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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 치료사 메르시와 가드 하나 -6

ㅇㅇ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26 17:49:22
조회 491 추천 15 댓글 1
														


02 앙겔라 치글러


송하나가 떠난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여태껏 메르시라 불렀던 치료사 앙겔라가 몸을 담고 있는 아마리 백작가와의 교류와 마을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수하기 위해 직접 떠난다고 알렸다. 마을의 수호자이자 모두의 딸이나 다름없던 하나를 그녀가 살려줬다는 것쯤은 촌장의 입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이건."

떠나는 날. 성문 앞에 아홉개의 꼬리가 그려진 수레들이 줄지어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챙기고 나온 앙겔라의 말문이 막혔다. 수레에 실린 물건들을 확인하던 붉은 옷의 여자, 아홉꼬리 상단의 주인이 벙쪄있는 앙겔라를 발견했다. 아리라고 불러주세요. 사람을 홀리는 웃음을 짓는 여자가 말을 이었다.

"뒤의 두대는 상품이에요. 마을을 들릴때마다 반응을 보려고요. ……그리고 나머지 다섯 대의 수레는 감사의 선물이에요."
"조금 과한 것 같아요."

과하다니. 마을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수레에 하나라도 더 얹으려는걸 간신히 막았다. 촌장마저도 값진 것들을 싹싹 긁어 꺼내려 했다. 그녀가 마을에 베풀었던 것들과 죽음으로부터 구해준 하나의 입지를 아는 아리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치료법도 알려주시고, 가드들도 구해주셨고요. 하나 대장을 살려주셨으니까요."
"……그렇군요."
"저 또한 정말 감사드려요. 하나 대장은 저희에게도 큰 의미거든요."
"'저희'요?"

웃음으로 답한 아리가 확인할 것이 남았다며 자리를 떴다. 모호한 말을 곱씹는 앙겔라에게 하나가 다가왔다. 검과 활을 차고 짐을 메고 있었다.

"메르시님. 아, 아니. 치글러…경? 맞죠?"
"편하게 앙겔라라고 불러주세요. 하나씨."
"아, 그럼 앙겔라 언니?"

입술을 앙다물고 잠깐 고민하던 하나가 꺼낸 말에 앙겔라가 웃었다.

"그래도 되고요."
"헤헤. 언니도 하나라고 불러주세요. 으, 설렌다. 이렇게 멀리 가보는 건 처음이에요."

앙겔라의 반응이 긍정적이라 마음을 놓은 하나가 입꼬리를 올렸다. 비록 좋은 이유로 마을을 떠나는 게 아니었지만 하나의 마음은 설렜다. 앙겔라와 친해지고 싶었던 하나는 거리를 두던 앙겔라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데 그녀가 떠나버리면 그대로 추억으로 남을 것이란 걸 알았다. 마을이야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유나와 대현이 있다.

"그래요?"
"멀리 가봤자 반나절이면 도착하는 도시뿐이었거든요."
"아, 백작령은 사흘이나 걸리는데."
"이번이 제일 멀리 가는거에요!"

하나의 표정이 해맑았다. 출발 준비 다 되었어요. 호위무사까지 다 확인한 아리가 외쳤다.

"갈까요?"
"네!"

두 사람을 위해 준비된 말에 올랐다. 와아. 익숙한 도시를 지나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때 하나가 감탄을 뱉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앙겔라를 보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헙."
"괜찮아요."
"……헤헤. 들켜버렸네요."

하나가 머쓱하게 웃었다. 촌스러워보일까 급하게 입을 막았는데, 나란히 있다보니 안 들킬리가 없다. 말의 갈기를 쓰다듬은 앙겔라가 나지막히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적, 저택 바깥이 너무 궁금했죠. 매일 공부를 해야 했거든요."

흘끗 옆을 보니 하나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은 가정교사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저택의 대문 옆에 숨어있었어요. 그 사람이 오니 대문이 열렸고, 마차가 지나가는 틈에 저는 몸을 숨겨 뛰쳐나갔죠."
"예? 그게 가능해요?"
"네, 6살때였거든요. 아주 작았죠."

가출을. 6살에. 하나가 봐왔던 사람들 중 가장 정갈하고 모범적인 사람인 앙겔라의 어릴 적 이야기에 놀라 입을 벌렸다.

"안 들키셨어요?"
"금방 들켰어요. 잡혀들어갔고, 혼이 났죠."
"아아."
"그렇지만 그 잠깐동안 봤던 저택의 밖은 너무 신비로운 세상이었어요. 입을 벌리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다니는 걸 봤죠.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건 꼭 감탄이 나오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며 앙겔라의 이야기에 대꾸한 하나가 어색한 부분을 느꼈다. 처음 보는 풍경을 보고 감탄한 19살의 송하나. 그리고 6살의 앙겔라.

"어……? 그래도 저는 지금 19살인데요…?"
"아, 그 이후로는 그렇게 놀란 적은 없었네요."
"앙겔라 언니!?"

처음에는 공감한다는 말인 줄 알았더니 놀리는 말이었다. '장난끼도 많은 사람이었구나.'라며 놀란 하나에게 얄궂게 웃던 앙겔라가 사과했다.

"정확히는 그때부터 얼마 전까지 그렇게 놀랄 일이 없었죠."
"……얼마 전까지요?"
"그때, 하나…가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줬을때요."

아. 하나의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예상 밖의 말에 피가 빠르게 돌았다.

"그렇게 양식도 문화도 다른 마을이 처음이었거든요. 그 자체로도 참 놀라웠긴 했지만 하나가 보여준 풍경이 가장 놀라웠어요. 아름다웠구요. 다시 그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면 또 보고 싶네요. 하나가 말해줬던 화롯불도 보고 싶구요."

일단, 하나를 먼저 다 낫게 해주고요. 하나의 일행은 하룻밤 묵을 여관에 도착했다.

"내릴까요?"
"네, 네네."

앞장 서 여관 안으로 들어가는 앙겔라를 쫓으며 하나는 뜨거운 제 얼굴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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