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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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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생을 바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마음을 먹으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도 있었지만 세상을 위하여 미래의 씨앗들을 키우는 책무를 기꺼이 짊어졌다.
그러한 삶을 살아오면서 그가 키워낸 미래의 씨앗들은 자라나 나무가 되었고, 그것들이 하나 둘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룰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키워낸 숲까지 휘말릴 정도로 거대한 불길이 찾아왔다.
겨우 불길을 진압했지만 이미 화염은 그가 길러낸 숲을 덮쳐 그가 키워낸 나무들도 거진 전부가 잿더미가 되어버린 후였다.
이에 그는 시름에 잠겼다. 자신의 일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불길이 찾아왔음에도 재가 되지 않고 더욱 꿋꿋이 자라나는 나무들이 있었다.
뿌리가 깊게 박혀 튼튼히 자라난 나무는 화염에도 타지 않고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았다.
도리어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주변의 나무들을 양분삼아 더욱 생기있게 자라날 뿐이었다.
그 때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겨울의 추위가 매서울수록 봄날의 나무의 잎이 푸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폭풍을 견뎌낸 나무가 더욱 깊게 뿌리내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그것이 하나의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재해는 나무를 더 강하게 만드는 시련이듯.
거목이 자라나기 위해서라면 필연적으로 거대한 재해도 필요한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거목이 될 수 있는 씨앗도 결국 그에 이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이것은 세상이 우러러볼 정도로 거대한 나무를 자라나게 하기 위해 준비한 재해였다.
.........
.........
"자네들은 운명을 믿나?"
텐간은 여전히 이해못할 말로 말문을 뗐다.
"텐간... 대답부터 해. 내 제자들은 왜 다 안 깨어나는 거야?"
"설명은 이미 하고 있지 않나, 나에기 군.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유심히 들어야 자네가 앞으로 어찌 행동해야할지 가늠이 갈 것이야. 그때까지 다들 정숙하고 있게나."
"들을 필요가 있나? 쿄코쨩. 너라면 이미 저 할배 어디있는지 위치 특정도 해 주지 않았어? 아닌가?"
"그럴 수 있으면 진작에 그랬겠지. 그런데 못 해.... 이상하게도."
키자쿠라는 키리기리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초고교급 탐정'이자 키리기리 가문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텐데 텐간을 아예 추적도 못했다는 뜻 아닌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미타라이도, 키리기리도, 그 자리에 모인 미래기관의 지부장들도 지금 이 상황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신세계 프로그램이 갑자기 종료되었다. 컨트롤 룸에 있는 모니터는 TV 화면 조정시간처럼 다들 무지개 무늬 영상만 내보내고 있었고,
지금 텐간이 무슨 말을 할 지는 모르지만 지부장들은 수 년 전에 은퇴한 회장이 지금 여기에 모습을 드러내니 더없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에기 군. 그리고... 친애하는 그의 제자들. 아카마츠 카에데 양. 하루카와 마키 양. 사이하라 슈이치 군. 그리고 오마 코키치 군.
만나서 반갑네."
"아까까지만 해도 우리는 마스터 모드에 있었는데... 여기 진짜 현실이에요, 쌤?"
아카마츠 일행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어 있었다.
그들은 히나타의 말대로 마스터모드로 구현한 키보가미네 학원의 식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논하고 있는 중에 무슨 손을 쓸 틈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바깥 세계로 튕겨나온 것이었다.
"자네들의 여정은 정말로 흥미롭더군. 특히 마지막 학급재판이 진심으로 인상깊었네. 흑막이 어찌 되었든 승패는 주모자에게 달려있으니
그 당시 주모자였던 시로가네 츠무기를 공략한다라... 허허허, 만약 히나타 군이 난입하지 않았어도 자네들이 승리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겠군 그래."
"아... 맞다! 저 아저씨. 뭐 하러 온 거에요. 아니 뭘 한 거에요?"
"........"
히나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도 어쩔 수 없을 걸세. 헌데 그의 반응은 나도 흥미롭구만.
아무리 모든 재능을 가진 카무쿠라 이즈루라고 한들 한 번의 실패에 적응이 안 된 모습이다라... 유념해야겠구만.
역시 키보가미네 학원에서 바란 카무쿠라 이즈루의 모습은 감정도 인격도 없는 모습인 게 이해가 가는구만.
모든 재능을 가진 존재가 그리 물렁해서야 쓰겠나."
"...웃기는 소리. 그냥 당신이 너무 역겨울 뿐이야. 그 말같지도 않는 일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거 말이야."
히나타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텐간에게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불쾌한 것 같았다.
"허면 어쩔텐가, 히나타 군.... 나도 자네에게 협박이라는 걸 할 수 있다는 걸 방금 상기시켜 주지 않았나?"
텐간의 말대로였다.
히나타조차도 지금 이 상황에서 쉽사리 개입을 할 수 없었다.
...........
...........
방금 전, 히나타는 신세계 프로그램의 회차를 강제로 종료시키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공에서 심플하게 이 일을 벌인 흑막을 찾아내서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나와."
"싹 다 박살내버리기 전에 알아서 나와."
그러자 그의 부름의 답하듯 눈앞의 허공에서 한 사람의 형체가 튀어나왔다.
"...우뿌뿌뿌. 오랜만이네?"
"에노시마?"
처음 히나타의 부름에 나타난 건 에노시마 쥰코였다.
"설마 이번에도 네가 흑막이냐?"
"우뿌뿌뿌뿌뿌뿌뿌... 카무쿠라 이즈루가 나한테 질문이라는 걸 한다고?
텐간 할배가 이런 살인게임을 단간론파가 불렀다지? 그럼 에노시마 쥰코는 단간론파에서 어떤 위치일까요?"
에노시마가 낸 수수께끼.
하지만 히나타는 단박에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모노쿠마."
"딩동댕! 이번에도 '모노쿠마' 담당은 저였답니다. 상상도 못할 반전!"
쓸데없이 발랄한 에노시마의 반응을 무시하고 생각에 잠긴 히나타.
'분명히 저 녀석은 바깥에 있어야 할텐데... '
이번에도 쉬운 문제다. 얼터 에고일 수도 있지만 지금 히나타가 느끼기로는 저건 얼터 에고가 아니었다.
"그럼 바깥의 네 몸은 어디에 있지? 에노시마."
"이래서 좋다니까. 너한테는 구질구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
그런데 내 몸이 밖에서 뭘 하고 있냐라... 글쎄? 지금까지 너무 큰 폐를 끼쳤으니 반성의 의미로 취직해서 열심히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을지도, 우뿌뿌!"
우주를 연상시키는 이 허공에서조차 그녀의 가벼움은 어딜 가지 않는다.
"아~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내 손으로 나에기네 제자들을 도와주는 일도 할 줄이야.
우뿌뿌뿌, 그래도 50번 넘게 흑막짓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고. 있지, 히나타 군. 그거 알아? 지금 저 정의의 용사 빙의한 애들도
어떤 회차에서는 주모자 역할이었거든. 그 때 기억이 되살아나면 어떻게 될까나?"
"너랑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잔챙이는 비켜."
"뭐야? 내가 잔챙이라고? 아, 오랜만에 절망적인 기분이네. 카무쿠라일 때도 히나타일 때도 튕기는 건 똑같구나?"
히나타는 치근덕대는 에노시마를 귀찮다는 듯 밀친 뒤
다시 한 번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흑막... 이 곳에 있을텐데.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지금 내 앞에 나와.
대화할 기회를 주....?"
"대화?"
히나타를 비웃으며 나타난 텐간.
이번에도 허공에 화면이 떠오르더니 그곳에 늘 나왔던 모습처럼 양 손을 깍지낀 모습만 비춰지는 상반신만 비춰지는 텐간의 모습이 비춰졌다.
"...텐간 카즈오."
"오랜만일세. 히나타 하지메 군."
"역시 당신이 흑막이었군. 뭐, 예상은 갔어. 미타라이 걔가 당신 밑에 있었다지?"
"참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말투가 너무 경박해지지 않았는가? 당당한 모습도 보기 싫은 건 아니네만
그 때 수술을 받기 전의 여린 모습도 그리워지는구만.... 허허허, 그 때 자네는 방황하는 청소년이었지. 기억나지 않나?
자네의 평범함을 경시하지 말라고 말해줬건만, 자네는 지금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일세."
텐간이 보는 히나타는 처음 카무쿠라 프로젝트를 받기 전과는 꽤나 달라져 있는 모습이었다.
"재능은 때로 저주가 되기도 한다네. 히나타 군, 자네도 그걸 알고 있지 않나?"
"........."
히나타의 입장에서는 묘하게 속을 긁는 말이었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상담 선생님."
"뭐야뭐야, 우뿌뿌뿌. 할배. 쟤한테 상담해줬어?"
텐간도, 히나타도 에노시마의 말을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끌끌끌... 그야말로 괄목상대로고, 평범한 자신을 두려워하며 벌벌 떨던 소년은 이제 없고 모든 걸 얻었다며 스스로에게 취해있는 젊은이가 내 앞에 있군 그래.
히나타 군,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은 안다네.
당장 이 상황을 풀지 않으면 나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협박일테지. 하지만... 협박은 내가 자네에게 해야 한다네. 히나타 군. 나는 자네가 전혀 두렵지 않으니 말일세."
"..............."
"그래. 자네는 카무쿠라 이즈루. 모든 재능을 얻은 가공할 존재이니만큼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갔으리라 믿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을테고 말이야.
그런데 히나타 군... 나는 이 계획을 수 년동안 준비해왔네. 그런 내가 자네를 묶어놓을 수 하나조차 생각해두지 않았을 것 같은가?"
"......"
히나타는 계속 말이 없었다. 그의 머리는 평소보다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러 세계에 정신을 나누고 이 세계에는 오래 자고 있어서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고 했지만, 텐간의 말은 전혀 허언이 아니었다.
"당신..."
"그래, 나에게는 힘이 있다네. 그리고 자네가 고맙게도 여기에 몸을 내던진 덕에 자네를 협박할 거리가 하나 있군 그래.
자네의 힘은 알고 있지만 자네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한 순간에 모두 막을 능력이 되겠는가?
지금 나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다네."
"해 봐."
히나타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텐간과의 신경전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도전을 받아서 신선한 기분이지만 텐간은 그에 대해 최소한 경계를 하고있었다.
침묵이 조금 지속될 즈음, 텐간이 잠시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다.
"나나미 치아키 양은 그쪽 세계에서 잘 지내고 있는가?"
"제대로 불러, 지금은 히나타 치아키니까."
"우뿌뿌뿌... 그새 결혼도 했대? 참 놀랍다니까. 나도 결혼식에 불러주지 그랬어!"
"...그 세계에 네가 살아있었다면 불렀겠지. 에노시마."
"어...?"
히나타가 무심히 말한 한 마디에 에노시마의 표정이 순간이지만 굳어졌다.
"방해되는군... 에노시마 양.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하세."
화면 속 텐간은 귀찮다다는 듯 손짓하자 히나타 앞의 에노시마가 바로 사라졌다.
"단 둘이 대화하자라... 목적이 있지?"
"바로 그렇다네, 히나타 군. 자네는 자네의 염원을 위해서 긴 시간을 희생해서 마침내 그 염원을 이루어냈지.
자네의 성공에 경의를 표하는 바일세. 허나 생각해보면 자네의 그 꿈을 이루어주기 위한 그 술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네. 그렇지 않은가.
나도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닐세. 그 시절 차네의 목적이 치아키의 양의 온전한 삶을 위한 희생이었다면,
이건 나의 모든 삶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천명일세. 만약 그럼에도 자네가 이 노인네의 마지막 일을 방해해겠다면....
나는 불행히도 카무쿠라 이즈루를 상대해야겠지.
물론 내가 지겠지만 내 장담컨대, 이 세계에서만큼은 자네의 소중한 사람을 한 사람 정도는 없애버릴 수 있다네."
"전능한 자네조차 죽은 자는 살려내지 못해서 그 술을 만든 것이 아니었나?"
히나타에게 있어서 이것은 꽤나 의미가 있는 협박이었다.
우선 이 텐간이라는 인간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에노시마 쥰코를 동맹으로 두고 있어. 그래서 위험하다.
"만약 내가 그럼에도 맞서겠다면?"
히나타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흠, 이야기가 조금 새는 것 같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보세.
자네의 목적은 나에기의 제자들의 정신을 되찾으러 온 것이 아닌가?"
"그래."
"그러면... 이렇게 하세. 절충안을 내놓도록 하지. 자네는 다른 세계로 말없이 여행을 떠난 녀석들을 되돌리기 위해 나에기 군의 부탁을 받고 여기로 왔네.
그래서 그 아이들의 정신은 돌려주겠네. 이건 그 아이들이 이루어낸 것도 있으니 그에 대한 치하일세.
허면 어떤가... 원래 세계의 그 아이들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테고, 이러면 자네도 손해볼 것이 없지 않은가?"
아카마츠, 사이하라, 오마, 하루카와만큼은 돌려준다는 뜻이다.
텐간은 이미 저 네 아이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도 훤히 꿰뚫고 있고, 저 조건대로라면 히나타가 아니라 나에기로서도 본디 목적은 이룬 셈이었다.
"나머지 애들은?"
"매우 안타까운 말이네만 그것만큼은 이루어줄 수 없네. 이 늙은이도 나에기 군을 끌어들일 패가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아이의 성정을 보아 아이들을 놔두고 갈 위인이 아니니 이런 절충안도 내놓은 것이야.
만약 자네가 이 절충안도 거절한다면... 나도 총력전을 각오해야겠지. 그 결과는 이미 말했고 말이야."
히나타는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한 발 물러설 때였다.
오랫동안 이 계획을 준비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신을 이곳에서 찾아서 데려가고자 하는 생각은 버리게나, 히나타 군.
그 아이들의 정신은 여기에 없으니까."
............
............
현재, 바깥 세계
"사이하라 슈이치 군, 아카마츠 카에데 양. 자네들은 참으로 훌륭하게 내가 준비한 살인게임을 극복해주었네.
참으로 훌륭해. 하지만 일이 너무 쉽게 진행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화면 속 텐간이 사이하라와 아카마츠에게 말을 걸었다.
"뭐?"
"무슨 소리야.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잘 알고 있고 말고, 자네들은 아마미 란타로 군의 희생을 시작으로 기꺼이 죽음을 무릅쓰고 마스터 모드를 가동시켜 이곳에 나올 단초를 만들지 않았는가?
이 늙은이도 본디 선생이었는지라 자네뻘 되는 아이들을 수없이 가르쳐왔는데 자네들만한 학생들은 많이 없었다네, 나에기 군 입장에서도 가르칠 맛이 났을 게야."
"할배, 노망든 티는 적당히 내고 용건이나 말해."
오마가 이죽거렸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나는 오히려 자네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네.
운 좋게 우사미가 도와주고, 운 좋게 나에기의 메시지가 전해지고, 운 좋게 마스터 모드에 아무런 방해도 없고, 운 좋게 그 살인게임에서의 시행착오의 실패의 대가가 미미했고,
또 운 좋게 이야기가 흘러갔음이 이상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원래 주모자의 정체가 그리 일찍 들통났으면, 이미 한 번 그랬듯 회차 자체를 초기화해버리면 그만이었는데 왜 그렇지 않았겠나?"
"그게 뭔 소리야!"
"우리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왔는데!"
"그러니까 하는 소리일세. 그 시로가네라는 아이가 왜 처음부터 죽었겠나? 그리고 왜 주모자가 처음부터 죽었는데도 아무 일이 없었겠는가? 내가 그렇게 하도록 했다네.
자네들이 가끔 모여 작당모의를 할 때, 자네들은 자네들 딴에는 보안을 경계해서 재밍을 펼쳤다고 생각했겠지만 한 번도 들키지 않았던 이유도? 내가 도와줬기에 그랬다네.
나에기 군의 메시지가 바로 전해져서 마스터 모드에 대한 힌트를 알게 된 것도? 내가 전하게 해줬네.
모노쿠마가 마지막에 자네들을 도와준 이유도? 내가 헤매지 않게 도와주라고 해줬네.
우사미가 자네들에게 가서 유용한 정보들을 전하게 한 이유도? 그것도 포함해서 전부 내가 해줬단 말일세."
텐간이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지고 들자 사이하라네의 의식이 멍해졌다.
솔직히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이렇게 나올 수 있던 이유도 자신들의 능력 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 텐간이 도와준 것이었다고?
"그리고 우사미가 몇 번 그런 말도 하지 않았나? 이기면 결국 지는 게임이라고. 이것도 지금 내가 할 일에 대한 암시였다네.
하지만 이해하네. 그 말만으로는 무슨 뜻인지 예상도 가지 않았을테지...
이제는 그 말의 뜻이 무슨 뜻인지 알아챌 때가 되었군,
자. 자네들의 노력, 자네들의 고군분투, 자네들의 성공... 자네들의 성공에 찬사를 보내네. 그것에 대한
그런데 말일세.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뭐....?"
점점 텐간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자신들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건 전혀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저 노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 마다 설명 못할 힘이 느껴졌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네. 모노쿠마가 자네들을 도울 때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도와주겠다. 라고 말했었지?
이렇게 자네들을 진짜로 내보내겠다는 뜻은 아니었을 걸세."
사이하라는 정말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결국 저 모노쿠마와 텐간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것이었다는 뜻이었다.
그토록 노력했는데, 그토록 탈출을 위해서 죽음까지 불사했는데, 그것이 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나?
"마지막으로 나에기 군, 자네는 나름대로 신세계 프로그램을 역추적해서 아이들의 정신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아무 의미가 없네.
아마 히나타 군도 그 진실을 알고 있기에 지금 저렇게 유구무언일 것이야."
"뭐? 히나타 군. 그게 사실이야?"
아까부터 듣고만 있던 나에기가 히나타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건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야, 나에기... 물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그건 또 무슨 뜻..."
"자, 자네들은 절대 이 땅 위에서 나에기 군의 제자들을 되찾을 수 없을 걸세."
텐간의 말에 무나카타도, 지부장들도, 사이하라도 나에기도 정신을 집중했다.
"왜냐하면 말일세...."
그 말이 끝나자 텐간의 얼굴을 출력하던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뭐야... 영상이 나간건가...?"
키자쿠라가 말했다.
"....아니야, 저거.. 별?"
"푸흡...."
의자에 묶여서 조용히 듣고 있던 미타라이.
그는 텐간이 무슨 말을 할 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역시! 역시! 당신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어!"
"미타라이.. 갑자기 왜 발작이야?"
키무라의 말에도 굴하지 않았다. 미타라이는 지금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텐간은 역시 자신의 편이었고, 자신이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소원을 들어주고 있던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이거지! 역시 당신도 나에기놈이 땅을 치고 절망하는 걸 보고 싶었던 거야!"
"무슨 말을... 어?"
"잘 보이나?"
어두컴컴한 화면에서 텐간의 말이 이어졌다.
갑자기 비춰진 건 우주의 실 상황을 찍고 있는 카메라였다.
"설마."
불길한 직감에 나에기가 중얼거렸다.
왜 몰랐을까.
(최근에 이시마루군이 조사한 대로에 의하면 텐간 회장은 퇴직하기 전 뜬금없이 우주 산업에 투자했다고 함... 어째서?)
시즌 3 챕터 5 (프롤로그) - 나에기의 독백 中
텐간은 나에기의 말을 듣고 충격받았지만,
그 후, 빠른 두뇌회전을 통해 순간적으로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한 가지는 바로 결행할 계획이었고,
두 번째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두 계획의 단초는 눈 앞의 이 남자, 나에기 마코토로부터 이루어질 것이었다.
시즌 1 후일담 (完) - 텐간 카즈오 中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네. 돈도, 시간도 많이 필요했지.
물론 나에게는 그 두 개가 다 있어서 다행이었지 뭔가."
우주를 비추는 카메라 그리고 그 카메라가 있는 곳은...
"자네 제자들의 정신은 달에 있다네."
달이었다.
"히나타 군이 아무리 육체능력 또한 뛰어나다 한들 맨몸으로 우주로 갈 수는 없곘지?"
"테....텐간. 당신..."
나에기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런 기분은 그에게도 처음이었다. 압도적인 무력감. 달.... 달?
내 제자들의 정신이 우주에 있다고?
"왜 계획 이름이 고페르 계획이었겠나? 왜 사이슈 학원을 우주로 쏘아올렸다는 설정이 있었겠나? 깨달음이 무디군, 나에기..."
"텐가아아아아아안!!!"
나에기가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크게 소리치며 텐간이 있는 모니터로 달려갔다.
"나, 나에기 씨. 진정하십시오!"
"나에기 군!"
발광하는 나에기에게 반다이 다이사쿠와 그레이트 고즈가 달려들어 말렸다.
"다.... 당신..."
나에기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쌤...?"
"허억...허억..."
"아, 지금은 이야기 할 때가 아니로군."
그리고... 지금 나에기처럼 감정이 북받치는 인물은 한 명 더 있었다.
"이게... 뭐야?"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사이하라였다.
그도 지금 이 상황이 납득이 안 갔다.
"다들 그렇게 힘겹게... 도달했는데... 이젠 다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너희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최소한... 최소한... 우리를 바보 취급하면 안 되는 거잖아!"
하지만 그건 틀렸다. 우리는 이미 바보랑 다를 게 없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우리가 나온 이유도 텐간의 자비였을 뿐. 아니, 변덕에 더 가깝다.
우리의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카마츠도, 오마도, 하루카와도 같은 반응이었지만
사이하라는 유독 어안이 벙벙한채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결말이...고작 이따위라고?"
절망에 빠져 절규하는 사이하라에게
어떤 노인의 목소리가 조소어린 말투로 말하였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온 것을 환영하네...."
"사이하라 군."
-시즌 3 END-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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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수미상관이다 이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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