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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무협] 친절한 납치, 상냥한 감금 (2)

synara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4 15:21:47
조회 1128 추천 30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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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벌하러 온 게 아니라……."


몇 해 전, 소월을 악랄하게 괴롭히고 부술 때처럼 비릿한 미소였다.


"납치하러 왔으니까."


납치? 소월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들어올리려 했다. 눈꺼풀이 움직이기도 전에 예경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덮쳤다. 겨우 피하자마자 반대쪽 팔꿈치가 턱을 도려내려 들었다. 소월은 온 힘을 다해 뒤로 뛰었다. 그 서슬에 자세가 흐트러졌지만, 예경은


소월은 느긋하게 다가오는 예경의 몸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칼끝이 비단 위를 미끄러졌다. 예경의 옷에 비스듬한 상처가 터졌다. 드러난 살갗에 핏빛 선이 선명했다. 예경이 오,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소월은 반사적으로, 정말 반사적으로 그녀의 빈틈을 향해 칼을 내찔렀다.


칼끝이 살을 갈라 꿰뚫었다. 섬뜩한 감촉에 소월이 몸을 떨었다. 반대로 예경은 히죽 웃었다. 치켜올라간 입꼬리에서 피비린내가 방울졌다.


"잡았다."


그녀가 소월과 손을 겹쳤다. 칼날에 꿰뚫린 손으로 칼자루를 쥔 손을 감쌌다. 피가 흘러 살갗과 살갗 사이에 스몄다. 후두둑 떨어진 핏방울이 땅 위에 피었다. 소월은 멍하니 핏자국을 내려다보았다. 예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시선을 끌어올렸다.


"이제 도망 못 가요."


눈이 마주쳤다. 묵직한 충격이 턱끝을 휘갈겼다. 소월의 시야가 깜깜해졌다.



* * *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했죠? 본래 익히던 건 검이고."

"네."

"이대로는 힘들어요. 붓이나 찻잔보다 무거운 건 제대로 쥐지도 못하는 손으로 검법은 무리죠."

"……."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정말입니까?"

"네. 제 할머님께서 할머님과 함께 만드신……. 아, 그러니까. 두 분 할머님께선 여인을 사랑하는 분이셨고, 그래서 두 분이 혼인하셨는데, 두 분 다 여자이신지라 나이가 많은 분을 첫째 할머님, 적은 분을 둘째 할머님이라고 불러요. 어머님도 어렸을 땐 두 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곤란하셨다고……. 미안해요. 본론부터 얘기하죠."

"감사합니다."

"아무튼, 두 분이 만드신 대법(大法)을 이용하면, 망가진 몸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어요. 힘줄도 도로 붙을 테고, 오히려 이전보다 강해지겠지요. 대신 어마어마하게 아프고 힘들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상관없습니다."

"후회할 텐데."

"안 합니다."



* * *



옛 기억의 메아리 속에서 소월은 눈을 떴다. 욱신거리는 턱을 주무르며 몸을 일으켜 세우자 이불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그녀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수하지만 편안한 침대. 수수하지만 따듯하고 부드러운 이불. 화려한 장식은 하나도 없지만 볕이 잘 드는 방. 예경의 제자이던 시절, 그녀는 이 방에서 지냈다.


삼 년 전 이 방을 떠날 때, 그녀는 다신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각오하면서 문을 나섰다. 그런 주제에 마음 편히 침대에 몸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었다. 소월은 침대에서 벗어나려 했다.


"더 자요."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눈을 떴을 땐 보이지도 않았던 사람 그림자가 문풍지에 어른거렸다. 소월은 헛웃음을 흘렸다.


"감시하고 계셨습니까?"

"그럼요."


문이 열렸다. 단촐한 쟁반 하나를 든 채 예경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서슴없이 들어와 침대가에 의자를 끌어다 앉은 그녀가 소월에게 쟁반을 내밀었다. 조촐한 사기그릇에 죽이 담겨 있었다. 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 없습니다."

"먹여줄까요?"


소월은 입을 다물었다. 예경이 의자를 바짝 당겼다.


"먹여줄까요?"


농담을 건네듯 목소리가 가벼웠다. 그래서 소월은 시선을 피했다. 예경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녀에게 죽을 먹일 수 있었다. 무력을 쓰건, 말로 양심을 헤집건 간에. 소월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쟁반을 받았다. 예경이 답지않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소월을 보았다.


소월은 죽을 한 술 떠서 입에 밀어넣고, 삼켰다. 그러자마자 온몸에 화끈한 온기가 돌았다. 소월은 미심쩍은 눈으로 죽그릇을 내려다보았다. 마약이라도 탄 걸까. 한동안 수저를 움직이지 않자 예경이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자꾸 뜸 들이는 거 보니 내심 먹여줬으면 하는 거 같네요. 내 착각인가요?"

"착각입니다."


예경은 다시 죽을 떠먹었다. 솔직히 맛있었고, 한 모금씩 삼킬 때마다 마른 몸에 힘이 돌아왔다. 하지만 몸과 달리 마음은 편치 못했다. 그녀는 고된 노동을 하듯 그릇을 비웠다.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자마자 예경이 손수건을 들었다. 받지 않으면 아예 닦아줄 기세라 소월은 손수건을 받아 입술을 닦았다. 예경이 베시시 웃었다.


"입에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솔직히 입에 맞기는 했지만, 소월은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았다.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가긴 어딜 가요. 이제 시작인데."


턱을 후려갈겨 기절시키고, 몇백 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올 때까지 잠재운 다음, 돈을 잔뜩 처발랐을 죽을 먹였는데, 이게 시작이라고? 소월은 눈매를 일그러트리며 물었다.


"그럼 다음엔 뭘 하면 됩니까? 끝내면 가도 됩니까?"


예경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벗어요."

"네?"

"옷 벗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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