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고라>
“너도 보이겠지만, 싸우는 사람은 고작 두 명이야. 캐스터 한 명에 메딕 한 명. 맞은편에 있는 머리만 좀 큰 아다크리스들은 가비알이 직접 그놈들을 뚜가패기는 귀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해.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걔들이 맞는 걸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결국 토미미도 대족장의 자리를 꿰찼으니까.”
“감히 그놈들이 토미미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토미미는 손에 들고 있던 쇠뭉둥이를 휘둘러서 말을 들을 때까지 때릴 거야. 이게 바로 아카후알라 지역의 훌륭한 전통이지.”
━ * ━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선실 구획 가비알의 숙소 앞
*걸어오는 소리*
*가벼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토미미: 좋은 아침이네요, 가비알 씨. 이제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
토미미: (없으신가……)
토미미: (이상하네. 가비알 씨가 오늘 그렇게 일찍 일어나셨나?)
토미미: (우선 식당에 가보는 게 좋겠다. 어쩌면 벌써 아침을 드시고 계실지도 몰라.)

*들어오는 소리*
토미미: (여기에도 가비알 씨가 없어……)
토미미: (잠도 안 자고, 식당에서 밥도 안 먹는다니.)
토미미: (아마도 오늘 무슨 중요한 일이 있으신 거겠지.)
토미미: (최근에 따로 외근 임무로 파견되신 적은 없었던 거 같아. 그러면 의료부에 계시겠네.)


토미미: 에, 에에?!
토미미: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메딕 오퍼레이터: 저도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요.
메딕 오퍼레이터: 어제 저녁 부근에 정착촌에서 긴급 지원 요청이 있었습니다. 상황은 아직도 좀 복잡하다네요.
메딕 오퍼레이터: 의료부는 다른 오퍼레이터의 안전을 위해서 작전 경험과 의료 경험이 동등하게 풍부한 오퍼레이터를 파견해야 했어요.
메딕 오퍼레이터: 이러한 경우에서는 의료부 전체를 따져봐도 가비알 씨가 제격이시죠.
메딕 오퍼레이터: 또한 대단히 긴급한 임무였기에, 요청을 받은 오퍼레이터들은 당일 밤 즉시 배치되어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났습니다.

토미미: 이건…… 어째서……
메딕 오퍼레이터: 아무래도 가비알 씨는 토미미 씨에게 메세지를 남기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메모지나 쪽지 같은 것들로요.
토미미: 잠깐 좀 볼게요!
토미미: (통신 단말기를 작동시킨다.)
*연결음*
토미미: 없, 없어!
토미미: 어떻게 이럴 수가……
토미미: (그러고 보니 가, 가비알 씨가 아카후알라를 떠날 때도, 저한테 한 마디도 없이……)
토미미: 가비알 씨, 설마…… 또 절 두고 떠난 건 아니겠죠?!
메딕 오퍼레이터: 어…… 너무 나가신 거 아닐까요.

토미미: 제가 지금 당장 도우러 가겠습니다!
메딕 오퍼레이터: 에에에, 잠, 잠깐만요! 어떻게 가시게요? 설마 걸어서요?
토미미: 제…… 제가 운전해서 갈게요!
메딕 오퍼레이터: 그렇게 고집부리시면 안 됩니다! 차의 불출을 신청하는 것은 둘째로 치고, 정확한 목적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가시겠단 거예요?
메딕 오퍼레이터: 무엇보다도 토미미 씨는 운전을 못 하시잖아요.

토미미: 전…… 저는 할 수 있……

토미미: 저는……

토미미: 우… 우으으……
메딕 오퍼레이터: 우, 우시는 건가요……
메딕 오퍼레이터: 아, 아잇, 참, 그만 뚝 그치세요.
토미미: 으으……
메딕 오퍼레이터: 저는 토미미 씨가 가비알 씨를 걱정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메딕 오퍼레이터: 하지만 오히려 토미미 씨가 제일 잘 알겠지만, 가비알 씨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메딕 오퍼레이터: 그 어떤 사람도 가비알 씨를 다치게 할 순 없을 거예요.
토미미: 저는 가비알 씨가…… 긁…… 긁힐까봐……
메딕 오퍼레이터: ……
메딕 오퍼레이터: 가비알 씨는 메딕 오퍼레이터로서 그 정도의 상처는 스스로 치료하실 수 있어요.
토미미: 하지만, 만일, 가비알 씨가──
*토미미를 다독이는 메딕*
메딕 오퍼레이터: 옳지, 옳지. 토미미 씨가 여기서 계속 안절부절 못하면서 걱정해도 소용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메딕 오퍼레이터: 먼저 돌아가서 좀 쉬면서 자신의 기분을 안정시키고, 우선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어떨까요?
메딕 오퍼레이터: 비록 긴급한 임무인 것은 맞지만, 그리 어려운 임무는 아닙니다. 어쩌면 3, 4일 뒤에 가비알 씨가 훌륭히 일을 끝내고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
메딕 오퍼레이터: 너무 스스로를 놀래키지 마세요.

토미미: 네, 네에……

토미미: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메딕 오퍼레이터: 괜찮아요. 후후, 들어가서 조금 쉬세요.
토미미: 네……
*축 처진 채 걸어가는 토미미*
메딕 오퍼레이터: 음, 토미미 씨가 가비알 씨의 부재로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
메딕 오퍼레이터: 예전에 아카후알라에서 가비알 씨가 미처 떠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헤어져 버린 게 마음에 그늘을 남겼나 보네.
메딕 오퍼레이터: 다음에 가비알 씨가 떠날 때에는 떠나기 전에 친구들한테 미리 연락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둬야지.
메딕 오퍼레이터: 그렇지 않으면, 토미미 씨가 의료부를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겠어.
*들어오는 소리*
???: 정말로 그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까요?
메딕 오퍼레이터: 혹시 모르죠.
메딕 오퍼레이터: 자, 이쪽에 앉아주세요. 블루포이즌 씨,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토미미: 가비알 씨……
토미미: 가비알 씨는 임무를 하러 가셨어……
토미미: 나도 가비알 씨랑 함께 임무에 나가고 싶어.
토미미: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토미미: 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토미미: 아……
*걸어가는 소리*
토미미: 나도 강해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토미미: 으음……
토미미: 어?
토미미: 여긴, 어디지?
토미미: 또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길을 잃었어. 가비알 씨가 알았으면 딱밤을 때렸을 텐데……
토미미: (앞에 누가 있네. 저 사람한테 길을 물어보자.)
토미미: 저기,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리베리: 안녕하세요. 아다크리스 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나가는 리베리: (우아하게 치마를 들어 예를 갖춘다.)
토미미: 아, 아아!
토미미: (치마를 들어 예를 갖추는 모습을 어색하게 따라 한다.)
토미미: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지나가는 리베리: 만약 구체적인 위치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로도스 아일랜드의 격납고로 향하는 통로랍니다.

토미미: 고마워요, 리베리 언니!
지나가는 리베리: 천만에요.

토미미: ……
지나가는 리베리: 아마도, 조금 답답해하시는 거 같은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토미미: 길을 잃었어요……
지나가는 리베리: 그렇군요.
지나가는 리베리: 어느 길(道路)에서 방황하고 계시나요?

토미미: ?
지나가는 리베리: 아, 죄송해요. 제가 엉뚱한 질문을 한 것 같네요.
지나가는 리베리: 네, 그러면 지금 어디로 가실 건가요?

토미미: 저어…… 최신 패션잡지를 사려고 해요. 아카후알라를 떠난 뒤에 오랜만에 볼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두근두근거리네요.
지나가는 리베리: 잡지, 음, 알았어요.
지나가는 리베리: 잡지를 사고 싶으시다면,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서 우회전하면 작은 분수대가 보일 거예요. 그쪽에서 좌회전하시면 바로 서점이 나와요.
지나가는 리베리: 가격은 도시보다는 조금 높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책의 공급이 안정적이고, 장르가 다양한 것도 겸해서, 직접 가서 원하시는 출판물을 따로 주문하실 수도 있답니다.

토미미: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볼게요!
지나가는 리베리: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나가는 리베리: 가시기 전에, 혹시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궁금증을 풀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토미미: 어? 아, 그냥 마음껏 물어봐주세요. 그리고 그렇게 예의를 갖추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지나가는 리베리: 네, 다음부터 주의할게요~
지나가는 리베리: 아다크리스 씨, 어깨의 짐이 무겁진 않으신가요?

토미미: 짐? 아, 가방 말인가요?
토미미: (가방의 무게를 얼추 헤아려본다.)
*툭툭 털어내는 토미미*
토미미: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무겁진 않아요.
토미미: 안에는 또 제가 애지중지해서 모은 보물들이 있으니까, 꼭 가지고 다녀야 해요.
지나가는 리베리: 숙소에 두시는 편이 더 좋지 않나요? 그곳이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는 아다크리스 씨의 집이잖아요.
토미미: 만에 하나 제가 잃어버리게 된다면 엄청 슬플 거 같아요.
토미미: 뭐 하나라도 빠지면 절대로 안 되니까, 그냥 제가 가지고 다니는 편이 더 죠아요.
지나가는 리베리: 아다크리스 씨의 추억이자, 보물, 으음……
지나가는 리베리: 금고에 넣어둘 생각은 없으신가요?
*외침*

토미미: 그건 안 돼요!
토미미: 상자 안에 가둬두면 보물들이 화낼 거예요!
지나가는 리베리: 그렇다면 숙소를 예쁘게 꾸며서 아다크리스 씨만의 전시관으로 만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지나가는 리베리: 분명히 추억을 짊어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겠죠. 하지만 그 추억의 보따리를 풀고 꾸밀 줄 아는 것이 앞으로 있어서 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토미미: 우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지나가는 리베리: 별것 아녜요. 지나가는 한 리베리의 무의미한 혼잣말일 뿐인걸요.
지나가는 리베리: 제 궁금증은 이미 답을 얻었어요,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지나가는 리베리: 아.
지나가는 리베리: 길 안내를 좀 도와드릴까요?

토미미: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제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지나가는 리베리: 그렇다면 먼저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아다크리스 씨.
지나가는 리베리: 머지 않아 저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지나가는 리베리: (사르곤 방언) 당신의 미래가 광림(广林)처럼 창대하기를.
지나가는 리베리: (우아하게 치마를 들어 예를 갖춘다.)
*다른 방향으로 사라지는 리베리*
토미미: (되게 급하게 가시는 것 같네.)
토미미: (저쪽 통로 앞의 리베리는 여동생인가?)
토미미: (둘이 엄청 친한 거 같아.)
토미미: (좋겠다.)
토미미: (……)


토미미: (작은 분수대 앞. 그리고 좌회전……)
토미미: 바로 여기다.
토미미: 우와, 로도스 아일랜드 안에도 이런 서점이 있구나?

지원 오퍼레이터: 보아하니 서점을 처음 방문하시는 것 같군요.
지원 오퍼레이터: 본점 안의 공간이 그닥 충분한 편은 아니라서, 어떨 때에는 물건이 너무 많아 가게 밖에서도 작게 따로 열기도 한답니다. 물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전부 미리 신청한 다음에 준비한 것이니 어떠한 규정 위반도 없습니다.
지원 오퍼레이터: 그래서 손님은 무슨 책을 찾으러 오셨나요?
토미미: 최신 패션잡지를 사고 싶어요.
지원 오퍼레이터: 패션잡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자, 한번 보세요. 펜던트 엑세서리 소개에, 유명인 인터뷰 칼럼, 최근 트렌드룩, 그리고──
토미미: 그, 저는, 옷에 관련된 패션잡지로 부탁드릴게요.
지원 오퍼레이터: 이런…… 저번에 출고된 최신호가 전부 매진됐네요.

토미미: 그렇구나……
토미미: (오늘은 운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네……)
지원 오퍼레이터: 그래도 손님은 운이 좋으신 편이네요. 조금 전에 마지막 잡지를 산 오퍼레이터가 아직 가게에 남아 있습니다. 혹시 꼭 보고 싶으시다면, 저쪽에 계신 여성 분에게 공유할 수 있겠는지 여쭤보시는 게 어떤가요?

토미미: 앗싸!
토미미: 어느 분이세요?
*저 너머에 있는 사람을 가르키는 지원 오퍼레이터*
지원 오퍼레이터: 저쪽에 계신, 핑크색 머리의 오퍼레이터입니다.
지원 오퍼레이터: 저분은 블루포이즌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매번 서점에 가장 먼저 패션잡지를 사러 오시는데, 아마도 오늘은 일이 조금 있으셨던 것 같아, 하마터면 사지 못하실 뻔하셨죠.
지원 오퍼레이터: 가서 블루포이즌 씨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세요. 아무래도 저는 블루포이즌 씨가 손님에게 빌려주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합니──
토미미: 네, 고마워요!
*뛰어가는 소리*
지원 오퍼레이터: 저기요, 손님? 저 아직 말 안 끝났, 저기──
지원 오퍼레이터: ……
지원 오퍼레이터: 됐어. 너무 많이 말해도 좋을 건 없겠지.
지원 오퍼레이터: 어쩌면 블루포이즌 씨가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으실지도 모르니까.

*천천히 다가가는 소리*

토미미: 아, 안녕하세요…… 혹시 블루포이즌 언니가 맞으세요? 저는 토미미라고 해요.

블루포이즌: (저분은 토미미 씨 아닌가요? 우연의 일치군요.)
토미미: (손을 내밀었다.)
블루포이즌: ?!
블루포이즌: 당신은…… 저랑, 악수를 하시겠단, 건가요?
토미미: 아, 저는 이게, 음, 예의라고 생각해서……
토미미: 혹시 언니가 싫으시면──
블루포이즌: (토미미의 손을 꽉 붙잡는다.)
블루포이즌: 저는 블루포이즌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블루포이즌: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저와 접촉하는 것을 꺼려하십니다.
블루포이즌: 그래서 토미미 씨가 저한테 손을 뻗었을 때, 멍해져서, 반응이 늦었네요. 미안해요.
블루포이즌: 무슨 일로 저한테 찾아오셨나요?
토미미: 그, 잡지를 빌려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바로 돌려 드릴게요.
블루포이즌: 잡지요? 아, 《자아의 미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토미미: 맞는 거 같아요.
토미미: 죄송해요. 제가 빅토리아어가 서툴러서 제목에 있는 글자를 못 알아봤어요.
블루포이즌: 저도 방금 사서 아직 못 읽어봤네요.
블루포이즌: 여긴 사람이 너무 많으니, 저희, 자리 찾아서 천천히 같이 봐요.

토미미: 네, 잘 부탁드려요!
*사람이 없는 장소로 천천히 걸어가는 둘*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