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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재벌3세 하나와 주치의 메르시 6 번외

ㅇㅇ(223.39) 2017.08.19 21:40:04
조회 2434 추천 61 댓글 21
														






* 주의 : 15세 미만 관람 불가 수위입니다 *











함부로 약속하지 말걸.

까맣게 물든 시야 속에서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힘없이 숨을 몰아쉬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저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 알았다면, 앙겔라는 절대로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았을 것이다.

온 몸에 힘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음에도 땀범벅이었다. 아이와의 체력차를 점점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아이가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입술을 엎드린 제 어깨에 묻었다. 눈을 가린 탓인지 감촉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와 닿았다. 손으로 엉덩이 골을 쓸어 올리는 아이의 손길이 외설적이었다.

“박사님, 좋았어요?”

앙겔라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이는 다 알면서도 항상 그렇게 묻곤 했다. 방금 전까지 아이의 밑에서 끙끙대며 쏟아냈던 말들이 고스란히 뇌리 속에 되살아났다. 쓸데없이 영리한 머리는 이럴 때는 꼭 평소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을 발휘했다.

“하나…….”
“별로였어요? 난 되게 좋았는데.”

좋았는데,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랫배로 아이의 손이 파고 들었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몸이 아이의 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앙겔라는 급히 말했다.

“저도 좋… 좋았어요. 이제 그만 자요, 하나.”
“벌써요? 아직 새벽 3시밖에 안 됐는데……. 한번만 더요. 네?”

새벽 세시가 벌써냐고 소리치고 싶은데 입으로 나오는 건 앓는 소리 뿐이었다. 아이가 다른 한손으로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주무르고 있었다. 피부를 누르는 손가락들의 압력이 미묘하게 달라서 자꾸 의식이 됐다. 손가락이 스치는 곳마다 짜르르한 감각이 느껴졌다.

내일이 출근하는 날이라면 출근 핑계라도 대는데 하필 내일은 비번이었다.
앙겔라보다 더 앙겔라의 스케줄을 더 잘 기억하고 있는 아이는, 그녀가 퇴근하자마자 집어삼키듯 키스를 퍼부었다. 쏟아지는 열렬한 키스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치 챘을 때는 이미 침실 위에 누워 아이의 키스를 받아내는 중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시달렸으니 몸이 버텨낼 리가 없었다.

“하나, 저 정말 더 이상 못 하겠어요…….”

애원하는 듯한 말에 아이가 웃는 듯 하더니 앙겔라의 이마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이 다음은 나중에 해주신다면서요. 지금은 나중이 아니에요?”

또, 또 그놈의 나중 타령이다. 앙겔라는 정말로 말하고 싶었다. 말에 내구성이 있다면 그 말은 이미 진작 닳아 없어졌을 거라고. 그러나 아이는 앙겔라가 그렇게 말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약속은 지키셔야죠, 박사님.”

아이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감싸 쥐었다. 열기가 식지 않은 몸이 달아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앙겔라는 소리 내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아이는 그런 앙겔라를 비웃듯 파고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결국 잇사이로 달뜬 소리가 새어나갔다.

“한 번만 더 해요, 우리. 이번엔 정말로 마지막으로요. 네?”

두 손을 살살 돌려가며 귓가에서 속삭이니 버텨낼 수가 없었다. 앙겔라는 결국 끙끙대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밤이 끝나려면 아직도 먼 듯 했다.

*

앙겔라는 멀리서 들리는 타자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 초점이 맞질 않아 몇 번 깜박이는 동안, 익숙한 침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로 어떻게든 상체를 일으키고 베드에 등을 기댔다. 슬쩍 내려다보니 가슴이 온통 울긋불긋했다. 지난밤의 정사가 떠올라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잠시 그렇게 쉬고 있자 점차 기운이 돌아와, 침대 옆 협탁에 곱게 개어진 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허리가 빠질 듯이 아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통증이기도 해서 그냥저냥 버틸 만 했다. 침실에 딸린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끝낸 후 거실로 나오자, 아이는 노트북을 붙잡고 씨름을 하는 중이었다.

“하나.”

어젯밤의 여파로 목소리가 살짝 쉬어 있었다. 얼굴이 절로 달아오르는데 아이가 작은 목소리를 용케도 알아듣고 고개를 들었다.

“아, 박사님. 잘 주무셨어요?”

태양 아래서 보는 아이는 어젯밤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순한 갈색 눈동자를 휘어뜨려가며 앙겔라에게 인사를 하는 걸 보니 정말 쌍둥이라도 숨겨놓은 게 아닐까 의심되었다.

아이는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폴짝 일어서서 앙겔라에게 다가와 답삭 안겼다. 아침마다 빼먹지 않고 포옹하는 습관이 들려서 앙겔라도 아이의 마른 어깨를 감쌌다. 아이가 만족한 듯 웃고는 앙겔라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고서 떨어졌다.

“박사님, 배고프시죠? 벌써 점심 먹을 시간 다 됐어요.”

아닌 게 아니라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 데다 오랜 시간 격렬한 운동까지 했으니 정말로 배가 고팠다. 아이가 앙겔라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이끌고는 전자레인지를 1분 돌렸다가 음식을 가져다 날랐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배달시킨 빵, 스테이크, 샐러드 등이 순식간에 차려졌다. 앙겔라가 늦잠을 잘 때에는 아이가 종종 이렇게 음식을 배달시켜놓고는 했다.
허기진 속을 달래가며 의식해서 천천히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가 입을 열었다.

“박사님, 저 내일 병원에 정기검진 가요. 점심 같이 드실 수 있으세요?”
“네, 가능해요.”
“점심시간에 맞춰서 도시락 사들고 갈게요.”
“그러지 말고 밖에서 볼래요? 내일 정오에 수술 잡힌 게 미뤄졌거든요.”
“전 좋아요! 그럼 우리 거기 가요. 이태원 레스토랑.”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앙겔라는 피식 웃었다. 입원 중일 때 번번이 일이 생겨 가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된 모양인지, 아이는 종종 외식을 할 때마다 이태원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자고 했다. 마음에 드는 곳이라 상관없기도 했고 거기에 가자고 이야기하는 아이가 귀엽기도 해서 앙겔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병원으로 갈게요.”
“아니에요. 하나 내일 오전 수업 있죠? 병원 들렀다가 가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이태원에서 봐요.”
“저야 좋죠. 아, 그럼 내일 데이트 하는 거네요. 예쁘게 입고 가야지.”

점심 한 끼 사먹는 것도 데이트라며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요 근래 너무 바빠서 아이에게 신경을 제대로 못 쓴 것 같아 미안했다. 아이도 말은 안 했지만 내심 불만이 쌓였을 것이다. 그러니 어젯밤의 폭풍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 거겠지. …어젯밤에 대해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서 앙겔라는 애써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하나, 요새는 카디건 별로 안 입네요? 이제 질렸어요?”
“아, 그거요. 퇴원하니까 잘 안 입게 되더라고요. 한여름에도 입고 지내서 그런가?”
“입원 중에는 내내 입고 다녔잖아요.”
“그거야 환자복만 입으면 진짜 환자 같아서 그랬죠. 기분도 칙칙해지고. 무엇보다도 박사님 눈에 환자로 보이기 싫기도 했고요.”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제 심장에 대해 그렇게나 숨겼던 아이였기에 마지막 말은 특히 이해가 갔다. 그렇다곤 해도 더위를 못 참는 아이가 제 눈을 신경 써서 카디건을 입고 여름을 보냈단 걸 생각하니 안쓰러워져, 앙겔라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가 방긋 웃는다.

“내일 시간 널널하면 백화점 가고 싶은데, 그렇게까지 시간 있으신 건 아니죠?”
“음, 네. 미안해요. 하지만 토요일 오후엔 시간 낼 수 있을 거예요. 뭐 사고 싶은 거 있어요?”
“네. 올해는 박사님이랑 바다 가고 싶거든요. 수영복 사러 가게요.”
“그래요, 그렇게 해요.”

건강을 되찾은 이후로 아이는 전보다 더 활발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앙겔라가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을 못 내자 혼자 당일치기로 부산에 내려갔다 오는 걸 보고 병원에 있었을 때 어지간히 답답했겠다 싶어, 주말이면 틈틈이 아이를 데리고 근교로 드라이브를 다녔다. 외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앙겔라였지만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만 봐도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한 뒤, 세면실에 서서 나란히 양치를 했다. 아이가 자꾸 거품이 묻은 입술로 볼 뽀뽀를 해댔기 때문에 앙겔라는 웃음을 터뜨리며 세수를 다시 해야 했다.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아이는 조별 과제를 해야 한다고 했고, 앙겔라는 다다음주에 있을 세미나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거실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제 할 일에 집중했다. 한참을 태블릿PC로 논문을 읽고 있다가 목이 뻐근해서 고개를 돌리는데, 아이의 노트북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중인지 PPT 화면이 켜져 있었고, 오른쪽 구석에서 자꾸만 메신저 창이 깜박이며 글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조별과제를 한다더니 그룹 채팅인가 보구나 하고 넘어가려는 앙겔라의 눈에 한 문장이 걸려들었다.

[하나야 내일 시간되면 내 발표 자료 좀 봐줄래? 내가 점심 살게]

별 거 없다면 없는 평범한 메시지인데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보고 있자 아이가 힐끗 그 메시지를 보더니 마우스로 알림창을 눌러 대화창을 띄우고는 빠르게 답을 했다.

[나 내일 우리 애인님이랑 데이트 있어. 안 돼]
[거짓말하지 말고]
[진짠데. 그리고 점심만 먹을 거 아니잖아]
[자꾸 그렇게 빼지 말고 우리 과 선배 한번만 만나 봐. 진심 존잘인데 너니까 소개해주는 거야]
[관심 없음]
[아, 한번만 만나주라. 내가 과제 대신 해줄게. 응?]
[ㄴㄴ]

점점 무성의해지는 아이의 대답에도 상대는 끈질기게 대화를 걸어왔다. 마침내 아이가 마우스로 알림 설정을 꺼버리자 앙겔라의 신경을 자극하던 대화는 더 이상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멍하니 그 대화를 보고 있던 앙겔라는 아이가 돌아보려는 것 같아 곧바로 태블릿PC로 시선을 돌렸다. 한 박자 늦게 앙겔라를 쳐다본 아이가 다시 PPT 작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앙겔라는 전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전의 대화로 보건대 아이는 몇 번이나 이런 소개팅 제안을 받아본 것 같았다. 칼같이 끊어내는 모습은 믿음직스러웠지만 그와는 별개로 앙겔라는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싱그럽고 예쁜 아이에게 잘생긴 젊은 남자들이 접근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엉키는 것 같았다.

노트북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아이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엔 자그마치 다이아가 박힌, 제가 끼고 있는 것과 같은 커플링이 존재하고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반지를 끼고 있는데도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랄 일이었다. 앙겔라의 사고방식과 요즘 젊은 아이들의 사고방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앙겔라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짜증도 나는 것 같고 화도 나는 것 같고 아이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자신이 좀 싫은 것도 같고 아무튼 속이 복잡했다. 정말로 아이를 만난 후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겪는 것 같았다. 아이와의 생활은 더없이 행복했지만, 가끔씩 이렇게 현실이 와 닿을 때마다 앙겔라는 위축되는 자신을 느꼈다.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앙겔라를 돌아보았다.

“뭐가 잘 안 풀리세요, 박사님?”
“아, 별 거 아니에요.”

앙겔라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하자 아이가 입을 삐죽이고 말했다.

“가끔씩 의대 갈 걸하고 후회될 때가 있어요.”
“왜요? 하나한테는 경영대학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의대 갔으면 박사님이 뭘 읽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전혀 모르니까 도움도 못 되고. 속상해서요.”

앙겔라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사 의대를 갔다 해도 앙겔라가 지금 읽고 있는 논문을 이해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터였지만, 아이의 마음씀씀이가 예뻐서 절로 강물처럼 애정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래, 아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아이에게 들이대려는 사람들이 잘못인 거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예쁘고 착한데다 배경까지 좋은 아이에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알아서 잘 행동할 것이란 걸 믿으면서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신경 쓰는 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대학 생활은 어때요? 재미있어요?”
“음, 재밌기도 하고 짜증날 때도 있고 그래요. 특히 조별과제는 진짜 왜 내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어차피 할 사람만 하는데.”
“경영대는 조별과제 많지 않아요?”
“네, 그래서 더 짜증나요. 마케팅 쪽은 아예 안 듣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아이는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얼추 진로를 정해놓은 모양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적당한 계열사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다가 빠른 승진으로 경영진이 되겠지. 다른 재벌 2, 3세들의 사례를 생각해보니 비교적 또렷하게 아이의 미래가 그려졌다. 그 미래에 자신이 있을 수 있을까. 앙겔라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 앙겔라의 불안을 읽은 것처럼 아이가 말했다.

“얼른 졸업해서 박사님이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거의 같이 살잖아요.”
“앞집 말고요. 결혼한 사람들처럼 같이 사는 거요.”

아이의 심장조직 이식 수술은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약해진 심장조직에 건강한 조직을 이식한 후, 아이가 체력을 회복하자마자 곧바로 재수술에 들어갔다. 두 번의 수술 끝에 아이는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후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던 회장에게, 아이는 앙겔라와 자신의 사이에 어떠한 간섭도 말아달라고 했다. 회장은 그런 소원을 말할 거라 짐작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비교적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동거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몹시 불만스러워했지만, 결국 가장 큰 장애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회장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바로 앙겔라의 앞집에 이사 왔다.

아침 출근할 때 얼굴을 마주치고 인사했던 앞집 사람이 저녁에 퇴근하자 아이가 되어있는 일엔 앙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집이 이사 간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었기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아이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어요, 박사님' 하고 개구지게 웃었다. 자세히 캐묻자 아이는 시세의 두 배를 주고 아파트를 샀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집값을 아는 앙겔라는 이마를 짚었지만, 아이는 제가 벌어들인 돈으로 산 것인데다 제가 가진 재산에 비하면 태도 안 날 정도니까 걱정 말라며 웃었다. 앙겔라의 앞집에 이사 온 것이 몹시도 기쁜 모양이었다.

아이의 집은 앞집이었지만, 실제 아이가 앞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평일엔 앙겔라가 퇴근 후 잠이 들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다 잠을 자러 갔고, 주말엔 아예 앙겔라의 집에서 살았다. 아이에게 있어 집은 잠만 자는 장소나 다름없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회장은 별다른 간섭을 해오지 않았다. 아이는 이래도 되나 고민하는 앙겔라에게 매일 앙겔라의 집에서 자지는 않으니 동거가 아니라며, 반동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박사님도 그럴 거죠? 네?”

앙겔라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 보들보들한 피부가 참 감촉이 좋았다. 생각하지 않고 절로 입이 열렸다.

“…그래요, 졸업하면 그렇게 해요.”
“아싸, 박사님 약속한 거예요? 저 기억력 좋은 거 아시죠?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졸업하면 같이 살자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대답을 않던 앙겔라가 그러자고 대답하니 아이는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앙겔라에게 키스세례를 퍼부었다. 아이의 애정공세를 받고 있자니, 아까 했던 생각은 참 쓸데없는 생각 같았다.
앙겔라는 그냥 현재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기분이 좋아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따라 웃었다.

*

해가 슬슬 저물 무렵, 앙겔라가 한참 메일을 체크하고 있는데 아이가 품을 파고들었다. 어정쩡하게 팔을 올리자 코알라 새끼마냥 마주보는 자세로 품에 자리를 잡은 아이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일 보세요, 박사님.”

그러고는 앙겔라의 어깨에 고개를 댔다. 힐끔 등 뒤를 돌아보니 게임기를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끔씩 하는 자세였기 때문에 앙겔라는 어깨에 힘을 빼서 아이가 기대기 편하게 했다. 옷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이 마음에 들었다.

“과제는 다 끝냈어요, 하나?”
“네, 제가 맡은 부분은 다 끝냈어요. 내일 오후에 학교에서 한번 만나서 중간점검 하기로 했어요.”
“무슨 수업이라고 했죠?”
“마케팅개론이요. 1학년 전공인데 2학년들도 많이 들어요. 저희 조에도 2학년이 2명 있거든요. 아, 조원은 6명이에요. 그런데 과제에 참여하는 사람은 절반이에요. 그래서 과제양이 두 배로 늘어난 거 있죠.”
“다른 조도 그런 식에요?”
“안 그러는 조도 있는데 대부분 한두 명씩은 빠지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리고서 아이는 조별 과제의 불합리함과 대학생의 학점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요새 젊은이들의 협동심의 부재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댔다. 어느 순간부터는 앙겔라도 시선만 태블릿PC에 둔 채로 아이가 말할 때마다 몸에 전해지는 진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몇 번을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울림이었다. 그러다 가슴께에 전해지는 아이의 심장박동 수를 유심히 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직업병인 것 같아 웃고 말았다.
다시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아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하나, 이제 저녁 먹을까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음… 토마토 스파게티요. 박사님이 만들어 주신 거!”
“그래요, 그럼. 마트 다녀와서 만들어 줄게요.”

아이의 등을 다독이자 아이가 폴짝 비켜났다. 앙겔라는 지갑만 챙겨서 아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대형마트로 향했다. 같이 마트를 가는 것만으로도 기쁜지 아이가 맞잡은 손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자연히 앙겔라의 기분도 좋아졌다.

마트 지하의 식품매장에 들러 가장 먼저 카트에 담은 것은 도리토스였다. 와사비맛과 치즈맛 중에 심각하게 고민을 하길래 둘 다 사도 괜찮다고 말했더니 아이는 환히 웃으며 앙겔라에게 안겨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마트를 통째로 살 수도 있으면서,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행복해하는 점이 앙겔라는 참 좋았다. 대신 하루에 하나씩만 먹기로 약속하고, 유제품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저칼로리 우유를 산 뒤에는 스파게티 면과 토마토, 할라피뇨와 까진 마늘을 산 후 위층으로 올라가며 천천히 아이와 마트를 돌았다. 더 살 것은 없었지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배려였다.

집에 안마의자가 있는데도 한사코 앉았다 가자는 아이에 못 이겨 안마도 받고, 새로 나온 신형 TV를 집에 들여놓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책장들 때문에 자리가 없다고 말해서 포기시키고, 최신 휴대폰으로 바꾸려는 아이에게 아직 약정이 1년이나 남았음을 상기시키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앙겔라는 아직 괜찮았지만, 아이가 배가 고플까봐 이제 가자고 아이의 손을 살짝 당겼다. 아이는 순순히 따라왔다.

“박사님, 우리 나중에 같이 살 때 되면 80인치 정도 되는 TV가 나오겠죠? 큰 집으로 이사 갈 테니까 안방에도 하나 놓고 거실에도 하나 놓고 그러게요.”
“두 대나 필요가 있을까요? 전 TV 거의 안 보는데. 거실에서 보면 되잖아요.”
“하루 종일 침대에서 안 나갈 수도 있죠, 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별 의미 없는 말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오늘 새벽의 일을 생각하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밖에서 엄한 소리 하지 말라는 의미로 손을 꾹 쥐자 아이가 킥킥대며 맞잡은 손에 힘을 더한다. 그냥 빨리 집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서둘러 공동현관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잠깐만요.”

뒤돌아보니 투블럭을 한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앙겔라는 순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아까 마트에서부터 봤는데, 너무 제 취향이셔서요. 전화번호 좀 주세요.”
“저 애인 있는데요.”

아이가 남자의 말을 끊어내듯 잘라 말했다. 그러나 남자는 굴하지 않았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거 아니잖아요. 친구부터 시작할게요, 네?”

앙겔라는 저도 모르게 입을 조금 벌렸다. 기분이 상하기도 상하는데, 그보다는 애인이 있다는 사람에게 저렇게 대놓고 당당하게 들이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말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표정을 대놓고 찌푸리며 말했다.

“전 그런 개소리 지껄이는 사람하곤 상종을 안해서요. 박사님, 가요.”

아이가 앙겔라의 팔을 힘주어 잡아당겼다. 앙겔라는 얼떨떨한 기분을 숨기지 못한 채로 아이에게 끌려가듯 걸었다. 걷는 중에 힐끔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에이씨, 하고 침을 퉤 뱉더니 뒤돌아서는 게 보였다. 마트에서부터 따라왔다는 것 치곤 너무 쉽게 물러서는 게 아닌가, 하는 현실감각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가 미안한 표정으로 제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자, 앙겔라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제 어린 연인이 눈앞에서 대시를 받았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낮에도 그렇고 방금 전에도 그렇고, 애인 있다는 사람에게 왜 이리 집적대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가 그만큼 매력적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속이 복잡했다.

아이는 앙겔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안절부절못하며 앙겔라를 잡은 손에 힘만 주었다. 제 잘못이 아닌데도 저렇게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속이 엉키는 것 같았다. 앙겔라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도어락키로 현관문을 열고 아이를 집 안으로 잡아당겼다.

문이 닫히자마자 아이에게 성큼 다가가 두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아이가 놀라 숨을 들이키면서 들고 있던 비닐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틀자 자연스럽게 아이의 입이 열렸다. 부드러운 살덩이와 함께 한동안 뜨거운 열기가 오갔다. 호흡이 가빠질 정도가 되어서야 얼굴을 떼어냈더니, 아이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앙겔라를 보고 있었다. 이보다 더한 일도 하는 사이에 새삼스럽게 왜 그럴까 싶으면서도 앙겔라의 볼 역시 붉게 물들었다. 아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와, 방금 박사님이 처음으로 저한테 키스한 거 알아요?”

그랬나? 앙겔라는 기억을 더듬었다. …확실히, 아이의 말대로인 것 같았다. 스킨십을 할 분위기가 되면 언제나 아이가 먼저 시작했고, 그럴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그렇게 되도록 아이가 주도하곤 했다. 앙겔라는 새삼 반성했다. 한참 어린 아이에게 주도권을 떠맡겼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그런 앙겔라를 이해한다는 듯 아이가 말했다.

“괜찮아요, 누가 먼저 하는 게 뭐가 중요해요. 박사님이랑 저랑 한다는 게 중요하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아이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키득거리며 떨어지는 입술의 감촉이 아쉬웠다.

“오늘 제 생일인가봐요. 박사님 질투하는 모습도 보고! 완전 기분 좋은데요?”
“…….”

이 나이에 질투라니.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방금 전에 울컥해서 한 키스는 어디로 보나 질투의 발로였다. 앙겔라는 얼굴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비닐봉투를 집어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이가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뒤를 따라왔다.

“일기에다 꼭 써야지. 박사님한테 키스 받은 날이라고. 박사님, 이따가 설거지 제가 할 테니까 한번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안 돼요.”
“아, 왜요! 말 잘 들으면 한 번씩 해주세요. 네?”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요리에 집중하기 시작한 앙겔라의 뒤에서 종알종알 대며 키스를 졸라댔다. 안 들리는 척 하자 이제는 키스로 노래까지 지어 부를 기세여서 앙겔라는 결국 수치사하기 전에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는 동안에 토마토 스파게티가 다 됐다. 아이는 한 입 먹고는 맛있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칭찬을 하느라 식사를 못 할 정도이기에 일단 먹고 나서 이야기하라고 다독이며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하려는 앙겔라를 대신해 뒷정리를 한 아이는 만면의 미소로 앙겔라에게 키스를 요구했다. 앙겔라는 이리저리 피하려 했으나 집요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아이에게 져서 어쩔 수 없이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방긋방긋 웃어댔다.
앙겔라는 당분간 아이의 키스 조르기가 이어질 거란 예감에 한숨을 쉬었다.

*

쓸데없는 데에 신경 쓰지 말아야지.
아이가 제게 푹 빠져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쉽게 사그라들 감정이 아닌 것은 앙겔라도, 아이도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러니까 불필요한 신경은 쓰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앙겔라의 신경은 아까 전부터 계속 진동을 울려대는 아이의 휴대폰에 가 있었다. 짧은 진동으로 보아 SNS나 문자 같은데, 아이는 정작 앙겔라의 옆에 앉아서 늦은 밤 방영하는 TV드라마에 대해 품평하느라 바빴다.

“박사님,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요새 누가 나를 이렇게 대한 사람은 처음이야, 하면서 반하나? 10년 전 드라마도 아니고.”
“그러네요…….”
“재벌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다 굽실거리는 거에 익숙해지고 당연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거 다 편견이에요. 할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얼마나 남들 앞에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보이는 게 중요한 세상이잖아요. 함부로 저렇게 못 굴죠.”
“그러네요…….”
“뺨 한대 더 맞으면 아주 집도 차도 갖다 바치겠네. 사람은 자고로 박사님처럼 나긋나긋하고 다정해야죠. 안 그래요?”
“그러네요…….”
“……박사님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으세요?”

아이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앙겔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까부터 계속 영혼 없는 대답만 하시는 것 같던데…….”
“아뇨… 그게, 하나 휴대폰이 자꾸 울리는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아이가 소파 앞 탁자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바로 옆에 앉아있으니 앙겔라의 눈에도 휴대폰 화면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란 메신저 어플에 100이 넘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앙겔라가 그렇게 묻자, 아이가 빠르게 대화창 목록을 훑으며 대답했다.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스터디 같이 하자고 하는 거예요.”
“스터디를 하자는데 대화를 이렇게 많이 해요?”
“단톡방이라 그래요.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스터디 하자고 하나 봐요. 1학년들끼리 스터디 해봤자 뭐 한다고. 어차피 놀러나 다니겠죠 뭐.”

심드렁하게 이야기하고 아이는 다시 휴대폰을 탁자 위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앙겔라에게 어깨를 기댔다. 앙겔라는 괜히 저 때문에 아이가 새내기로서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1학년이면 이것저것 다 해보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그게, 좀 귀찮은 애들이 있어서요. 친하게 지내는 애들끼리는 대학로로 놀러도 가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아이가 말하는 '귀찮은 애들'이 오늘 낮에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애들과 같은 부류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이가 다시 TV로 시선을 주는 사이, 아까보다 가깝게 놓아진 휴대폰 액정에 대화 내용이 알람으로 뜨는 것이 앙겔라의 눈에 들어왔다.

[1없어졌네. 송하나 대답좀 ㅡㅡ]
[언니 그냥 스터디니깐 부담 갖지 말고 나와요. 선배들도 도와준대요]
[족보도 준대. 너 오면 진짜 준다고 했단 말이야ㅠㅠ 좀 돕고 살자]

앙겔라의 눈썹이 절로 꿈틀댔다. 아이가 와야 족보를 준다니, 대놓고 흑심이 보이는 스터디가 아닌가. 소개팅에 스터디를 빙자한 미팅에, 참 여기저기서 아이를 많이도 불러댄다. 앙겔라가 대학을 다닐 땐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이었다. 명문대면 뭐하나, 다들 놀자판인데. 앙겔라가 그렇게 속으로 이를 갈고 있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니 아이가 앙겔라를 빤히 보고 있었다.

“왜, 왜 그래요, 하나?”
“아까부터 제 휴대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으셔서요. 계속 쳐다보시던데…….”
“아니, 그냥 휴대폰이 울리길래 그런 거예요.”

아이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순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반사적으로 손을 뻗으려다 주춤했다. 막는 게 더 이상해보일 것 같아서 그런 것이었으나, 아이는 그 짧은 사이에 대화창을 훑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어정쩡하게 멈춘 앙겔라의 손을 맞잡았다. 천천히, 깊게 깍지를 끼는 게 어쩐지 야하게 느껴졌다.

“우리 박사님, 저한테 연락 오는 게 신경 쓰이셨구나?”
“그게 아니라…….”
“저한텐 박사님뿐인데 왜 이런 쓸데없는 걸 신경 쓰세요. 그 관심을 저한테 주시지.”

아이가 그렇게 말하며 헤실헤실 웃더니 앙겔라를 천천히 뒤로 밀면서 무릎 위로 올라왔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이 뒤의 전개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앙겔라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니, 하나, 저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네, 저도 알아요.”

아이가 그렇게 속삭이더니 앙겔라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리고 새가 쪼듯 가볍게 키스하며 쇄골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무 뜬금없는 전개 같아 앙겔라가 당황하는 사이에 아이의 손이 셔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이가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짧게 끝내드릴게요.”

이미 몇 번이나 들은 적 있지만 결코 지켜진 적 없는 말을 듣고 앙겔라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일은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끝.

* 꾸금 묘사 많이 지움.
오리지널 버전은 내 PC 안에 봉인하기로 함. *

어... 사실은 이 번외편은 리퀘를 받아서 쓴 글이야.
꾸금 + 하루종일 집에서 꽁냥 + 달달 + 메르시 질투 라는 괴랄한 조합을 신청받아서 써보려고 며칠 머리를 짜맸는데 진짜 안 써지더라고.
그래서 다음부터는 리퀘는 받지 않는 걸로 ㅠㅠ
중간에 끊기는 부분이 많을 건데 그건 나중에(...) 수정하도록 할게.
물론 꾸금 내용을 수정한다는 건 아니고;;


누가 쓴
'의사가 재벌 고3환자한테 굽신 거리다가 사귀게 되는 거 보고싶다'
라는 댓글을 보고 그대로 하나메르 뽕에 직격하는 바람에 지름작으로 시작한 글인데, 다 써보니 10만자가 넘네ㅋㅋㅋㅋ


이렇게 뽕 맞는 일 없는 한 앞으로 12월까지 자주 오진 못할 듯.
다들 잘 지내~ 하나메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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