──지저에 봉인된 동료들을, 환상향에 불러 오니의 천하를 되찾는다든지.”
그 말에 스이카 씨는──토해내듯 웃었다.
“핫핫하, 들켰으니 어쩔 수 없구만. 그 말대로야. 봉인되었다든지, 오니의 천하라든지 하는 말은 과장이지만. 연회가 늘어나면 숨어버린 친구들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있어. 모두가 돌아오면 매일 밤이 백귀야행이니까──.”
그렇게, 어디까지나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그녀의 얼굴──하지만 어딘가 외로움이 그늘져 있다. 고독의 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것을 꿰뚫어보는 듯 스이카 씨를 바라보던 렌코는, 그저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듣고 싶었어, 스이카 쨩.”
“응?”
그리고 렌코는, 그 물음을 던졌다. 이 이변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한 마디를.
“스이카 쨩. ──너, 인간이지?”
-20-
스이카 씨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렌코는 거듭, “내 이야기, 들어줄래?”하고 물었다.
“──듣는 것만이라면야.”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스이카 씨를 보며 끄덕인 렌코는 술잔에 새 술을 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와 만난 뒤, 우리들은 환상향에서 오니에 대해 여러 가지로 조사해봤어. 요괴의 산에 간 적도 있고. ──그리고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단서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서로 맞물리지 않는다고?”
“먼저, 네가 이부키 스이카──이부키 산에서 태어난 슈텐동자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자칭한 것. 산에서 너는 호시구마 님이라는 오니와 함께 사천왕이라고 불렸던 것. 인간의 두려움을 필요로 하는 요괴일 터인 오니들이 환상향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그런데도 너만이 갑자기 환상향에 나타나 계속해서 연회를 열었던 것. ──그리고 오니가 환상향에서 사라진 진짜 이유를 아무도 모르고, 인간에게 배신당했을 거라는 추측만이 나돌고 있다는 것.”
손을 꼽아 세며, 렌코는 잔을 기울인다.
“이 사실들을 하나하나 검증해 봤는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마치 짝짝이처럼 서로 맞지 않아. 우선 첫째, 스이카 너는 진짜 슈텐동자인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굳이 묻지 않겠지만, 딱히 그게 아니라도 네가 슈텐동자 본인이라면 결정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점이 하나 있어.”
“──그게 뭔데?”
“네가 호시구마동자와 함께 사천왕을 자칭했던 것 말이지. 네가 슈텐동자라면, 호시구마동자를 포함한 사천왕은 네 부하일 터. 왜 슈텐동자 본인이라는 자가 부하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거지? 네가 정말 슈텐동자 본인이라면, 너는 산 요괴들의 수령이어야 해. 호시구마라는 이름의 오니는 네 부하 외에는 들어본 적도 없고.”
스이카 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술냄새가 나도록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슈텐동자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한 적 없는데?”
“그래, 맞아. 너는 그냥 슈텐동자의 고향인 이부키의 이름을 자칭했을 뿐. 그건 이쪽이 제멋대로 오해했을 뿐이니 오니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들어맞는 건가?”
스이카 씨는 대답하지 않는다. 렌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네가 만약 슈텐동자라고 하면 이 환상향에서 오니가 사라진 이유라며 돌아다니는 이야기도 이상해져.”
“호오?”
“환상향에서 오니가 사라진 것은 하쿠레이 대결계가 성립했을 시기, 즉 지금으로부터 약 백이십 년 전의 이야기가 돼. 반대로 말하자면, 그 전까지 환상향에는 오니가 있었고, 인간이 오니퇴치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지. 한편, 미나모토노 요리미츠에 의한 오오에야마의 오니 퇴치는 천 년 전. 그렇다면 환상향에 있던 슈텐동자는 이미 미나모토노 요리미츠에게 한 번 속아서 퇴치당한 뒤라는 얘기지. 이미 인간의 비겁함을 알아버린 오니가 다시 또 인간에게 속아넘어갔다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면, 인간 측에 그런 비슷한 기록이라도 남아있어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워. 오오에야마 오니 퇴치에 필적하는 큰 전과로써 인간 마을에 구전되어야 마땅하지.”
“………….”
“즉, 환상향에서 오니들이 사라진 것은 다시 인간에게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야. 인간의 비겁함을 이미 알고, 그럼에도 인간과 퇴치 관계로 있던 오니들이 환상향을 버렸다면, 아마 이 환상향이라는 세계 자체에 관계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세계 자체에 관계된 이유라.”
“그래. ──처음에 난, 그걸 요괴의 현자에 의한 봉인이라 생각했어. 환상향이 대결계로 인해 봉쇄되고, 인간 마을끼리의 왕래가 없어져서 오니들을 방목해두면 무심코 환상향의 인간이 멸망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걸 막기 위해 다른 위험한 요괴들과 함께 요괴의 현자가 오니들을 지저로 봉인했다──.”
거기서 한 번 말을 끊고, 렌코는 스이카 씨를 바라보았다. 스이카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생각도 역시 맞지 않았어. 우선 오니들이 강제로 봉인되었다면, 스이카라는 네 존재와, 당신이 일으킨 이 이변을 요괴의 현자가 그냥 내버려둘 리 없겠지. 네 목적이 어떻든, 오니가 환상향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거야. 그런데 요괴의 현자는 네가 일으키는 연회를 요괴의 현자는 멈추지 않았지. ──그렇다면 전제가 잘못된 거야. 오니들은 봉인된 게 아니었던 거지. 스스로의 의지로 지저에 있는 거야. ──무엇을 위해서? 지저에 위험한 요괴들을 모아놓고 관리하는 역할을, 요괴의 현자로부터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
“즉, 오니들은 요괴의 현자와 협력하여 하쿠레이 대결계의 성립에 한 몫 했던 거야. 지상과 지저에 상호 불가침의 계약이 맺어진 것도, 요괴의 현자와 오니들이 서로 이야기해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순조롭게 설명되지. 오니들은 땅속에서 위험한 요괴들의 감시를 하는 거야, 지옥의 문지기처럼. ──자, 스이카 쨩. 그렇다면 넌 왜 그 역할에서 떨어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온 걸까?”
스이카 씨는 아무 말 없이 표주박에 입을 대고 술을 삼켜 목울대를 울릴 뿐이었다.
렌코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렇게, 의문은 처음으로 돌아가.”하고 덧붙였다.
“너는 분명 진짜 슈텐동자가 아닐 터. 그런데 왜 슈텐동자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자칭했을까? 그리고 네 이름은 너를 직접 모른다는 갓파조차 알고 있었어. 같은 사천왕이라는 호시구마 님이라는 오니와 함께 말이지. 슈텐동자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자칭하며 부하라 생각되는 후시구마동자와 동격의 사천왕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모순된 이 상황이 무엇을 보이는 것인지 ──그렇게, 이야기는 이번 이변까지 흘러와.”
술잔에 새로운 술을 부으며, 렌코는 스이카 씨를 바라보았다.
“스이카 쨩. 너는 네 힘으로 연회를 일으켰으면서 거기 섞이지도 않고 안개가 되어 보고 있을 뿐이었어. 하지만 마리사 쨩도 사쿠야 씨도 파츄리 씨도 레밀리아 아가씨도, 그리고 레이무 쨩도 모두 서서히 네 존재를 눈치 채게 되었어. 너라는 존재를 도중에 인식하기 시작한 거야. 아마 앨리스 씨와 요우무 씨, 유유코 아가씨도 그랬겠지. 그리고 연회가 거듭될수록──즉, 네가 누군가에게 발견될 때마다 네 요기는 강해졌어.”
렌코는 거기서 말을 끊었지만, ──나는 렌코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눈치챘다.
즉, 이 이변에서 그녀의 진짜 목적은──
“스이카 쨩, 너는 뭘 위해 이 이변을 일으킨 걸까?
너를 오니라고 알리기 위해, 모두에게 너를 오니로 인식시키기 위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오니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지.”
스이카 씨는, 그저 침묵만을 돌려줄 뿐이었다.
-21-
“그래, 스이카 쨩. 네 정체가 오니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 이변에 대해 내가 품었던 의문들이 모두 설명돼. 네 목표는 다시 한 번 이부키 스이카라는 이름이 오니로서 알려지는 것으로, 네가 진짜 의미로 오니라는 종족이 되는 것──이 환상향에서는 인식이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갖지. 네가 오니라는 인식이 환상향 전체에 퍼지면, 너는 진정한 오니가 될 수 있어. 그래서 너는 지저를 빠져나온 거지? 지저의 동료들은 진짜 네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지저에서 너는 결코 진정한 오니가 될 수 없었어. 네가 오니가 되기 위해서는, 오니의 존재가 한 번 잊혀지고 네 정체가 들킬 걱정이 없는 환상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
“──잘도 거기까지 이 이부키 스이카에게 무례를 범하는군. 이 정도면 오히려 화도 안 나.”
“어머, 그럼 실례하는 김에 조금 더 내 상상력을 안주로 들어 줄래?”
“흐응. ──설마, 내 정체까지 짐작하고 있는 거야?”
“그래, 물론이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노려보는 스이카 씨를 보며, 렌코는 표표하게 고양이처럼 웃었다.
“그래, 네 정체가 오니가 아니라면, 오니들이 환상향에서 떨어져 지저로 이주하게 된 것도 설명할 수 있어. 요괴는 인간이 두려워하지 않으면 존재를 유지할 수 없지. 그렇기 때문에 이 환상향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고, 보호되고 있는 거야. ──너희 오니들이 환상향에 있었다는 것은, 너희도 요괴로서 그 이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거지. 지저에도 인간이 필요했어.
그리고 이 세계가 인식의 힘에 의한 세계라면──‘원래 인간이었던 오니’를, ‘순혈 오니’들이 인간이라 볼 수 있다면 요괴와 인간의 공생관계와 같은 그것이 ‘인간이었던 오니들’과 ‘순혈 오니들’ 사이에서 성립하는 게 아닐까?”
“──────”
“그래서 스이카 쨩, 너는 진짜 오니가 되고 싶었던 거겠지. 너는 분명 오니인데, 지저에서는 원래 인간이었다가 오니가 된 자들이 오니로서 취급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너는 어떻게든 탈피하고 싶었지. 그래서 자신이 오니라는 인식을 환상향에 전파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오니가 되려고 했어. ──이 이변은, 네가 그 때문에 너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낸 이변, 그래서 연회장이 항상 하쿠레이 신사였던 거야. 무엇보다도, 요괴를 퇴치하는 존재인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인식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렇다면 레이무 쨩에게 져서 이 연회 소란을 제대로 이변으로서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봤어. 그러면 아큐 씨의 「환상향연기」에도 이변을 일으킨 오니로서 올라가고, 네가 오니라는 인식이 완전히 확정될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네가 지상에서 오니로서 이변을 일으켰다고 지저 오니들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기 때문에 이변인지 여부가 애매한 상태로 밀어붙이려 한 게 아닐까?”
“……잘도 그렇게까지 얼척 없는 걸 생각했구나. 어떤 의미로는 존경스러워.”
스이카 씨는 갑자기 그렇게 쓴웃음 지으며 앉은 다리 사이의 표주박을 들어올려 또 마셨다.
“만약에, 진짜로 만약에 말이지? 네가 말한 그것이 정답이라고 내가 인정할 것 같아?”
“아니, 생각하지 않아. 인정해버리면 스이카 쨩, 네가 해왔던 일들이 무의미하게 되니까 말이지.”
“그야 그렇지. ──그렇다면 왜 그런 망상을 내게 들려주는 거지? 내 기분이 상해서 살해당할 수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거야?”
그 앳된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렌코의 뒤에서 몸을 떨었다. 인간의 적, 환상향 최강의 종족인 오니의 미소. 사나운, 광기가 깃든 미소──.
“그야, 스이카 쨩. 이 망상을, 네가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지.”
“────헤?”
스이카 씨는 멀뚱멀뚱 눈을 뜨고 렌코를 바라본다. 친구는 웃으며 말을 잇는다.
“내가 이런 망상을 누군가에게 퍼뜨린다 해도, 네가 그것을 웃으며 반박해야 이 망상이 단순한 망상으로 치부되지. ──그러니 스이카 쨩, 너는 이 망상을 부정할 수 있는 증거와 논리를 지금부터 모아두도록 해. 그래야 네가 정말로 완전한 오니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이상한 인간이야, 정말이지.”
기가 막힌 듯, 스이카 씨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렌코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마지막 망상을 선보여볼까?”
“아직도 있어? 뭐든 해 봐.”
“에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스이카 쨩, 네 정체도 내가 확정지어볼게.”
“……호오? 나중을 위해서 들어두도록 할까.”
“그래. ──지금까지의 추리로 보면, 스이카 쨩 너는 원래 인간이야. 이부키의 이름을 자칭하고 있으니, 슈텐동자와 어떤 인연이 있는 인물이겠지. 오니가 되고 나서 일부러 부자연스러움을 감안하면서까지 사천왕을 자칭한 걸 보니, 사천왕이라는 호칭에 애착을 가진 사람일 터. ──그리고 네가 그런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너 자신이 원래 어린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인간이었기 때문일 거야.”
“………….”
“자, 그럼 그 인간은 왜 오니가 되었을까. ──그건 이 환상향의 오니 퇴치 전설에도 제대로 설명되어 있어. 오니 퇴치를 갔던 그 인간은 오니들을 속여 넘기기 위해 인간고기를 먹었다. ──인간을 먹은 짐승은 요괴가 돼. 그리고 인간도 짐승의 일종이니 인간을 먹은 인간은 요괴가 되지. 인간을 먹은, 오니 말야.”
이것은 2월 절분 때, 내가 아이들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다.
오오에야마의 오니 퇴치. 그 때, 오니를 퇴치하러 간 것은──.
“자, 이 조건으로 스이카 쨩, 네 정체를 좁혀볼게. 우선, 슈텐동자와 관계가 있으면서 인간의 고기를 먹은 인간, 즉 오오에야마 오니 퇴치에 참여한 여섯 명의 인간 중 하나야. 미나모토노 요리미츠, 와타나베노 츠나, 사카타 긴토키, 우스이 사다미츠, 우라베노 스에타케, 후지와라노 야스마사.
그리고 네가 사천왕을 자칭한 게 그 명칭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하면, 네 정체는 요리미츠 사천왕 중 한 사람.
──마지막으로, 네가 그런 어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인간이었을 때의 이미지에 의존하려고 하는 거겠지. ──이 네 사람 중, 어린 시절의 모습이 이 환상향에서 동화로도 유명한 인물이 하나 있지.”
렌코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 이름을 말했다.
정말 진실이었는지 여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나는 여기에 그 이름을 적는다. 이것을 믿고 말고는, 당신 나름이다.
“스이카 쨩. 네 진짜 이름은 사카타 킨토키. ──아사가리산의 긴타로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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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작가님 인간이었던 오니랑 순혈 오니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 같은데요. 뭐죠?
췌몽상편끝났고에필로그간다
다음은 12화짜리 영야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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