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라이더
이걸 다시 본 건 잡지에 실은 후로 처음인데 오랜만에 보고선 너무 보잘것없어서 울 뻔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코헤이는 탐정 야마자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코이치는 『고글』의 코이치 맞습니다. 이걸 그린 뒤에 「나츠미」라는 이름을 썼다는 걸 깜빡하고 『커피시간』에서도 똑같은 이름을 써버렸지만, 다른 사람입니다(코이치의 아는 사람으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보육교사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가난신이 TV에 나오는 바람에 일본 전체가 불경기에 빠진다는 내용은 옛날에 읽은 호시 신이치(일본의 SF작가. 대표작으로는 『기묘한 이야기』가 있다 ─역주) 씨의 소설에 있었습니다. 그렸던 당시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모험활극 같은 것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라쿠고 같은 이야기가 됐습니다만). 대저택 같은 걸 굉장히 열심히 그린 게 웃기네요. 제목의 유래는 불명.
◎ 미스터 보쟁글스
탐정 야마자키가 또다시 등장합니다(잘 보니 작중에서 한번도 「야마자키」라고 부르질 않아서 처음 보시는 분들은 몰랐겠네요). 당시에 담당 K씨가 「(애프터눈)다다음 호에 100페이지 정도가 비는데 몇 페이지라도 좋으니 뭔가 그려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고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질 않아 신주쿠의 디스크 유니온에 갔더니 몇 년째 찾고 있던 소니 스팃(Sonny Stitt, 미국의 비밥 색소포니스트 ─역주)의 「미스터 보쟁글스」 중고 CD를 발견했고, 그걸 반복해서 들으면서 이틀 정도 동안 만든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여기서 한두 개쯤 이야기를 더 추가했어야 했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좀 싱거운 이야기지만 「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이니까 서비스다!」라는 생각으로 그려서 냈습니다. 덧붙이자면, 애프터눈 본지에서 비는 분량을 모집하면 작품이 굉장히 많이 모이기 때문에 「이 중에서 원고가 제일 늦을 것 같다」고 지목된 제가 다음 호로 넘어가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었습니다. 자료 사진 찍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야마자키와 의뢰인이 만나는 가게의 모델은 몬젠나카초에 있는 찻집입니다). 그리고 여기 나오는 롤러 슈즈 여자아이는 『고글』의 아이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 고글
이건 전혀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무라타는 코이치의 삼촌이 아니라 남남입니다. (작중 코이치의 무라타 호칭은 오지상おじさん인데 숙부의 뜻도 가진다. ─역주)
무라타의 직장에서 코이치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식객이 되었다는 설정입니다(당시 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글』은 속편을 계속 그려보려고 무라타 이야기, 나츠미 이야기 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콘티만 그려놓았던 것을 2002년 여름 막바지에 갑자기 그리기 시작해 이듬해 봄에 마무리했던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금전적으로 매우 곤궁했던지라 그 원고를 안고서 어디든 이걸 사주지 않을까, 하루 동안 「애프터눈」, 「모닝」, 그리고 후타바샤의 「망가액션」의 편집부를 돌았습니다. 어느 편집부 분께서 매우 잘 대응해주셨습니다만, 「이런 형태로 작품을 매입하는 것은 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신인상 쪽으로 응모해 주세요」라고 말해주셔서 마감이 가장 가까웠던 애프터눈 사계상에 응모했었습니다.
운 좋게도 상과 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본 작품을 단행본 형태로 내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 콘티를 그린 게 90년대 중반이라 상당히 낡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작자의 생각과는 별도로, 읽고 싶다(하지만 읽을 방법이 없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번에 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원고를 보니 선이 너무 가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 고서 츠키노야 매입기행
알고 지내는 프리 편집자 사토 군의 권유로 『월간 호쇼彷書月刊』라는 잡지에서 「모두가 헌책 만화」라는 특집호에 실렸습니다. 헌책이 테마라면 뭐든지 좋다고 하기에, 『언더커런트』의 캐릭터가 헌책방과 중고 레코드 가게를 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그렸습니다.
당시 다른 만화로는 Q.B.B. 씨의 「고서점대古本屋台」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츠게 타다오つげ忠男 씨나 하나타카 쥰畑中純 씨와 같은 지면에 실려서 매우 기뻤습니다. 『월간 호쇼』는 좋은 잡지였는데(저도 한 번 『커피시간』 미니 광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2010년에 휴간에 들어갔습니다.
◎ 바다를 보러 가다
『고글』의 전일담. 『고글』을 계속 생각하고 있을 때 그렸던 콘티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 이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번에 그려보았습니다. 『고글』 때 속표지 그림만 그리면 될 줄 알고 낡은 두카티(Ducati, 이탈리아 오토바이 브랜드 ─역주)를 그려버리는 바람에 이번에 고생했습니다. 2인승으로 그리기 위해 시트를 교체하려는데, 옐로 데스모(라는 모델입니다)에는 더블 시트가 없었습니다. 적절한 자료가 없어서 꽤나 대충 그려버렸습니다. 제가 몇 컷의 오토바이를 그리며 고생하는 공안 어시스턴트를 해주고 있는 야기 씨가 혼신의 톤을 깎아준 덕분에 바다씬이 훌륭하게 완성된 것 같습니다.
◎ 돈까스
예전에 친구가 사줬던 돈까스가 너무 맛있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그쯤에 나왔던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회사 접수처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가 데이트 신청(돈까스 가게 권유)을 받는데, 거기에 출판사에서 잘릴 것 같은 오빠가 이래저래 관련된다는 정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여동생 캐릭터도 바뀌었습니다). 담당이 「한국 음식점 장면은 필요 없지 않나?」라고 했는데 좋아하는 장면이라 남겼습니다. 전 바보 같은 오빠 캐릭터가 좋습니다. 전자책 출판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딱히 단행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각기 뿔뿔이 그린 것인데, (『슬라이더』와 『고서』를 제외하면) 공통적으로 가족의 문제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좀 의외였습니다. 스와 씨는 꽤나 멋지게 그려졌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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