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네가 없는 일주일간 -1-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15 00:13:55
조회 461 추천 15 댓글 4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곁에는 언제가 네가 있었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고등학생이 되고, 밴드를 결성한 지금까지도 너는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렇기에, 난 네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내 삶의 반쪽과도 같았으니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늘 곁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시나마 내 곁에 네가 없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사...지금 뭐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한밤중, 갑작스러운 리사의 호출에 기뻐하면서 밖에 나갔것만 그 기쁨은 채 5분도 되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었다. 떨리는 손을 뻗어 리사에게 손을 뻗었다. 너는 그런 내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듯 붙임성좋게 웃으며 내 손을 꽉 붙잡아주었다.
"아하하, 실은 조~금 일이 생겨서 잠깐...길어야 일주일 정도? 할아버지한테 가야할 것 같아! 아, 연습쪽은 걱정마. 내려가서도 계속 연습할테니까! 그보다 걱정인건~"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네가 말을 이었다.
"유키나가 혼자서 잘 할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이긴 해!"
외로워, 리사가 없으면 안돼, 떠나지 말아줘.
머리속에서 호소하는 말과는 달리 내 입밖으로는 정 반대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조심히 다녀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어째서 그런 바보같은말을 한걸까. 이럴때만큼은 걍한척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텐데. 조금쯤은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리사라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잘 위로해줬을텐데.
그렇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이상 말을 되돌릴 순 없었다. 리사를 떠나보내주기 위해 애써 미소지었다. 내 표정을 보더니 리사가 안심한듯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고 그대로 날 끌어안았다.
"조심해야해 유키나? 매일 문자랑 전화 할테니까. 밥 꼬박꼬박 잘 챙겨먹고, 학교...는 방학이니까 괜찮겠구나. 응, 그리고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나 보고싶다고 울지 말고!"
마치 어머니가 자식한테 하듯이 하나하나 충고를 해주는 네 모습마저 귀여워, 방금 전 까지 굳었던 표정이 거짓말이라는 마냥 부드럽게 풀리더니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대로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뺨에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리사, 걱정이 과해. 애도 아니고 그렇게까진 아니야."
"그치마안~! 없는동안 유키나가 정말로 걱정되는걸!"
리사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잠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밤에 묻혔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더니 그 침묵을 깬 것은 너의 웃음소리였다.
갑작스러운 웃음에 멍하니 쳐다보다가 나 역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그 바보같은 대화는 뭘까, 연인이나 부부가 상대방을 너무나 걱정해서 하는 대화가 아닌가!
리사도 같은 생각인듯 웃음소리 너머로 드문드문 연인사이같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기를 잠시, 이내 웃음을 멈춘 네가 손을 들어올렸다.
"다녀올께, 유키나."
"조심히 다녀와 리사...근데 출발은 언제야?"
"내일 점심...참, 그러고보니까 유키나..."
내 질문에 답을 한 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즐겁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어느 것 하나 내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전 까지 웃던게 거짓말이라는듯 그저 가슴 한쪽만이 계속 욱신거렸다.
내일 아침, 내일 아침부터 일주일동안 리사 없이 살아야 한다.
내 삶의 반쪽이 내일부터 없어진다.
과연 나는 무사히 일주일을 버티고, 리사한테 다녀왔어라고 웃으며 대답해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가지 말아달라고 웃으며 붙잡아야 하는게 아닐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디선가 분 가을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려는 듯, 바람이 여느때보다도 세차고 매서웠다.
*
"언니! 조금만 기다려!"
등 뒤에서 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히나가 무릎을 붙잡고 거친 숨을 내뱉고있었다. 거의 다왔어, 사요가 그렇게 말하려다가 고개를 젓고, 히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얼마 안남았으니까 서둘러 가자꾸나."
"헤헤, 응!"
방금전까지 숨을 헐떡이던게 거짓말이라는 듯 히나가 사요의 손을 붙잡더니 활짝 웃었다. 잠시 걷기를 수 분, 이제 슬슬 괜찮다는 히나의 말에 사요가 조금씩 걷는 속도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언니! 너무 빨라!"
"서둘러, 히나. 곧 이마이씨가 떠날거야!"
사요의 말에 히나가 시간을 흘낏 쳐다보았다. 확실히, 시간이 썩 많이 남지는 않았었다. 어쩔 수 없지, 히나가 숨을 한번 들이키고는 사요와 함께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5분, 10분, 역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었음에도 한참이나 달렸다고 생각이 들때쯤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다. 역 안에는 유키나를 포함해서 이미 연락을 받고 온 듯 시로카네 린코와 우다가와 아코, 그리고 리사와 같은 아르바이트 둥지인 아오바 모카까지 모여있었다.
역시 이마이씨, 인망이 넓네요, 사요가 감탄하면서 리사에게 둘러쌓여있는 넷에게 다가갔다. 한바탕 이별이라도 하려는 듯, 아코가 린코를 껴안고 대성통곡하고있었다.
"가지마...가지마 리사언니!"
"안간다니까...아, 사요! 히나!"
두 사람을 알아본 리사가 반갑게 웃으면서 둘을 맞이했지만 자세한걸 모르는 사요로써는 적지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젯밤, 분명 이마이씨가 어디 가니까 작별인사를 위해 오라고 연락을 받은것이 다였다.
반면 히나 역시 사정을 듣지 못한것은 똑같았으나 그녀는 곧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만약 리사가 정말로 어디론가 간다고 한다면 자신에게는 말했을것이 틀림없었다. 아코가 저렇게 대성통곡하면서 가지 말라고 하는건 분명 뭔가의 착각이겠지, 그것이 히나의 판단이었다.
그런 당황하는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빵을 주면서 가는길에 먹으라고 챙겨주는 모카, 조심히 다녀오라면서 리사를 껴안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 유키나,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코...아무래도 거기에 무슨 일인지 물어도 대답은 들려올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사요가 한숨을 내쉬며 조금 떨어져있는 린코에게 다가갔다.
"시로카네씨."
"아, 네...네...히카와씨..."
"상황이 어떻게 된건가요? 이마이씨, 정말로 어디 먼곳으로 가기라도 하는건가요?"
만약 정말로 아무 말 없이 가는거라면-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머리속에서 지웠다. 그 성실한 이마이씨가 한마디 말도 없이 갑작스럽게 어디론가 갈리가 없었다. 만약 정말로 피치못할 사정이라고 한다면 미리 미나토씨를 통해서 이야기를 해준다던가, 아니면 우릴 모아놓고 사과를 하면서 이야기했을것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사요가 아는 이마이씨라면 그랬다.
그렇다면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하나-우다가와씨가 조금 오버하는것뿐. 그렇게 결론을 지은 사요가 눈 앞의 광경에서 마음을 편히 먹었다.
"아뇨...일주일...시골에 내려가있는 것 뿐...이에요..."
역시나였다. 사요가 한숨을 내쉬고 리사에게 다가가자 린코가 도와주겠다며 그녀의 뒤를 따라가, 망설임없이 아코를 양 손으로 번쩍 들어올렷다.
"아코짱...이마이씨가...곤란해하셔..."
"린린! 그치마안..."
뭔가 떄를 쓰려는 그녀를 린코가 껴안은채 저 멀리로, 이제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리사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이야~잠시 내려가있는 것 뿐인데 아코랑 유키나는 너무 호들갑이라니까~두 사람 와줘서 고마워!"
"그래도 떠나신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아무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이거, 다음 라이브에 쓸 악보입니다. 당신이라면 내려가도 충분히 연습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악보가 없으면 곤란하잖아요?"
"아하하! 언니는 너무 딱딱하다니까! 자, 이거 아로마오일! 리삿치한테 어울리는 향기를 직접 조합했어!"
"고마워 두 사람 다~아참, 사요!"
양 손으로 선물을 받아든 리사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히나한테 양해를 구하더니, 사요의 손을 붙잡고 좀 먼곳으로 끌고갔다. 당황해하다가도 이마이씨가 뭔가 부탁할 게 있다고 생각한 사요가 선선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다섯으로부터 조금 먼 곳으로 떨어진 장소로 이동한 다음 유키나가 없는걸 확인한 리사가 조금 고개를 낮춘다음 낮은 목소리로 사요에게 말을 꺼냈다.
"혹시 나 없는동안 유키나좀 부탁해도 괜찮을까?"
의외의 부탁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납득햇다. 저번 연습때, 이마이씨가 아르바이트때문에 조금 늦었다고 연습도 엉망진창, 미나토씨도 연습때 말고는 아무것도 못했던 기억이 슬금슬금 떠올랐다. 나중에 그 상황을 들은 이마이씨가 얼마나 웃었던지.
그걸 생각하면 자신이 없는 동안 미나토씨를 부탁하는것도 이해가 갔다. 사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틈틈히 상태를 살펴볼께요."
"고마워! 아무래도 부탁할 사람이 사요밖에 없어서~"
"아뇨, 뭘요. 아, 열차가 들어오는 것 같아요."
타이밍좋게 등 뒤에서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열차가 들어오고있었다.
그럼 다녀올께, 리사가 활기차게 웃으면서 순서대로 여섯명을 껴안았다.
나 없어도 잘있어야해 아코, 린코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사요, 아까 말한거 잘부탁해, 히나, 아로마오일 잘쓸께, 모카, 아르바이트는 미안...한명에 한마디씩 말을 해주고 유키나를 껴안자, 그녀가 놓아주지 않으려고 힘을 강하게 주었다.
"유키나~아프니까 좀 살살! ...나 없어도 잘 해야해?"
"...응, 응. 리사."
가지마, 속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이내 유키나가 금방 리사를 풀어주었다. 이윽고 열차가 완전히 정차하고, 왼손에 짐을 든 리사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께! 모두!"
손을 흔들며 열차에 올라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출발하자 여섯명이 리사를 떠나보내기 위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열차가 점점 멀어지고, 리사가 보이지 않게 됫음에도 손을 흔드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
1일째.
중얼거리면서 무거운 손을 들어올려서 달력에 X표를 쳤다.
시간은 벌써 9시를 향해가고있었다. 평소라면 작사나 작곡, 혹은 연습등을 하고 있거나 창문 너머로 리사와 떠들고 있었을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자그만하게 숨을 내뱉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커튼을 치고 저 바깥을 바라보면 리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없는것을 알고있다. 리사를 떠나보내고 나서 몇 시간이고 창밖에 서있었지만 전혀 창문이 열리는 기색은 없었다.
정말로 떠난거구나, 리사는.
떠올리니 다시 서글퍼졌다. 자신이 리사의 얼굴을 보고싶거나 힘이 드는 일이 있어 그녀를 보기 위해 창문을 열면, 리사는 늘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어느새인가 똑같이 창문을 열고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고는 했다. 리사의 얼굴을 볼 때 마다 자신이 방금 전 까지 힘들었던건 거짓말이라는듯 활짝 미소를 짓고는, 아무 일 없다며 흘러보내고는 했다.
"리사..."
생각하니 다시 가슴 한편이 쓰려왔다. 손톱으로 애꿎은 휴대폰 액정만 벅벅 긁었다. 리사가 떠난지 아홉시간 정도가 흘렀것만, 전화는 커녕 문자도 한 통 안오고 있었다. 일이 있어서 내려갔다고 했으니까 아마 이것저것 바쁜거겠지. 그렇지만 문자라도 한 통 해줄 수 있을텐데...
고개를 맹렬하게 젓고 자리에서 박차듯 일어났다. 이렇게만 있으면 안된다. 계속 이렇게 있으면 안된다. 리사도 자신이 떠나면 혼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자신이 정말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꽁하니 있어서는 안됬다. 연습으로 잡념을 떨치자. 마침 다음 라이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것에 대한 연습과 더불어서 신곡을 하나정도 만들자...그런 생각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책상에 털썩 앉아 팬을 들어올렸다.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멜로디와 흘러내리는 가사를 주워서 그대로 노트위에 휘갈겼다. 일단은 생각나는걸 모두 적고 나중에 이 중에서 쓸만한걸 고르면...사실 원래는 쓰지 않는 방법이었다.음악에 대해서는 한없이 진지했기에 하나의 음악을 만들더라도 장시간 집중해서 최고의 멜로디와 최고의 가사를 적는 그녀였다.
그렇지만 그 때는 사정이 달랐다. 집중해서 적으려고하면 계속 중간에 리사에 대한 생각으로 새고는 해서 전혀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 것 이다. 차라리 이렇게 막 적어나가다가 하나 얻어걸리는게 최선일지도 몰랏다.
그렇게 어느정도 적다보니 가닥이 잡히는게 느껴졌다. 잡념도 대충 사라졌기에 원래 하던 방식으로 돌아가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고 아까 생각한 멜로디를 적은 다음, 일차적으로 생각한 가사를 단숨에 적어내렸다. 거의 무아지경으로 가사를 단숨에 써내린다음 팬을 내려놓았다. 좋은 느낌으로 써졌다.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종이를 들어올렸다.
[보고싶어 리사...일주일이나 떨어져있으면 어쩌자는거야....리사, 조금만 일찍 올 수 없어? 올 수 없겟지. 곤란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난 조금이라도 리사를 빨리 보고싶은걸...]
대략 종이 두 페이지 분량이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쓴 리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용물을 다 읽자마자 그대로 방금 쓴 종이를 뜯어내서 구긴채 쓰레기통에 집어던진다음 머리를 감싸쥐면서 그대로 침대에 다시 몸을 던졌다. 아무래도 연습은 포기해야할 것 같았다. 도저히 뭔가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일, 연습..."
그랬다. 오늘 자주연습은 포기하더라도 내일은 로젤리아의 정기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이제서야 떠올리다니 정말로 정신없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원래는 리사가 연락을 전부 도맡아서 해줬었다. 그래서 잊고있던걸까.
지금이라도 연락해야지...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제일먼저 사요에게 연락을 걸었다. 두어번 신호음이 가고 이윽고 수화기 너머에서 사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미나토씨.]
"사요. 지금 시간 괜찮을까."
[네. 내일 연습때문이죠?]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 배게에 얼굴을 파묻은 채 유키나가 덤덤히 내일의 연습 사실을 전했다.
"...그래서 내일 3시까지 서클로 오면 될 것 같아. 뭔가 사정같은거 있어?"
[네. 문제 없어요. 우다가와씨와 시로카네씨한테는 제가 연락할테니까 미나토씨는 신경쓰지말고 푹 쉬세요.]
"알겠어. 그럼."
리사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배려하는걸까, 나머지 전달은 자신이 하겠다는 말을 꺼낸 뒤 사요가 전화를 끊었다.
그것으로 다시 순식간에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잠이나 잘까,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꿈에서라면 리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그런 기분이 들어 불을 끄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꿈에서만큼은 부디 널 만날 수 있기를.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날의 연습은 엉망이었다.
히카와 사요가 숨을 몰아쉬면서 눈 앞의 참상을 쳐다봤다.
제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해 목이 갈라진채 헉헉거리는 미나토씨, 그런 미나토씨의 무리한 연습에 따라오다가 팔에 쥐가 난 우다가와씨와 시로카네씨. 그 참상에서 사요 자신도 무사할 순 없었다. 피크를 잡은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기타는 포기하고 이틀정도 휴식을 취해야할지도 모르겠네.
이마이씨가 떠나기 전 무엇을 걱정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가 아파오는게 느껴져 양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오늘 연습은 어쩐지 시작부터 불안했다.
가장 먼저 마음에 걸린건 미나토씨였다. 언제나 정시 전에 와서 미리 연습하던 사람이 그 날 따라 연습시간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그 우다가와씨마저도 5분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생기신걸꺼에요, 시로카네씨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우리 둘 역시 동의했다. 평소에 늦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분명 무슨 일이 생겨서 조금 늦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셋이서 먼저 연습에 들어갔다.
두어곡정도가 끝날때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늦었군요, 오자마자 한소리 하려던 나는 말을 꺼내려다가 입을 닫았다.
"...늦어서, 미안."
열린 문 너머에는 시체가 서있었다.
아니, 시체같은 몰골로 간신히 서있는 미나토씨가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고 나 역시도 식은땀을 한방울 흘렸다. 미나토씨의 얼굴을 몰랐더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겠지.
평소 미나토씨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엉망진창인 모습이었다. 옷은 흐트러졌고, 머리는 부스스했으며 전혀 잠을 자지 못한듯 눈은 쾡했다.
이마이씨가 없는 것 만으로도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건가?
당황했지만 일단 늦은건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모습을 보니까 아무 말도 못했다는게 맞는 말이겠지만.
"아뇨, 늦은건 괜찮으니까...네, 조금만 쉬었다가 연습시작하죠. "
말하고 나서도 스스로 깜짝 놀랐다. 연습 전에 쉬자고 하다니.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말부터 나올 정도로 미나토씨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내 제안에 가만히 있던 시로카네씨와 우다가와씨가 한마디씩 꺼내들었다.
"맞아요! 유키나씨, 지금 죽을 것 처럼 보여요!"
"힘들면...연습 쉬시는건..."
"아니, 세 사람 다 괜찮아. 바로 시작하자. 우선은 다음 라이브 첫 곡 부터...ONENESS였나?"
세 사람의 제안을 뿌리치고 그녀가 마이크 앞에 다가섰다.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를 계속 지켜보았고, 그 직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절망했다. 라이브 곡의 순서마저 틀리다니 아무래도 미나토씨는 정말로 피곤한 것 같앗다. 사요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아뇨, BLACK SHOUT 부터에요. 미나토씨, 정말로 괜찮으신거에요? 너무 무리하시는건..."
"난 괜찮아. 그래, BLACK SHOUT 부터네....그럼 바로 시작할께. 아코, 준비해줘."
이대로 연습하면 정말로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녀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이대로 연습을 강행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다가와씨는 발언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시로카네씨는 발언을 하기에는 너무 심약햇다. 결국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 세사람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작할께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드럼 스틱을 들어올린 그녀가 경쾌하게 두번 내리쳤다.
시작이다, 몸에 긴장을 바짝한채 사요가 피크를 바로잡았다.
그렇게 무리하게 한 연습의 결과는, 다시 처음으로.
넷 사이에서 아무말도 오가지 않고 숨만 고르고 있었다. 그나마 상태가 가장 멀쩡한 사요가 잠시 자리에서 나가 음료수를 사와 셋에게 나눠주었다. 다시, 연습실 안에는 음료 마시는 소리만 맴돌앗다.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맴돌때쯤 미나토씨가 뭔가 말을 꺼내려는 눈치가 보였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자존심높은 미나토씨다. 이렇게나 엉망인 연습이었다. 아마 이대로라면 마음에 들 때 까지 계속 반복해서 연습할테지.
그렇게는 안됐다. 지금 이 상태로는 절대로 그녀가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순 없었다. 끝이 없는 연습만 반복될뿐이었다. 이마이씨가 없어진 그녀는 그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조금 심한 말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어쩔 수 없었다. 연습은 자율연습으로 보충하는걸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낼 수 밖에. 빠르게 판단을 마친 내가 말을 꺼내기 전 먼저 선수를 쳤다.
"오늘 연습은 이쯤하는게 좋겠네요. 다음 연습은 다음주, 이마이씨가 돌아오면 한번 더 맞춰보죠."
"사요, 걱정하지마. 안그래도 내 목상태는 최상-" ​
"아뇨! 오늘은 그만 돌아가서 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유키나씨!"
"그...오늘은...지쳤어요..."
내 말에 기다리고있었다는 듯 다른 두 사람이 빠르게 말을 맞춰주었다. 그녀들 역시 오늘 미나토씨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걸 안 것이겠지.
세 명이나 그렇게하니까 미나토씨 역시 이대로 연습을 지속할 순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세 사람을 천천히 돌아보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감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었다.
"그렇네...미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음 연습은 다시 연락해줄께."
"네, 그렇게하죠. 오늘은 조금 들어가서 쉬세요."
방금 전 까지 누워있던건 거짓말이라는듯 셋이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어서 나가려던 찰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벽에 부딪히려던 그녀를 사요가 붙잡았다. 정말로 간발의 차였기에 걱정이 되어서 괜찮겠냐고 다시 물어보자, 그녀가 초췌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난 괜찮아."
다시 균형을 잡고 문을 열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가기 직전, 나를 돌아보았다.
"정말로 괜찮으니까, 걱정해줘서 고마워. 사요."
하나도 안괜찮으면서, 목까지 나온 말을 간신히 삼키고는,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서 라이브 하우스 밖으로 빠져나갔다.
*
오늘도 이상한걸 연성해왔어요!
는 사실 올해의 백합에 쓰려다가 시간에 못맞춘거 그냥 업로드 하는거에요.
해서 오늘의 주제는 이것.
리사가 없어지면 유키나는 얼마나 망가질까?
...같은걸로 망상에 망상을 돌려서 써봤는데 뒤로갈수록 재미도 없어지고 쓰는것도 힘들어져서 아마 뒷편이 나올진 저도 잘...
일단 4일차정도까진 썻는데 말이죠.
음.
너무 막나갔나 역시?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6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39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51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40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900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67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50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910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9 27
1464463 💡창작 늠검) 결국.... 잘렸어.... 우우 백부이... sab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9 37 2
1464462 일반 ㄱㅇㅂ) 와 더워서 잠이 안 오네 [6] 씨사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7 44 0
1464461 일반 백바... 살아서 보자... 후에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7 15 0
1464460 일반 애웅... ㅇㅇ(114.108) 01:50 37 0
1464459 일반 이거 갓에넬 아니냐 [3] ㅇㅇ(218.154) 01:49 72 0
1464458 일반 ㄱㅇㅂ) 잠 다 깼는데 그냥 작업이나 할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47 1
1464457 일반 스바모모니나 짤이 많아서 좋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33 1
1464456 일반 왜 섭종이 확정되고 나서야 마기아레코드가끌리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6 30 0
1464455 일반 악리 센세는 ㄹㅇ 호감이네 아오바모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5 46 0
1464454 일반 백붕들 안뇽안뇽 [3] 아르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3 28 0
1464453 일반 이치사키 보구가 [4] 초코모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3 48 1
1464452 일반 소전 스토리에 보이스가 없는게 좀크다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3 41 0
1464451 일반 간만에 왔는데 진득하게 볼 거 없나 [3] 유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2 44 0
1464450 일반 분명 10화 요루카노 대박쳐서 앞화 몰아봤어야됐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2 52 0
1464448 일반 ㄱㅇㅂ 개졸리네.... [7] 융가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1 96 6
1464447 일반 솦갤펌) 소전의 백합관계도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0 53 4
1464446 일반 카노안욱벌써 야짤나왓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0 36 0
1464445 일반 진짜 백합작가들 트위터들어가면 맨날작품들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6 62 0
1464444 일반 사람의 상상력이란 대체 뭘까 [2] 나리유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6 66 0
1464443 일반 밤해파리 자막은 보아하니 오늘도 글렀구만 ㅇㅇ(220.85) 01:33 64 0
1464442 일반 사사코이 애니화도 안됐는데 언급 왜이리 활발하지 ㅇㅇ(222.110) 01:32 73 7
1464436 일반 키황인데 왜 키위아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58 0
1464435 일반 꺄아아아아악 레즈마왕이야!!!!! [1] 키타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8 81 0
1464434 일반 키황 씹간지네...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5 95 2
1464433 일반 친애하는 원수님 결재하려면 어디로 가야해? ㅇㅇ(221.151) 01:25 22 0
1464432 일반 이 짤 아이디어 괜찮은 거 같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2 65 1
1464431 일반 평범한 경음부 재밌네 ㅇㅇ(220.85) 01:22 48 0
1464430 💾정보 24년 10월 수성의마녀 제일복권 3탄 미쳤다 ㅇㅇ(118.34) 01:21 72 2
1464429 일반 전생 7왕자 11화보고 사사코이 생각남 비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0 51 0
1464428 일반 나나레하나나레 신규 키비주얼 [1] ㅇㅇ(118.36) 01:19 55 1
1464427 일반 밤의해파리 왜 아직도 자막이 안뜬거야? [3] ㅇㅇ(222.110) 01:13 89 0
1464426 일반 념글 짱깨들 지랄하는 글 보니깐 새삼 [3] 소리야겟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3 351 21
1464425 일반 니나모모가 맛있는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9 59 1
1464424 일반 스포)드디어 종트도 거의 끝나가네 ㅠㅠ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4 58 0
1464423 일반 소네트?? 왜 배송 지연이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3 101 2
1464422 일반 마이고는 운좋게 완결되고 보기시작햇는데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0 54 0
1464419 일반 사사코이까지 역대급 퀄이었다면... [4]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7 126 0
1464418 일반 버틴정실 [2]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5 53 3
1464417 일반 이야 나로우 전생메이드 드디어 고백박았네 [2] 제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5 52 0
1464416 일반 사실 사사코이 사태가 [3] 온두루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3 112 1
1464415 일반 ㄱㅇㅂ) 짱깨 애들 남캐넣지 말라고 하는거 보빔 미는거 아님 [7]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8 695 20
1464414 일반 종트도 꽤 하는구만 ㅇㅇ(125.177) 00:42 7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