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 취재진 질문에 답변 않은 채 귀가 3차 소환 통보 끝 출석
[파이낸셜뉴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셀프 조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12시간에 걸친 조사 끝에 귀가했다.
3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오후 2시께부터 이날 오전 2시22분께까지 로저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1일 TF를 출범한 지 한 달 만이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로저스 대표는 '증거 인멸 혐의를 인정하는지' '정보 유출이 3000건에 불과하다는 근거는 소명했는지' '국정원의 지시를 받았다는 말은 사실인지' '곧바로 출국할 것인지' '한국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번 조사는 로저스 대표가 개인 통역사를 대동하며 경찰 측 통역과 병행하는 '이중 통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진술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며 로저스 대표 측이 심야 조사에 동의하면서 결국 날을 넘겨 조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로저스 대표는 셀프 조사와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전직 직원을 특정했고 정보 유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장비를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객 계정 3370만개가 무단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유출자가 실제로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건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수사기관 없이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직 직원과 직접 접촉해 진술을 받았고, 중국 하천에 잠수부를 동원해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쿠팡이 수사기관을 배제하고 개인 정보 유출 사태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직 직원을 중국에서 접촉하고 노트북을 회수해 포렌식한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국제공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로저스 대표는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를 마친 직후인 지난 1일 출국한 뒤 경찰의 출석 요구에 2번 모두 불응했다.
그는 지난 14일 세 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주일 뒤인 지난 21일 입국했다. 수사 실무상으로는 정당한 이유 없이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세 차례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신청이 검토될 수 있다는 압박이 출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의 입국 직후 출국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그가 자진 입국해 소환 조사에 응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로저스 대표가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조사에 앞서 전날 오후 1시54분께 포토라인에 선 로저스 대표는 "쿠팡은 모든 정부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협조할 것"이라며 "오늘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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