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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코코롱이 사라지고 상실감에 휩싸이는 미사키 보고 싶다모바일에서 작성

ㅁㄴㅁ(112.185) 2018.03.20 00:10:47
조회 889 추천 26 댓글 3
														

코코로 보고 툴툴대고 비상식적이라 질색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야레야레 해도 모든 일에 적당주의로 살아온 요즘 여고생 오쿠자와 미사키의 회색빛 일상에 코코로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찬란한 빛이었던 거야.

하로하피로 활동하면서 자기 이름 기억 못하는 코코로에게 서운했던 적도 많고, 코코로가 벌이는 일을 뒷수습하며 고생도 많이 한 미사키이지만

화려한 스테이지 위에 올라가서 관객석의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고, 평소보다 더 즐거운 것 같은 코코로의 노래소리를 듣고, 요정처럼 가볍게 뛰어오르는 뒷모습만 보다가 가끔 뒤로 고개 휙 돌려 활짝 웃는 코코로 볼 때마다 순간 넋이 나가버리는 거지.

그런데 어느 날, 코코로도 사라지고 검은 옷의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대저택의 문은 굳게 닫혀버림. 전화도 메일도 받지 않음.

하로하피는 다들 보컬인 코코로 중심으로 모였던 밴드였고, 코코로가 돌아올 곳을 남겨두자며 나름 오랫동안 밴드의 명맥을 이어갔지만 보컬 없는 밴드가 존속하기는 어렵지. 끝내 1학년들의 졸업식 이후 하로하피는 완전히 해체됨.

그렇게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대학에 가서 별 생각 없이 밴드 동아리에 한 번 들어보지만 역시 그때의 그 기분은 아니야. 하지만 딱히 슬프거나 괴롭지도 않아. 생각해보면 코코로라는 인물이, 하로하피라는 장소가 너무 일상에서 동떨어져 있던 거지. 아마 츠루마키 코코로가 사라진 이상 그 기분을 느낄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이대로 현실에서 붕 떠서 살아가는 건 곤란하다며 미사키는 각오를 다져. 밴드 동아리는 체험입부만 하고 관뒀고, 그다지 흥미도 취미도 없고, 남은 건 공부와 아르바이트뿐이네.

그렇게 한참 곱씹으면서도 방학이면 하루는 대저택 앞에서 죽치고 있다가 가고, 하루는 라이브 하우스 앞 카페테리아에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두고 죽치고 있다 가고... 바보같다고 자조하면서도 정기 연습이 잡혀 있던 날이면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나버리는 거지.

여튼 미사키는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도쿄로 올라가 나취를 하며 그럭저럭 알아줄 만한 회사에 다니게 될 거야. 성실한데다 어떤 지뢰 팀원(...)이라도 능숙하게 다루고 스케쥴 조율에도 뛰어나니, 회사에서는 옳다구나 좋은 신입 하나 떴구나 하며 무지막지하게 굴려대겠지? 그만큼 인정도 따라왔지만 말야.

이제 하로하피는 일년에 한 번 떠올릴까 말까야. 더는 저택에도, 라이브하우스에도 가지 않으니 그 날들은 꿈처럼 아득해. 아니, 꿈도 자주 꿨던가? 잠에서 깨고 기억에 남는 거라곤 찬란한 황금빛이나 허밍 밖에 없어서 그 꿈이 하로하피의-코코로가 나오는-꿈이 맞는지 확신도 가질 수가 없어.

그러던 어느 날, 우표도 붙지 않은 편지가 한 장 대문 바닥 사이에 끼워져 있어. 무슨 광고 편지일 것 같아서 버리려 하는데, 뭔가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거야. 조심스럽게 편지를 열어보니, 그 곳에는 코코로 취향의 화려한 황금빛 잉크로 짤막한 문장이 휘갈겨져 있는 거지.

To. michelle-Misaki
See you anon, My turtledove!

그 아래에는 20XX.XX.XX. 같은 식으로 삼일 뒤의 날짜가 일정 시작일이라 쓰여 있고, 3년 뒤가 일정 1차 마무리라는 작은 쪽지가 붙어 있어.

당연히 미사키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겠지. 이제야 회사에서도 인정받았고, 지뢰 팀원 탓에 고통받으면서도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며 경력을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전부 관두고 같이 가자니.

이제야, 이제야! 이제 와서!! 기다릴 때에는 코빼기도 안 보였으면서!!!"

정신 차려보니 편지를 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미사키는 목이 아파 몇 번 켁켁대다가 고개 설레설레 내저으며 쓴웃음을 짓겠지. 아무리 그래도 이제 어른이고, 꿈만 좇을 수는 없지. 그 꿈이 어린 아이가 유원지에서 들뜨는 것 같은 꿈이라면 더욱 그래.

그래, 그런 거야.

다음 날, 오쿠자와 미사키는 아침 댓바람부터 사표를 제출해. 평소의 침착하고 이성적인 모습과 달리 사표 수리를 기다리지도 않고 만류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회사에서 뛰쳐나가 방부터 뺀 다음 트렁크 하나에 최소한의 짐을 쑤셔넣고 코코로 만나러 조오올라 비싼 일본 택시 불러 항구로 달려가버린거지.


그리고 그 곳에는 거의 7년이 지났는데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코코로가 있었고, 코코로는 활짝 웃으며 말할 거야.

"미사키가 제일 빨리 도착했네, 기뻐!"
"너... 너, 너... 츠루마키 코코로, 너어...!"

화난 건지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없는 태도로 자길 계속 부르는 미사키를 보고, 코코로는 특유의 자신만만하고 명랑한 태도로 웃으며 종알대듯 말하겠지.

미사키, 다녀왔어!

미사키는 넋이 나갔다가 진짜 츠루마키 코코로는 언제나 츠루마키 코코로라는 생각을 하며 힘없이 웃을거야.

...응, 어서와, 코코로.

어쩌면 인생 끝까지 이 태양 같이 눈부신 아가씨에게 휘둘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 번 코코로를 본 것만으로 두근거리고 미련이나 후회따위 싹 날아가버리는 걸 느끼며 스스로 참 중증이라 자조하겠지.


으 기력 딸린다
암튼 그 다음에는 메챠쿠챠 연애함

미사코코미사 조와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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