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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7. 080기관 1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5 0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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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정리글 : https://gall.dcinside.com/m/lastorigin/1596905


이전화 : https://gall.dcinside.com/m/lastorigin/1643062



 몇 년만에 도착한 미국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오만하고 야만적이고 어리석었다. 샤워를 마친 맥켄지는 욕실을 나왔다. 고층에 자리잡은 그녀의 호텔방에서는 디트로이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디트로이트.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였다. 디트로이트의 발전은 미국의 발전을 의미했고 디트로이트의 추락은 미국의 추락을 상징했다. 창문 밖에는 과거 미국의 부흥을 상징하던 자동차 회사의 본사가 보였다.

 이제와서는 그저 블랙 리버의 자회사일 뿐인 회사였다. 그 회사의 뒤에는 그 건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건축물이 있었다.

 블랙리버 본사. 검은 강을 형상화했다는 200층 높이의 마천루였다. 강이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구불구불 구부러진 것을 생각하겠지만 블랙리버의 소유주인 앙헬에게 강은 올곧은 것이었다. 길게 쭉 뻗은 강. 그것이 블랙 리버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상징은 결국은 힘이었다. 무기를 만들던 총기회사에서, 전차를 만들던 자동차회사에서 전투기를 만들던 항공회사에 이제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 바이오로이드 회사가 미국을 상징하는 회사가 되었다.

 맥켄지는 침대를 보았다. 침대에는 한벌의 옷이 놓여져 있었다. 검은 정장이었다. 블랙 리버 다운 드레스코드였다. 본사에서는 친절하게도 속옷까지 검은 색으로 맞춰서 주었다. 맥켄지는 그 속옷을 집어 입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고 온 옷은 공항에서 보급담당에게 뜯어내다시피해서 받은 터키군용 보급 셔츠였다. 그녀의 군복은 전투로 피와 흙먼지가 잔뜩 묻어있었고 그런 옷을 미국에 입고 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랙리버에 들어가기에는 부족한 옷이었던 것이었다. 호텔 객실에 이미 본사 방문시 입을 복장이 마련되어있던 것이었다. 그 옷은 신기하게도 그녀의 사이즈에 딱 맞는 옷이었다. 그녀 본인도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 치수를 알고 있다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검은 블라우스를 입던 맥켄지는 정장 하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바지가 아닌 치마가 놓여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치마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가 성인이 된 이후 치마를 입을 일이 없었다. 군생활과 용병생활동안 치마를 입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 이전이라고 치마를 입고 다니던 것은 아니었다.

 치마를 들자 검은 스타킹이 아래로 늘어졌다. 잠시 멈춘 맥켄지는 치마를 내려놓고 팬티스타킹을 집어들었다. 이건 어떻게 입는 거였더라.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겨우 옷을 다 입은 맥켄지는 상의의 단추를 잠갔다. 붉은색 단추는 정장에서 유일하게 검지 않은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굽이 있는 하이힐을 신은 맥켄지는 객실을 나섰다.

 호텔 로비에는 그녀를 호텔로 데려다준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맥켄지를 보자 그는 그녀를 검은 차로 안내했다. 예전에는 미국 굴지의 자동차 회사였지만 이제는 블랙리버의 자회사가 된 회사의 세단이었다.

 운전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사람이 아닌 바이오로이드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그 너머로 느껴지는 T-1 고블린 특유의 시선이 느껴졌다. 감정모듈은 전투용 바이오로이드에게는 사치다. 고블린 개발 초창기 사상이었다. 그 후 다양한 개량형들이 나오면서 감정 모듈이 달린 모델들도 나왔지만 본사에서는 여전히 감정이 없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었다.

 차는 본사 앞 로비에 멈추어섰다.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맥켄지가 앉은 쪽 문을 열어주었다. 맥켄지가 차에서 내리자 한 여자가 그녀를 맞았다.

 “미스 에드윈 되십니까?”

 검은 양복을 입은 흑발의 여자였다. 맥켄지가 입은 옷과 비슷했지만 그녀는 포인트를 주기 위함인지 목에 파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맥켄지가 그 여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하고 안내를 시작했다.

 본사 로비는 한마디로 말하면 삭막한 곳이었다. 온통 검은 타일과 벽돌로 도배된 건물에 다른 색이라고는 그저 유리뿐이었다. 그 반면 모든 것이 거대했다. 5층 높이에 달하는 로비의 중심에는 물이 흘러내리는 천장까지 닿는 높은 검은 사각 기둥이 있었다.

 모든 것이 날카롭게 날이 서있었다. 건축물도 사람도. 사람들은 아무것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일만을 할 뿐이었다. 어쩌면 전장이 이곳보다 더 다정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곳이었다.

 여직원이 맥켄지를 안내한 곳은 엘리베이터였다. 검은 엘리베이터에 탄 여직원은 최하층을 눌렀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밝은 빛이 쏟아졌다.

 그곳은 흰 타일로 도배된 방이었다. 중간은 없는 건가. 맥켄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맥! 오랜만이야!”

 시끄럽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제인.”

 그녀가 맥켄지를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한 사람이었다. 흰색 연구복을 입은 키가 작은 연구원이었다.

 “오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

 “여기까지 오게 한 게 문제야.”

 맥켄지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엘리자베스 도네츠크. 그게 키작은 연구원의 이름이었다. 러시아, 아일랜드계 혼혈의 귀여운 인상의 여자였다. 그런 인상과는 다르게 꽤 귀찮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난 엘리자베스, 리자, 엘리, 엘, 베스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어.’

 그게 자신을 제인이라 부르게 한 이유였다. 제인 도. 신원불명의 여성을 가리키는 이름을 택한 게 자신을 이름으로 특정짓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특정하게 만드는 모순적인 사람이었다.

 “최근 모술은 어때? 고블린들은 말을 잘 듣고?”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게 너희들 일이잖아.”

 두 사람의 관계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초창기 T-1의 다양한 개량형을 만들 때 그녀가 테스트를 위해 같이 투입한 PMC가 퀵샌드였던 것이었다. 다양한 곳에 투입되는 퀵샌드였기 때문에 비밀작전에 쓰기에는 최적의 회사였다.

 다만 맥켄지는 이 일방적인 관계가 좋지는 않았다. 결국 놀아나는 건 자신들이고 이득을 보는 건 제인 같은 본사 사람들이었으니까.

 “고블린처럼 너도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 대체 왜 내 말 안듣고 전투를 하고 오는 건데. 현지 파견 나간 직원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했어.”

 그 엘리트, 이름이 조나단이었던가.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감사히 생각해줬음 해.”

 “맥, 너 말야. 사람 죽일 뻔해놓고 할 소리야?”

 “어차피 고블린들이 잘 지켜줬을 거야. 설마 고블린의 호위능력을 못믿겠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두 사람은 본사의 제품에 불만을 표하던 직원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어보았다. 어쩌면 제인은 소문이 아니라 직접 봤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제인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게 한 거야. 심지어 네 연구소는 여기도 아니잖아.”

 080기관. 제인이 일하는 연구소 이름이었다. 모든 것이 비밀에 감추어진, 080기관이라는 이름조차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한 위장일지도 모르는 블랙리버의 최중요 기관중 하나였다.

 “왜 여기있는지 가르쳐 주고 싶지만 첫번째, 그 이유는 1급 기밀이고 두번째, 말해줘도 이해 못할 거니까 말 안해줄 거야.”

 일방적인 관계라는 것은 이런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맥켄지는 일방적으로 통보 당하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뺏길 뿐이었다.

 “여튼 본론으로 들어가면, 혹시 토모라는 것을 들어봤어?”

 “토모?”

 들어본 적 없었다. 확실한 것은 영어 단어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직 정보 유출은 안된 듯하네.”

 다시 이용당한 기분이 들었다.

 “토모 프로젝트. Total Organ-based Mate Obsesia. 이건 나중에 짜맞춘 거고 일본어로 친구라는 뜻의 토모에서 온 거야. 몇 년 전 시작한 프로젝트로 주요인물의 자녀의 납치, 암살, 협박등에 대비해서 학교에 학생처럼 생긴 바이오로이드를 잠입시켜 언제 어디서나 보호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거지.
 아직 양산으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기밀 테스트를 위해 현재 10기를 생산해 10개국에서 테스트중… 이었지. 일본에 판매된 한대는 1년도 안되어서 사고로 폐기되었고 지금은 9기가 운용중이야.”

 학교에서의 보호. 주요인물 경호를 위해 몇번 학교에도 투입된 적이 있는 그녀였다. 물론 토모처럼 학생은 아니라 무장경호원으로서였다. 물론 좋지 못한 결과를 내고 말았지만.

 “그런데 말야, 며칠전, 그 폐기되었다던 토모에게서 신호가 날아왔어. 각 토모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우리 기관의 데이터센터에 항시 연결이 되고 있어. 폐기가 된 이후 끊긴 신호가 갑자기 연결이 된 거야. 곧 끊기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보안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거든. 우리의 가설은 두개야. 누군가가 폐기된 토모의 체내 단말을 입수해 해킹을 했거나 폐기가 되었을 토모가 사실은 폐기가 되지 않았을 거란 거야.”

 “하나 물을게. 폐기는 본사에서 한 게 아냐?”

 중요기밀 프로젝트의 바이오로이드치고는 허술한 관리 같이 느껴졌다.

 “현지에서 폐기한 것을 확인했어. 전투손실이라 우리쪽에서 회수하는 걸 기다리지 못한 모양이야. 대신 파견나간 직원들이 폐기 영상을 확인했어.”

 “그래서 날 부른 이유는?”

 그게 진짜 본론이었다.

 “토모 프로젝트는 우리 기관에서 진행중인 비밀 프로젝트야. 만일 비밀 경호요원이 존재를 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두 알게되면 비밀 요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고 프로젝트의 가치는 사라지게 되겠지. 수천만 달러가 들어간 프로젝트야. 이걸 사소한 실수로 날리게 된다면 우리 목도 날아가는 거야.”

 제인은 손가락으로 목을 그으며 말했다.

 “날아가는 건 네 목이지 내 목이 아냐.”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제인은 전자종이로 된 파일첩을 맥켄지에게 주었다.

 “구매자는 타누키사키 요시히로. 이전부터 우리 제품을 이용하던 일본에 몇 안되는 VIP야. 일단 일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줘.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야.”

 맥켄지는 제인의 말을 들으며 파일을 보았다. 몇장의 사진이 있었다. 타누키사키 요시히로, 그리고 토모.

 “이게 토모야?”

 갈색 머리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사이드포니테일을 한 소녀는 사진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그래. 토모 모델 8. 일본 사립 고등학교 생활을 위해 커스터마이징된 모델이야. 조정하느라 고생하던 기억이 나네. 얼마나 말을 안듣고 멍청한지…”

 “지금은 추억에 빠질 때가 아니잖아?”

 맥켄지의 말에 제인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아차, 그래서 신호의 정체를 알아내고 만일 토모가 폐기가 되지 않았다면 직접 폐기를 해줘. 그리고 만일 정보가 유출되었다면 관련자들을 전부 사살해도 좋아.”

 제인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상품을 위해서 맞지?”

 결국 제인은 블랙리버 직원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온통 검은색에 뒤덮이거나 흰색에 뒤덮인 곳에 제정신인 사람이 일할 리가 없었다.

 그런 회사의 하청에서 일하는 맥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될까 하는 생각부터 하는 그녀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제인을 보며 맥켄지는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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