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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이하라 슈이치의 생존학개론 - 챕터 6 (에필로그) 주정뱅이

Fu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10 04:00:38
조회 509 추천 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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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dgrp/1601465

 




에노시마 쥰코가 우리를 가두어놓고 살인을 시켰을 때도, 결국 우리는 승리했다.


절망의 잔당이었던 77기생들이 신세계 프로그램 속에서도 살인을 했을 때도, 히나타 군은 이겨냈다.


텐간 카즈오가 미타라이 군을 각성시키기 위해 살인게임을 시켰을 때도 나는 이겨냈다.



그 과정 속에 고난과 시련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절망이 우리를 짓누르고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을 거치면서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련들을 이겨냈고, 그 때의 어려움은 성공을 위한 자양분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만약 그 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고, 때로는 행운의 덕을 보면서도 꿋꿋이 버텨냈기에 결국 이겨냈다.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으며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전에 긍정적으로 사고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시련을 극복하면 그만한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내 인생을 정의하는 진리가 되어있었다. 



그 이후의 인생도 그처럼 흘러갔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학교를 세워서 아이들도 가르치고... 결혼도 하고.... 힘겹지만 즐거운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또 한 번의 시험이 주어졌다.



얄궂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힘겹고 미숙했던 시절로 돌아가서 한 번 더 그 때의 고난을 증명해야만 헀다. 



지금 나의 행복이 그저 요행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라는듯 말이다.





이전보다 일이 더욱 잘 풀렸다. 친구들 중에서 죽은 사람도 없었고, 앞으로의 일도 잘 풀렸지만...



그것 또한 나를 위한 시험의 일부일 뿐이었다.



.............

.............


새벽, 집.


아이들은 일단 우리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미래기관에서 텐간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조사를 해야한다고, 그렇기 위해 아이들을 넘기라고 했으나 


나는 그걸 대놓고 무시하고 아이들을 데려갔다.



히나타 군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겨두고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텐간은 어디간데 없다. 


텐간이 준 노트북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신세계 프로그램은 종료되었고, 후지사키 군이라도 그를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미타라이 군은 미래기관 측에 감치되었다. 그런데 그는 내 꼴이 아주 고소한지 끌려가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라 했다.



그 후, 나는 도망치듯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이럴 때가 아닌데, 한시라도 빠르게 텐간을 추적해야하는데, 아이들의 정신을 되찾아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이 늦은 밤에 뭘 하고 있냐고?


'초고교급 희망'께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시길래 이 늦은 밤에 깨어 있냐고?


나는 희망이다. 나는 '초고교급 희망', 그래, 나는 희망이니까, 내 행동 하나하나 쥐톨만한 것들도 전부 희망을 위해 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 망할 희망적인게 대체 뭐길래 밤에 깨어 있나???




술을 마시고 있다.


아내랑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도저히 나 자신이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몰래 내 서재로 와서 안주도 없이 술을 마시고 있다. 


맨정신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어서 하는 아주 이기적인 선택이다.  


음주. 


나는 역겹게도 음주라는 행위로 이 최악의 순간을 잊으려 발버둥치고 있다.


그래도 밤이라 좋다. 이 모습을 훤히 비추고 있지는 않으니 죄책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


아내가 아이를 가질 때였나... 그 때 나도 술을 끊었다.


임신시키기 전에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씨앗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아내가 임신할 때는 아내도 마시지 않는데 나도 마시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


음주가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이 기회에 절주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려고 했는데....


".........."


그런데 나는 그 맹세가 무력하게도 독한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마셔대고 있었다.


이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내 제자들이 납치당했다. 


나 때문이다. 


텐간 카즈오. 에노시마 쥰코, 둘 다 죽일 수 있었는데. 


원래 역사대로 죽게 내버려두었어야 했는데 내가 오만하게도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불살을 택했기 때문일까.



내 비밀이 들켰을 때, 그를 죽였으면 이런 일은 없었다.


아니면 이쿠사바의 반대의 무릅쓰더라도 에노시마라도 죽였으면 지금의 짐이 조금 덜어졌을까.




오늘 밤은 후회할 일이 많다. 


후회와 시름을 잊으려면 역시 술만한 게 없다.



'자네 제자들의 정신은 달에 있다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온 것을 환영하네....'



지랄....


그 역겨운 목소리를 떨쳐내기 위해 속이 타들어가든 말든 또 한 모금 들이킨다.


독한 술을 억지로 목구멍에 쑤셔넣으니 속에서 불이 나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다. 이 불타는 듯한 고통으로 지금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운 이 상념에서 해방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때. 





내 서재의 전등에 갑자기 불이 켜졌다. 


"당신... 뭐해?"



갑작스럽게 불이 켜져 놀란 내가 문 쪽을 보니 잠옷차림의 아내가 아카마츠, 사이하라, 오마, 하루카와와 함께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항상 냉정한 아내에게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쌤....?"

"학원장님."

"선생님, 지금 뭐하는 거에요...?"

"......"


"당신... 이 시간에 술마시고 있었어?"



오마도, 하루카와도, 사이하라도 아카마츠도 똑같이 놀란 눈.


아내도 놀란 눈. 


오늘 내가 평소에는 보기 힘든 표정들을 본다. 



".............."


나는 괜히 오기가 생겨서 보란듯이 또 병째로 한 모금 들이키려하자 놀란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내 손에 있는 술병을 뺏었다.



"쌤, 잠깐만요. 잠깐... 진정하세요."


"진정? 사이하라. 난 아주... 아주, 정상적이야. 아니, 진정하고 있어. 하하하하.. 말이 헛나오네..."



아, 망할. 워낙 독한 술이라 술기운이 빠르게 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참 우습다.



"그, 일단 자고 내일 이야기하자고요."


"자고 일어나도 오늘인데? 자정을 넘겼어. 오마. 그럼 오늘이지. 왜 내일이라고 해? 내가 그렇게 가르쳤나... 하하하..."



"지금 말장난이나 할 때가....."


"이게 다 너희들 때문...!"



사람들이 만취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언제 무슨 행동을 할 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있다.


지금 내가 그렇다. 괜히 내 제자들의 얼굴을 보니 화가 치밀어서, 정말 뜬금없이 울화통이 터져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려다가, 바로 그만뒀다.


내가 지금 내 제자들에게 무슨 말을...?



"아, 아, 아... 미안. 텐간은 내 잘못이지... 미안하다. 내가 무슨 말...을? 미안해, 미안.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해야지. 그렇지, 그게 맞지."


"....괜찮아요."



"너희도 다 컸네, 한 잔 할래...? 아, 이런. 이건 내가 입 댔으니까 냉장고에 꺼내서 먹어. 


이왕이면 맥거핀으로, 아. 우리 집에 없나...?"


"아... 네. 근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래... 그래... 그래야지."



......아, 말이 없네 다들. 


그래서 나를 지금 이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거야? 뭐 분위기라도 띄워달라는 건가?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


"선생님. 일단 주무세요."


"뭐?"



항상 장난기 넘치던 아카마츠가 정말 드물게 진지하게 스타트를 끊자 다들 기다렸다는듯 말한다.



"그래, 일단 내일.. 아니 자고 일어나서 맨정신으로 얘기해요."


"지금은 너무 취했어요."


"그러니까 일단..."


".........."


일부러 가만히 있는다. 이러면 괜히 곤란해지겠지. 


그동안 선생님 속을 썩힌 복수다. 하하하하. .. ..헤헤헤... 



"...당신, 정신 차려."


아. 저 냉정한 말투. 


저거 때문에 결혼했었어, 맞아. 그랬어. 저 때는 저게 정말 매력이었어.



그런데, 아. 술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네, 그래 그런데... 


지금은 왜 저 말이 짜증이 나지.


머리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앞이 혼미해진다.


아이들도 쿄코를 거들며 일단 들어가자고, 자고 얘기하자며 한 명씩 와서 나를 부축하려 한다.



".....!"


짜증이 난다.


아직 내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다.


"......!!!!"


-쨍그랑!


술병이 산산조각나는 소리와 함께 다들 얼어붙은듯 나를 미친놈마냥 보고 있었다.


이런 적이 있었는데, 몇 년전에 여기 처음 와서 미친놈 연기 할때 내 친구들 앞에서 이런 적이 있었지.


그런데 그 때는 일종의 컨셉질이었고, 지금은 연기없는 내 본심이라는게 다르다. 



나는 바닥에 술을 집어던져 산산조각을 냈다.


".....!"




"나에기 마코토... 지금... 뭐.. 한 거야?"


아내의 눈에 조금이지만 두려움이 서려있다.


나도, 이제서야 술이 확 깬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크게 취한 적도 없고, 나는 그동안 취하면서도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주정을 부린 건 나도 처음이었다.



"아니....."


"그...."


어떻게든 변명하려 했지만 이런 내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아내처럼, 내가 이러는 걸 처음봐서 그런지 그대로 얼어있다.


"....일단 자자. 미안, 그... 나도 지금.... 일단 이 깨진 거 줍..."



"...손 대지마, 당신. 내가 치울테니까. 일단 자고 일어나서 얘기해."


"그...그래, 그래. 그래야겠어. 내가 무슨 짓을. 세상에...."


...............

...............



그날 밤은 정말 최악이었다.


내가 깨뜨린 술병과 흘린 술들까지 다 치우고 돌아온 아내는 마음이 크게 상했는지 내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아이들도 나를 최악으로 보겠지. 



그리고 아내한테도, 이게 대체 무슨....



"여보.... 자?"





조심스럽게 옆에 누워있는 아내를 불렀다.



하지만 아내는 대답없이 그대로 내 반대편을 보고 있었다. 



정말 마음이 상했구나, 하고 나도 그냥 자려고 할 때. 



".....흑."



아내가 울고 있었다.


아내가 오늘 이런 나의 모습을 처음 봤듯.


나도 이렇게 무력하게 우는 아내의 모습을 처음 봤다.



"여, 여보..."


아내는 대답을 안 한 게 아니었다.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우는 소리와 어깨를 들썩이는 것 때문에 모를 리가 없었다.


"......미안해."



그걸 보니 오늘 내가 정말 심한 짓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잘못이다. 이렇게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미안해, 미안해. 진짜... 미안해."


내가 사과를 거듭하자 아내가 몸을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불을 꺼서 어두웠지만 아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미안해."



그 날 밤. 우리는 서로를 껴안으며 울다 지쳐 잠에 들었다. 


........

........



아침.



키리기리 쿄코는 남편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평소에는 그녀가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지만 늦게 일어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어제가 너무 고단해서 그런지 그녀도 피로가 쌓여있던 차에 남편 걱정에 잠을 설친 탓도 있었고.



둘째는 그녀의 남편이 일부러 일찍 잠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키리기리는 옆에 남편이 누워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거실로 나가 남편을 찾았다.


"선생님...."


거실에는 남편이 없었다. 


혹여 부엌에 있나, 하고 부엌에 들렀는데 그곳에는 나에기느 없고


아카마츠네가 침통한 표정으로 식탁을 사각으로 둘러싸고 앉아 누군가가 급하게 휘갈겨 쓴듯한 편지 한 통을 보고 있었다.



"편지에요. 떠나기 전에..."



키리기리는 아카마츠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식탁 위에 놓여진 편지를 들어 읽었다.



"세상에."



'여보, 미안해. 



잠깐 혼자서 단서를 찾으러 가봐야겠어.


물론 이러려고 친구들을 모으기는 했지, 바보같기는 하지만... 잠시만 혼자 움직여야 할 때인 것 같아.


내 걱정은 하지 마. 텐간은 내가 쉽게 죽는 꼴을 보려고 이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나도 잠시지만 주체할 수가 없었어.


아마 맥거핀이 우리 집에 비상용으로 남겨 둔게 조금 남아있을 거야. 양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당신이 아이들에게 그걸 먹여서 돌아가게 해줘.


만약에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으면 그 때 연락할게.



미안해.



나에기 마코토.'







"학원장님은 저희를 깨워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우리 생각은 묻지도 않고."


"그런데 거기에서 싫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분위기였어요."



아카마츠, 오마, 하루카와의 순서대로 말했다.



"혹시 어디로 갈 거라고 말하기는 했니?"


키리기리는 반쯤은 체념하며 물었다. 


이런 편지를 남길 정도면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단서조차 말해주지는 않았을테지만.


놀랍게도 사이하라의 입에서 단서가 나왔다.



"실마리를 알고 있을만한 어떤 사람을 찾아간다고 했어요."


...............

...............



에노시마 쥰코의 정신은 어느 날에 분리되어 신세계 프로그램에 심어졌고...


그 몸은 다른 인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그 몸이 어디에서 활동하는지 알고 있다.


일단 첫 번째는 '그녀'를 찾아가는 것이다. 텐간에게 맞설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에노시마 쥰코가 절망으로 잠식당하기 이전의 인격.


미타라이 료타의 조수이기도 한, 미타라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텐간에 대한 단서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오토나시 료코를.




-시즌 4에서 이어집니다.'





시즌 3는 이렇게 정말로 끝이 났습니다.



시즌 4 - 나에기 마코토의 절망학개론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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