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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전 위해 땅 샀는데 세금 폭탄”...국민이 세운 신탁단체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6.19 16:11:30
조회 688 추천 1 댓글 0
공익 위해 땅 샀더니 수천만원 세금 폭탄
국민신탁단체는 세제 혜택 제외
동일 보전 활동에도 법인과 형평성 차이 지적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 제도 뒷받침 시급"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매화마름 모습.(사진=금강유역환경청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이 만든 신탁단체가 보전 목적으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공법인과 동일한 취득세·재산세 면제 혜택을 적용토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이로써 시민이 자발적으로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을 지키는 '국민신탁운동'이 지방세 부담 없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19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의원은 이달 중 자연환경 및 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부동산 취득 및 보유 시 국민신탁단체에도 국민신탁법인과 동일하게 취득세와 재산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신탁단체는 국가가 지정을 통해 법적 자격을 부여한 민간 비영리단체로,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자산을 국민의 뜻에 따라 보전·관리할 수 있도록 한 기관을 뜻한다. 국민신탁법인은 정부가 설립한 법정 신탁기관으로 문화재청 산하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환경부 산하 '자연환경국민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이 정부 부처 산하 국민신탁법인에만 집중돼 국민신탁운동이 활성화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발의 준비 중인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제53조 관련)'은 일정 요건을 갖춘 국민신탁단체가 보전 목적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보유할 경우 취득세 및 재산세 면제를 오는 2027년까지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직 국민신탁법인만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받고 있어 동일 활동을 하는 단체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똑같이 공익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주체임에도 동일 활동에 대해 법인과 법인 아닌 신탁단체 간의 처우가 달라 이를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빚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국민신탁운동은 지난 1998년 강화 길상면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인 '매화마름' 자생지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땅을 직접 사들이고, 광주·강원 일대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아 토지와 유적지를 매입하는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진행하는 등의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지난 2006년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제정되고, 2021년에는 문화유산신탁법이 개정돼 국민신탁법인 외에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국민신탁단체에도 동등한 권한·의무·혜택이 부여되도록 했다. 환경부가 국민신탁단체를 지정하면서 지난 202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국민신탁법 제정 이후 16년 만에 '1호 국민신탁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이에 국민신탁법인이 아닌 신탁법인단체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계속 부담하고 있어 신탁운동 활동에 제한을 받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국민신탁단체가 취득한 보전자산은 사유재산처럼 처분이 불가능하며 법에 의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전해야 함에도 '지방세특례제한법'의 미개정으로 재정적 부담이 증대되는 실정"이라며 "보전 단체로서 책무는 다하면서도 법인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는 실제 현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 자락의 임야는 원래 사유지였으나 1989년 서울시가 일부를 등산로 용도로 협의 매수한 뒤, 전체 부지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거래가 제한된 상태다. 해당 부지의 원소유주인 이모씨는 2022년 1월 8일 사망했으며, 현재까지 상속등기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유가족은 임야 전체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해 녹지로 보존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한국NT 측은 기존 상속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익법인에 기증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다만 해당 임야의 개별공시지가는 약 16억원에 달하며, 한국NT가 해당 토지를 증여받을 경우 발생하는 세금은 △취득세 3.5% △농어촌특별세 0.2% △지방교육세 0.3%를 합해 약 4% 수준(약 6400만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주택채권 매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2022년 기준 요율을 적용하면 채권 매입액은 6726만 원, 실제 지급액은 할인율 8.9%를 반영해 약 598만원 수준이다. 공익 목적의 무상 기증임에도 공시지가 기준 수천만원의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결국 개정안이 국민참여형 보전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민간 주도의 자연·문화유산 보전이 위축될 수 있기에 개정안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공익 목적은 명확하고 제한적이므로, 공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세제 혜택을 부여해 (신탁단체와 법인 간)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향후 기후위기와 지역개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시민이 앞장서 문화유산과 환경자산을 보전하는 구조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법안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부처도 내부적으로 법안 개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익성을 고려한 세제혜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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