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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의사쌤이 너무 예뻐서 꼬시려 했는데 내가 당하는 중이야앱에서 작성

곰돌이한마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08 01: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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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삐끗해서 정형외과를 찾았다. 어젯밤,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잘못 디뎠는데 꽤나 신경쓰이게 아프기 시작해서 귀찮지만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 다리로는 밖에 오래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에 있어봤자 할 일도 없으니까. 병원에 가서 예쁜 간호사 언니들이나 구경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나요? "

" 이름이랑 생년월일 적어주세요. "

" 처음 오셨으면 여기에 주민번호도 적어주시구요. "



가볍게 네, 하고 대답하고 연필을 끄적인 다음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시선을 옮기며 간호사들을 둘러보았다. 조금 기대하고 왔건만 내 취향의 간호사는 없었다. 그 전에 젊은 여자 자체가 없었지만. 그럼 그렇지, 작게 한숨을 폭 내쉬고는 핸드폰으로 눈을 옮겼다. 할일 없이 바탕화면과 메뉴화면, 카톡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니 벌써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진료실 앞에 앉아계세요. "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료실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할 것도 없는 폰을 들여다 보는 것도 지겨워져서 병원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고급진 인테리어가 보인다. 평일도 아닌데 왜인지 사람은 별로 없고 한적하다. TV화면으로 보이는 대기자 명단에 내 이름 밑으로 아무도 없는 걸 보니 저 사람들은 처방전을 기다라는 듯 싶었다. 접수대 옆에 있는 방에서 문이 열리고 파란 수술복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간호사 몇명과 함께 병원을 나갔다. 아, 점심시간이구나. 내가 너무 애매한 시간에 온건가, 생각하는 사이 누군가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방금 나간 사람처럼 진한 파란색 수술복을 입고 있는 여자였다. 특별한 것 없는 등장이었지만 그녀는 내게 너무나도 특별했다. 저렇게 예쁜 사람이 이 병원에 있었다니! 모델, 아니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 눈앞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슬리퍼를 신고 키는 167정도였지만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비율이 대박적이었다. 깊고 맑은 눈동자에 매혹적인 눈매, 키스를 하고 싶어지는 빨갛고 도톰한 입술. 갸름한 턱선과 바라보기만 해도 뒷목이 뜨거워지는 선정적인 목선, 안아주고 싶은 어깨까지. 하얗고 늘씬한 팔과 가는 손목, 길쭉한 손가락은 무작정 잡고 나가버리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게 했다. 펄럭이는 수술복 바지였지만 그 속에 분명 가늘고 잘 빠진 다리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나도 어디가서 빠지는 외모는 아니라고, 꼬셔서 넘어 오지 않을 여자는 없을 거라고 자신만만했던 나였지만 그녀는 나와 차원이 달랐다. 정말 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머리를 살짝 넘기며, 간호사에게 조그만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며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 와... "



계속해서 걸어오던 그녀가 나와 잠깐 눈이 마주쳤다. 놀라서 눈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계속해서 눈을 맞추니 그녀는 나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에 난 심장이 멈춘 것 같아 얼어버렸지만 그녀는 아랑곳 않고 나를 지나쳐갔다. 그녀가 들어간 곳은 내가 기다리고 있던 진료실이었다. 뭐야, 방금? 그녀가 지나간 뒤 후폭풍처럼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켰다. 진정하자 진정해. 조금 있으면 다시 또 보러 들어가야 하잖아-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간호사가 내게 진료실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 달칵 "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진료실 안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뭐가 그리도 바쁜지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를 눌러대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게 있다면 아까와는 다르게 흰 의사 가운을 입고 머리를 묶고 있다는 거였다. 높게 묶은 포니테일과 덜 묶인 옆머리가 마치 신경쓴 듯 안쓴 듯 편하게 묶었지만 너무나도 예쁜,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 같았다. 아까 보기만해도 뒷목이 뜨거워지는 선정적인 목선이라는 내 눈빛을 알아듣기라도 했던지 목을 훤히 드러낸 모습에 저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품이 꽤나 커서 넓게 파인 웃옷은 또 어떻고, 어깨선 아래는 쏙 들어가고 가슴팍 위로는 톡 튀어나온 매끈한 쇄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갸름한 턱선에서부터 시작해 어깨로 똑 떨어지는 아찔한 목선을 구석구석 뚫어져라 쳐다보다 그녀가 내게로 시선을 옮기는 것을 보고 그녀를 보던 눈빛을 거두었다. 이 여자는 그냥 별 의미 없이 나를 쳐다본 것이었겠지만 나한텐 너무 치명적이었다. 저렇게 치명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보니 저절로 숨이 참아졌다. 오늘 안에 이 여자를, 꼬실 수 있을까?




" 발목을 삐끗하셨다구요? "



앞뒤 다 자르고 본론부터 말하는 그녀였다. 모든 의사가 환자를 이렇게 대하겠지만 그녀가 너무 예뻐서 깜빡하고 있었나 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주 조금 당황했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그녀에게 대답할 준비를 했다. 다리 다친 사람 치고는 내 복장이 좀 과하긴 했지만. 딱 달라붙고 허벅지를 다 내놓은 짧은 치마. 덕분에 그녀에게 조금 더 예쁜 모습을 보이려 다리를 살짝 더 내놓고 비틀어도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봐라, 내 각선미를.



" 네. 계단을 내려오다가 잘못 디뎌서.. "



몸을 살짝 숙여서, 다친 발목을 내려보며 아픈 부분을 쓰다듬다 고개를 드니 제 의자를 끌어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마주할 수 있었다. 흠칫 놀라 숙인 몸을 일으키니 그녀가 나와 눈을 맞춰왔다. 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당황하고 있는 내게, 내 다리를 슬쩍 한번 쳐다보며 다리를 내어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그녀였다. 아차 싶어 재빨리 다친 다리를 바닥에서 10센치 정도 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 발과 종아리를 조심스레 받쳐들고 제 무릎에 얹었다. 그녀는 내 발목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제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만져보기도 하다가 내게 물었다. 여전히 눈은 내 다리를 향한 채였다.



" 많이 부은 것 같진 않은데 언제 다치셨어요? "


"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이요. "



오늘 새벽 3시였으니 따지고 보면 어젯밤은 아니었다. 클럽에서 정신없이 술마시고 춤추고 놀다가 집에 돌아가려는 계단에서 삐끗했던 몇시간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 내 복장도 이렇고. 아니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방금 그녀의 행동이 나를 놀라게 만들어서 정신없었다. 원래 이렇게 진료를 하나?? 옆에 있던 발 받침대를 무색해지게 만든 그녀의 행동에 적잖게, 아니 많이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뜻을 모르겠네, 이 여자.



" 대체 어디 계셨길래 새벽에, 뭘 하셨길래 계단에서 다치셨어요. "



피식 웃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약간 귀가 빨개졌다. 뭔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섹드립처럼 들리는데.. 내가 변태인 건지. 사실 귀는 그 전부터 빨개져 있었다. 이 여자가 내 다리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었다. 말이 될 리가 없긴 한데 분명 기분탓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끈적한 그녀의 눈빛과 내 발목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몸이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 와, 이 여자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드네-



" 농담이에요. 잠깐 뒤에 누워볼래요? "



그녀의 눈이 향한 곳엔 매끈한 가죽 매트가 올려진 진찰대가 있었다. 조심스레 그녀의 무릎에서 다리를 내리고는 진찰대로 향했다. 의자에 앉듯 진찰대에 앉은 뒤 다리를 하나씩 들어 올려놓았다. 다리를 쭉 뻗은 채로 앉아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편하게 누워있으라 말하며 네모난 쿠션을 가져와 내 발목을 받쳤다.



" .... "



고요한 정적이 진료실을 가득 메웠다. 그녀가 내게 어디가 아프냐 같은 질문을 하지 않으니 할 얘기가 없었다. 그녀는 몸을 돌린 채 내게 등을 지고 내 발목을 만지는 중이라, 그녀가 무얼 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나를 만지는 그녀의 손길로 대충 짐작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내가 다리를 많이 삐어본 건 아니지만 그녀의 진찰방법들은 내게 평범한 진찰이 아니라 아찔한 자극으로 느껴지는 중이었다. 발목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쓸데없이 부드럽고 쓸데없이 잦은 게, 나를 안달나게 만들기엔 최고였다. 여기저기 움직이는 손길에 심장이 찌릿찌릿하다가, 나를 안심이라도 시키려는 듯 그녀가 자연스레 내 정강이에 손을 올렸을 땐 심장이 저려오기까지 했다. 이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다리를 만져대는 거야, 정신 못차리게-



" 아! "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내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야릇하고 부끄러운 신음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니, 아니이- 아파서 그런 거였다고... 갑자기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랬다고..

...발바닥을 간질이는 손길도 한몫하긴 했다만....



창피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내 신음을 들은 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었다. 한 15초 정도 흘렀을까, 그녀가 내 발목에서 손을 떼고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리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엑스레이 한번 찍어보죠. "



그녀를 따라 엑스레이실로 향했다. 병원이 크지 않아서 어디로 향하는지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아까 간호사분들이랑 나간 의사쌤이 있던 방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그분 아직 안돌아왔을 텐데.


아니나다를까 내가 예상했던 그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였다. 난 지금 너무 창피해서 잠깐만이라도 떨어져 있고 싶었는데 이 사람이 엑스레이까지 찍어주려 하고 있다. 그녀가 작은 방으로 들어간 사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내 방에서 나온 그녀는 두껍고 네모난 철판을 가져와 촬영대에 올려두며 말했다.



" 올라오세요. "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촬영대에 올라갔다. 두 다리를 펴고 앉자, 발 밑에 철판을 깔아주고는 철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제자리에 맞추는 그녀였다. 그리곤 나를 보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 양쪽 발목 한번, 다친 쪽 발목 한번 찍을 거에요. "

" 다친 쪽만 찍을 때 다른 쪽이 나오면 안되니까, 무릎 구부리고 있어요. "



네, 하고 대답을 했지만 이따 한쪽 발목만 찍을 땐 어떡할지 고민했다. 한쪽만 무릎을 들고 있으면 치마가 짧아서 다 보일 텐데. 게다가 좀이따 엑스레이를 촬영할 때 그녀가 들어가 있을 저 방, 정면인데다가 커다란 유리창이 벽 대신 있어서 다 보일 터였다. 그렇다고 다리를 옆으로 치우는 건 더 위험한 자세다. 어떡할까... 아니 잠깐. 근데 내가 왜 고민하고 있지? 생각해보니 치마 안이 살짝 보이는 걸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여자끼린데 뭐 어때. 이해하겠지.



생각을 마치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준비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방에 안 들어가고 있다. 의아해하며 그녀를 쳐다보니,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녀가 내 다리를 흘낏 보더니 가운을 벗어 덮어주었다.


여자끼린데 굳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을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내 눈빛을 보더니 변명이라도 하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 아. 가운이요. "



대답을 바라고 그렇게 쳐다본 건 아니었는데.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가운을 내 다리에 맞게 고쳐 덮어주며 다시 한번 말했다.



" 제가 불편해서요. "



방금 내가 뭘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계속 가운을 고쳐 덮어주고 있었다.



" 네? "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었는지 물어보기 위한 대답이지만 이미 기분이 상해 날카롭게 따지는 것에 가까웠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가 뒤따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말투.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운을 고치던 손길을 멈춘 뒤, 가운의 가슴 주머니에 꽂혀 있던 볼펜을 빼고 방으로 들어가며 내게 말했다.



" 눈이 그쪽으로 쏠려있으면 안되잖아요. "

" 지금은 대놓고 볼 명목도 없는데. "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미친 거 아니야?? 이런 위험한 여자 앞에서 치마 속이 보여질지도 몰랐다니. 당황스러워서 정신이 없었다. 엑스레이는 언제 다 찍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 완전 말렸어. 꼬시기는 무슨 누가 누굴 꼬셔, 내가 이 여자한테 완전 놀아나고 있잖아...

부끄러운 마음에 그녀의 눈을 피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 반깁스 해줄테니 다음 주에 또 와요. 그때 깁스를 안 풀면 그 다음 주에도 오시구요, 깁스를 푼 다음 주에도 오세요. "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아까 신음소리를 내었던 진찰대에 앉아 그녀가 발목에 깁스를 해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미치겠다. 완전 망했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 --씨가 아프길 바란다는 건 아닌데 자주 만났으면 좋겠네요. "

" 나 보러 오기 귀찮으면 내가 갈 수도 있구요. "


" 네...? "



놀라서 말도 안나올 지경이었다. 지금 뭐라고... 무슨 의미지? 내가 여자 꼬실 때 흘려대던 그 멘트들이랑 같은 건가??

커진 눈만 꿈뻑이며 그녀를 바라보자 어느새 제 할일을 끝낸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미치겠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날 꼬시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아서 내가 환청을 들은 건가 싶기도 했다.



" 나 돈도 많고 직업도 좋고 나이도 어린데. "

" 연락해도 돼요? "



돼요. 돼요. 완전 좋아요. 너무 당황해서 미처 대답은 못했지만 내 표정을 보고 그녀가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으니까.



" 시간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보고 싶은 사람 보러 갈 시간 정도는 충분히 있어요. "



얼굴이 뜨거웠다. 지금 내 얼굴 진짜 웃길 것 같은데. 무슨 사람이 이렇게 일방통행인지- 그 얼굴로 그런 말을 하고, 그렇게 사람을 꼬시는 건 반칙이야, 심장에 무리가 가서 너무 위험하다고...



" 여기 내 명함. 번호 저장하고, 전화하면 꼭 받아요. "



조심스레 명함을 받아들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진찰대에서 내려왔다. 내려온 후에도 손은 계속 잡은 채였다. 이제 뭘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그녀가 내 번호를 모른다는 사실에 아차 싶었다. 난 명함이 없는데. 내가 전화해야 하나..?



" 저.. 제 번호는... "


" 안 그래도 물아보려던 참이었어요. "

" 번호 좀 불러줄래요? "


" 010...0000 0000... "



종이도, 펜도 없는데 씨익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하는 그녀였다. 그래도 바로 적어놓지 않으면 까먹을 것 같아서 그녀를 올려다 보니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 다 외웠어요. 운으로 의사 된 게 아니거든요. "

" 정말이에요. 그쪽 주민번호도 외웠는걸요. 9607- "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는 그녀의 손을 놓고 문쪽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돌리기 전, 조심스레 뒤를 돌아 그녀를 보았다.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녀가 보였다.



" 안녕히 가세요. 다리 조심하시구요. "

" 다음 주에 뵈어요. "



수많은 의사들의 정말 일반적인 인사였지만 나도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재빨리 꾸벅 인사를 하곤 진료실을 나와버렸다. 급하게 수납까지 마치고 병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미인을 얻은 건 진짜 날아갈 듯이 기쁘고 행복한데... 지금 너무 창피해.....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듯, 고생 뒤에 낙이 오듯, 생각지 못하게 찾아온 오늘의 고생에 대한 달콤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런 거야..



" 띠링 "



몸과 마음이 지쳐 축 처진 발걸음을 겨우 떼려고 할 때 알림이 울렸다. 번호가 익숙한 걸 보니 방금 그 의사쌤이다. 창피한 건 창피한 거고.. 내가 꼬시려 했던 엄청난 미인이 직접 나를 유혹해주겠다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문자 창을 열었다.



' 조심해서 가요. '

' 오늘은 조심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지만, '

' 다음엔 못 참을 것 같아요. '



두번만 조심했다가는 내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데...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에게 답장을 하기 위해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였다. 오늘 어리바리한 모습만 보여준 걸 반드시 만회해야 해. 굳은 다짐을 하며 전송 버튼을 누르고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나도 그때까지 못 참을 것 같아요. '

' 내일 또 올게요. 기다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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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곰돌이~~ 매번 감질맛나는 단편이라 미안한 거시에요 나중에 꼭 장편백합을 만들어 그대들에게 대령하겟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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