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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ㅇㅇ(119.197) 2019.03.21 22:38:34
조회 943 추천 26 댓글 3
														



「너도 어른이 되면 좋아할꺼야.」

 언니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바보같이 정말 2년만 지나면 그 맛을 좋아하게 될 줄만 알았다.
왜 2년이냐고? 그야 나는 스므살만 되면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줄 알았거든.



「내 첫인상 어땠어?

 그녀는 늘 그렇게 한결같이 제멋대로 묻는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내가 대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환하던 방의 전등이 꺼진다.
앗 하고 놀라며 입을 벌리면 능숙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뜨겁고 끈적한 그녀가 있다.
숨을 삼킬 틈 조차 주지않고 답싹 베어 문 그 붉은 입술은 갑작스러운 암전으로 눈앞이 까맣게 물드는 순간에 조차
그 붉은 빛을 혀끝으로 끈적하게 새겨온다.
그것은 분명 잘 익은 붉은 빛이라고... 
보이지 않음에도 나는 확신하곤 했다.

 아마 숨이 모자라서일 것이다.
얽혀온 그녀가 나를 시트에 눕히는 그 순간
짙은 어둠에 잠긴 내 시선 가득 하얗게 
물들이는 불꽃이 튀는 것은
아마 숨이 모자라서일 것이다. 
그녀가 내 입술을 헤집어 여린 살을 축축히 얽어매는 동안 
다리가 풀리는 것 또한 그저...
내가 숨이 모자라서일 것이다.

 서늘한 그녀의 손가락이 멋대로 바지를 더듬어
버클을 풀어내리고 채 준비되지 못한 
내 피부 이곳저곳을
뜨겁게 익히는 탓에 더욱 숨이 차 견디지 못하고 몸서리치면
그녀는 곱게 눈을 휘며 소리죽여 웃는다.

까맣게 물든 어둠 속에서도 그 붉은 입술이 망막에
새겨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정말로 내 착각일까?
아니면 그저 내가 숨이 찼기 때문일까?

 언제나 처럼 언니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파 묻는다.
하긴 대답이 필요할까?
언니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나는 잇새로 세어나오는 무엇인가를 참으며 고집스럽게 대답한다.

「 최악이었어!」

 내 대답에 그녀는 흐응 하며 특유의 콧소리를 낸다.
마음에 안드는 대답이란거 알고는 있지만 늘 제멋대로인 언니니까
나는 괜히 맘에 없는 소릴 내뱉는다.
어느새 어둠에 익은 내 시선에 싱글 웃음을 띄우며 코웃음을 치는 그녀가 비친다.
오싹 하고 등 뒤로 소름이 돋는 그 웃음은...

 화났구나.

「 아! 잠깐 안돼! 나 아직 준비 안됬어 바보야!!」
 하고 말했어야 했는데...

 심술굳게 비집고 들어온 손가락이 안에서 부터 헤집으며 
성을 내는 통에 나는 말을 채 내뱉지도 못한채 달뜬 숨을 삼킨다. 

못다한 말 대신 낮선 소리가 잇새로 비져나오고. 
마치 구슬픈 짐승의 울음 소리 마냥
낮설디 낮선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내 안을 헤집는 그녀가 살풋 웃으며 그대로 내위로 올라선다.
몇번이고 또 몇번이고 깊은 어둠속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섬광이 망막을 가득 채웠다.
허리가 튀고 다리가 허공을 걷어차지만
몇번이고 몇번이고 화가 난 그녀는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









 어쩌면 이렇게 늘 제멋대로 일까? 
간신히 정신이 들었을땐 늘 그렇듯 축축해진 시트위에 녹초가 된 채로
깨어나게 된다. 이 찝찝한 기분을 내가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불만어린 내 표정을 보면 거짓말 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가 샤워할까? 목욕할까?」

 오늘에야말로 제멋데로인 그녀에게 확실하게 이야기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해 고개를 들면 곱게 누은 반달 두개가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아... 무슨말을 하려고 했더라?

「짜증나」

 그래서 대신 짜증을 뱉었다. 언제나 처럼.

「 뭐가 또 짜증나 우리 아가 울어버릴 정도로 좋아했으면서」

 쿡쿡 놀리는 듯 말을 걸며 갈빗대 옆을 쓰다듬는 그 손길이 싫다.
내 맘대로는 까딱하기도 힘든 내 팔다리가 거짓말 처럼 튀고 끊어질 것 같은 허리가 절로들려 오른다.
눈앞에 하얗게 불꽃이 튈 정도로 싫어. 너무 싫고 너무 화가 나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될... 정도..로...






 내가 어른이 될 줄로만 알았던 스므살은 막상 되어보니
피부 위에 덮히던 로션 위로 화장이 두께를 더 할 뿐
어린 내 위로 어른이 덧씌워지지는 못하더라





 불이 꺼지는 것은 알기 쉬운 신호다.
처음에도 그랬다. 새카만 어둠속에 코끝을 스치는 내음으로
손끝에 닿는 촉각으로 피부가 맞닿는 체온으로 더듬어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 어둠속에서 곱게 접어 웃는 그 눈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히 기억에 남는다.
이런 눈을 보고 눈 웃음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녀가 어둠속에서 눈을 접으면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 
시선이 닿는 곳이 한올 한올 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함께 천천히 익어간다.
뺨 에서 목, 목 에서 쇄골 그렇게 손끝하나 닿지 않음에도 
그녀의 뜨겁게 시선이 닿는 곳이 달구어지듯 열이 오른다.
차라리 불을 켜면 피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저 작은 투정을 부리는 것 정도다.

「싫어」「안돼」「그만」

 물론 그런 말로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뿐이니까.
그녀의 마음도 행동도 사소한 말 한마디도 나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래 아마도 나는 내 마음 하나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조차도 나는 알지 못했었나봐
열 여덟이던 내가 기다리던 2년후가 아니라 10년이
지난 후에도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할 거라는걸
나는 알지 못했어





 나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날 한눈에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어째서였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로.

나는 얌전한 아이였다. 
고등학생때나 대학생 때나.
그 흔한 교복 한 단 줄여본 적이 없고 언감생심 술이나 담배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지각이라도 하면 세상이 끝날꺼라고 생각했던 그런 평범한 아이.

그렇다고 모범생인가? 되묻는다면... 
글쎄? 그것도 아마 아니지 않을까?
다만 확실한건 그녀를 만난 뒤
나는 결코 이전처럼 될 수는 없었다는 거다.
 
「예쁘네... 너」

 그 말과 동시에 콧가에 확 샴푸냄새가 휘감겨왔다.
벌건 대낮 학생들이 잔뜩 돌아다니는 학교의 복도에서 그녀는 다짜고짜 날 확 안아버렸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나는 확신했던 것 같다. 
그녀를 좋아할 일은 없을 거라고.

 비록 하지 말란 것에 반항할 용기도 없는 겁쟁이인 나였지만 좋은 것과 싫은 것은 분명하기도 했다.
달콤한 것은 좋았고 쓴 것은 싫었다.
짠것은 괜찮았지만 매운 것은 어려웠다.
처음의 그녀는 시큼한 맛이었다. 

신맛이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2년쯤 더 지나면 그때는 정말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아니겠지.

그래도 한가지는 언니말이 맞더라
좋아하게되었어 나...
커피말야
그렇게 싫어했는데
웃기게도 나도 모르게 빠져있더라.

쓴맛 속에 숨은 신맛을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럴 줄 몰랐지 그냥 조금 신기했을 뿐이었어
근데 마시다 보니까 옅게 단맛이 있더라고?

알잖아? 나 단거 좋아하는거
근데 이상하게 그 옅은 단맛이 
자꾸 땡기게 되.

단게 좋으면 그냥 초콜릿을 먹으면 되는데
그게 뭐라고 자꾸 찾게 되는거야
씁쓸함 속에 숨겨진
희미한 달콤함을







 이해할 수 없달까? 
애초에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그녀는 내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좋으면 끌어안고 싫어하면 밀쳐내는
늘 솔직했지만 같은 이유로 늘 제 멋대로인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배짱으로 
실습 나온 교생이 학생에게 그렇게 굴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언니니까 그런거지 라고 생각하고 나면 
거짓말 처럼 그게 그럴사한 이유 같다고 생각이 된다.
언니니까... 이상한 일도, 싫은 일도, 말이 안되는 많은 것들이 
자꾸 당연해진다.

 기가막히게도 그녀의 그런 일탈에 대해 
당시 학교에서 조차 누구도 터치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단 나혼자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소심해서 사소한 교칙 한 줄도 어기지 못해 벌벌 떨던 
당시의 나에겐 존재 자체가 거짓말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역시 학교에서도 언니는 포기했던 걸까?」

 그러자 곱게 눈을 흘기는가 싶더니 깔깔 웃으며 그렇게 답했다.

「포기해 버리기엔 나는 좀 많이 갖고 싶은 여자이지 않아?」

 곱게 눈을 접으며 그렇게 답하는 언니의 눈을 사람들은 좋아했지만,
나는 처음에 단연 그 눈이 싫었다. 
당시에는 이유도 없이 피하고 싫어했던 그 눈이 싫었던 이유를
나는 한참을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어쩌면 '18살의 나는 이미 알았기 때문에 싫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큰 눈망울을 곱게 접어 빙긋이 웃으며 바라볼 때 
거부하지 못할 것을 어쩌면 난
그때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로 교생실습을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우리교실에 찾아오는 언니는 
의외로 우리반 애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뭐 예쁘기는 예뻤으니까 하얗고 날씬한 쭉 뻗은 다리나 
적당히 볼륨있는 몸매완 별개로 애교가 듬뿍 묻어나는 강아지상의 미인.
제멋대로인 것 같은데 은근 맹하다 싶다가도 
이때다 할때엔 야무진 구석도 있어서 성격을 종잡는 일 조차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늘 솔직한 사람이었다.
아니다 그게 다 제멋대로인 거였네.







 이상하지?
그 쓰고 떫은 맛 속에서 굳이 기를 쓰고 신맛을 찾아내고
단맛을 찾아내 빠져들었으면서 정신을 차려보니까 결국
지금 내가 가장 필요로하는 맛은 단맛도 신맛도 아니라
그 떫더름한 쓴맛이더라.










 언니 말데로였으면 나는 진작 어른이 되어있어야 했는데,
쓴맛을 일부러 찾는 지금에 와서도 나는 여전히 아이일 뿐이야
거짓말쟁이 언니는 거짓말쟁이야


 분명히 말해두지만 힘은 내가 언니보다 쎄다. 
고등학교때도 내가 쎘고 지금도 내가 힘은 쎄다.
하지만 힘이 쎄다 해서 이길 수 있다는 소린 아니다.

 「으히긔!!!」

 언니의 손을 재빠르게 낚아채 손목을 붙잡는 와중에도 싱글 싱글 웃으며 다가온 언니는 훅 귓볼에 바람을 불어 넣는다
한 두번 당하는 일이 아닌 만큼 잽싸게 고개를 돌려 바람을 피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대로 내 목덜미를 답싹 베어 물고는 살살 혀끝으로 간지럽힌다. 
 녹아내리는 사탕처럼 금새 간지러워 팔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뭐라고 해야할까... 

유린. 
그래 일방적 유린이 시작된다.
피곤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여전히 축축한 시트와 땀이 채 다 마르지 않은 몸 때문에 짜증이 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끝없이 쑤셔오는 허리때문이었을까? 아무튼 나는 실언을 했다. 

 「 자꾸 이러면 나 진짜 멀리 도망버릴거야!」

 장난스레 뱉은 말이 입밖으로 쏟아지자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췄다. 
강아지같은 커다란 눈망울이 그야말로 쏟아질듯 커져 나를 바라본다.

당당하던 언니도 솔직하던 언니도 쿨하던 언니도 
그 누구도 아닌 외로운 언니가 되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가 날 바라본다. 영원히 이기지 못할 천하무적 같던 언니는 
금새 쪼그라들어 상처받은 강아지같은 표정을 지은 채
그렁그렁 젖어드는 축축한 눈망울을 보면서 
나는 금새 마음이 꺽이고 만다.

솔직하다 못해 이기적이기 까지 한 그녀 
늘 제멋대로에 좀처럼 자제할 줄 모르는 망나니 같은 그녀를 밀어내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그녀가 누구보다 예뻐서도, 누구보다 쿨해서도, 누구보다 솔직해서도 아닌 
그저 그녀가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인 것을 
그 사실을 오직 나만이 알기 때문이다.

 「 ...」

 「 ...」

 그래서 선듯 더 사과할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언니의 시선을 그저 눈을 감아 피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느새 다시 내 손목을 낚아챈 것은 그녀가 되었다. 
당장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부숴질듯한 표정으로 가까스로 입술을
달싹인다.

 「 ......ㅏㄴ돼」
 
 「 응?」
 
 「 안돼... 못가...」

  「 ...응」

 「 아무데도 안보내!」

 「 ...응 」

 달려들었다.
뭐가 뭔지도 모를만큼 격해진 그녀는 그대로 침대 위에 날 쓰러뜨리고는 올라탔다.
흔들리는 눈망울에 오히려 내가 정신없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 하여간 제멋대로야...」

억지로 움켜쥔 손을 비틀어 팔을 꺼내 언니를 품에 안았다. 
제멋데로인 내 첫사랑을 품에 안았다.




「 그런데 그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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