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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 치료사 메르시와 가드 하나 -5

ㅇㅇ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26 15:28:44
조회 801 추천 1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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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물결."

그믐의 밤. 찬란한 빛이 어둠을 갈랐다. 솟구치던 하나의 피가 멈췄다. 텅 비어가던 몸에 힘이 차올랐다. 간발의 차로 정크랫의 팔을 쳐낸 하나가 뒤로 빠졌다. 아직은 단검의 사정거리 안, 정크랫이 이를 악물고 다시금 찔러 넣었다.

"물러서!"

방패를 든 대현이 정크랫에게 돌진했다. 쿵, 정크랫의 몸이 밀쳐져 옆으로 나뒹굴었다. 허리춤에 맸던 검을 뽑아 정크랫을 견제했다. 망할 년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았는데. 이제는 시야만 트이면 날아들 화살을 신경 쓰면서 눈앞의 웬 놈과 싸워야 했다.

"이 새끼들이……!"

메르시의 지팡이에서 금빛 물결이 이어졌다. 자신의 피를 뒤집어쓴 하나가 멍하니 그 물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잡히는 감각은 없었지만 어쩐지 포근했다. 밝은 빛을 품은 메르시의 눈이 노을을 담았을 때와 같았다. 깡. 방패와 단검이 부딪히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 하나는 정크랫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 몸을 움직였다.

빠른 단검술과 무거운 방패술의 공방이 길게 이어졌다. 대현이 몸을 숙이면서 방패를 들었다. 정크랫의 발을 향해 사선으로 내리꽂았다. 가볍게 뒤로 움직여 피한 뒤 몸을 낮춘 정크랫이 눈을 굴렸다. 빈 곳을 파고들어 죽이는 것이 핵심인 단검술을 쓸수가 없다. 알 수 없는 빛이 하나를 향한 것도 불길하기 짝이 없다. 생로를 찾아 머리를 굴리는데 방패가 정크랫을 향해 기울어졌다.

'여태껏 무식하게 큰 방패 뒤에 얌체처럼 숨어있던 놈을 붙잡아 벗어난다.'

이어온 전투 속에서 가드들이 우선으로 여기는 건 동료의 생명이란 것쯤은 쉬이 알 수 있었다. 판단을 마친 정크랫이 뒤로 물러섰다가 방패의 옆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대현이 있음을 예상하고 단검을 뻗었는데.

"까불지 마!"

분명 죽어가던 하나가 정크랫의 검을 쳐올렸다. 대현이 방패를 밀고, 하나가 그 뒤에 숨어있었다. 추측할 것 없는 상황을 판단한 정크랫의 목이 잘려나갔다. 하나가 피 묻은 검을 쥔 채 정크랫의 머리를 집어올렸다.

"도적의 우두머리를 잡았다!"

*

그간 마을을 괴롭게 했던 도적과의 전쟁이 끝났다. 사망자들을 위한 마을의 장례식이 이어졌다. 흰 삼베옷을 입은 가드들이 큰 상여를 메고 마을을 돌았다. 그들의 넋을 달래는 울음이 사흘 내리 이어졌다. 그들의 앞, 봉분 위에는 풀 한 쪼가리조차 없었다.

장례가 끝나고, 슬픔을 잊기 위한 축제가 열렸다. 메이의 주막에서 술을 풀고, 아홉꼬리 상단에서 귀한 주전부리들을 꺼냈다. 촌장은 소를 잡아 탕을 끓여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메르시는 촌장 집 뒤 언덕에서 홀로 앉아있었다. 촌장이 몸에 좋다며 탕이 담긴 그릇을 쥐여주고 갔다. 하얀 국물을 보고만 있는 메르시의 옆에 하나가 앉았다.

"감사해요. 그때 메르시님 아니었으면 정말 죽을 뻔했어요."
"아,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
"그거, 들고 계신 건 설렁탕이라고 불러요. 소의 뼈를 넣고 끓이는건데 몸에 좋아요. 대신 끓이는데 하루는 더 걸리죠. 장례식이 끝나기 전날 촌장님이 끓이기 시작한 거예요."
"정성이 많이 들어갔겠네요."
"그렇죠."

빙긋 웃지만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라 하나는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한참을 침묵하던 메르시가 입을 열었다.

"하나씨. 음, 허벅지는 괜찮나요?"
"네? 그럼요. 멀쩡해요!"
"정말인가요?"

진지한 벽안에 하나가 굳었다. 잠시 시선을 내리깐 하나가 깊게 베였던 허벅지를 쓸었다.

"으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괜찮은 것 같은데, 좀 욱신거리기도 하고……."
"다치기 전과는…… 다르죠?"
"……네. 조금? 그렇다고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어요!"

생명의 은인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서 괜찮다며 말을 이었다. 쓰게 웃는 메르시의 앞에서 방방 뛰며 건강함을 표현했다."아, 그런 것 같네요." 하나의 애타는 마음을 느낀 메르시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하나가 안심해서 히히 웃는데, 메르시가 표정을 굳혔다.

"그래도."
"네?"
"채 치료되지 않은 근육을 방치하면 아예 망가질 수 있어요."
"망가져요? 흉터 하나 없이 멀쩡하던데요?"
"조치를 취해야 해요. 하나씨. 저와 같이 가요. 제가 돌아가야 할 곳에."

기적과 같은 치료술의 한계. 씁쓸한 기억을 떠올린 메르시가 그릇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이토록 작은 아이지만, 외부로부터 자신의 마을을 지키는 힘을 가진 하나 앞에 마주 섰다.

달이 옅게 눈을 떴다. 별빛과 별반 차이 없는 달빛 아래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들었다. 축제의 열기가 한창이었지만 촌장의 집은 침울했다. 침음을 삼킨 촌장이 메르시를 바라봤다. 15살 때부터 가드로 일해온 하나는 어린 나이로 대장의 위치에 올랐다. 19살. 아무리 마을이 작은 곳이라지만, 4년이라는 시간 안에 그 위치까지 도달했다는 건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의미였다.

"꼭 하나가 떠나야만 합니까?"

아직 치료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해야겠지만, 하나라는 존재는 이 마을의 수호자이자 상징이었다.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저희가 제공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 치료할 수 없는 겁니까?"
"안타깝지만……. 네."
"……그렇군요."

하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명료한 말에 촌장이 눈을 감았다.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송하나, 너는 조용히 해."
"네."

당사자인 하나는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꺼내다 대현에게 막혔다. 마찬가지로 매섭게 노려본 유나가 촌장을 바라봤다.

"일단은, 저랑 대현이 나눠서 하나의 몫을 할게요. 수습 가드들도 투입하고요.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크흠……."

고뇌하던 촌장이 입을 열었다. 잠깐의 안전과 사람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하나의 건강을 방치할 수 없다.

"하지만, 어디로 가시는지요? 하나의 건강 또한 참으로 중요합니다만, 가시는 곳이 어디인지는 꼭 알고 싶습니다."
"……아마리, 아마리 백작령입니다. 저는 아마리 백작가의 기사, 앙겔라 치글러이고요. 정확히는 치료술사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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