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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2. 말없는 바이오로이드 2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2 18: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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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astorigin&no=1421567&search_head=30&page=2




스미레 방 앞에선 마츠시타는 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문하신 소주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말한 마츠시타는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문을 열었다. 고개를 숙인 마츠시타는 고개를 들었다.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평화롭게 여자들과 남자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항상 마음속에 일말의 희망이라는 것을 품기 마련이었다. 단순한 내 기우였을 뿐이야. 세상은 그렇게까지 나쁜 곳은 아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츠시타는 입에서 무언가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의 눈은 조금 전 본 아이를 바라보았다. 치근적대며 들러붙은 남자를 향해 억지웃음조차 낼 힘도 없는 소녀를 보며 마츠시타는 소주가 담긴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걷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던 건가. 몇걸음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마츠시타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슬로우모션이 제일 싫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슬로우모션이 나오면 빠르게 넘어가곤 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이상으로 싫었다.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할 수 있는 것은 많았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았다. 그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테이블 옆에 무릎꿇고 앉아 테이블에 가져온 소주를 올려놓았다.


카나가와현에서 만든 사가미입니다. 깊은 풍미가 일품인 술이죠.”


마츠시타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어쩌면 감정이 실린 말일 수도 있다. 마츠시타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 이걸 기다렸어. 너희들, 술은 먹어도 되는 거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이어이, 사가와씨, 지금고등학생에게 술을 먹이려는 겁니까?”


다른 남자의 말이었다. 그 남자 옆의 요염한 여자는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었다.


에비야씨, 우리들 이래봬도 요정에서 일하고 있사옵니다? 술은 기본이지요.”


하하! 그것도 그렇군!”


무릎 꿇은 마츠시타는 조용히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는 말이 귀에 걸렸다. 소녀는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아니면 정말로 고등학생이라는 것인가. 아이들 상대로 이러는 것이란 말인가.


현역은 아니지만 JK도 술 한잔 먹어야겠군. 마침 아직 잔이 남아있으니 한 잔 해봐라!”


그렇게 말한 사가와라 불린 남자는 술을 주는 대신 자신이 술을 한번에 들이켰다. 술을 삼키지 않은 그는 술을 입에 머금은채자신의 입을 소녀의 입술에 가져갔다.


!...”


소녀는 저항도하지 못하고 술을 마셨다. 소녀의 입에서 술이 흘러내렸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마츠시타는 소녀의 눈가가 촉촉해진 것을 보았다.


사가와씨! 대담하십니다!”


마츠시타의 생각과는달리, 에비야는 호탕하게 웃었다. 옆에서 요염한 여자도 그에게동조해주었다.


사가와씨, 그럼 제가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무언가를 해야한다.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마츠시타는 가져온 소주병을 들어올렸다.


이거 고맙네. 아무래도 팁을 두둑히 줘야겠어!”


입가를 닦은 사가와는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마츠시타는 소주병을 조심히 잔으로 가져가 술을 따라주었다.


그러는 척이었다. 마츠시타는 사가와란 작자의 팁을 바라지도, 그에게 술을 따라줄 생각도없었다. 그들의 자리를 망칠 생각밖에 없었다. 소녀를 이 요정에서 구하지 못하더라도 이 자리에서는 구하고 싶었다.


술을 따라주던마츠시타는 일부러 따르던 소주를 사가와에게 끼얹었다.


뭐하는 거야!”


사가와는 몸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면서 그는 테이블을 치며 일어났고 테이블은 테이블 옆에 있던 등불을 넘어트렸다. 운치를 더하기 위해 놓은 기름등이었다. 항상 위험하니 조심하라고당부받던 것이었다.


기름등은 넘어지며 바닥에 기름을 쏟았고 등불의 불이 그 기름에 옮겨붙었다.


죄송…”


불이야!”


죄송하다는 말을할 겨를도 없이 요염한 여자가 일어나며 외쳤다. 요정은 목조건물이었고 바닥에는 나무로 된 다다미가 깔려있었다. 불에 매우 취약한 곳에 불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대비한 매뉴얼이 있었다. 방에 있는 이불로 불을 덮으면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츠시타는 얼른 일어나 이불을 찾았다. 문제는 그녀가 잠시 눈을 뗀 사이 일어났다.

 

빨리 불 꺼!”


사가와의 말에 에비야가 물을 불을 향해 부은 것이었다. 당황한 것이었을까, 기본상식의 부족이었을까. 불붙은 기름에 절대 물을 붓지 말라는 철칙을 어긴 것이었다. 기름은 물에 뜬다. 물을 부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번지기마련이었다.


에비야 덕분에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순간 마츠시타의 머리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이곳에서 도망친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아무도 자신의 정체를 몰랐다. 이곳에서 도망치는게 제일이었다.


마츠시타는 도망쳐나오는사람들 사이에 숨어 조용히 요정을 빠져나왔다. 요정의 불은 점점 커져 그녀가 빠져나오고 돌아보았을 때는요정 전체가 불타고 있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길 바라며 그녀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 올라탄 마츠시타는 한숨을 쉬었다. 또 저질러버린 것이었다. 그래봐야 소녀는 바뀔 것이 없을 것이었다. 요정이 복구되면 다시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었다. 아니면 다른 곳에 끌려갈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의 취재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는 결국 야쿠자들이 무엇을 납품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소녀에게 물어본다는 계획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후회한들 바뀌는것은 없었다. 엎어진 물도, 쏟은 술도, 넘어진 등불도 다시 주워담을 수 없었다. 자신이 한 일이 옳은 것인가. 그 질문에 마츠시타는 긍정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욕심이었을뿐일지도 몰랐다. 선한 의도는 언제나 선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았다. 도덕적 딜레마는 선택뿐만이 아니라 불러오는 결말 역시 딜레마로 가득했다.


심지어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고 있었다. 2050년대의 일본 도쿄 한복판을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거의 없었다. 축제가 많은 시기라면 몰라도 아무 일도 없는 오늘 같은 평일은 더더욱.


고개를 숙인 마츠시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들의 시선을 느낀 마츠시타는 살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았다. 몇몇은 자신을 보며 쑥덕거리고 있었고 몇몇은 핸드폰으로 그녀를 찍으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한명은 그녀와 같이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낯익은 화려한 기모노였다.


그녀가 왜 이곳에? 마츠시타는 고개를 숙였다. 분명 그 소녀였다. 마츠시타는 당황했다. 자신을 따라온 것인가. 우연일 리가 없었다.


치바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며 마츠시타는 설마 여기까지 따라오지 않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우연일 것이었다. 방향이 같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치바행 열차에는 적은 사람만이 타고 있었다. 빈 자리에 앉은 그녀는 옆 칸에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올라탄 것을 보았다. 역시 그녀는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불안한 생각마저들었다.


열차가 도쿄를 빠져나오자 다른 풍경이 시작되었다. 화려한 도쿄와 달리 도쿄 외곽은 빈민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많은 이재민들은 도쿄로 몰려들었고, 정부는 그들이 도쿄도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도쿄도의 경계에는 장벽이 올라갔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장벽 밖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외면하고 잊으려 애쓰는 현실의 풍경이었다.


마츠시타가 올라탄 열차는 빈민가를 지나지만 정차는 하지 않았다. 그들이 도쿄에 들어오는 것을 소극적으로라도 막으려는 조치였다. 언제나 정부는 이런 식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억누르고 없는 척을 하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폭로하는 것이 마츠시타와 같은 기자의 사명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을 매번 도쿄를 갈 때마다 마주해야했다.


그녀의 집까지 마츠시타는 한번 더 열차를 갈아타야 했다. 환승 속에서 소녀는 여전히 마츠시타와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있었다. 누가봐도 미행이었지만 소녀가 그녀를 미행할 이유는 없었다.


집에 도착해 문앞에 선 마츠시타는 조심히 뒤를 돌아보았다. 기둥 뒤에 숨은 소녀는 그녀가 돌아보자 몸을 뒤로 숨겼다. 마츠시타는 한숨을 쉬며 소녀가 숨은 기둥으로 걸어갔다.


슬슬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에 소녀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뭐죠?”


난 바이오로이드…”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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