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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자와 카페의 크리스마스 [치사카논, 사요츠구]

ㅇㅇ(222.111) 2018.12.25 00:10:07
조회 1246 추천 2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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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사카논


하자와 카페는 성야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흠뻑 물들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전구가 장식된 관엽식물들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캐롤, 천장에 매달린 트리 장식들, 그리고 매장 안에서 붉은 산타 복장을 입고 케이크와 커피를 나르는 종업원들까지.


언제나와 같은 자리에 앉아 카논은 복장이 익숙하지 않은 듯 쭈뼛거리는 두 종업원을 바라보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그러다 적갈색 머리의 키 큰 종업원과 눈이 마주쳤고, 카논은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녀에게 웃으며 손을 작게 흔들어주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주방으로 사라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카논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시간은 8시 54분, 기다리는 친구에게선 아무 연락도 와 있지 않았다.


“치사토쨩…….”


한숨과 함께 바라본 창밖에선 진눈깨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것과 내리기 시작한 이 눈으로 길거리는 온통 질척질척해 통행인들은 모두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오늘도 일이 있다고 그랬지. 교통정체가 심한걸까?”


벌써 몇 번째 내쉰 한숨일까? 8시 55분으로 변한 핸드폰 화면을 끈 카논은 다시 종업원들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떠들썩한 주변 테이블과는 달리 침묵 속에서 카논은 묵묵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홍차를 비워내기 시작했다.

한 잔 더 추가하기 위해 손을 들려는 순간 카페 입구의 종이 흔들렸고, 선글라스를 쓴 금발 여자아이가 막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치ㅅ…….”


벌떡 일어난 카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주목에 당황해 자리에 황급히 주저앉았다. 다행히 그녀의 자랑스러운 친구는 곧바로 카논을 알아보았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않고 당당한 걸음으로 자리로 다가왔다.

창가 쪽 의자에 쇼핑백과 핸드백을 내려놓은 치사토는 연분홍빛 코트를 벗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미안, 카논 엄청 늦었지. 오는 길에 차가 많이 막혀서……”

“아냐, 별로 안 기다렸어.”


카논이 웃으며 말했지만, 치사토는 빈 홍차컵을 바라보곤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카논. 이런 날 지각해버려서.”

“정말로 괜찮아.”

“연락도 못해서 미안해. 오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졸아버려서.”

“치사토쨩, 요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치사토가 싱긋 웃었다.


“그래도 연말에 바쁜 건 연예인으로서 성공했다는 증거니까. 다소 바쁘긴 해도 지금 무척 만족스러워.”

“응…….”

“아야쨩도 녹화 내내 ‘나도 이제 유명한 아이돌이 된 걸까?!’하고 신나했었단 말이지. 후후.”


치사토가 그렇게 쿡쿡거리며 웃는 동안 종업원이 다가왔다.

붉은색 브릿지가 인상적인, 왠지 모르게 얼굴을 붉게 물들인 직원은 새로 추가된 손님을 확인하곤 머리를 긁적였다.


“후후 잘 어울리네, 란쨩.”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란이 대꾸했다. 자리에 메뉴판을 정중히 내려놓은 란이 주머니에서 빌지판과 펜을 꺼내들며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와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곧 있으면 라스트 오더라서요.”

“어라, 그러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손목시계를 확인한 치사토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카논 어떻게 할까?

“란쨩, 조금만 더 앉아있다 나가도 돼?”

“……네. 그러세요. 어차피 보시는 것처럼 이런 상태니까요.”


란이 몸을 틀어 가게 내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짐을 챙기거나 코트를 입는 사람들도 몇몇 있어 가게 안은 살짝 어수선한 상태였다.


“어차피 추가 손님은 더 안받을 것 같으니 마음 편히 앉아계시다 가주세요.”

“응! 고마워 란쨩.”

“고마워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란이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튼 편히 계시다 가세요.”

“응. 란쨩도 고생해.”


란은 고개를 꾸벅 숙이곤 천천히 멀어졌고, 그것과 동시에 치사토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미안. 다음엔 내가 한 턱 낼게.”

“후후,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럼 다음에 역 앞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같이 갈까?”

“응. 신년이 지나면 좀 한가해질테니 그때 같이 가도록 하자.”

“응!”


치사토의 말에 카논이 기대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작게 테이블을 두드렸다.


“아무튼 그럼 어떻게 할까……. 카논을 만난다고 해서 부모님에겐 좀 늦을 거라고 말해놓긴 했는데 말야.”

“……으음.”


잠시 고민하던 카논이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집으로 갈래?”

“어?”


갑작스러운 말에 치사토가 살짝 굳어졌다.


“저번엔 내가 치사토쨩네 집에 실례했으니 이번엔 치사토쨩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안 돼?”

“으으음…….”


고민하기 시작한 치사토였지만 거절할 명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카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자.”

“응!”

“카논, 그럼 잠깐 집에 전화 좀 할게?”


갑작스러운 권유에 놀라긴 했지만 카논의 밝은 미소를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치사토는 부모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간단히 허락이 나온 것에 놀라며, 전화를 마친 치사토가 핸드폰을 손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카논에게 고개를 돌린 순간 갑자기 이상한 말이 그녀의 귀에 닿았다.


“오늘 우리 집에 아무도 안 계셔서 혼자 보내기 무서웠었는데 다행이네. 지금 바로 갈까?”

“어? 자, 잠깐만 카논!”

“응?”


자리에서 일어나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는 카논과, 그리고 그녀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치사토. 자리에 앉은 채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침묵하는 치사토의 태도를 오해했는지 카논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치사토쨩, 혹시 싫었어? 억지로 권해서 미안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좋아서 더 문제인데, 아니, 아니! 카논, 내 말은…….”

“후훗.”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리던게 거짓말인양 어느새 다시 밝아진 표정의 카논이 치사토에게 손을 뻗었다. 거리의 크리스마스 조명에 비쳐 붉게 물든 카논의 얼굴을 치사토는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가자, 치사토쨩? 택시…… 불러 놓을게.”

“…….”


허공을 헤매던 치사토의 손이, 천천히 카논의 손을 잡았다.



...



2. 사요츠구


즐거운 날.

즐거운 장소.

즐거운 친구들.

무척이나 행복하고 소중한 단어들. 하지만 지금의 츠구미에겐 왠지 몰라도 확 와닿지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을 따라 밝게 웃곤 있지만 어딘가 공허한 기분.


그 이유모를 답답함에 한숨을 내쉰 츠구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진눈깨비는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해 거리 곳곳을 하얗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예전엔 먹기 힘들던 블랙 커피였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밤이네.

츠구미가 중얼거렸다. 몇 달 전만해도 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불타는 듯 빨간 석양이 지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버리는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와 만났으니까.


히카와 사요, 사요씨.


언제나 츠구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 자신과 닮은,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사랑스러운 그 사람을 떠올리자 츠구미는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잠시 사요씨와의 만남을 회상하기 시작한 츠구미의 어깨를, 옆자리에 앉은 란이 살짝 두드렸다.


“츠구미.”

“아, 란쨩.”


고개를 돌린 그곳에선 란이 평소같이 진지한 시선으로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혼자 멍 때리고 있는 거야. 모처럼의 파티잖아.”

“그래, 츠구! 아무리 애인이 없다고 해서 그렇게 축 처져있으면 안되지!”

“애, 애인이라니…….”

“그럼 아냐?”


확실히 그녀와, 사요와 츠구미의 관계는 엄밀하게 따지면 애인이라는 범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사요씨는 아직 그런 관계가 아니야.”

“호오~ 아직, 인거군요.”

“아니, 그게…….”


란의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히죽이는 모카. 다른 친구들은 그런 두 사람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확실히 오늘 로젤리아 라이브라 그랬지? 몇 시에 한다고 그랬지?”

“아코가 저녁 시간부터 한다 그랬어. 확실히 끝나는 시간이…….”

“11시까지야.”

“아 맞아. 그래서 부모님이 아코 데리러 간다 하셨지.”


맞은편의 히마리가 ‘크리스마스인데 고생하네’라고 말하며 케이크를 크게 베어 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옆에 앉은 토모에가 뭐라 작게 속닥였고, 히마리는 볼을 부풀리며 그런 토모에를 살짝 흘겨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공방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는 츠구미에게 느긋한 목소리가 닿았다.


“그래서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구나~ 츠구?”

“아니, 딱히 기다리고 그러진 않았어.”


츠구미가 조용히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애초에 사요씨에게 와달라고 말한 적 없는걸.”

“응? 어째서?”


차분한 그 말에 토모에에게 살짝 칭얼대던 히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츠구미는, 빙글 미소를 지으며 컵을 쓰다듬었다.


“그야 사요씨, 라이브 마치면 피곤하실텐데 이곳까지 와달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잖아.”

“에엥? 왜애.”


히마리뿐 만 아니라 다른 넷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사요씨도 오고 싶어 하실 걸?”

“하하, 글쎄…….”


와 달라고 말해버리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와주실테니까.

츠구미는 그 말을 삼키며 다시 잔을 들었다. 씁쓸한, 하지만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은 맛이 났다. 자기도 모르게 입구를 슬쩍 바라본 츠구미는 억지로 고개를 돌리며 다시 친구들을 향해 씩 웃었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친구들은 어딘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 친구들을 바라보던 츠구미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섰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랑 훈제 치킨 더 가지고 올게. 앉아서 쉬고 있어.”

“……정말, 히-쨩. 난 아직 한입도 먹지 못했는데.”

“모카 넌 입에 묻은 크림이나 닦고 말해!”


히마리쨩 미안. 그리고 모카쨩 고마워.

츠구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란은 주위의 떠들썩한 상황과는 상관없이 계속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진중한 맛이 있어 좋아하던 란의 눈빛이었지만, 이번에는 무척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츠구미는 슬쩍 눈을 돌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똑똑.


“츠구미.”

“…….”


뒤편, 출입구 쪽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볼을 물들이고 작게 ‘꺄~’ 하고 소리를 지르는 히마리

팔짱을 낀 채 츠구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토모에

란의 어깨에 고개를 얹은 채 휘파람을 부는 모카

그리고 웃으며 츠구미의 등을 살짝 떠밀어주는 란.


츠구미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져, 종국에는 문에 부딪히다시피 하며 가까스로 멈춰 섰다. 간단한 조작과 함께 자물쇠가 돌아갔다.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츠구미를 껴안았다.


“사, 사요씨! 가, 갑자기 이런…….”

“츠구미씨.”

“네?”

“왜 절 초대해주시지 않으신거죠?”

“그거야…….”


이렇게 무리하시니까요.

츠구미는 아무 말 없이 눈에 잔뜩 젖어 차가워진 사요의 몸을 한층 강하게 끌어안았다. 사요는 그런 츠구미의 반응에 살짝 놀라면서도, 마찬가지로 작은 몸을 안고 있는 손에 강하게 힘을 실었다.


“츠구미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네.”


반쯤 울먹이며, 츠구미는 사요의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오늘 라이브 도중, 제 머릿속엔 츠구미씨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정말 우습죠. 항상 연주에 집중해야 한다고 우다가와씨한테 잔소리하던 제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가게 안쪽에서 ‘저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두 사람에겐 닿지 않았다.


“항상 어떤 날이든 평소와 같이 행동하던 저도 많이 물러졌네요. 이런 날에 들뜨고 말다니, 풍기위원 실격이네요. 그렇지만 전 지금의 제 행동을 후회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네.”

“……그래서, 와버렸습니다.”

“후후.”

“츠구미씨?”


사요의 품 안에서 츠구미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의아해하는 사요의 뺨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반응하지 못하고 굳어진 사요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물러서며, 볼을 붉게 물들인 츠구미가 미소 지었다.


“사요씨에게 어리광 부리는 게 싫었어요. 항상 사요씨와 동등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츠구미가 부드럽게 사요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무척 행복한 기분이네요. 처음부터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솔직하게 권했으면 좋았을 것을. 후후, 사요씨. 저도 오늘 하루 종일 사요씨 생각으로 가득 찼었어요.”

“츠구미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사요씨. 금방 따뜻한 커피를 가져올게요.”

“아, 그전에 츠구미씨.”

“네?”


안으로 들어가려는 츠구미의 손을 사요가 꼭 붙잡았다. 따뜻하고 작은 두 손을 꼭 붙잡은 사요가 입을 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네. 메리 크리스마스!”





치사카논 이전작?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31581


백갤 여아쟝들은 모두 씹 인싸라, 크리스마스 당일에 올리면 못 날거 같아 오늘 올립니다. 약간 부랴부랴 쓴 감이 적잖아 있긴 하지만, 읽고 기뻐해 주시면 ㄳㄳ


뭔가 예전부터 내 마음 속의 카논은 순진한 척 하면서 유혹하거나 공격할 것 같은 이미지가 되어 버렸어... 미안해 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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