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대표기자 칼럼] 론스타 승소, 안도는 이르다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1.19 13:17:25
조회 1212 추천 0 댓글 7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2025년 11월 18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론스타 사건의 원 판정을 취소했다. 2022년 8월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던 판정 이후 26개월 만이다. 4천억 원에 달하는 혈세 유출을 막았고, 20년 넘게 한국 금융시장을 괴롭힌 '론스타 망령'이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정부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완벽한 승리"라는 자화자찬은 위험하다. 냉정하게 복기해보자. 우리는 이 승리를 위해 무엇을 지불했는가.

지난 20여 년간 지급한 천문학적인 법률 비용, 행정력 낭비, 그리고 대외 신인도 하락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4천억 원 방어 성과 뒤에 가려진 뼈아픈 청구서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빌미는 금융당국의 '모호한 태도'였다.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결정 대신,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던 당시의 행정 처리가 빌미가 되었다. '관치(官治)'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비공식적 행정지도가 글로벌 스탠다드 앞에서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확인한 셈이다. 경제학자들의 지적처럼, 우리는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안 내도 되게' 된 것이다. 불 난 집을 겨우 끄고 '집 지켰다'고 자랑하는 격이다. 중요한 것은 왜 불이 났는가 하는 점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국민 정서'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명확한 기준 없이 매각 승인을 질질 끌었다. 법보다 '눈치'가 앞섰다. 그 '정치적 부담'이 4천억 원 소송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관행은 지금도 여전하다. 기업들은 법 조문보다 정부의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한다. 규제 당국의 넓은 '재량권'은 같은 사안도 상황 따라 뒤바뀌게 만든다. 이것이 진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꺼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론스타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정무적 판단이 법적 판단을 앞설 때 국가는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이다.

이번 승소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예방적 법률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국제분쟁 가능성을 정밀하게 검토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통상 조약이나 투자 협정을 맺을 때, 모호한 조항이 없는지 살피는 것을 넘어 국내 규제가 국제 규범과 충돌할 소지는 없는지 사전에 걸러내는 '법적 리스크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그림자 규제나 구두 개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명확한 규칙과 일관된 집행만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셋째, 국제법무 역량의 내재화다. 언제까지 막대한 수임료를 주며 해외 로펌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 법무부를 중심으로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민관 합동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중재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자체적인 방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금융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26개월간의 치열한 법리 공방 끝에 얻어낸 이번 승소는 천운이 따랐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절차적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4천억 원을 물어내야 했다. 운은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승소를 계기로 소송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정비하고, 글로벌 투자 환경에 걸맞은 법적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20년 묵은 론스타 사태를 진정으로 졸업하는 길이다.

론스타라는 긴 터널은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 터널이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우리 앞에 서 있다. 한국은 예측 가능한 시장인가. 법과 원칙이 정치 논리보다 우선하는가. 외국 자본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가. 진정한 '금융 주권'은 특정 소송에서 이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이런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찢어진 그물을 깁고 배를 수리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대표기자 칼럼] 이재현 CJ그룹 회장 리스크로 본 CEO PI의 무게▶ [대표기자 칼럼] 강남 깐부치킨에서 AI시대 세 거물 동맹 결성▶ [대표기자 칼럼] \'9만전자\'의 배신, 12만 직원은 \'총알받이\'였나▶ [대표기자 칼럼] 기재부 해체를 바라보는 시각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5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489 [김병조의 통찰] 쿠팡 사태가 묻는 기업 윤리의 기준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8 5 0
488 [신년기획 AI리포트 33] 2026 AI 추천 유망주 TOP 5와 AGI 투자의 그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46 46 0
487 [손진기의 시사칼럼 36] 가는 年 보내기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7 0
486 [포커스] 연간 수출액 7천억 달러 달성...전세계 여섯 번째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15 0
485 [CEONEWS 뉴스팝콘 39] 청와대 2.0시대 개막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12 0
484 [CEONEWS 폴리코노미 28] 다시 열린 청와대 시대 의미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16 0
483 [월드아이 23] 젠슨 황의 '3조 달러' 통근 M&A 승부수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887 1
482 새해 1월 경기 전망 여전히 부진...BSI 94.5로 3년 10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11 0
481 [CEO 분석 17]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다크호스 히스기야 김수현 대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21 0
480 [최도열 원장의 성공의 방정식 85] 신언서판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15 0
479 [CEONEWS 뉴스팝콘 38] 정부, 국민연금 활용해 환율방어?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9 22 0
478 [이재훈의 심층리포트 14] 2026 정부의 환율 방어 전략 논란 [5]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8 363 1
477 [신년기획 경제플러스 9] 2026 빅테크 CEO들 '에이전트 전쟁' 선전포고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8 27 0
476 [신년기획 경제플러스 8] 2026 미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 비교분석 전망 [8]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8 994 2
475 [스페셜리더 46] 대통령을 꿈꾸는 '풀뿌리 정치인' 김두관 [14]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7 1062 1
474 [CEONEWS 뉴스팝콘 37] 제7회 CEONEWS 대한민국 리딩 TOP CEO 어워드 개최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224 0
473 [社告] 제7회 CEONEWS 대한민국 리딩 TOP CEO 어워드 개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97 0
472 [CEONEWS 뉴스팝콘 36] 이재훈 대표기자의 2026년 새해 인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4 0
471 [새해 대표기자 칼럼] 적토마(赤兎馬)'에 올라타라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2 0
470 [경제플러스 7] 트럼프 2.0노믹스, 3%성장과 금리인하 두 토끼 잡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2 0
469 현대차그룹에 첫 여성 CEO 탄생...ICT 담당 진은숙 사장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4 38 0
468 [CEONEWS 뉴스팝콘 35화]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4 28 0
467 [신간소개] 꾸준함이 만든 몸과 마음의 기적 '느려도 멈추지마'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4 449 0
466 상부상조' 10년, 110억 원의 온기가 13만 이웃에게 닿다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25 0
465 [경제플러스 6] 2026년 세계경제 3대 리스크 진단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32 0
464 [커버스토리]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150조 '국민성장펀드' 위원장 중책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36 0
463 [이완성의 역사적 리더십 9] 카르타고 영웅의 눈물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410 4
462 [CEO Profile] LG Electronics New CEO Ryu Jae-cheol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29 0
461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19 0
460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31 0
459 [CEO 인물탐구] LG전자 신임 CEO 류재철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30 0
458 [CEO뉴스 뉴스팝콘 34] 2026 세계금융지도 분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30 0
457 [CEONEWS 뉴스팝콘 33] 2026 비트코인 대전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30 0
456 [김병조의 통찰] '주몽'과 '소서노'의 차이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34 0
455 [CEONEWS 뉴스팝콘 32] 2026 주식시장 대전망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53 0
454 [의학칼럼] 떨림, 모두 파킨슨병일까요?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792 2
453 [CEONEWS 뉴스팝콘 31]  "버핏 지표 209%" 역사상 최악의 거품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28 0
452 [경제플러스 5] 2026 세계 금융지도 분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23 0
451 [경제플러스 5] 2026 세계 금융지도 분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31 0
450 [경제플러스 4] '오라클 쇼크', AI거품론 신호탄인가?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1 37 0
449 [경제플러스 3] 2026년 비트코인 시장 대전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0 67 0
448 [정교유착 특집] ②정교유착을 키운 것은 누구인가?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0 32 0
447 [TOP CEO 393] 출판사 28년 외길, 모아북스 이용길 대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34 0
446 일본, 기준금리 0.75%로 0.25%p 인상...30년 만에 최고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33 0
445 [정교유착 특집] ①권력과 신앙의 위험한 동행 [16]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523 2
444 [이재훈의 심층리포트 13] 2026 주식시장 대전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305 0
443 [김성제의 안전경영칼럼 32] 안전인성으로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켜야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34 0
442 [경제플러스 2] 2026년 시장은 어디로 향하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8 34 0
441 [인사] 현대차그룹, 2025년 연말 임원 인사...기술 경쟁력 강화 포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8 39 0
440 [CEONEWS 뉴스팝콘 30] 워런버핏 후계자 그렉 아벨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8 3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