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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집 2

ㅇㅇ(223.33) 2017.08.11 00:27:23
조회 1795 추천 59 댓글 16
														

원래 그렇게 다정한 사람인가?


하나는 멍하니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창가 자리에 앉아 샤프를 굴리며 생각했다. 교실 앞에서 교사가 칠판에 수업 내용을 써내려가며 따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수업을 열심히 듣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정말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하나는 책상 모서리에 붙여놓은 작은 달력을 확인했다.

어느새 박사의 집에 들어간 지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


처음 지하주차장에서 여자와 만났을 때, 하나의 가슴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까칠하게 구는 하나에게 여자는 다정하고 부드럽게 계속 말을 걸었고, 따뜻한 집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주었다. 이상한 사람이네. 첫인상은 그게 다였다.


여자와는 폭력을 피해 도망 나온 때마다 번번이 만났다. 그녀는 몹시 걱정스러운 태도로 하나를 대했고 걱정했으며, 하나의 상처를 볼 때마다 꼭 제가 맞은 것 마냥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어른에 대한 불신으로 똘똘 뭉친 하나마저 그 표정에 조금씩 흔들렸을 정도였다. 한결같은 태도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여자를 볼 때마다 하나의 가슴은 심란해졌다. 흔들리면 안 돼. 그렇게 몇 번이고 다짐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하나는 여자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계속된 대가없는 호의와 친절은 아직은 어린 하나를 흔들었고, 하나의 마음에는 조금씩 틈이 생겼다. 그리고 한 달 전 그 날, 부친인 남자의 앞에서 하나를 감쌌던 여자의 용기와 그 후에 보였던 호의는 하나를 잠깐이나마 감동시켰다.



그러나 아직은 낯선 집 소파에 앉아, 잠시 앉아있으라는 여자의 말을 따르는 동안, 하나의 가슴은 다시 짙게 피어오르는 의심과 경계, 불안으로 가득 찼다.


지난 한 달 간 보여준 여자의 모습은 그녀가 믿어볼 만 한 어른이라는 것을 알게 하기에는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생면부지의 남을 덜컥 맡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조용한 거실에 앉아 하나는 여자의 손을 잡은 것이 잘한 일이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이제 3월이었다.

원래 계획에 의하면 수능을 볼 때까지 꾸역꾸역 남자의 학대를 참은 후,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졸업 때까지 돈을 모으고, 고시원이라도 얻어서 나갈 생각이었다. 수능이 있는 11월까지 약 8개월만 참으면 해방이었다. 이 악물고 참을 생각이었다. 그럴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남자는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지 않으므로 앞으로 하나를 여자에게 방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사람들이 다 보는 지하주차장에서 그렇게 소란을 피운데다 '영원히' 돌아오지 말라고 했으니 그 말은 곧 사실이 될 터였다.


여자의 따스한 손길에 이끌려 이 집에 들어오긴 했으나 곧바로 정신이 들었다. 지금은 무슨 변덕으로 저를 맡은 것인지 몰라도, 만약 여자가 마음을 바꿔먹을 경우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남자의 집에 있을 땐 몸은 괴로웠지만 쫓겨날 불안은 없었는데, 이젠 몸이 편한 대신 불안을 안고 있게 생겼다. 아니, 쫓겨나면 몸도 괴로워지니 설상가상인가.


하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한번 불리한 상황이 생각나자 그로부터 연달아 불안이 태어났다. 몸은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보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을 곱씹고 있는데 여자가 개어진 옷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하나 양, 우리 이제 같이 살게 됐으니까, 호칭 정리 해볼까요?”

“…호칭이요?”

“네. 하나 양은 저를 부를 때 항상 저기요, 하잖아요.”


처음엔 '그쪽'이라는 호칭을 썼지만, 생각해보니 너무 버릇없는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터는 호칭 없이 말하거나 저기요, 하고 부르는 게 다였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자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뭐라고 부르고 싶어요?”


여자가 다소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에서 싸웠으니 즐거울 리가 없는데, 아마 하나를 배려해 즐거운 척 하는 것 같았다. 하나는 망설이다 말했다.


“…언니?”

“아……. 그렇게 불리기엔 제가 나이가 좀 많은 것 같네요.”


여자의 살짝 붉어진 얼굴에 하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나이가 서른… 서른여섯이라고 했었나. 그러나 여자는 정말 서른을 넘겼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동양인의 눈으로는 서양인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스물 중반에서 끽해야 스물 후반으로 보였다.


언니가 안 된다니 그럼 이름을 불러야 하나. 하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나 여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뭔가 연상되는 게 있었는데……. 아, 천사. 앙겔라.

이름을 떠올렸으나 친한 사이가 아닌 것 같아 이름을 부르기가 망설여졌다. 성은 전혀 기억이 안 났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나는 일단 기억에 있는 단어를 말해봤다.


“과장님?”

“여긴 병원이 아니잖아요, 하나 양.”

“……잘 생각이 안 나요. 그냥 언니라고 부르면 안 돼요?”

“제 양심이 조금……”


그렇다고 이모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모라고 하기엔 여자는 너무 젊어보였다. 하나는 이렇게 불안한 와중에 호칭 따위나 고민하고 있는 제가 조금 웃겼다. 고민하던 여자가 말했다.


“그럼 그냥 박사라고 부를래요?”

“그럴게요.”


하나는 냉큼 대답했다. 방금 생각하고 있던 의사선생님은 너무 길어서 그냥 박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제일 편할 것 같았다.


“자, 그럼 호칭도 정리됐고 하니까 이제 편하게 지내기로 해요. 하나 양이 써야 할 방은 지금 정리가 안 됐으니 내일 안내하기로 하고, 일단은 침실에서 자요.”

“……네.”

“여기 갈아입을 옷이에요. 칫솔은 화장실 찬장에 새 칫솔 있으니 그거 쓰면 돼요. 집 구조는 같으니 화장실이 어딘지 알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저 부르고요.”

“네.”


여자, 아니 박사에게서 옷을 건네받고 화장실로 향했다. 찬장에 분홍색 칫솔이 있었다. 양치와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소매와 바지 기장이 조금씩 남아 접어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안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씻은 듯한 박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나를 보더니 곧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옷이 조금 크네요. 미안해요, 하나 양에게 맞을 만 한 옷이 없었어요.”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박사는 사과하는 박사를 보고 하나가 황급히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피곤하죠? 이제 자러 가요.”


박사의 말에 따라 안방으로 향했다. 침실 한 가운데에 침대가 있고 그 옆에 작은 협탁이 있었다. 안방 벽면도 책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지간히 책을 많이 읽는 모양이었다. 조금 질린 느낌으로 둘러보고 있자 박사가 침대를 가리켰다.


“침대가 편하죠? 여기에서 자면 돼요.”

“…박사님은요?”

“저는 바닥에서 자려고요.”

“어떻게 그래요. 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그래도…….”

“저 바닥에서 잘 자요.”


하나는 그렇게 말하고 냉큼 바닥에 깔린 이불 안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박사가 잠시 망설이더니 그래요, 하고서 전등을 껐다. 무드등 하나만 약하게 켜진 침실에 조용히 침묵이 내려앉았다.

몸은 피곤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하나는 푹신한 새 이불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박사가 자신을 맡기로 한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을 맡음으로써 박사에게 생겨날 이점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고 불편한 일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이유 없는 호의를 베풀었던 박사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마주쳤던 한 달간 제게 베푼 호의와 생판 남인 자신을 집에 들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나는 제 외모가 꽤나 예쁘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리저리 거리를 배회하는 동안 나이를 불문하고 접근하는 남자들에게서 어떻게 한 번 해보려는 수작을 이미 많이 겪어봤다. 그러니 박사가 남자였으면 진작에 경계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박사는 여자였고, 제게 한결같은 친절을 베풀어주기만 했을 뿐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점이 납득이 안 됐다. 하나의 세상은 그런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만큼 말랑하지 않았고, 남자의 폭력을 견디던 8개월 동안 더없이 삭막해진 상태였다.


쉽게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이는데 침대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안 오나요?”

“아… 네, 조금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봐요.”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몰라 불안해서라고는 순순히 말할 수 없어 그렇게 둘러댔다. 박사가 그런가요, 하고 조용히 수긍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박사가 하는 말소리가 하나의 귓가에 들려왔다.


“하나 양이 많이 불안할 거라는 거 알아요.”


순간 제 생각을 읽은 건가 싶어 하나는 긴장하며 박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도 사실 조금 불안해요. 스무 살 이후로 다른 사람과 사는 건 처음이거든요. 하지만 하나 양과는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하나 양도 조금만 더 저를 믿어줄래요?”


다정하게 속삭이듯 말하는 박사의 말에 할 수 있는 대답은 긍정뿐이었다. 하나는 작게 네, 하고 대답했다.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살짝 웃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대답은 했지만, 하나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계속해서 박사가 왜 저를 맡은 건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생각해봤자 알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밤을 꼴딱 새고도 아무런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삐삐, 삐삐, 하고 울리는 알림음에 박사가 일어날 때까지 하나의 답 없는 고민은 계속되었다. 박사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박사가 침실에서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몇 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누워있었으니 온 몸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기지개를 켠 후 한동안 이부자리 위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는데 안방에 들어오던 박사와 눈이 마주쳤다. 박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잘 잤어요, 하나 양?”

“…안녕히 주무셨어요.”


차마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인사했다. 박사는 웃음기 어린 입매를 흩뜨리지 않고 물었다.


“커피 마실래요? 제가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마셔서, 아침을 따로 안 먹거든요. 미안해요, 내일부터는 토스트라도 준비할게요.”

“아뇨, 저도 아침 안 먹어요. 괜찮아요.”


박사가 그렇게 대답하는 하나를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말했다.


“바닥에서 자서 불편하죠? 오늘 침대 사러 가요.”

“아뇨, 그럴 필요는…….”

“적어도 1년은 같이 살 거잖아요.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네?”


부담감이 들었으나 그 웃는 얼굴을 앞에 두고 차마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박사는 처음부터 한결같이 하나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어쩔 줄 모르고 있자 박사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오늘 별 일 없으면 오후 6시에 퇴근하니까, 7시까지 학교 앞으로 갈게요. 괜찮죠? 혹시라도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할게요. 휴대폰 번호 알려줄래요?”


그리고는 상냥한 눈매를 휘어뜨렸다. 하나는 밤새 꽁꽁 둘렀던 제 갑옷이 그 눈웃음 하나에 한 꺼풀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문득,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누가 벗기는지 내기했던 일화가 생각났다.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갑옷을 움켜쥐었다.



박사가 출근 한 뒤, 하나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배가 아파서 늦게 등교하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오전 10시가 넘는 것을 기다렸다가, 이 시간엔 텅 비어 있을 남자의 집으로 가서 제 짐을 챙겼다. 겨우 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모든 짐을 옮길 수 있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지만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집을 떠나는 일이 이토록 쉽게 이뤄지자 뭔가 허무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박사는 정말 하나를 데리고 대형마트로 가서 세 자릿수에 달하는 침대를 주문했다. 하나는 너무 비싸다며 거절했지만, 박사는 수험생은 잠을 잘 자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 그 뒤에는 비싼 초밥을 사주며 하나의 동거를 축하해주었다. 하나는 쏟아지는 호의에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외모 때문에 남들의 호의를 받은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것은 대개 속이 보이는 얄팍한 것들이곤 했다. 그러나 한참이나 연상이자 동성인 박사가 베푸는 친절은 경계심과 의심으로 가슴이 가득찬 하나조차도 함부로 의심하기 힘들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흔치 않은 호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무언가 속셈이 있을 거라 고집스레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 자신이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짐덩이 같았으니까. 하나는 아닌 척 하면서 박사를 유심히 살폈다. 조금이라도 저를 이용해먹을 구석을 찾으려 했다. …찾아야 했다. 부담감이 극심했다.


*


그러나 며칠을 두고 지켜봐도 박사의 행동에는 어떤 속셈도 보이지 않았다.


박사와 함께 한 지 둘째 주가 되던 어느 날, 깨끗하게 치워진 제 방의 푹신한 새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필사적으로 박사의 속내를 짚어보려던 하나는 그런 제 스스로를 깨닫고 지독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박사와 동거하기 전 한 달 간 알고 지내며 이미 박사에게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고 믿어볼만 한 어른이라 여겼는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애꿎은 박사를 이상하게 몰아가려 애쓰는 자신이 너무나도 경멸스럽게 느껴졌다.

그 날은 자기혐오에 시달려 끙끙 앓느라 잠을 못 잤다.


그래서 다음 날, 모닝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박사에게 대놓고 물었다.


“왜 저한테 이렇게 잘 해주세요? 전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데.”


박사는 일어나자마자 그렇게 묻는 하나에게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부담 갖지 말아요, 하나 양. 저는 그냥 하나 양을 돕고 싶은 것뿐이에요.”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잖아요.”

“그럼 그냥 제 마음 편해지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흡사 비밀을 알려준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며 미소 짓는 박사를 보고 하나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차올랐다. 말문이 막힌 하나를 보며 네? 하고 부드럽게 대답을 재촉하는 박사에게, 하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자꾸만 갑옷이 미끄러져 벗겨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부담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박사는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하나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시간이 근 1여 년이었다. 하나에게 가장 간절했던 건 머무를 곳과 돈이었다. 박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둘을 제공했다. 갈 곳이 없어 박사의 집에 머무르기로 했지만, 하나는 박사가 주는 용돈은 거부했다. 그것까지 받기에는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식비라도 내고 싶었다. 성적에 흥미가 떨어진 지 오래였으므로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중에 퇴근하던 박사를 만났다. 박사는 하나의 손에 들린 구인 잡지를 보고 바로 상황을 파악한 듯 했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표정을 짓던 박사는, 집으로 돌아와 안절부절 못하던 하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하나 양, 그럼 이렇게 할래요? 저는 주에 한 번, 가사도우미를 부르거든요. 하나 양이 거실 청소랑 세탁기만 돌려주기만 하면 굳이 가사도우미를 부를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너무 쉬운 일이잖아요.”

“가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래요. 이틀에 한 시간씩만 하기로 하고, 어때요? 시급은 이만 원으로 하고요.”

“그건 너무 많아요.”

“가사도우미는 훨씬 비싼 걸요.”


그렇게 너스레를 떠는 박사에게 결국 하나는 넘어갔다. 속이 편치는 않았으나 하나에게도 박사에게도 좋은 결과라며 억지로 납득했다. 어릴 적부터 하나는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길었으므로 웬만한 가사는 거의 다 할 줄 알았다. 남자가 재혼한 이후엔 아무도 하나를 챙겨주지 않았으므로 제게 필요한 집안일은 알아서 하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였다.


하나는 매일 하교 후 박사가 퇴근할 때까지 집을 꼼꼼히 청소했다. 책장에 빼곡히 쌓인 책들을 하나씩 털었으며, 거실 구석구석을 걸레로 닦았고 매일 세탁기도 돌렸다. 책장 청소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일주일간 꾸준히 하자 끝이 나버려 더 이상 별로 할 게 없어졌다. 박사가 평소 집을 어지르는 타입이 아니기에 더 그랬다.

박사는 깨끗해진 집을 둘러보곤 하나에게 눈을 맞추고는 빙그레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갑옷은 차치하고, 입고 있는 외투마저 벗겨질 것 같았다.


*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어제, 평소보다 늦게 퇴근한 박사는 하나를 거실 소파에 앉히고 말을 꺼냈다.


“하나 양, 실은 오늘 하나 양의 아버님이랑 이야기를 하고 왔어요.”


하나는 흠칫해서 재빨리 박사의 상태를 살폈다. 박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깨끗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멱살이 잡힌 것 같은 흔적도 없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박사가 말을 이었다.


“아버님이 하나 양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대신으로, 학대의 증거를 모두 넘겨주는 걸 원해요. 그리고 그렇게 할 경우, 만 19살이 될 때까지 한 달에 50만원씩 양육비를 부쳐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하는데… 하나 양의 생각은 어때요?”


하나는 남자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게 분명했다. 세상 체면이 가장 중요한 남자였으므로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나는 냉큼 답했다.


“그렇게 할래요.”


하나의 말에 박사가 눈썹을 내리뜨리며 입을 열었다.


“하나 양, 증거만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건 나중에라도 가능해요. 그리고 저 돈 많이 벌어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거절했으면 해요.”

“아니오. 더 이상 그 사람이랑 얽히기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해봤자 결국은 유야무야 넘어갈 게 뻔하잖아요. 그리고 그 정도로 체면이 깎일 경우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보복할 거예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다 잊고 싶어요. 오히려 축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걸요.”


박사는 한참 동안 하나를 보더니 이윽고 한숨을 쉬며 그러자고 했다. 하나는 박사의 뜻에 거스르는 것이 조금 미안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남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도 하기 싫었다.


“죄송해요.”

“하나 양이 죄송할 게 뭐 있어요. 잘못한 게 없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박사는 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웃어 보인 후, 아주 천천히, 느리게 손을 들어 하나의 머리를 향해 뻗었다. 박사의 팔이 올라감과 동시에 움찔했던 하나였으나 박사와 눈을 마주치며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머리에 박사의 손길이 느껴지자 하나는 가슴이 조금 간지러워졌다. 낯선 온기에 피하고 싶었으나 동시에 그대로 감촉을 느끼고도 싶었다. 박사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한참동안 그렇게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원래 이렇게 다정한 사람인가?


하나의 가슴속에 작은 의문이 피어났다.


***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입에 붙어버린 인사를 하며 하나는 집에 들어왔다. 박사가 퇴근하기 전이었으므로 아무도 없었지만, 박사의 집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빼먹지 않은 인사였다.

하나는 곧바로 집 청소를 한 후,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켜서 어제 하던 게임 제작을 이어하기 시작했다.


박사는 하나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하고 싶은 일을 정했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만 했다. 그래서 하나는 그렇게 했다. 하교하는 길에 들른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온 서적이나 인터넷 강의를 참고하며 게임 제작에 열을 올렸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으니 전보다 진도가 쭉쭉 나갔다.


6시 반쯤 되자 맞춰두었던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하나는 일단 하던 일을 멈추고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식재를 살피다 감자 그라탱을 만들기로 했다.


책장 정리를 끝내기 전까지는 밖에서 계속 사먹었지만, 계속 사먹다보니 조미료 맛에 질리게 됐다. 그래서 박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부엌을 빌려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하던 일이었기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날따라 일찍 퇴근한 박사는 하나가 해놓은 요리를 보고 놀라워했다.

알고 보니 박사는 아침 모닝커피를 제외한 모든 식사를 밖에서 사먹는다고 했다. 바빠서 도통 요리 할 시간이 없고, 요리에 재능도 없다는 말에 하나는 그냥 하면 되는 거지 굳이 요리에 재능이 필요한 건가 의아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감자 그라탱과 스페니쉬 샐러드를 만들고 난 뒤 정리를 하고 있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하나는 행주에 손을 닦고 현관으로 나가 인사했다.


“다녀오셨어요?”

“네, 다녀왔어요, 하나 양.”


한 달간 매일 같이 본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박사가 인사했다.

처음 하나가 마중을 나갔을 때, 박사는 꽤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그네의 옷깃을 벗길 정도로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다녀왔다는 인사를 했다. 하나는 곧바로 박사가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그런지 이런 마중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꼬박꼬박 마중인사를 했다. 그 때마다 박사가 짓는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


“박사님, 그건 뭐예요?”


박사의 한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를 보고 하나가 물었다. 혹시 박사의 생일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낭패였다. 선물은커녕 손편지 하나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굳어진 하나를 의아하게 여긴 박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아, 이거요. 하나 양이 아버님이랑 인연 끊는 걸 기념…해서 사온 건데, 음, 생각해보니 하나 양의 의견도 묻지 않고 사와 버렸네요. 미안해요.”

“아뇨! 좋아요, 저는. 진짜 좋아요.”


난처해하는 박사의 얼굴에 하나가 화급히 손을 저었다. 어제 흘리듯 축하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걸 기억했다가 이렇게 챙겨주는 모양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자상한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속에서 뭔가 차오르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며 일단 박사에게서 케이크를 건네받았다.


“케이크에 대해 잘 몰라서 점원에게 추천 받았어요. 고구마무스 좋아해요?”


설사 싫어하는 것일지라도 축하 기념이라면 반드시 먹을 생각이었기에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해요.”

“다행이네요. 저 일단 씻고 올게요. 식사하고 먹어요.”

“네.”


안방으로 들어서는 박사를 보고 하나는 하다 남은 뒷정리를 마저 했다. 박사가 씻고 나오자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먹었다. 하나가 느끼기에 맛은 보통 감자 그라탱이었지만, 박사는 맛있다고 연신 칭찬했다. 칭찬에 익숙지 않은 하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했지만, 결국 귓등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박사는 그걸 보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식사를 끝낸 후, 케이크를 잘라서 거실 테이블에 놓고 소파에 앉았다.


“하나 양은 아직 미성년자니까 포도주스로 해요, 괜찮죠?”


냉장고에서 꺼낸 주스를 컵에 따라주며 그렇게 묻는 박사에게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술은 고등학교 1학년 수련회 때 이미 마셔봤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해서 박사가 안고 있는 저에 대한 이미지를 깰 생각은 없었다.


“축사는 뭐로 할까요?”

“해방 기념이요.”

“그래요, 그럼. 하나 양의 해방을 기념하여, 건배.”


박사가 빙그레 웃고 포도주잔을 하나의 주스잔에 부딪히는 것을, 하나는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어른인 박사가 천덕꾸러기 식객에 불과한 제게 이렇게까지 맞춰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하나는 충동적으로 물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거예요? 다정한 거요.”


박사가 그 말에 조금 당황한 듯 하나를 보았다.


“네? 갑자기 무슨…….”

“갑자기는 아니에요. 요 며칠 줄곧 생각했던 거예요. 원래 남한테 그렇게 친절해요? 다른 사람한테도 저한테 하듯 호의를 베풀어요?”


박사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는 조용히 박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박사가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왠지 손에 땀이 찼다. 손 안에서 맥이 박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박사가 미소하며 대답했다.


“하나 양에게 하는 것처럼은 하지 않죠.”

“왜… 그럼 왜 저한테는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예요? 한 달 내내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전혀 모르겠어요.”


박사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하나를 보았다. 하나가 말을 이었다.


“다친 거 치료해 주고, 집에서 따뜻하게 있게 해 주고, 오갈 곳 없어지니까 집에서 살게 해주고. …보통 안 그러잖아요. 아니, 못 그러잖아요. 전… 박사님이 저한테 뭘 바라고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또 저를 돕고 싶었다는 그런 대답하지 마시고요. 진짜 박사님이 바라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차라리 속 시원히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바라는 게 있으면, 들어주게요?”

“네.”


하나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가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사를 만난 이후 갚을 수 없을 정도의 호의를 이미 넘치도록 받았다. 마음 같아선 정말 뭐라도 하고 싶었다. 더 이상 따뜻한 온기를 받으면 정말 마지막 남은 외투까지 다 벗어버릴 것 같았다. 하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박사가 뭐라도 원하는 것이길 바랐다.


그런 하나를 보는 박사의 표정이 모호했다. 하나로서는 읽을 수 없는 감정이 박사의 눈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나는 초조하게 입술을 마구 짓씹었다. 박사가 그것을 보더니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나의 입술을 톡 건드렸다. 하나는 살짝 놀라 짓씹던 입술을 놓았다. 박사가 그런 하나를 한동안 지그시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녹아 없어질 듯 감미로웠다.

하나는 왠지 뒷목의 솜털이 바짝 서는 것 같아 흠칫 놀랐다. 박사가 흐린 호선을 입가에 그리며 말을 이었다.


“전 하나 양이 그 나이 대에 누렸으면 하는 것들을 충분히 누렸으면 해요. 그 외에 바라는 건 없어요.”

“…….”

“하나 양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냥 정이 갔어요. 하나 양이 안 다쳤으면 하고 바랐어요. 하나 양이 안전하게 돌아갈 장소가 있기를 바랐죠. 그것뿐이에요.”


진심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이 그것뿐만이 아니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박사 본인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부정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하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케이크를 먹었다. 힐끔 박사를 보니 박사는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비스듬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잠시 후 박사가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하나 양은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제가 도와줄게요.”

“…고맙습니다.”

“뭘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그렇게 말하며 다정하게 웃는 박사의 얼굴이 해사했다. 하나는 마지막 외투가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눈치 채자 얼굴에 열이 오르고 있었다.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서서 접시와 잔을 치우고, 공부하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앞에는 앉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왠지 모르지만 이불을 빵빵 차고 싶었다. 실제로 그러지는 못하고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그냥 연상의 동성 어른이 도와주겠다고 했을 뿐인데……. 하나는 고개를 털어버리곤 그냥 박사가 했던 제 나이 대에 누리는 것을 누렸으면 한다는 말과 안전하게 돌아갈 장소가 있기를 바랐다는 말만 기억하기로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하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정말 아무런 대가 없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예쁘고, 착하고, 다정하고, 능력까지 좋은 사람이 제 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어주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가지 않았다. 제게 웃어줄 때마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특히 아까의 그 목소리는…….

…깊이 생각하면 이상한 생각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여태껏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잘 버텨온 제게 천사가 찾아온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앙겔라.

앙겔라 치글러.


하나는 그 이름을 곱씹었다. 울림이 좋았다.

왠지 앞으로 이 이름을 되뇔 날이 많을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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