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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올해의 백합] Immature - 수정했어

별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13 23:57:55
조회 1835 추천 53 댓글 20
														

 당신을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할 것이다.


 막연히, 당신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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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A X Mercy》Immature


Written by. 별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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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는 울컥 말문이 막혔다.


 차갑다 못해 날카로운 목소리.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과 더이상 사랑을 담고있지 않은 눈. 냉정하기 짝이 없는 저 얼굴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향한 사랑을 담던 입술에, 눈빛에, 표정에- 어둠만 드리워진 저 얼굴이. 더이상 앙겔라는 사랑을 속삭이지 않았다.


 하나는 누구 먼저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고 딱히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날짜를 정하지 않았음에도, 상호간 녹아들 듯-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나누었던 애정에 대하여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그걸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권리가 당신에게 있을까. 당장 당신의 차가운 눈빛만 보아도 심장이 짓이겨질 듯 아픈데.


 “하나, 하나는 너무 어려요.”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사랑해 마지않던 이의 목소리가 비수가 되어 날라왔다. 그동안 자신이 했던 사랑은 무엇이었던건지. 하나는 허상을 좇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감정은 허상이 아니니라 확신했다.


 하나는 단 한번도, 심지어 지금 순간조차도 앙겔라를 뜨겁게 사랑했던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자만했던 자신의 마음만은 탓했다. 왜, 당연할거라고 생각했을까. 그저 앞으로는 우리의 사랑에 꽃이 피우리라 당연하게 여겨왔던걸까.


 살아온 기간이 길지는 않았더라도 하나는 살면서 많은 풍파를 마주했었다. 자신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하나는 산전수전 겪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볼수록 스스로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감정에 쉬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 어리지 않아요, 저는 어리지않다고요! 응어리진 마음 속 외침이 목 언저리를 고통스럽게 타고 돌았다.


 하나는 앙겔라와의 사랑은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아이처럼 떼를 쓰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당신의 품에 기대면 마음이 절로 녹았고, 조용한 당신의 눈물 또한 안아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의지했다. 뜨겁다 못해 터져버릴 사랑을 나누었다. 우리의 사랑엔 의심 한 점 묻어있지 않았었는데-


 당신은 아니었나봐요. 그저 그런 이유로 나를 내칠 수 있는걸 보면.


 박사님,


 앙겔라.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버거워요.


 정말 힘들어 미칠 것 같은데


 당신에게 기댈 수 없는 지금의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나락으로 빠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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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D.VA. B구역 선두하에 진입했습니다.]


[여기는 Mercy. 지시를 기다리세요.]


[...B구역 돌격하겠습니다.]


[네? 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인다 했더니 어느 날 중심가에 날아든 갑작스런 폭격에 오버워치는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스파이라도 있던건지 아니면 솜브라의 소행인지 탈론의 행동 양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 파일이 모두 손실 된 덕분에 뒤늦은 출격 뿐만 아니라 대처에도 미숙하여 정렬된 진영을 갖춘 후는 이미 중심가가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고작 한두군대에 비상명령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서, 광범위한 지원요청에 팀을 나누어 앙겔라는 아나 대신 2팀의 총지휘를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탓인지 전략적으로 치고 빠지는 탈론에 비하여 민간인의 대피까지 행해야하는 오버워치는 인력뿐만 아니라 여러방면에서 턱 없이 허술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함은 오버워치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다른 지역의 요청으로부터 앙겔라는 지겹도록 겪었던 테러와 전쟁으로 인하여 팀 전체를 지휘하는 것이 어리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무관님 비상 환자입니다! 2팀 D구역 지원 바랍니다!”


너무 바쁜 것만 빼면.


실질적으로 테러의 흐름을 읽어내며 지휘하는 것은 앙겔라로선 크게 버거운 일이 아니었지만 임시로 지정해둔 의료소에 넘쳐나는 부상자들까지 관리해야하면 이야기가 달랐다. 귀를 파고드는 전장속의 소음 사이에선 총지휘관보다 앙겔라의 이름이 이곳저곳에서 불려왔다. 이와중에 단독 행동을 개시한 하나 때문에 앙겔라는 되려 골머리가 썩을 지경이었다.


메카부대 소속에서 크게 활약하며 홀로 나라를 지켜낸 하나의 실전경험을 무시할 순 없지만 지금 분명 하나의 행동은 사적인 감정이 묻어나오는 행동이었다. 전쟁의 무서움을, 그리고 아픔을 본인이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을터. 앙겔라는 탈론의 움직임을 배제해두고 섣부르게 하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던진 불과 며칠전의 자신을 질타했다. 자신과의 애정을 주고받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하나의 행동도 마냥 이상한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필 이렇게 시기가 안좋을때-


“자리가 부족하니 치료가 어느정도 된 분들은 피난소까지 경호해드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앙겔라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급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치유하고 보고받고. 비좁은 의료실을 다친 이들의 신음과 중간중간 터지는 비명이 어지러히 채웠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멤돌았다. 쉬고싶다. 앙겔라는 절실히 누군가의 품이 필요했다.


“의무관님! 비상 환자입니다!”


“밖에서 긴급 호출이 있었습니다. 지원바랍니다!”


정말로.


체력에 한계가 오는 것을 느끼며 앙겔라는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폭격에 옆구리가 움푹 패여 고통에 차 울부짖던 사람을 겨우 진정시키고, 진정제를 놓고, 나노광선으로 치유를 하고. 이게 몇번째더라. 호출 요청을 받고서 병실과 피난소와 전장을 오고간 횟수는 가히 2~300번은 웃돌았으리라. 수 시간 축척된 피로가 잔상처와 함께 고통이되어 온몸에 알싸하게 퍼져올랐다. 그와중에 통증의 아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앙겔라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앙겔라의 회의감 중 일부였다.


너무 오랜 시간 작동시킨 발키리 슈트도 기동력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이미 진즉에 치료되었어야할 팔의 상처가 벌어져 진물이 흘렀다. 그건 비단 앙겔라 뿐만이 아니었겠지만.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버거워 앙겔라는 주저앉고만 싶었다.


[여기는 D.VA. B구역 근거지 확보완료했습니다.]


퍼뜩 무전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앙겔라는 하나의 목소리에 부상자의 상처를 조심스레 치료하곤 서둘러 출입구를 나섰다. 낮은 신음을 흘리며 너저분하기 짝이없는 도심으로 나아가자 한쪽에서 하나가 지휘한 부대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많은 부상자 없이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오는 것이 탈론의 근거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앙겔라는 아까 흘러들은 무전기의 내용을 짐작하며 정신이 없어 못 들었을 자신을 자책하곤, 모두를 맞이했다.


아직은 곳곳에 잠입했을지도 모를 탈론을 경계하며 다른 지역으로 거의 대피된 시민들로 조용해진 중심부에 앙겔라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료들의 잔상처를 치료하며.


바닥에 잔뜩 얽혀 위태롭게 하늘을 향한 건물의 깨어진 창문과 부숴진 돌 조각들. 거멓게 피어올라 하늘을 뒤덮은 희뿌연 연기와 자욱한 화약 냄새. 날카롭게 하늘을 가르는 총알과 터질듯 울리는 포격 소리.


수십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를 빼앗은 이 풍경은 전혀 익숙해 지지 않았다. 전장은 어디보다 잔혹한 곳이었다. 사연을 봐주는 곳이 아니었다. 의무관의 위치에서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자신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렇게되면 하나는 분명 쉽게 흔들릴터였다. 그래, 후회하면 안된다. 반파가 된 메카에서 내려 고개를 다른 곳에 고정시키고 치료를 받던 아이를 한번 시선에 담고서, 얼굴을 돌린다. 앙겔라는 책임감이 막중한 사람이었고, 감정에 휘둘려 신념을 무너뜨리기 싫었다. 자신이 죽었을 때의 하나의 상태를 상상하고, 그리고 하나가 부상을 당했을 때의 자신을 떠올린 앙겔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쪽이건 쉽게 휘둘릴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최악이리라. 지금의 이 결단력이 미래의 자신들을 밝혀줄 것이며 하나 또한 금방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능숙하게 메카에 올라탄 하나는 주변 건물을 수색했다. 폭격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있던 건물들의 무너져내린 잔해 속에서 사람을 구출하기도 했다. 장시간의 구조작업과 경계태세를 오가고 있으니 곧 무전에서 다른 팀의 복귀 소식이 들려왔다.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피해는 막심했지만 그동안 시뮬레이션 했던 플랜 훈련이 나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덕이었다.

“몇 개가 될지 모르겠지만 탈론의 수송선만 찾아 폭파시키면 될 것 같군.”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앞장 서 돌아오던 잭에게 다가간 앙겔라는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민간인들의 큰 부상은 이미 다 손본 후고 다들 대피한지 오래되었으니 수송선만 폭파시키고 임무를 끝내면 될 일이었다. 완전히 마무리를 하고 기지로 돌아간다면 오버워치도 마찬가지겠지만 탈론도 피해가 막심해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하겠지. 앙겔라는 조급함을 억누르며 어서 수색조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일순간 정적이 잦아들었다. 모두가 지친 모양이었다.


곧, 약한 신음과 거친 호흡만 뒤섞여 한동안 정적을 유지하던 도심의 하늘 위로 거대한 수송선이 빠른 속도로 날아올랐다.


“...! 저거 탈론 수송선인 것 같은데요..!”


소수의 인원으로만 이루어진 수색대가 조사하는 곳의 반대방향이었다. 무겁게 요동치는 공기의 울림에 순간 그들은 당황한 시선을 재빠르게 돌렸다. 아직 세력이 더 남아있거나 무언가 공격을 취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점점 떠올라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수송선을 보고 허둥대던 이들 사이로 하나는 퍼뜩 자신의 메카가 과부화 되어있는 걸 확인했다.


“어- 메카가 반파되어서 시스템이 과부화됐어요. 제가 자폭을 날릴게요. 떨어질 때 받아줘요!”


“...잠깐만 D.VA!”


민간인도 없고. 동료들은 뒤에 있고. 수색조가 있는 방향도 아니겠다. 하나는 재빠르게 부스터로 하늘 높게 날아오르다 탈론의 수송선을 향하여 자폭시퀀스를 발동시켰다. 하지만 자신이 침착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도 결국은 판단력이 결부되어있었음을. 발동 후 자신의 귀에 날카롭게 파고든 잭의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하나는 자신의 섣부름에 후회했다.


금방이라도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릴 듯 굉음을 내며 불을 뿜던 검은색의 비행 물체는 어느샌가 하늘위에 덩그라니 떠선 출입구를 내렸다. 그 안에서 저격총을 들고 자신을 향해 조준을 하는 저격 옴닉을 보고서야 하나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이런 몹쓸 장난을 친거람. 씁쓸하게 웃던 하나는 추락하는 자신의 몸뚱이를 향해 일정하게 따라붙는 붉은색의 레이져를 눈으로 좇았다. 한두개가 아니네. 떨어지며 조금씩 급소와 가까워지는 붉은 레이져에 하나는 최대한 몸을 말았다.


탕-


수차례 귓가를 울리는 사격소리. 그리고 어깨로부터 퍼지는 고통. 어라?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밀쳐져서 떨어지는데 가속한 더한 하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잡힌 시야에, 핏물에 물든 발키리 슈트의 날개와,


당신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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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이었겠지만 그 순간 만큼은 지독하리만큼 느리게 흘렀다. 그제야 하나는 제 옆에서 같이 떨어지고 있는 카두세우스 지팡이를 보며 앙겔라가 자신의 어깨를 밀쳐내고 대신 저격을 맞았음을 깨달았다. 멀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피를 쏟아내는 그녀의 입술이 '웃어요, 하나.'라고 말했던 것 같다. 누군가의 품에 안착해 떨어지고, 곧이어 탈론의 자폭과 함께 필요 이상의 폭발 연쇄 반응이 몇차례 일어난 후에야 머릿속을 강하게 울리던 폭발음이 끝을 맺었다.


하나는 어지러히 흩어지는 연기를 헤치며 뒤집히는 속을 진정시켰다.


“무슨 짓이야 송하나!”


“사...사령관님... 박사님, 박사님이..”


“..."


“박- 박사님... 박사님 어딨어요... 박사님...”


쿵.


비틀거리는 다리를 겨우 붙잡고 일어난다. 심장이 무겁게 울렸다.


쿵.


자욱하게 깔린 연기가 서서히 걷혀갔다. 한걸음.


쿵.


폭발에 휩싸인 앙겔라가 떨어졌을 곳으로. 또, 한걸음.


쿵.


“아... 앙겔라..”


쿵.


쿵.


쿵.


반파된 슈트의 날개가 자신이 여기있노라 말하는 것 같았다. 부숴진 보도의 돌 틈 사이로 앙겔라의 손이 보였다. 우글우글 갈라져서 중심도 잡기 힘든 곳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하나는 잔해 사이에 묻혀있는 앙겔라를 눈에 담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었다.


이상한 방향으로 팔이 뒤틀려선, 초점이 없는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당신이.


너무 이상하고.


이질적이어서.


“헉-”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거친 숨소리가 머릿속을 거슬리게 어지럽혔다. 보도에 진하게 흘러드는 피에서 진한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역했다.


“앙겔라... 앙겔라..!!!”


피가 끓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이름이 불리어졌다. 모두들 하나의 몸을 일으키고 앙겔라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이상하다,


자신이 부르면 앙겔라는 항상 웃으며 보답해줬는데.


“앙겔라.”


하나는 잘게 떨리는 손으로 앙겔라의 손을 잡았다. 피가 잔뜩 흘러내려 하나의 팔을 타고흘렀다. 울컥 앙겔라의 이름이 입가에 맴돌았다가 겨우 입새를 비집고나왔다.


“앙겔라...”


하나의 애처로운 부름 속에서도 그녀는 끝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


“97일... 흠, 100일이 다되어가네.”


검은 매직으로 벽에 그어진 막대를 다시 한번 세며 하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한동안 밥도 먹지않고 잠도 자지않아 스스로의 몸을 혹사시켰던 지난날과는 달리 하나는 한달만에 정상적인 패턴을 찾았고 지금은 꽤나 호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전부 앙겔라 때문이었다. 앙겔라가 다쳐서 재정신이 아니라. 앙겔라가 이런 모습을 보면 슬퍼할 것 같아서.


어깨와 복부를 포함에 대략 열군대에 총상을 입고 하필 피할 수도 없는 하늘에서 폭발에 휩싸여 왼팔을 잃을뻔했다. 급하게 실려오는 와중에도 잠깐 심장이 멈추어 모두가 아찔하게 바라보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앙겔라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수차례의 수술과 치료를 거치고 외상은 얼추 나아진 상태였다.


오버워치의 조치 아래 장기간 휴가를 얻은 하나는 앙겔라의 옆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냈다. 아침에 앙겔라가 눈을 감은 날짜를 세고. 앙겔라의 몸을 닦고. 거즈를 갈아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간간히 훈련에 참여하곤 눈을 뜨지 않는 앙겔라를 향해 수다를 떨기도했다. 그것이 97일 째 되는 날이었다.


“박사님, 오늘은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아요? 연습전투랍시고 얼마나 굴리던지.”


“...”


“그 긍정의 레나언니가 투덜거릴 정도였다니까요?”


“...”


“손바닥이 까져서 쓰렸는데 치료도 제대로 안해줬어요.”


“그래요?”


“그렇다니까요~ 정말 힘들었다고요!”


“고생했어요, 하나.”


“요즘 사령관님은 정말이지,”


어?


“........ 박사님...?”


“응.”


“앙겔라...?”


“응, 하나.”


병실의 꽃병을 정리하며 떠벌리는 자신의 말에 부드럽게 대답하는 앙겔라의 목소리에 하나는 힘을 더했다. 그리곤, 곧 무언갈 깨닫곤 몸을 돌렸다. 언제 어떻게 일어난건지 몸을 일으켜 어설프게 눈을 뜨곤 베시시 웃는 얼굴로 저를 보며 미소짓는 앙겔라를 눈에 담고서 하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하나는 앙겔라의 얼굴을 조심히 어루만졌다.


앙겔라의 얼굴을 보자 막상 하려던 말들이 얽히고 설켜 머릿속이 점점 하얘져만갔다. 무려 두달이 넘는 시간동안 앙겔라가 깨어나면 꼭 해주고싶었던 말들을 머릿속으로 수천번 정리하고 되뇌였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간 듯 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했더라. 철없이 굴어서 미안해요?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무모하셨어요?


하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차마 앙겔라가 보내오는 올곧은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앙겔라의 말은 틀린게 없었는데. 자신은 어렸고 감정에 쉽게 흔들렸다. 그것이 당신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자신은 잠시뿐이었지만 망가졌었다. 우리의 위치를 어쩌면 당신과의 사랑에서 망각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할 말을 머릿속으로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말 보내기싫지만 보내야하겠지.


울컥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았다. 앙겔라의 얼굴을 쓸어주던 하나의 손이 떨려왔다. 입술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박사님-”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한거야!”


갑자기 멱살을 잡혀 당황으로 물든 하나는 얼결에 고개를 돌려 앙겔라와 마주했다. 아. 그녀의 눈에서 기어코 떨어지는 눈물에 하나는 심장이 덜걱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던 앙겔라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하나의 옷깃을 쥐어잡았다. 오랜시간 누워있던 탓인지 손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덜덜 떨려왔다. 그럼에도 속에서 들끊는 말이 정신없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나, 나 정말 아파요. 온 몸이 너무 아파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응...”


“정말... 너무 무서웠...흐흑...”


“앙겔라.”


“죽음을... 겪는다 생각하는 순간 후회가 됐어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당신을 잃을지도 모를 상황도 죽음의 순간 당신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죽을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도 괴로웠어요. 이상하죠. 나이 때문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될까봐 당신을 내친건데 이상하게 마음이 더 쓰렸어요. 흐으...”


울음을 겨우겨우 삼키며 위태롭게 말을 이어가는 앙겔라에 하나는 몸을 조금 낮춰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건지나 알까. 하나는 이 상황에 이상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신을 내칠 준비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당신과 내가 한마음이라는 것. 앙겔라의 팔을 그러쥔 하나의 손에 작게 힘이 들어갔다.


“앙겔라... 그건 무슨 의미에요?”


“하나... 우리가 그대로 멀어졌으면 당신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당신의 옆에서 마냥 슬퍼해줄 수 없고 계속 혼자 마음만 아린채 삭혀갔을거에요.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서로 옆에서 지켜주면서... 그렇게 살아요...”


“내가 밉진 않아요?”


“전혀요. 이제야 깨달아서 미안해요. 하나- 나는, 나는 하나가 아니면 안돼요. 하나가 전부에요. 하나가 나의 세상이에요. 내가 만 약 죽고 난 후의 혼자 남아져서 괴로워할 하나가 상상되어서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정말 살고싶어서, 반드시 살아남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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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지금 전 정말 기뻐요. 박사님이 일어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다 잊어버렸어요. 마음을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앙겔라, 사랑해요.”

  

 목이 메여왔다. 하나는 앙겔라의 오른손을 깨어질까 조심스러 그러쥐었다. 다시는 놓치 않으리라. 여지껏 본 적 없던 눈물과 마음을 쏟아내는 앙겔라의 모습이 '메르시'와는 너무도 달라 하나는 마음이 아렸다. 이 사람의 유일한 쉼터이자 탈출구가 되리라. 하나는 마음속으로 깊게 결의하며 앙겔라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immature - 미숙한, 치기 어린 


-The end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


원래 대회 열리면 두개를 준비했었는데


1. 심하게 싸웠다가 전쟁통에 메르시가 하나 대신 죽고 하나가 절망에 빠지는 내용 - 만화


2. 메르시가 하나를 위해 뻥 차버렸지만 하나의 빈자리에 금방 후회하고 다시 고백해서 잘되는 내용 - 소설


근데 준비기간이 빠듯할거같아서 둘다 중단하고 내용을 섞어버렸어! 설정도 다시 짜고 싹 갈아엎어서 이렇게 어중간하게 되었네ㅠㅠㅠㅠ


만화를 굳이 중간중간 올린 이유는 원래 준비하려고 짜둔 콘티 선 따고 내용이랑 부드럽게 이을 수 있어서 쓴거고 중요한 장면은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다른 내용을 못 담는건 아쉬울 것 같아서 소설이랑 함께 썼어! 원래는 만화로 그리려고했던거라... 첨부에 만화를 뺀 순수 소설만 올리려고했는데 5개이상안되네 ㅠ


빠듯해서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했으면 미안해ㅠㅠㅠ 나도 만화면 만화 소설이면 소설 쓰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긴 한 것 같아 그래도 대사 부분만 만화처리해서 괜찮을거야! 


첨부한 소설은  공백 포함9691자, 공백 제외7262자이고 재미있게 본거면 좋겠다ㅠ수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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