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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가 상처입은 앙겔라 치유해주는거 보고싶다

ㄹ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08 23:19:44
조회 1103 추천 30 댓글 5
														

어느 날은 앙겔라가 수술을 맡게 됐는데 좀 큰 수술이야. 그래서 다른 의사 몇명과 함께하게 돼

주사니 메스니 온갖 날붙이가 오가며 수술을 집도하던 중 옆 의사가 들고 있던 메스로 앙겔라의는 팔을 깊게 찔러버린거야.

갑작스런 사태와 극렬한 통증에도 앙겔라는 환자에게 흘러내린 자기 피 석션하라고 하고, 다른 간호사에게 자기 지혈을 부탁하며 수술실을 나가.

그리고 나가자마자 이젠 자기가 환자용 침대에 실려가는 신세가 되겠지.


봉합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누워있던 앙겔라는 자기 팔이 떨리는걸 느껴. 그것이 정신적 충격과 수술 후유증이라고 믿으며 불안을 감추던 중 자기 수술을 맡은, 잘 아는 사이였던 의사가 와서 앙겔라의 상태에 대해 선고해.

상처가 상당히 깊어 신경까지 손상되었고, 앞으로 섬세한 작업은 힘들거라고 말이야. 메스를 잡는 것도.

하루아침에 자기가 쌓아올린 실적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현실에 앙겔라는 크게 절망하겠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자기를 이 꼴로 만든 의사를 걱정해. 얼마나 큰 죄책감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을까, 하면서.

간신히 마음을 추스리고 그를 만나러 가는데 그가 평소 자길 시기하던 이들과 이야기하는걸 듣게 돼. 잘난 척 하더니 꼴 좋다, 통쾌하다. 이따위 말들이었지.

그걸 듣고 앙겔라는 더 없을만큼 크게 허망함을 느껴. 자신은 인류를 위해 애쓴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라니. 타인의 불합리한 시기를 사 꿈을 잃게 되다니.


그 후로 앙겔라는 모든 의욕을 잃게 돼. 자살같은걸 시도하지는 않지만 마치 기계처럼, 주어진 일을 하듯이 먹고, 자고, 재활하고, 그러는거야.

앙겔라와 오랜 친분이 있던 아나는 그런 앙겔라를 보고 걱정이 들겠지. 저러다 정말 한 순간에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고.

수술 부위가 거의 아물어갈 즈음 아나가 앙겔라에게 제안을 해. 자기가 아는 사람이 하는 고아원이 있는데 거기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시커먼 속내를 숨긴 어른들보다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는게 앙겔라에게는 나을거라는 판단때문이지. 앙겔라는 그저 멍하니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일하게 된 고아원에 간 첫 날,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아이들을 소개받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는거야.

다른 아이들은 죄다 10살 언저리인데 반해 혼자 제법 성숙한 아이가 있었어.

긴 갈색머리에 양 볼에 가느다란 흉터가 있는 그 아이는 자기를 송하나라고 소개했지.


하나는 나름 자기가 제일 언니라고 선생님들을 도와 다른 아이들을 돌보고, 원 내 일을 돕기도 했어. 그러면서 앙겔라하고도 이야기를 종종 나눴지.

주로 하나가 나이는 몇 살이에요?, 혼자살아요?, 선생님 되게 이뻐요.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말을 걸어왔어

무기력하게 단답하는 앙겔라에게 질리지도 않고 자꾸 친하게 다가오자 어느날은 앙겔라가  제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하고 물어.

그 물음에 하나는 답해. 선생님은 제 흉터보고 어쩌다 생긴건지 안 물어보셔서 좋아요. 하고.

앙겔라야 거의 넋이 나간 상태였으니 아무 생각도 없던 거였지만 하나한테는 그게 특별하게 느껴졌을거야. 다른 사람들을 저를 불쌍히 여기기 일수였으니까.

하나의 말에 앙겔라는 뭔가 형용키 어려운 감정을 느꼈겠지. 그게 뭔지는 아직까지 깨닫지 못한채, 남들이 볼 새라 긴 소매로 흉터를 감춘 자신과 다르게 느껴져서 그런거라고 생각해.


이 일에도 점차 익숙해지던 어느날, 비가 거세게 내리는거야. 평소엔 집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앙겔라였지만 그 날은 하나가 앙겔라를 붙잡아. 오늘 하루만 여기서 자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말이야. 날은 어둡고 길도 위험하고, 무엇보다도 평소와 달리 조금 움츠러든 모습으로 자길 붙잡는 하나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앙겔라는 하나 옆에 눕게 돼.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잠을 청하려 하는데 날씨탓인지 갑자기 팔의 상처에 통증이 밀려오는거야. 얼굴을 찌뿌리고 수술 자국을 반대손으로 감싸쥐며 작게 한숨을 내쉬는데 잠든 줄 알았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거야. 많이 아파요? 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기 손을 앙겔라의 손 위에 겹치는 하나를 보고 앙겔라는 깨닫지. 아아, 알고 있었구나, 하고.

밖은 비가 쏟아지고, 낯선 이부자리는 불편한데, 자길 위로하는 이 아이의 눈빛과 손길은 왜 이리 따스한지. 문득 북받쳐오는 감정에 앙겔라가 하나한테 다 털어놨으면 좋겠다.

자기한테 있었던 일, 그리고 그게 얼마나 괴롭고 슬펐는지, 사실은 정말로 정말로 항상 울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하나 품에 안겨서 꾹꾹 소리를 억누르며 울는거야.


뜨문뜨문 말을 전부 내뱉고도 한참을 서글피 우는 앙겔라를 달래주다가 점차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하나가 앙겔라 얼굴을 마주보며 눈물 자국 닦아주면서 이제 괜찮아요? 하고 다독여줘. 다 울고나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앙겔라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수그리고 있자 다시 하나가 입을 열어. 선생님 얘기를 해주셨으니까 제 얘기도 해드릴게요. 하고.

하나의 얘기는 간단하게 끝났어. 부모님이랑 가족여행 가는 길에 사고가 났다, 부모님은 그 때 돌아가셨고 나도 크게 다쳐서 한동안 입원해있었다, 얼굴의 흉터도 그 때 생긴거다, 그리고 부모님 재산이 있었는데 사고 이후 정신없는 새에 친척들이 다 가져가고 자긴 여기 오게되었다. 그렇게 그냥 담담하게 들려주었지.


앙겔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았어. 그런 사건을 겪었다는 것 자체가 안쓰럽고 화가나기도 했지만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이렇게 사교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니. 그 의문을 그대로 하나한테 전하겠지. 사람들이 밉지 않냐고, 그런 일을 겪고도 어떻게 사람들을 믿을 수 있냐고.

뭐, 워낙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구요. 그렇게 말하며 멋쩍어하는 하나를 보면서 앙겔라는 생각해. 이 아이와 함께 있으면 나도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무언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후로는 앙겔라도 하나한테 조금씩 다가가고, 고아원에서 나갈 시기가 된 하나를 앙겔라가 데려가서 같이 살고 그런걸 생각했는데 도저히 더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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