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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는 주인공들의 유리상자가 깨지는 회차.txt

ㅇㅇ(112.151) 2015.01.20 09:59:34
조회 4212 추천 143 댓글 29
														

****긴글주의/찻내주의****


1. 13회는 아빠곰 엄마곰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회차였음.


우선 명희. 22년간 문식의 곁에서 손 놓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명희는 제 의지로 그런 것이 아니었음.

문식이 주는 약.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친구와 남편의 죽음에 의문을 표할 시간도 없었음.

아마도 22년간 그녀가 깨어있던 시간을 모두 합치면

그녀가 반신불수의 몸과 딸아이를 잃은 현실을 깨닫고 아파할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루아침에 다리와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잃은, 거의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현실을 인정할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어떠한 생각과 행동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정후엄마. 중학생 정후가 엄마를 찾아내어 놀이터에 나타났을 때,

정후엄마의 품에는 곰인형 3개가 들어있었음. 정후가 엄마 앞에 나타남과 동시에 곰인형 3개가 땅에 떨어짐.

정후의 존재 자체가 또 다른 가족에게는 가족의 붕괴를 뜻하는 것이였음.

곰인형 3개가 떨어지는 것, 가족의 붕괴, 그것을 누구보다 인생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정후임. 

겉으로는 시니컬하고 불량해보이지만 어릴 적부터 혼자가 된 덕에 누구보다 일찍 철 들었을 정후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 엄마 못 울게 하라는 말과 함께 시원스럽게 엄마의 곁을 떠남.

정후엄마의 재가 후 남편과의 만남, 그리고 정후의 존재가 또다른 가족에게는 가족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것.

이것이 정후엄마에게 무언가 정당성을 주었달까.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욕할 수 없고, 무언가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었달까.


그리고 싸부. 아빠곰 친구. 나는 아기곰 두마리를 지킬거야.

싸부는 애초에 죽을 생각이 아니었음. 조민자가 정후에게 말한 것처럼 그는 남과는 다른 기지가 있는 사람임.

그의 기지로 경찰에 둘러댄 뒤 그저 납치당한 피해자로 경찰서를 빠져나올 생각이었음.

하지만 그는 자신이 독을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아기곰 두마리를 지키고 사라져감.

동시에 정후를 향한 경찰들의 시선을, 김문식 쪽으로 돌리면서.

정후가 온전히 서정후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후와 영신이 온전한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아빠곰들이 남긴 추악한 세상에서 더 이상 아파하고 고통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그들을 지켜주고 떠남.

하지만 그가 죽었다고 해서 죽음을 마주한 그의 심정이 아프고 고통스럽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함.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35년전 친구들을 대신해 희생했던 것처럼 그가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을거라고 생각함.

그럼에도 너무나도 아픈 까닭은, 이 사실을 알게 된 정후의 심정이 어떨지.. 예상이 되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동시에 이런 멋진 남자에게서 인생을 배운 정후는 또 얼마나 멋진 놈일지.

이런 멋진 싸부에게서 인생을 배운 정후는 또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아갈지.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음.


그리고 이런 아빠곰 엄마곰들을 곁에 두고 있는 정후가 굉장히 부러워졌달까.

그를 위해 38시간동안 잠도 안자고 버틸 정도로 정후를 생각하는 조민자와,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싸부, 그를 사랑해주는 엄마와, 그를 사랑해줄 명희.

이 아기곰이 어떻게 어른곰이 될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을지 궁금하고 또 궁금하지만

걱정되지 않는 이유는 이 아기곰이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쓴 리뷰 중 정후와 문식이는 상극임.txt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ealer&no=6358&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상극)

에서도 말했다시피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게 아닐까.


2. 그리고 13회는 문식이의 유리잔이 깨졌던 것처럼 주인공들의 유리상자가 깨지는 회차였음.


영신으로부터 정후를 숨기던 '박봉수'라는 유리상자가 깨졌고,

우리 형 그정돈 아냐 하던 문호의 문식이를 향한 '신뢰'가 깨졌고,

문식이가 그의 어둡고 더러운 속내를 숨겨오던 유리상자가 깨졌고,

문식과 명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영신의 과거에 대한 유리상자가 깨졌고,

늘 잠만 자던 명희를 과거 속에 가둬놓은 그녀의 유리상자 또한 깨졌음.


숲 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유리상자 속에 들어있던 주인공들의 내면이 깨어났달까.

 

힐러의 정체와 그의 아픔을 알게 된 영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형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문호가 정후처럼 자신을 내던지면서까지 진실에 다가설지,

곰곰히 생각을 시작한 명희의 머릿속에서 어떤 기억이 떠오를지,

명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영신에게 과거는 어떤식으로 다가올지,

정후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분노는 어떻게 표출되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이 모든 것들이 궁금해지고 기대되게끔 만드는 회차였음.


늘 자신을 내던지지 않고 다치지 않을만큼만 진실에 다가서던 문호의 행동은 어떻게 변화할지,

채영신이라는 이름 하나로 분노를 삭이던 정후에게 채영신이라는 이름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명희와 영신의 만남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싸부의 죽음으로 김문식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경찰의 수사는 어떤 역할을 할지,

아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정후는... 누구의 품에서 울 수 있을지.


어제의 정후가 더 아프고, 슬퍼 보였던 이유는, 그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기 때문임.

눈물을 흘리지 않아서 더 아프고 슬퍼보였다니 무슨 말인가 하면,

엄마에게 울지마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의 눈은 더 슬프게 울고 있는데

그 슬픔을 눈물로 표출하지 않고 그저 눈에 담고 있었음.

놀이터에서 홀로 그네를 타며 눈으로 울고 있고,

병원에서 깨어나 영신을 바라보며 눈으로 울고 있고,

내일 나올거지 하고 묻는 영신에게 입으로는 웃으며 말하지만 눈으로는 울고 있고..


지난 20여년 동안 감싸안아주는 사람 한명 없이

홀로 슬픔, 분노, 아픔, 고통을 감내했을 그의 인생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더욱 아프고, 더욱 슬펐음.


나를 보면 아프다는 사람이 왜이렇게 많아! 라는 그의 대사에서처럼

그를 보면 너무 아파서 떠난 많은 이들에게, 그를 보면 눈물을 쏟아내는 많은 이들에게

나도 아프다고, 나도 슬프다고, 나도 울고싶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그의 심정이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껴졌음.


슬픔을 표출하는 방법을 모르는 정후에게, 어떤 존재가 위로가 되어줄지,

그 존재의 품에서는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정후에게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이는 누구일지,

우리는 이것을 잘 알고 있고, 이 존재가 정후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으면 함.

영신의 품 안에서 슬픔을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정후가,

울어도 괜찮다는 말을 듣게 될 정후가,


그 옛날 명희로부터 울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던 문호처럼,

영신의 품 안에서 펑펑 울어주었으면 좋겠음.

더 이상 홀로 감내하지 않았으면 좋겠음.


그리고 영신도, 과거를 향한 호기심의 유리상자가 깨어져 버린 것처럼,

과거를 알게되어도 너무 아파하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그저 정후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길.

정후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길, 정후를 위로해주길. 정후를 사랑해주길. 정후의 곁에 머물러 주길.


그런 의미에서, 너네도 오스트들 지금 이어폰 끼고 들어봐

어제의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서 다시 눈물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마무리, 정후가 동쪽을 골랐듯이, 이들에게 찬란한 태양이 얼른 떠서

정후와 영신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거둬주길.. 오늘이 화요일이라 정말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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