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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겁없는 낙천주의자 송하나랑 염세주의자 메르시는 어떠냐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83.98) 2019.04.21 22:25:51
조회 454 추천 30 댓글 3
														

아래 커플링 유형글 보고 생각났음. 시발 블리자드. 하나메르 사약 아니다. 시발ㅠ


원래 나이 먹을수록 현실에 무덤덤해지듯 메르시도 살아온 햇수만큼 현실의 부조리함 같은 걸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뼈저리게 겪었을거임. 메르시의 삶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전쟁터의 수석 의무관이란 것만 해도 얼마나 피폐할 지 다들 대충 짐작하는거지. 그러나 그 절망의 깊이가 상상도 못할 만큼 깊은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거임. 메르시가 염세주의적인 사고로 인생을 사는 건 어쩌면 자신도 감당 못할 절망감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었던거지.

그런 메르시가 여느 때와 같이 의무실에 박혀 정신없을 때, 하루는 전쟁터에서 보기 드문 머리가 온통 꽃밭으로 보일만큼 낙천척인 파병군 한 명을 알게 되는 거임. 팔에 총알이 스쳐놓고도 이 정도면 진통제 먹고 조금 자면 금방 낫는다고 헤헤 웃는 어린 모습이 메르시에게는 굉장히 생소해보였을거임. 순간 제게도 저런 티없는 모습이 있었던가, 싶다가도 저만큼 멍청한 생각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한 적 없다고 고개를 저어가며 한숨을 쉬는거임.

“당신의 재생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탈론의 총알은 진통제 몇 알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요. 좋은 말할 때 제대로 된 치료 받고 며칠 쉬도록 해요, ...송하나 양.”

왼쪽 가슴에 박혀있는 이름 자수를 힐끗 보고는 단호한 말투로 상황을 설명했지만 살짝 입을 삐죽이며 궁시렁거리는 처음보는 환자의 태도에 메르시는 왠지 쉽지 않겠다고 느끼는거임. 그리고 예상대로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음. 겨우 며칠 뿐인 입원 기간동안 그 환자는 메르시의 감시가 소홀해지면 수시로 의무실을 탈출하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힘들게 찾아다니면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으로 전투 훈련실에서 메카를 타고 혼자 훈련을 하고 있는거였음.

원래 환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꽤 냉철하게 선을 긋는 메르시였는데 이 환자와 있을 때면 매번 메르시의 페이스가 무너지는 느낌이었음. 애초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만큼 이렇게 말 안듣는 어린애같은 환자가 있었던가 싶었지만 그래서인건지 환자의 지칠 줄 모르는 훈련 욕심인건지 결국 메르시가 먼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또다시 전투 훈련실에서 마음껏 훈련하고는 의무실로 들어온 하나는 메르시가 있는지 없는지 눈치보며 주변을 살폈지만 자신이 없는 사이 점호가 끝난건지 조용해진 병실을 보며 살짝 의아해했겠지. 그러나 메르시 특유의 차가운 말투로 혼나지 않아도 될거라는 사실에 별 생각없이 침대로 돌아가는데 제 침대에 살짝 걸터앉은 메르시를 보고는 펄쩍 뛸만큼 놀랐을거임.

“아 박사님, 깜짝 놀랐잖아요!”

놀란 심장을 붕대 감지 않은 팔로 쓸어내린 하나는 슬쩍 메르시를 노려봤을거임. 그러나 저를 바라보는 메르시의 어쩐지 쓸쓸한 눈빛에 그새 눈을 깔고 우물쭈물하는거지.

“훈련은, 다 한건가요?”
“네? 아... 알고 계셨어요?”
“모를 리가요. 제 담당 환자인걸요.”

평소같지 않게 담담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는 메르시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 하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메르시를 제대로 마주하는거임. 고요한 주변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이 세상에 저와 메르시만 남은 기분이었음.

“무슨 일 있으세요?”
“...저말인가요?”
“네, 뭔가 평소랑 달라 보여요. 오늘따라 좀더 착한, 아니아니, 차분하신 것 같은데...”

속마음이 삐져나온 것에 당황하며 손까지 휘휘 젓는 하나의 모습에 메르시는 결국 풋 하고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음. 살면서 심지어는 성인군자라는 말까지 들어본 적이 있는 제게 ‘오늘따라 착해’보인다는 말을 한 건 이 환자, 송하나가 처음이었으니 황당한 느낌이었던거임. 그동안 자신이 너무 냉혹하게 대했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말썽꾸러기 환자에게는 웃어준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사실인 듯 했겠지. 그도 그럴게 메르시가 웃는 모습을 하나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글쎄요, 하나 양이 매번 제 속을 썩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네? 아, 제가요?”

메르시가 웃음을 머금고 말을 잇자 하나는 그제서야 꿈에서 깬 듯 몽롱한 말투로 대답할거임. 어쩐지 바보같은 그 모습에 메르시는 다시 웃음을 삼키겠지. 그리고는 차분한 말투로 물어보는거임.

“하나 양은 왜 그렇게 열심히 훈련하나요? 그렇게 훈련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잖아요,”

끝이 없어서 두려운 전쟁터로 나가야하는건요. 어느새 차가워진 말투로 중얼거리듯 말을 끝낸 메르시는 하나의 다친 팔에 시선을 주었음. 금방이라도 대답할 것 같던 하나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메르시는 고개를 들어 하나를 바라보았을거임. 그러자 하나는 처음 의무실에 왔던 것처럼 맑은 웃음을 헤헤 지어보이며 대답하는거지.

“그래도 제 뒤에는 박사님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무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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