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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2. 말없는 바이오로이드 4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6 02: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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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프라이를 다 먹은 마츠시타는 접시를 싱크대에 올려놓았다. 설거지를 하려던 마츠시타는 몸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반쯤은 설거지를 하지 않으려는 핑계였다. 목욕을 먼저 하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마츠시타는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온수를 틀었다. 마츠시타는 평소에 목욕보다는 샤워를 하는 편이었다. 욕조에 매일같이 물 받아서 목욕하기에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수도세가 가장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탕에 들어가는 날은 도저히 탕에 들어가 피로를 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었다. 몇주만인지 모를 탕을 마츠시타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물은 천천히 욕조에 차올랐다.

욕조에 물이 다 차오르자 마츠시타는 손을 온수에 대어 온도를 확인했다. 적당한 온도였다. 욕실을 나온 마츠시타는 토모에게 물었다.

“토모, 목욕할래?”

토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와서 탕에 들어가서 몸을 좀 데우고 있어.”

토모가 욕실로 들어가자 마츠시타는 거실로 나왔다. 휴대전화를 집어 보았지만 아무 알람도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올린 마츠시타는 리모컨을 집어 채널을 뉴스채널로 바꾸었다.

뉴스는 언제나 같았다. 세상은 어지러웠고 뉴스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세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기 마련이었다. 마츠시타가 보고 싶었던 것은 세상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세상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였다.

역시. 뉴스는 마츠시타의 암울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스포츠 선수의 연애이야기로 뉴스는 끊이질 않았다. 불안한 국내 문제, 간당간당한 국제 정세, 위기에 가까워진 세계 경제따위는 이 나라 언론에서는 스포츠보다도 못한 주제였다. 우리나라는 안전하다. 뉴스가 될 거라고는 이런 연애 스캔들뿐이다.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뉴스를 본 것은 또다른 이유에서였다. 불타버린 요정. 하나노묘엔에 관해 뉴스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언론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사고라면 귀신같이 보도하는 뉴스였지만 어째서인지 어느 뉴스 채널에서도 다루고 있지 않았다.

TV를 끈 마츠시타는 욕실로 향했다.

“토모, 물은 괜찮아? 문제없지?”

“응. 딱 좋아.”

욕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츠시타는 안심하고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빨랫줄에서 옷을 거둔 마츠시타는 그 옷들을 욕실에 놓았다.

“옷은 여기 두었으니까 다 씻으면 입어.”

“응.”

아무래도 내일 토모를 위해 속옷이라도 사와야겠어. 마츠시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속옷을 돌려입는 것도 그렇지만 왠지 자신의 것은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테이블에 놓았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것을 본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사치스케의 전화였다. 생각보다 이른 전화였지만 좋은 타이밍이었다. 토모가 없을 때 이야기를 하는게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츠시타는 전화를 받았다.

“마츠시타입니다.”

-사치스켑니다. 무슨 일 있으신건가요?

사치스케. 자기 말로는 가명이었다. ‘정보원은 절대로 자신의 이름을 노출시키지 않슴다.’ 사치스케의 말이었다. 사치스케라는 진짜 이름 같은 가명도 이러면 가명이 아니라 이름인줄 안다는 이유에서 쓰는 것이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토모라는 바이오로이드라고 알아?”

-토모 말인가요?

사치스케는 이른바 바이오로이드 덕후였다. 그의 전문분야는 정부쪽 소식통이었지만 그의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덕심은 숨길 수 없었다. 전에 한번 만남을 가졌을 때에는 D 엔터테인먼트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올 정도였다.

-아뇨.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이름만 들으면 덴세츠 바이오로이드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토모란 이름의 바이오로이드는 없어요. 어떻게 생겼나요?

“갈색의 장발. 얼굴은 이뻐. 그리고 자기를 고등학생이라 말하고 있어.”

-고등학생이요? 법적으로 바이오로이드는 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는데요. 뭐 그런 설정이라 생각해도 되겠네요. 일단 토모라는 이름을 보면 일본내 유통용 바이오로이드인 것 같거든요. 지금 일본에 수출하는 외국 바이오로이드 회사쪽도 살펴봐야겠네요.

전화기 너머로 타자 소리가 들려왔다. 마츠시타는 소파에 앉은채로 사치스케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뇨. 그런 이름은 없어요. 혹시 왜 물어보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짧은 버전, 긴 버전?”

-전화상이고 하니 짦은 걸로 부탁드림다.

“어쩌다보니 요정에서 일하던 바이오로이드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말야. 일단 아는 것은 상품명뿐이야.

-설마 하나노묘엔도 기자님이 해먹으신 검까?

도 라는 말이 굉장히 거슬리게 들렸다.

“왜 굳이 도라는 말을 쓰는 거야. 그보다 어떻게 아는 거야.”

-그 가게 꽤 소문은 돌았어요. 바이오로이드 접대를 받을 수 있다고요. 저도 소문듣고 알아보기도 하고 직접 가보기도 했는데 직원들은 부인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단순한 손님 서비스는 아닌 것 같았거든요. 저도 약간 구린 냄새는 느꼈는데 그게 사실이었나 보네요.

“그래서 말야. 왠지 덴세츠 쪽에서 이런 용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감이 들거든. 무슨 상품이냐 물었더니 기밀이라고 하더라고. 이거 아무래도 냄새 나지 않아?”

-저라면 그만둘 겁니다. 그 하나노묘엔, 야쿠자가 손대고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얼마 달라는 건데.”

사치스케는 정보원이었다. 단순한 선의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괜히 그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더 많은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역시 기자님. 이야기가 빠름다. 토모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정도라면 5장 정도 주시면 될 것 같슴다.

5장. 2만5천엔이었다. 자신은 5천엔짜리 지폐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 귀찮은 기준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1만엔을 기준으로하면 도청당하고 계좌이체가 추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말하면 들킬일 없다는 것이었다.

“계좌는 예전 그 계좌면 되는 거지? 설마 그새 새 계좌로 바꿨다던가 하진 않았지?”

-네. 이번 입금만 받고 바꿔야죠. 전화론 말할 수 없지만 제 철칙대로 움직입니다.

무조건 세번 입금 받으면 계좌를 바꾼다. 그것이 사치스케가 쓰는 자금추적을 회피하는 방법이라 한다. 용케도 그렇게 많은 계좌를 만드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제가 좀 전에 한 말은 농담이 아님다. 만일 정말로 요정을 불태운게 기자님이라면 한동안 조심해야 할 검다. 기자님도 일단 살아야 기사를 쓸 것 아님까.

“야쿠자가 엮인 건 알고 있어. 대체 어떻게 엮인 걸 알고 싶은 거야. 토모가 누군지 알면 구체적으로 그 연관을 알 수 있으니.”

-전 일단 말렸슴다. 그럼 돈은 되도록 빨리 부탁드림다.

그렇게 말한 사치스케는 전화를 끊었다. 마츠시타는 휴대전화를 테이블위에 다시 내려놓았다. 마침 목욕을 마친 토모가 욕실에서 나왔다.

“마츠시타. 다 씻었어. 이제 마츠시타 차례야.”

“그래. 고마워.”

마츠시타는 욕조에 누워 뒤늦은 하루의 여로를 풀었다. 긴 하루였다. 그리고 그 긴 하루를 욕조에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 담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입에 담배를 문 마츠시타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디로 이 취재가 이어질 것인지.

야쿠자들은 무엇을 납품했는가. 어째서 바이오로이드가 하나노묘엔에 있던 걸까. 토모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생각해봐야 아무 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그런 것을 잊고 그저 현재를 즐길 뿐이었다.

그렇게 마츠시타의 긴 하루가 끝났다.



다음화 : 지하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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