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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은씨 형제 이야기(1) - 이모, 그리고 매실주(상)

나무(112.154) 2012.06.26 23:21:58
조회 2714 추천 32 댓글 11
														

지나가다 우연히 <흔한 형제 시리즈>와 <호동이의 일기>를 보았는데...... 정말 으하하하 웃었다는.

아아, 이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라니! (>.<)

덕분에 필(!) 받아서 4형제를 소재로 시나리오랄까, 극본이랄까, 쓰고 말았다는.

엉엉. 다시는 갤질 안 하려고 했는데. (ㅠ.ㅠ)


다만 설정이 조금 다른데,

아버지는 <더킹>에 나왔던 그대로 왕실 비서실장 은규태로,

그런데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아서 큰형이 독립하자 동생들이 줄줄이 따라 나와서 졸지에 시경이 소년가장(;;)이 된 설정.

그리고 어머니는 아주 다정한 분이셨는데, 막내 호동이 낳다가 잘못되어서 돌아가셨다는 설정.


하하. 쓰고 보니 많이 쑥스럽다오.

그냥 편하게 읽어 주시고, 혹시 문제가 된다면 펑하겠소. (도도도도도..........)














# 시경의 집 앞

<멈칫.

초인종을 누르려던 시경이 잠시 멈칫, 손을 멈춘다.>


시경 : (흘낏 시계 보는) 12시 15분.......


<이때쯤이면....... 잘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비로소 드는 시경.

잠시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포기하고 조용히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른다.>





# 집 안(거실)

<띠띠띠띠띠.

경쾌한 버튼 소리가 울리고, 살그머니 문이 열린다.>


시경 :(빼꼼히 고개 내밀어 잠시 안을 살피는. 곧 피식, 가볍게 웃는다.)


<역시나, 예상대로 불만 환하게 켜 놓은 채 여기저기서 널브러져 잠들어 있는 동생들.

호동은 거실 탁자에 일기장을 펼쳐 놓은 채 엎드려 자고 있고,

납득은 소파에 길게 누워서는 리모컨으로 배를 벅벅 긁으며 자고 있다.

활짝 열어 놓은 방문 안쪽으로는 온갖 자료들에 파묻혀 잠꼬대하고 있는 병건이 보인다.

누구 하나 제대로 이불을 갖춰 잠자리에 든 사람이 없다.>


시경 : (미소) 이 녀석들, 단체로 감기 들려고.


<안으로 들어선 시경,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친 뒤, 영차 하면서 호동을 안는다.>





# 시경과 호동의 방.

<시경이 폭신폭신한 이불을 깔고 호동을 눕힌다.>


호동 : (꿈결인 듯 뒤척이며) 으응, 큰형아. 나, 뽀로로......

시경 : (귀여운. 호동의 통통한 복숭아빛 뺨에 살짝 입 맞추며) 그래, 주말에 마트 가자.





# 납득과 병건의 방

<시경, 자료들을 한쪽으로 쭉 밀고 이부자리를 깐 뒤, 병건을 끌어와 이불을 덮어 준다.>


병건 : 으음, 그러니까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 루의 소설이 원작이고,

          그 소설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붙이고, 해럴드 프린스가 연출을 맡아서......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처음으로 초연이 올라간 뮤지컬로.......

          주연인 팬텀 역은 마이클 크로포드가, 크리스틴 역은 사라 브라이트만이 캐스팅.......

          당시 두 사람은 <오페라의 유령>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 최고의 찬사를......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계속 다다다다 떠드는 병건. 보다가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는 시경.>


시경 : 너는 늘, 뭐가 그렇게 급한 거냐? 적당히 해도...... 괜찮아.

병건 : (시경의 쓰다듬는 손길이 편안한지 다시 조용해지며 새근새근 잠이 드는.)


<시경, 천천히 일어나 한쪽에 있는 납득의 침대에서 체크무늬 이불을 걷어내 밖으로 나간다.>





# 거실

<시경, 소파로 다가가 걷어 온 이불을 납득에게 덮어 주는데,

휘르륵, 기다렸다는 듯 이불을 도르르 휘어 감으면서 잠꼬대하는 납득.>


납득 : 아, 이 븅신, 그게 키스냐? 키스냐고. 키스는 뱀처럼 스르르르......

시경 : (보다가 콩! 납득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납득 : (잠결에) 뭐, 뭐? 내가 뭐? (머리 마구 부비면서) 아, 븅신, 연애도 못 해 본 게.......


<피식 웃는 시경. 거실을 돌아보는데, 휴우- 한숨이 나온다.

호동이 그림책부터, 노트, 크레파스, 먹다 남은 과자, 뒤집힌 양말, 옷가지들..... 쓰레기통이 따로 없다.

넥타이 매듭을 잡아 느슨하게 맨 시경이 차곡차곡 그림책부터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E : 궁상떨지 말고 씻기나 해라. 치우는 건 늘어놓은 놈들 시키고.


<퍼뜩 고개를 든 시경, 반가운 얼굴을 한다.>


시경 : 이모!


<문 앞에 화사한 차림의 막내이모가 서 있다.

화려한 미색 투피스에 금발 가발까지 완전히 세트로 화사하다.>


시경 : 언제 오셨어요?

이모 : 조금 전부터. 마침 너 들어가는 거 보고 따라 들어왔는데,

          네놈이 동생들 챙기느라 나는 있는지도 모르더라.

시경 : 아...... (살짝 미안한)

이모 : (샐쭉 보며) 그나저나 너, 애들 차별하더라?

시경 : ......예?

이모 : 호동이는 뽀뽀해 주고, 병건이는 쓰다듬어 주면서, 납득이는 왜 꿀밤이냐?

시경 : (눈 똥그래져서 보다가 갑자기 장난스럽게) 그럼, 이모님은 안아 드릴까요?

이모 : (입 딱 벌리는) 이야, 은시경이, 궁궐 물이 좋기는 한가 보다. 그런 농담도 다 할 줄 알고.

          아이고, 이놈 이제 다 컸네. 아이고, 키운 보람이 느껴진다. 궁뎅이 팡팡이라도 해 주까?

시경 : (그냥 웃는)

이모 : (미소) 씻고 와라. 좀 피곤해 보인다.

시경 : (얌전하게 대답하는) 네......




# 욕실

<손 씻으며 거울 보는 시경. 이모의 말대로 조금 피곤하고 지친 얼굴이다.>


시경 : 후우......


<한숨 내쉬다가, 곧 정신 차리라는 듯 힘껏 머리 흔드는 시경.>




#거실

<딱딱한 정장 벗고 편한 셔츠 차림이 된 시경, 욕실에서 나온다.

갓 목욕한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난다.

사내답게 수건으로 툭툭 젖은 머리 털면서 닦아 내는 시경.

탁자 앞에 앉은 이모가 물끄러미 그런 시경을 본다. 거실은 그새 깨끗이 치워졌다.>


시경 : (둘러보고 미안한) 제가 치워도 되는데.......

이모 : 됐네요. 내가 요리는 못해도 청소는 잘하잖냐. 청결의 여. 왕.

시경 : ......

이모 : 이리 와서 차나 한잔 해. 너 좋아하는 차로 준비했다.


<탁자 내려다보는 시경. 우아한 우윳빛 찻잔에서 따끈한 김이 오르고 있다.>


시경 : 매실차......

이모 : 피로 회복과 정력 증강에는 최고지. (엄지 들어 보이는)

시경 :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이모 맞은편에 앉은 시경, 가만히 찻잔을 끌어다 굉장히 아깝다는 듯,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신다.

이모, 왠지 쓸쓸하고 애잔한 눈으로 그런 시경 바라보는.>


시경 : (고개 들며) 아, 그런데, 뭐 좋은 일 있으셨어요? 연락도 없이 들르시게.

이모 : ......있지. 아주 좋~~은 일.

시경 : ......?

이모 : (툭 던지듯) 오늘 드디어 내가 자유를 찾았다는 거 아니냐.

시경 : 예.......?

이모 : 자유야. 난 이제 솔로야. 빌어먹을, 내 백만스물세 번째 애인, 집 나갔다.

시경 : ......!

이모 : 새 애인 생겼단다. 아주 이~쁘고 아담한 여자라나. 나 같은 건 이제 싫대.

         짐 챙겨서 오늘 아침 휑하니 떠나 버렸다. 일회용 면도기까지 아주 알뜰하게 챙겨 갔어, 야.  

         미친 놈, 지가 어디 가서 나처럼 참하고 착한 애인 얻는다고. 에라이, 나도 아주 시원하다. 

         이제부턴 자유연애 펑펑하며 아주 잘 살 거다! 아유, 자유다, 자유~~!!!


<물끄러미 보는 시경. 말은 그렇지만 이모의 목소리에 담긴 서글픈 물기를 모를 리 없다.

지나치게 화사한 복장이 오히려 더 이모의 휑하고 쓸쓸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


시경 : 한잔..... 하실래요?

이모 : 하고 있잖아.

시경 : 차 말고, 술요. 창고에 작년에 담가 둔 매실주 있을 거예요.

이모 : 야아, 요 자린고비 녀석. 암만 찾아도 없더니. 꼭꼭 숨겨 두고 혼자만 먹으려고 했구나?

시경 : (미소) 가져올게요. (일어선다.)





#베란다 안쪽 창고

<시경,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들 사이에서 매실주를 찾다가 한곳에 시선 멈춘다.

투명한 유리병에 첫눈에도 오래돼 보이는 매실주가 담겨 있다.

가만히 손을 뻗어 매실주 병을 만져 보는 시경.>





# 거실

<이모, 흥얼흥얼 노래 부르고 있고. 매실주와 술잔 들고 오는 시경.

시경이 따라 주는 잔을 홀짝 마시다가 갑자기 눈 크게 뜨는 이모.>


이모 : 어머, 어머. 이거 너무 맛있다. 입에 착착 감기는데?

시경 : .......

이모 : (다시 홀짝) 1, 2년 된 술이 아닌데? 맛이 아주 깊네, 깊어.

시경 : 호동이 태어나던 해...... 담갔던 술이에요.

이모 : ......!

시경 : 이게...... 아직도 남아 있었네요.

이모 : .......

시경 : (싱긋 웃는) 다 드셔도 돼요, 이모.


<이모, 물끄러미 투명한 술잔에 담긴 황금빛 액체를 들여다본다.

가만히 바라보는 시경. 잠시 조용히 침묵이 흐른다.>


이모 : 시경아......

시경 : (보는)

이모 : 넌...... 이모가 부끄럽지 않니?

시경 : .......예?

이모 : 솔직히 웃기잖아, 이런 거.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몸매는 남자인데 치장은 여자.

         팔뚝은 이렇게 굵은데 레이스나 입고, 근육 불끈한 다리에는 망사 스타킹. 거기다 치마까지.

         어울릴 리가 없지. 아무리 덕지덕지 화장을 쳐발라도, 진짜 이쁜 여자들에게 댈 수나 있나.

         그래서 툭하면 한 달에 한 번 꼴로 남자에게 버림받는, 이런 웃기는 트랜스젠더, 부끄럽지 않냐고.

시경 : 이모......

이모 : (뭔가 아득한 생각에 잠겨서) 그때도, 너는......




 

# 육사 사무실(회상)

<곧고 반듯한 자세로 서 있는 시경.

딱딱한 육사 제복을 입고 있지만 얼굴은 소년처럼 보송보송한.

갓 스물도 넘지 않은 신입생 시절이다.

그 앞에서 무뚝뚝한 얼굴로 차갑게 말하고 있는 선도부 장교.>


장교 : 그래, 다시 한번 말해 보게, 은시경 생도. 뭐, 라, 고?




# 거실 (현실)

<이모. 생각에 잠겨 물끄러미 시경 바라보는.>


이모: 너, 그때 왜 그랬니?

시경 : ......예?


- 제 이모님이십니다.


이모 : 그때, 육사 축제 때, 그때........


- 제 이모님이십니다.

 

시경 : 무슨.......?

이모 : 너 육사 들어간 첫 해, 화랑제 축제 말이다. 내가 너 찾아갔었던.

시경 : 아...... (생각나는) 그냥, 저희 축제 구경 오신 거잖아요. 그게 뭐 어때서요.

이모 : 그래, 맞지. 우리 예쁜 시경이, 육사 들어가서 처음 맞는 축제라니까 내가 괜히 들떠서,

         분명 저 숙맥 같은 놈, 파트너도 없이 혼자 빌빌댈 테니까, 나라도 가서 놀아 줘야지, 그런 가벼운 마음에.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덤벙덤벙, 이 꼬라지를 하고 놀러 갔었지........

시경 : 이모.

이모 : 아냐, 아냐. 사실은........ (자조적인) 젊은 사내들만 우글거린다는 육사, 너무 보고 싶었어.

          엄청나게 궁금하잖아. 얼마나 근사할까 싶은 게. 그렇게 그냥, 내 욕심이 넘쳐서. 그런데.......



 

#육사 운동장 (회상)

<흘끔흘끔, 쳐다보는 사람들.

젊은 생도들, 꽃 같은 젊은 아가씨들 사이에서 지극히 이질적인 분위기의 이모.

지나치게 화사하고, 지나치게 우람하고, 지나치게 눈에 띄는.

그래도 이모, 꼿꼿하게 금발 머리 휘날리며 걸어가는데,

수군수군대는 사람들 쫙 갈라지면서, 팔에 선도부 완장을 찬 건장한 생도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다짜고짜 이모를 양쪽으로 포위하듯 잡는.

이모, 뭐라뭐라 항의하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걸음 옮긴다.>




# 육사 학생회관

<임시로 축제 상황 본부가 설치된 학생회관.

여기저기서 진행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학생들도 들락날락한다.

그 와중에 내팽개쳐지듯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혀지는 이모.>


이모 : 아, 진짜 왜 이래요. 나, 조카 보러 온 거예요. 우리 조카, 여기 학생이라고요!

선도부1 : 60년이 넘는 전통의 우리 육군사관학교는 예전부터 학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에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모 : 그래, 그래, 다 알겠는데, 난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품위를 떨어뜨린 적도 없,

선도부2 : 그런 이상한 복장부터가! 우리 육사를 우습게 알고 품위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이모 :(뭐 이런 꽉 막힌 사람들이 있나 싶어서 보는데)

<안쪽에 있는 사무실 문이 열리고 선도부 장교가 나온다.>


장교 : 무슨 일이야? (다가오다가 이모를 보자 대번에 불쾌한) 뭐야, 이 이상한 종자는?

이모 :(확 노려보는)


<선도부가 상황을 설명한다.>


장교 : (눈살 찌푸리며) 그러니까, 우리 육사 생도의 가족이시다?




 

# 운동장

<선배와 친구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시경.>





# 학생회관

<경멸하는 시선에 지지 않겠다는 듯 꼿꼿하게 맞서고 있는 이모.>


이모 :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초대 받아서 왔다고요. 내 조카한데!


<이때 와르르 웃음소리 들리며 선배와 친구들에 둘러싸여 들어오는 시경.

모두들 싱글거리며 시경을 놀리느라 바쁘다.>


선배1 : 야, 진짜라니까. 진짜 내 여동생 이뻐.

시경 : (얼굴 빨개져서) 괜찮습니다.

선배1 : 괜찮기는. 어차피 너, 오늘 파트너도 없잖아. 소개 시켜 준다니까. 찐~하게 연애 한번 해 봐.

시경 : (당황) 선배님, 전, 아직 연애는......

선배2 : 야야, 그럼 내 동생은 어때? 내 얼굴 보면 답 나오지? 저 녀석 동생보다 백~배는 예뻐.

           이따 점심 지나서 친구들이랑 함께 온다고 했는데, 그때 한번 보라니까.

친구1 : (끼어들며) 아니, 진짜, 선배님들 이러시깁니까? 시경이만 후배고, 전, 뭐, 후칩니까.

           다들 시경이만 소개팅 시켜 주고. (뿌루퉁) 모르셔서 그렇지, 이 녀석, 얼마나 꽉 막히고 답답한데요.

           아주 그냥 이마에 바른 생활, 교과서, 써 붙이고 다니는 놈이라니까요.

선배3 : 응, 알지. 국가대표급 답답이인 거. 그런데...... 그게 이뻐. (시경의 뺨 쭈욱 잡아당기는)

           아유, 진짜, 이 피부는, 그렇게 허구한 날 뙤약볕에서 완전군장으로 구보를 도는데도 어찌 이리 뽀얄까.

           너, 차라리 여장하고 내 파트너 할래?

시경 : 선배님!

선배3 : 으하하, 이 녀석, 귀 빨개진 거 봐.

선배2 : (낄낄대며) 야, 시경이 화나면 무서워. 고만 해라.

친구2 : 맞는 말이지 말입니다. 얌전한 녀석이 어쩌다 화내면 찬바람이 쌩쌩.

친구1 : 평소 뭐든지 잘 참는 녀석이라, 진짜 화나면..... (오들오들 떠는 흉내) 어휴, 무섭습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드드드, 다리가 후들후들, 가슴이 할랑할랑~.


<손가락을 배배 꼬며 과장된 몸짓 해 보이는 친구1. 와하하 다시 터지는 웃음.

그냥 보기에도 선배와 친구들이 시경을 몹시 아끼고 사랑하는 티가 난다.

어색해하면서도 시경도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가 그다지 싫지 않다.

이모,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확 고개를 돌려 버린다.>


이모 : (질끈, 입술 깨무는데)


<그때야 비로소 구석에 있는 이모를 보는 시경.>


시경 : (눈 둥그레져서) 이......모......???



 



# 거실 (현실)

<생각에 잠겨 시경 바라보고 있는 이모.>


이모 : 잘못 왔구나...... 그 생각부터 들었지. 내가 올 곳이 아닌데 왔구나......

         우리 시경이, 저렇게 사랑받고 있는데, 저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내가 다 망치겠구나......

시경 : 이모......

이모 : (홀짝 술 마시는) 나는 가끔, 언니나 니들이 날 너무 편하게 대해서 오해할 때가 있어.

         나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도 그냥 다 똑같은 사람이다, 아무것도 부끄러울 게 없다.......

         실제로는....... 모든 사람들이 다 경멸하는 호모 새끼에 불과하면서.

시경 : 이모! 절대 그런,

이모 : 너, 그때...... 퇴학당할 수도 있었어.

시경 : .......

이모 : 나 때문에.......





# 육사 (회상)

<시경, 놀라 이모에게 다가가고, 친구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오는.

이모,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고개 돌린 채 쳐다보지도 않는다.>


장교 : (차가운) 뭔가? 은시경 생도.

시경 : 아, 저, 무슨......?

장교 : 이 중요한 축제날, 우리 육사의 명예를 까내리고 있는 잡범을 훈육하고 있는 중이네만.


<시경, 보는데. 이모, 여전히 죽어라 외면하고 있는.>


시경 : (목소리 떨리는) 이분이..... 무슨 잘못이라도.......

장교 : 잘못? 눈앞에서 보면서도 모르겠나, 은시경 생도. 이런 존.재. 자체가 잘못이다.

         사내 주제에 변태처럼 치렁치렁 여자 옷을 입고. 저런 천박한 화장까지.

         이 거룩한 육사에 감히 저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 자체가 이미 죄란 말이다.

시경 : (주먹 꽉 쥐는)

장교 : 그런데, 은시경 생도, 태도가 이상하군. (턱짓으로 이모 가리키며) 무슨 관계라도 있나?


<확 놀라서 시경 보는 이모. 시경의 맑은 눈동자가 똑바로 이모를 보고 있다.>


이모 : (자기도 모르게 침 꿀꺽 삼키는)

시경 : (천천히) 제...... 이,

이모 : (재빨리) 아이, 정말. 재미없고 지루해서 이 짓도 더 못하겠네.

시경 : .......

이모 : 아저씨, 그래, 그래, 내가 다 잘못했어. 그냥 육사 축제라니까 궁금해서 와 봤다.

          나 같은 변태들도 가끔씩은 싱싱한 남자애들, 맨눈으로 보고 싶거든.

          그게 그렇게 죽을 일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장교에게 다가가 뺨 살짝 쓸며) 멋지게 생긴 아저씨가 되게 딱딱하게 구네.

장교 : 이 자식이! (불쾌하다는 듯 확 밀치는)

이모 : (떠밀리며) 어머, 진짜 한 성깔 하시네. 그래요, 갈게, 가면 되잖아.

          이 대~단하신 축제, 더는 안 망치고 조용히 물러가겠다고요. (일어나는)


<이모,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서 살랑살랑 문 쪽으로 다가간다.

태연한 듯 행동하지만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똑바로 보고 있는 시경.>


장교 : (싸늘하게) 이봐. 여기에 조카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퍼뜩 걸음 멈추는 이모.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장교 : (피식) 조금 전까지 그 대단한 조카 자랑하더니,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리지?

이모 : (확 돌아서서 부러 간드러지게) 어머, 그걸 믿었어? 자꾸 나보고 나가라니까 둘러 댄 건데.

          아무렴 나 같은 것한테 육사 다니는 조카가 있겠어? 아저씨, 머리 진짜 나쁜가 보다.

장교 : (이글이글 보다가) 조금 전에 이 자식, 방문증 압수했지?

선도부2 : 예! 여기 있습니다.

이모 : (확 보는)

장교 : (싸늘하게 웃으며) 생도 기록부와 대조해 봐. 주소든, 이름이든, 비슷한 놈 찾아.

          얼마나 대단하신 조카인지 얼굴 좀 보게. 아주 제대로 징계 먹여 주지.

이모 : 내놔요! (갑자기 선도부에게 달려든다.)


<선도부, 팔 휙 들어 방문증 위로 올리고, 어떻게든 빼앗으려고 하는 이모.

하지만 그럴수록 더 빙글빙글 놀리는 선도부, 아예 이모를 갖고 노는 분위기인데.

보던 시경, 천천히 앞으로 나선다.>


시경 : (선도부 팔 꽉 잡는)


<잡힌 팔에 놀라서 시경 돌아보는 선도부. 장교도 눈살 찌푸리며 시경을 본다.>


장교 : 뭔가?

시경 : .......접니다.

장교 : 뭐?

시경 : 조카, 저라고요.



 


# 거실 (현실)

이모 : (피식 웃는) 바보 같으니. 거기서 그렇게 직구를 날리는 녀석이 어디 있어.

시경 : .......

이모 : 내가 뭐 때문에 그 지랄을 했는데. 하여튼 너는, 눈치 없기로 천하제일이야.




 

# 장교 사무실 (회상)

<곧고 반듯한 자세로 서 있는 시경.

딱딱한 육사 제복을 입고 있지만 얼굴은 소년처럼 보송보송한.

갓 스물도 넘지 않은 신입생 시절이다. 앞서 나온 회상 씬과 같은 장면.

그 앞에서 무뚝뚝한 얼굴로 차갑게 말하고 있는 선도부 장교도 같다.

다만 창문 너머로 안절부절못하며 보고 있는 이모, 그 옆에 당황해 있는 친구들이 보인다.>


장교 : 그래, 다시 한번 말해 보게, 은시경 생도. 뭐, 라, 고?

시경 : .......조카입니다, 제가.

장교 : 하, 나참. 살다 살다...... (책상 쾅 내리치는) 은시경 생도, 자네는 우리 육사의 교훈이 뭔지 아나?

시경 : (침착하게 곧바로) 지, 인, 용입니다.

장교 : 그래, 지(智), 사리를 판단하고 분별하는 능력! 군인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

         그런데, 저런 사내도 계집도 아닌 변태를! 감히, 신성한 학교에 오게 해?

         그래 놓고 뭐, 당당하게 조카? 자네가 지금 사리를 판단하는 능력이 제대로 박혀 있는 건가!

시경 : 거짓말 할 이유......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교 : 은시경 생도! 우리 육사의 화랑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언제나 닫혀 있던 육사가 문을 활짝 열고 외부인들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시기이며,

          그런 만큼 더욱더 육사의 빛나는 정신과 바른 품행을 보여 줘야 하는 중요한 장이란 말이다.

          반듯하고 절제 있는 모습을 보여 줘도 모자랄 판에, 저런 변태를 초대해서! 학교 얼굴에 먹칠을 해?!

시경 : 초대한 적...... 없습니다.

<장교, 보다가 그제야 맘에 든다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장교 : 하, 그렇지? 역시 그런 거지?

시경 : 이모님이....... 저희 축제에 오고 싶어 하신다는 생각, 추호도 못 했으니까요.

          알았다면, 먼저 초대도 하고....... 마중도 나갔을 겁니다. 저렇게 혼자 오다 봉변을 당하게 하지는 않,

장교 : 은시경 생도!

시경 : 봉변을....... 당하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장교 : (이글이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군? 헌데, 그거는 알고 있나? 은시경 생도.

         품행에 문제가 있는 생도는 진급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퇴학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거.

시경 : ......!

장교 : 저런 변태 가까이에서 대체 자네가 뭘 배웠고, 또 자네의 정신 상태는 괜찮은지 심히 의심스럽군.

         학생윤리위원회에 자네 자격 심사를 회부할 수도 있어. 아니, 바로 회부하겠어.

         그러면......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불명예스럽게 퇴학을 당할 수도 있지.

시경 : .......

장교 : 왜? 안 믿기나?

시경 : 저는.......

장교 : 바로 작년에도 모친의 술집 운영 때문에 퇴학당한 생도가 있었지. 아, 자퇴였던가.

시경 : (입술 꽉 깨무는)

장교 : 퇴학이든, 자퇴든, 일단 학생윤리위원회에 찍히면, 어차피 학교에서 오래 못 버텨.

          그러니 이제부터 잘 생각하고 대답하도록, 은시경 생도. 따라와!





#사무실 밖 복도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이모와 친구들, 쾅 열리는 문에 기겁해서 물러난다.

거칠게 문 확 열고 나오는 장교. 그 뒤 조용히 따라 나오는 시경.

장교, 여전히 경멸하는 눈빛으로 이모 보다가>


장교 : 자, 그럼 다시 묻겠다. 은시경 생도.

시경 : .......

장교 : 저 변태를 우리 화랑제 축제에 초대했나, 안 했나?

시경 : (확 보는) 그 대답은 이미 했,

장교 : 예, 아니오로 답한다. 은시경 생도. 초대했나, 안 했나?

시경 : (입술 깨무는)


<가만히 보고 있는 이모. 시경이 뭐라고 답할지 마음 졸이고 있는.

시경, 예, 아니오로 묻는 장교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장교 : 예, 아니오로 거짓 없이 답한다, 은시경 생도. 초대했나, 안 했나?

시경 : 그 질문은,

장교 : 예, 아니오로 답한다! 초대했나, 안 했나? 했나, 안 했나!!!

시경 : (와락) 안 했습니다!

이모 : .......!

시경 : 초대...... 안 했습니다.


<상처 입은 표정이 되는 이모.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기를 감싸 주기를 바랐던.

시경, 주먹을 꼭 쥔 채 앞만 바라보고 있다.>


장교 : 그럼 이 사람은 모르는 거지? 은시경 생도.

시경 : .......!

장교 : 은시경 생도, 생각 똑바로 하고 대답해. 아는 사람인가?

시경 : .......

장교 : 만약 아는 사이라면, 신성해야 할 화랑제에 감히 풍속을 어지럽히고 문란하게 만든 잘못,

         감당해야 할 거야. 학생윤리위원회에 자네의 학생 자격 심사를 묻겠네.

         만약 모른다면, 그래, 잠시 착각한 것으로 넘어가면 되겠지.

         그리고 우리 육사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 저쪽도 조용히 보내 주지.

         그러니, 다시 묻겠네, 은시경 생도. 저 남, 여자, 아니, 변....... 저 인간, 아는 사람인가?

시경 : .......

장교 : 아나, 모르나?

시경 : .......

장교 : 아나, 모르나!!!

시경 : 모릅니다!


<뭔가 당장 주저앉을 듯한 표정이 되는 이모, 천천히 시경 바라보는데,>













하아, 길어서 잘렸.......

그런데 자르고 보니 아주 애먼 곳에서 자른 듯. 핫핫. (^ ^;;)


아, 그리고 육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폄훼하거나 칭찬할 생각은 없다오.

저 장교도 육사 장교라서가 아니라, 그냥 저 장교 ‘개인’이 동성애자를 몹시 싫어하는 호모포비아라는 정도로 봐 주었으면.

육사 교훈이나 방침, 축제 이야기는 대충 “홈페이지 정보+상상”으로 꾸민 거라, 딴지를 건다면 철푸덕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ㅠ.ㅠ)

하하. 다음 편 올리러 도망가겠소. (도도도도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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