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gall.dcinside.com/frozen/1470189 위기의 아렌델 #1
https://gall.dcinside.com/frozen/1475685 위기의 아렌델 #2
https://gall.dcinside.com/frozen/1482234 위기의 아렌델 #3
https://gall.dcinside.com/frozen/1492910 위기의 아렌델 #4
*
"폐하! 한스, 한스 왕자가….!”
갑자기 집무실의 문이 벌컥 하고 열리고, 서던 제도의 대신 하나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 되어서 서던 제도 왕을 찾는다.
“한스? 그래, 보름쯤 전에 유배지에서 탈출했다는 보고를 들었었지. 다시 잡혔나?”
친아들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도 무덤덤한 왕. 한스가 2년 전에 안나에게 고백했듯, 서던 제도 왕실 내에서 한스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본 부인의 소생도 아닌데다가 열세 번째로 태어난 탓인지, 국가는 그의 탄생을 축하하지 않았다. 왕 역시 어린 시절의 한스에게 무섭도록 냉혹했다. 그에게는 일말의 부성애조차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한스를 낳은 여인은 안타깝게도 신분이 높지 못했던 탓인지, 궁전 내부로조차 거의 들어오지도 못했으므로, 어린 시절 한스의 삶은 아마 꽤나 기구했을 것이다.
“그, 그게 아니고, 아, 아아…. 죽여 주옵소서. 폐하!”
대신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목소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해서야 시큰둥하던 왕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 탈출했다던 한스 왕자가 지금 여기, 서던 제도의 수도 요크셔로 군대를 이끌고 진군중이랍니다…!”
너무나도 말도 안 되고 쇼킹한 뉴스여서인지, 왕의 얼굴에는 놀라움의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묻어나오지 않는다.
“곧 관문이 무너질 거랍니다, 남부 군도의 수병들을 규합해서 북진중인데 전혀 막을 길이 없습니다!”
영토 전체가 섬으로 이루어진 서던 제도는 막강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육군은 취약했다. 육상 방어는 요충지에 지어 둔 최소한의 난공불락의 요새로 커버하던 차였다. 막강한 요새는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대포들로 요충지를 철벽처럼 지켜 준다.
그런데, 대신의 보고 내용에 따르면, 한스의 군대가 사용하는 포의 사거리가 서던 제도 정규군 요새에 배치된 대포의 사거리를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포대가 무너지고 그 요새에 배치된 최신식 대포와 화약들은 모조리 한스의 손에 들어가 놈들의 군대를 점점 키워 줬다고 합니다.”
“그, 그렇게 큰 일이 있었는데 그 소식이 왜 이제야 내 귀에 들어왔는가?”
사태를 파악했는지, 왕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육상 요새에서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 오산이었습니다. 또 놈들의 진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폐하, 곧 여기도 위험해집니….!”
별안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듯한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창을 통해 밖을 쳐다보니, 왕궁의 성곽이 하늘을 뒤덮는 포격에 힘없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날아오는 포탄만 보일 뿐, 그 포탄을 쏘아올렸을 대포는 눈에 보이지조차 않았다.
*
“스벤? 나 요즘 좀 외로워.”
숲 속 길을 함께 걷는 크리스토프와 그의 순록 친구. 북쪽 산에 다녀오는 길인지, 스벤이 끄는 썰매에는 반듯하게 썰린 얼음들이 실려 있었다. 이제 나이가 제법 들어서인지, 스벤이 이끄는 짐의 양은 예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휴, 알아, 안다고. 바보 같이 보인다는 거 말야. 하지만 요즘 안나가 내게 말을 건네는 게 부쩍 줄어든 것 같아. 처음 만난 후 1년간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는데.”
크리스토프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여전히 안나를 사랑해, 너도 알지 스벤? 그런데 요즘 안나는 예전하고는 다른 것 같아. 설마 내가 싫증난 건 아니겠지?”
“한참 동안 못 만나다가 모처럼 짬이 나서 만났더니 나랑 얘기는 별로 안 하고 언제 주웠는지 모르는 빌어먹을 석궁이나 만진단 말이야? 정말 너무하지 않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스벤?”
한참 동안 앞으로 걷는 방향만 바라보며 혼자 떠들다가 옆을 본 크리스토프, 그런데 옆에서 함께 발을 맞춰 걷고 있어야 할 스벤이 없어져 있었다.
“스벤?”
무의식적으로 뒤로 고개를 홱 돌린 크리스토프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참 뒤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스벤이었다.
“스벤!!!”
크리스토프는 다급하게 스벤을 향해 달려간다. 스벤에게 다가가 깨워 보지만 반응이 없었다. 아렌델이 멀지 않는 곳에 있었지. 스벤을 빨리 의원에게 데려가야 한다. 스벤을 옮겨 보려고 썰매와 스벤을 연결한 줄을 끊고 힘을 써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 스벤…”
한참을 안절부절 못하던 크리스토프는 울상이 되어서 아렌델로 헐레벌떡 뛰어간다.
*
위즐턴 왕궁, 국왕의 방. 커다란 의자에 근엄하게 앉아 아래로 눈을 깔고 있는 국왕의 시선에는 녹초가 되어 무릎을 꿇고 있는 왕자 필립이 있었다.
“기가 막히는구나.”
고개를 푹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왕자.
혼란스러운 마음에 몰래 태자궁을 밤에 빠져나갔지만 평생을 구중궁궐 속에서만 살아온 필립의 머릿속에 도피처라고 떠오른 장소라는 곳이 고작 그저 충직하게 그 동안 자신을 위해 일해왔던 하인들 중 하나의 숙소였다. 그마저도 성문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는 곳이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왕자가 없어졌다는 보고가 왕에게 들어가기도 전에 왕자가 발견되었고 이 헛웃음 나는 탈출극은 한 말단 병사에 의해 국왕의 귀에 전달되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구나.”
필립의 귀가 번쩍 뜨인다. 드디어 아버지께서 생각을 바꾸신 건가? 아렌델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까?
“난 그저 너를 아렌델로 보낸다고 으름장을 놓은 후, 네가 안 가겠다고 보채면 져주는 척 하면서 명을 물릴 생각이었다.”
뭔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 나약한 녀석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당장이라도 아렌델에 다녀와서 사람 구실이나 할 수 있게 되면 좋겠구나.”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인 왕자의 마음 속은 마치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
*
“괜찮은 건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지금 당신 벌써 여섯 번째 물어보고 있다고요!”
크리스토프는 그저 스벤을 진찰하는 의사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었다. 행여나 스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크리스토프에게 스벤은 그냥 짐꾼 순록이 아니었다. 이십 년 가까이 함께 해온 둘도 없는 친구였다. 얼어붙어 가던 안나 공주를 구하러 달려가던 와중에도 스벤이 물에 빠지자 다시 물 위로 올라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크리스토프였다.
“다 됐습니다.”
“네, 네! 스벤이 지금 어디가 아픈 건가요? 고칠 수 있는 건가요?”
정적을 깨는 의사의 한 마디에 크리스토프는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 되었다.
“병에 든 것은 아니군요.”
병에 든 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설마… 갑자기 엄청난 불안감이 크리스토프에게로 엄습해 왔다.
“아렌델 공식 얼음 판매 배달 책임자님께는 굉장히 유감스러운 소식이겠습니다만, 이 친구 이제 수명이 다했어요.”
마치 프라이팬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크리스토프는 그 자리에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날이 오늘이 될 줄이야. 오늘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순록의 수명은 20년 전후라고 들었다. 사실 2년 전에 안나 공주를 구하러 협곡을 질주할 때도 스벤은 굉장히 나이든 순록이었을 터이다. 크리스토프는 스벤이 아픈 줄도 헤아리지 못하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음 썰매를 끌게 한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불러 오겠습니다.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곳이 숲 속 길바닥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말을 마친 후 아렌델로 향하는 의사의 뒷모습을 뒤로한 채, 크리스토프는 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진 스벤을 천천히 쓰다듬고 있다.
https://gall.dcinside.com/frozen/1514033 6편
--------------------------------------------------------------------------------------------------------------------------
이전 이야기에서 한스가 서던 제도 남부 섬 초소를 차례차례 각개격파하는 모습은, 삼국지에서 육손이 관우가 지키던 형주를 함락시키는 데서 모티브를 따옴.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