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여름이 되고 핀란드의 백야를 그리워하는 이브를 달래주고자, 방송 스케쥴을 겸해서 핀란드로 간 파스파레가 보고싶다.

이브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거나, 자동으로 문이 닫히지 않는 택시에 놀라기도 하면서 핀란드에서의 방송 분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난 일행은, 늦은 점심 식사를 할 때 이브가 말한, 백야 땐 친한 친구들과 함께 사우나를 하는게 핀란드의 전통 문화라는 말에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별장으로 향하려고 하지. 스태프들은 촬영은 이미 다 끝났으니 귀국하기 전까진 느긋하게 쉬다 오라고 말하고, 우리의 무능한 소속사 직원들은 한시라도 빨리 지네들도 휴가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에 싱글벙글하며 대강 ㅇㅋㅇㅋ 하고 보내겠지. 파스파레 2장에서 보듯 소속 연예인들의 입장이나 안위같은건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깐 말이야. 망할 놈들...

이브가 직접 알아본 고급 별장(보안 문제도 있으니)으로 향한 일행들을 맞이하는 건 여름 핀란드의 쾌적한 날씨와 푸르른 침엽수들과 자작나무들. 이브는 이국적인 풍경과 향내에 감탄하는 친구들을 별장으로 부드럽게 이끌 거야. 짐을 대강 정리한 일행에게 이브는 저녁식사와 사우나가 준비될 때 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잠깐 바깥을 산책하고 오자고 하고, 일행은 별장 옆에 놓인 호수에서 작은 배를 타거나 숲을 산책하며 도쿄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시키겠지.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마음을 안식하는 것도 잠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사토가 손목시계를 바라보자 어느덧 8시. 하지만 하늘은 아직도 대낮처럼 밝아. 하늘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는 치사토를 눈치챈 이브가 '핀란드는 여름엔 해가 지지 않아요! 이게 바로 진정한 욱일의 기상이네요! 부시도!' 같은 헛소리를 늘여 놓겠지.

아무튼 그렇게 다시 별장으로 향한 일행은 별장 직원이 차려놓은 저녁 식사를 만끽하기 시작할거야. 이브가 살미야끼 츄라이츄라이를 하기도 하고, 감자가 많은 식사를 보며 히나가 언니를 생각하기도 하고, 호밀빵의 시큼한 맛에 아야가 울상짓기도 한 저녁식사가 끝나고, 10시 즈음 이브가 모두를 사우나로 데려가는 거지. 일본엔 거의 없는 건식 사우나에 모두 당황하면서도 일행은 이브를 따라 나무 양동이에 물을 담은 채 온통 나무로 된 사우나실로 향해. 별장에서 약간 떨어진, 하지만 호수가 바로 옆에 놓인 오래된 사우나실은 무척 거대해. 안으로 들어가니 사우나 한구석에 놓은 화덕에선 기분 좋은 나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장작이 타들어가고 있었고, 그 위엔 돌맹이들이 달구어지면서 사우나실 안의 온도를 올리고 있어. 그리고 한쪽 벽엔 여러 약재들이 메달려 있고, 그 아래엔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 가지가 여럿 놓여 있었지. 그리고 비스듬한 유리 천장 너머로 보이는 아직도 밝은 하늘... 일행은 이국적인 풍경에 놀라면서도, 이브를 따라 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환담을 마치고 이어지는 여유로운 분위기. 하지만 분위기 파악은 1도 못하는 아야가 의외로 버틸만... 아니 즐길 만 하다며 말실수를 할거야. 그리고 그런 그녀를 치사토는 한심하게 바라보고, 자작나무를 자신의 등에 가볍게 내리치는 이브를 바라본 히나는 약간 흐물흐물해진 자작나무 가지를 아야한테 휘두르며 신나하겠지. 마야는 위험하다고 히나를 말리지만 '그래도 이브씨가 별 말 안하는거 보면 별로 안 아픈 거 같네요.'라고 생각하며 대강 넘어가. 안경을 벗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애초에 이곳은 쉬러 온 곳이고 다른 멤버들도 즐거워하니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말야. 그 후 아야도 한번 자작나무로 등을 쳐보니 즉시 퍼지는 상쾌한 향을 신기해하며 사우나를 즐기기 시작하고, 이브가 습기 보충을 위해 돌멩이 위에 물을 붓자 퍼지는 향긋한 아로마 향에 히나가 신나서 파스파레와 함께있으면 모르는 게 천지라 너무 룽♪하다고 신나 할거야.

그렇게 사우나를 즐기던 도중 아야가 너무 더우면 어떡하냐고 물으며 가지고 온 양동이의 물로 세수를 하려 하자, 이브가 화들짝 놀라 그렇게 하면 사우나 안이 습기 투성이가 된다며 아야를 말려. 눈에 ???를 띄우는 아야한테 이브는 허리 춤에 손을 얹으며, '더우면 사우나실 바로 옆의 호수에 뛰어들면 좋다!'라고 해. 아야가 이게 뭔 개소리지??하는 사이 히나가 재밌어 보인다며 아야를 끌고 호수로 향하고, 치사토는 발가벗고 실외로 나간 둘을 쫓아가지. 아이돌이 대낮에, 아니 한밤 중이지만, 야외에서 발가벗고 다닌다니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야. 아무리 외부와 격리된 고급 별장이라지만, 만의 하나라는 경우가 있잖아. 사우나실 현관에서 장수건을 찾아 대충 둘러메고 뛰어나간 치사토의 눈에 들어온 건, 기운빠지게도, 나룻배 사이에서 서로 물고 빨며 뒤엉킨 연년들이었어. 그래도 꼴에 주변을 신경쓴다고 나룻배 사이에서 저러는 꼴 좀 보라지! 치사토는 걱정해서 손해봤다고 한숨을 내쉬며 다시 사우나실로 돌아가지만,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안에서도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와.

혀를 찬 치사토는 아직도 밝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어. 괜히 카논의 목소리가 듣고싶어진 치사토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지만, 이윽고 시차가 -7시간이라는 걸 깨닫고 다시 한 번 혀를 차. 카논을 새벽 5시에 깨울 순 없는 일이잖아. 그건 무척 가여워. 물론 전화를 걸면 성실하고 착한 그 아이는 치사토가 잠들기 전까지 언제까지고 어울려 주겠지만, 그러면 카논에게 너무 큰 폐를 끼치게 되잖아. 한숨과 함께 그냥 일찍 잠자리에 들자고 마음먹은 치사토는 침대에 누운 채 팬서비스 차원에서 인스타를 업데이트하며, 다음엔 카논을 데리고 핀란드에 와보자 하고 막연히 생각하며 잠들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여전히 밝은 하늘 아래에서 눈 뜬 그녀 앞에 보이는 건 밤을 꼬박 샜는지 부쩍 피곤해 보이는 네 사람...

'사우나는 무척 즐거웠니?'라고 말하는 치사토에게 네 사람은 그저 몸을 떨기만 하겠지.

이런 파스파레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