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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옛날에 썻던 니코마키글앱에서 작성

ㅇㅇ(211.36) 2019.01.09 01:19:06
조회 315 추천 15 댓글 3
														

이제 막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골목길을 야자와 니코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한 손에는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지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기분 좋은 듯이 보였다.
톱 아이돌의 생활이란 바쁘기 그지없는 것이고, 이미 프로에 세계에 뛰어든지도 몇 년이 지난 니코에게 이런 이른 시간의 퇴근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근처의 대형 마트에서 세일 행사를 하고 있어서 싼 값에 식재료를 잔뜩 구입한 니코였다.

사실 니코가 버는 돈이 적은 것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꽤 많았기에 그런 세일을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의 습관이란 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니코는 여전히 무엇을 하나 사더라도 알뜰했으며 가계부도 꼼꼼히 쓰고는 했다.
곧 집에 도착한 니코는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현관에는 니코의 동거인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어쩐지 집 안에선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체되어 있는 공기 속에 섞인 미묘한 냄새를 느끼고는, 니코는 아까까지만 해도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신발을 벗고, 니코는 우선 주방으로 향해 장바구니를 식탁 위에 놓아두었다. 그러고는 되도록이면 소리를 내지 앉은 채, 니코의 방 맞은편에 있는 니코의 동거인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평소에는 노크를 했을 터였지만 니코는 노크를 하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니코가 문을 열자 방 안에 가득 찬 뿌연 담배연기가 방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연기 사이로 어렴풋이 비치는 붉은 머리의 인영이 니코를 향해 얼굴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니코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이름을 불렀다.

"마키쨩."
"…니코쨩, 일찍 왔네."

몇 시간을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는지, 마키가 앉은 책상 위의 재떨이에는 이미 수북히 담배꽁초가 쌓여있었다. 니코의 부름에 대답하는 마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울음기에 잠겨 있는 것을 깨닫고, 니코는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가볍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그녀는 막을 수 없었다.

"얼마만이더라?"
"3개월만이네."
"응…, 이번엔 좀 짧았네."
"…."

침묵하는 마키의 곁에 다가가, 니코는 팔을 뻗어 마키의 어깨를 감쌌다.
의사가 된 지 몇 년이 되었지만, 마키는 사람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을 아직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런 정도로 끝나지만, 처음 수술하던 환자가 도중에 목숨을 잃었을 때 마키는 거의 3일을 식음을 전폐한 채 울었다. 그대로 두다간 마키마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니코는 급히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마키의 곁에 붙어 있었다.
그 때 이후로, 마키는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가 목숨을 잃은 날엔 이렇게 자신의 방 안에 틀어박혀 울고는, 울다가 지치면 담배를 피우고는 하는 것이다.

"이번엔 어떤 환자였어?"
"교통사고로 실려온 사람이었어. 아직 젊어보였는데…. 4시간밖에 버티지 못했어."

이렇게 환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망한 환자를 떠올리면, 마키는 눈물을 흘리느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니코쨩."
"응. 왜 그래?"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처음 그 말을 들은 순간, 니코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며 기울였다. 그러나 이어진 마키의 다음 말을 들은 순간, 니코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점점 마음이 무뎌져 가. 시체를 눈 앞에 두고도, 마음 한 구석에선 냉정히 그것을 관찰하고 있는 내가 있어. 점점 인간이 아니게 되어가는 것만 같아. 니코쨩, 난 이대로 괜찮은 거야?"

전혀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그 물음이, 오히려 마키의 정신 상태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무어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니코가 망설이고 있으니, 마키는 넋두리를 하듯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각오하고 있었어. 병원을 잇기로 할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난 역시 의사 자격이 없는 걸까?"
"아니, 아니야, 마키쨩. 사람의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의사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마키쨩은 인간이야.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야? 마키쨩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어."

자신을 잃은 듯 중얼거리는 마키에게 니코는 황급히 말했다. 예전부터 타인에게 무관심한 척 하며 스스로 주변과 벽을 쌓던 마키였지만, 그 본질은 사실 무척 상냥하다는 사실을 니코는 알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죽음이 슬퍼서 이렇게까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아이였다. 두 팔로 감싸고 있는 마키의 어깨가 다시 가볍게 떨리는 것을 느끼고, 니코는 마키의 앞으로 돌아가 다리를 굽혀 마키와 눈높이를 맞췄다. 날카로운 눈매에 차가운 보랏빛 눈동자. 하지만 그 눈가에 맺힌 눈물은 따스한 감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

"마키쨩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어. 오늘은 마음껏 울고, 내일은 또 언제나의 마키쨩으로 돌아가야지. 이 우주 넘버원 아이돌 니코니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 세고 당당한 닥터 니시키노로 말야."

마키의 눈에 고여있는 눈물을 상냥한 손놀림으로 닦아 내며 니코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것이 오히려 기폭제가 된 듯 마키는 오열하며 니코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한순간 니코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마키의 등 뒤에 팔을 둘러 그녀를 감싸안았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응."

그 후로도 30분을 더 울고는 간신히 눈물이 말랐는지 울음을 그친 마키였다. 오랜만에 화려한 저녁을 차릴 생각이었지만, 마키의 상태를 감안해 니코는 죽을 끓여 마키에게 주었다. 먹는 둥 마는 둥, 몇 숟갈 죽을 떠 먹고는 마키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설거지를 끝내고 니코가 거실로 나오자, 마키는 이미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니코가 마키의 옆에 다가가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피아노 덮개를 열고는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윽고 거실에 울린 그 곡조는 위령미사곡(Missa pro defunctis), 즉 레퀴엠(Requiem)이었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두 사람만의 의식. 마키가 환자의 사망을 겪은 날 밤에는 언제나 그 사람에게 바치는 진혼곡을 연주했다. 눈을 감고 연주에 몰두한 마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니코는 씁쓸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부디 이 연약하고 상냥한 아이에게, 더 이상의 시련이 주어지지 않기를.
만약 더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한다면, 적어도 그 곁에 자신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이거 쓴지도 벌써 3년전...난 서른이 되엇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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