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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연박 은정수지 해피엔딩 연성글 上中下+수위본 통합 -1

링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21 23:33:32
조회 1794 추천 38 댓글 11
														

, 성공적인 공연을 위하여!”

 

위하여!”

 

호프집으로 보이는 살짝 어두운 공간 안, 잔을 부딪치며 소리를 내는 학생들 사이로 핸드폰을 확인하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수지가 보인다.

 

언니, 왜 그러세요?”

 

계속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네. 말도 안하고. 다 다른 번호야 그것도.”

 

뭐야, 언니 핸드폰 번호 어디 유출 된 거 아니에요?”

 

그런가.”

 

이벤트 같은 곳에서 핸드폰 번호 적은 적도 없는데, 뭐지.

 

오후부터 지금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수지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전화를 받아도 아무런 대답 없이 몇 초 뒤에 끊어지는 전화가.

번호를 바꾸던가 해야 하나, 무섭네.

 

드르르르.

 

수지가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으려고 한 그때, 다시 전화가 온 것인지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또 바로 오네, 왜 이래 진짜.

 

저기요,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자꾸 전화 거시는 거예요? 이거 범죄에요 범죄.”

 

수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프집 문 밖으로 나가며 전화를 받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화기 너머로는 바람소리를 제외하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더 전화하면 신고할 거예요, 알겠어요?”

 

“...수지야.”

 

“...?”

 

그렇게 수지가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통화를 끊으려고 한 그때, 전화기 너머로 낮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수지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추었다.

 

당연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 동안 몇 번을 받아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으니.

 

“...미안해.”

 

그리고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았던 누구보다 강해 보이는 아이가 자신에게 우는 목소리로 사과를 하고 있었으니.

 

***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으며.

 

, 너 울어?”

 

그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생각을 하던 수지가 먼저 정적을 깨트렸다. 이럴 아이가 아닌데. 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데 있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으니.

 

“...미안해.”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호하게 통화를 끊었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 끊어야만 했다. 기껏 정리한 이 복잡한 마음을 망가트릴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상황이었으니.

 

그럼 오후부터 계속 전화 건 사람이 너였어?”

 

“...미안해.”

 

어떤 질문을 해도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이 돌아왔다. 흐느끼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너 그런 애 아니었잖아, 왜이래 당황스럽게.”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동정심도 미련도 아닌 그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보고 싶어.”

 

?”

 

“...한번만 보고 싶어.”

 

너 지금 어디야.”

 

미치겠네.

 

은정의 말을 듣자마자 수지는 다시 호프집 안으로 들어간 뒤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지만 수지는 듣지 못하는 듯 보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낮은 흐느낌에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울지 말고 빨리 말해, 지금 갈 거니까.”

 

호프집을 다시 나가며 수지는 짜증 섞인 말투로 은정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자신이 몇 날 며칠을 생각하고 고민해서 낸 결론을 번복하고 있다, 어째서인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

 

그만 울고 말 좀....”

 

.

 

그때, 수지가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몸이 굳고 눈이 동그래진 채로.

 

“...여긴 어떻게 알고.”

 

차들이 지나다니는, 언제나 술에 취해서 비틀 거리면서 눈으로 보았던, 호프집 바로 앞에 있는 그 평범하고 무난한 도로에서, 유난히 띄는 자신의 노란색 차에 몸을 기대고 한쪽 손으로 눈물이 흐르는 눈을 비비며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그 어느 때보다 흐트러져 보이는 은정이 있었다.

 

***

  

은정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는 수지를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그저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라는 거야 진짜.”

 

울고 있는 은정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수지가 나지막이 말을 내뱉으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지가 은정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흐트러진 은정의 모습이 더욱 잘 보이기 시작하고 수지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이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물론 그렇게 행복한 현실은 아니지만. 아니, 생각보다 훨씬 잔인한 현실일 것이다.

 

울고 있는 은정의 바로 앞에서 단호한 말투로 말을 한 수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은정의 얼굴이 서서히 올라왔다.

 

얼마나 울고 있던 것인지 상상이 안갈 정도로 빨개져 있는 눈가가 먼저 보였다. 시선을 내려 보니 핸드폰을 잡고 있는 벌벌 떨고 있는 손이 보였다.

 

“...미안해.”

 

그만.”

 

“...미안해 수지야.”

 

그만하라고!”

 

수지의 팔을 붙잡고 또다시 사과를 하는 은정을 달래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던 수지가 은정의 팔을 뿌리치고 소리를 쳤다.

 

뭐 어떡하라는 건데 나보고!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잖... , 뭐하는!”

 

수지가 은정을 밀치고 따지듯이 소리를 치기 시작한 그때, 은정의 팔이 빠른 속도로 수지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빠르게, 하지만 슬로우 모션처럼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수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팔로 은정을 밀치려고 노력했지만 수지의 얼굴을 잡고 있는 은정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흐느끼며 울고 있던 사람이 맞는 걸까, 그 어느 때보다 격한 혀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수지는 자신의 입술을 은정에게 맡겨버렸다. 맡겨버릴 수밖에 없었다가 더 어울리는 표현 같지만.

 

시간이 잠시 흐르고 두 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떼어졌다.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똑바로 수지를 쳐다보고 있는 은정과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수지가 보였다.

 

“...설레잖아, 내가 니 표정을 아는데.”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은정이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말투로.

 

미안해,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고 싶은 만큼. 내 잘못이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라는 것도 알아. 그래서 할 말이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어. 가해자는 당연히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하지,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자신이 과거에 했던 잘못의 벌을 받고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라면.”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내가 당연히 받아야하는 벌이라는 걸 인지하려고 너한테 걸었던 전화를 아무리 끊고 또 끊어도.”

 

널 잃고 싶지 않아, 표수지.”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해보였던 도로와 나무들이, 평소보다 더욱 답답해 보이는 차의 무리들이.

 

이 두 아이들을 앞에 두며 로맨틱한 영화의 한 장면이 되어간다,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는 모르는 그런 로맨틱한 영화가.

 

***

 

“...팔 놔줘.”

 

수지는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 듯 차분한 말투로 은정에게 말을 한 뒤 은정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뺐다.

 

너무 힘들었어, 너 때문에. 어떻게 내 학교생활이 끝났는지도 이제 기억이 안나, 기억을 하고 싶지 않은 거일수도 있겠지만.”

 

“...미안.”

 

그동안, 아니 지금도 니 얼굴을 보면 지금까지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해 내가 노력했던 짓들이 생각이나. 눈앞에 그려져,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들과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이.”

 

“...미안해.”

 

너를 좋아했었어, 친구 그 이상으로. 지금도 니가 한 행동 때문에 설레서 미칠 것 같아. 얼굴도 붉어지는 것 같고.”

 

그런데 너를 용서할 수가 없어, 오히려 그것 때문에 너를 용서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해. 너의 그 애원을 듣고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수지야.”

 

수지의 말이 길어질수록 은정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수지의 말하는 분위기가 점점 이 로맨틱 영화의 결말을 슬프게 만들고 있었으니.

 

은정은 수지의 말을 멈추고 싶었던 것인지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수지의 이름을 부르며 수지의 팔을 잡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는 강한 척 하지 마,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강한 척만 하면서 다녀. 속은 다 썩어있으면서.”

 

“...?”

 

실망시키지 마, 난 주위 사람들한테 사랑을 너무 쏟아서 한번이라도 내 사랑이 부질없다고 느끼게 되면 금방 실망하고 삐지니까. 넌 더욱 그럴 거고.”

 

서서히 내려가던 은정의 고개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영화의 전개가 아니었다.

 

널 좋아하지 않아, 못한다고 해야 하겠지만.”

 

은정이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한순간에 달라져있는 수지의 표정이었다. 무덤덤하고 차분한 표정에서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친구로 지낸다고 생각해, 내가 옛날에 너와 같이 다니면서 느꼈던 똑같은 마음으로. 결국 난 널 좋아하게 되겠지만.”

 

수지가 말을 끝내며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은정에게 더욱 가까이 걸어가 은정의 품 안에 안겼다.

 

“...널 좋아했어, 우은정.”

 

은정의 품에 안겨있는 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럽게 울고 있는 중이었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도 사실은 원했던, 그러나 차마 실현할 용기가 없었던 결말을 맞이하게 되어 흐르는 눈물인 것일까.



저번에 올렸던 은정수지 연성글을 마지막 수위본까지 추가해서 완결지었어요! 이미 앞쪽을 보신분은 완결글로 넘어가주세영 글자수 제한 때문에 둘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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