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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겨울의 안에서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09 10:56:34
조회 441 추천 18 댓글 4
														


매일 어느 한 주택으로 출근을 한다. 그 주택은 어른들이 없다. 내가 출근을 하기 전까지도 오직 한 명의 소녀만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많은 소녀. 사실 소녀라고 하기도 뭣하다. 이제 성인이 막 된 참이니까. 조금 더 어릴 때에도 봐왔기 때문에 속으로 그렇게 지칭할 뿐이었다.



겨울이었다. 눈이 한가득 내려 우산을 쓰고 걸어오느라 평소보다도 더 시간이 걸렸다. 이대로 하루종일 눈이 온다면 아마 나는 이 주택에서 하루를 자고 가야할지도 몰랐다. 그건 조금 달갑지 않은데.  얼얼한 뺨을 한 번 문지르고 몸 곳곳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 도어락에 키를 갖다대고 문을 열었다. 도어락이 풀리는 영롱한 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정확히 5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셨어요?"


"응, 좋은 아침."


가볍게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뛰어오지 말라니까 항상 뛰어오는 이 소녀가 내 일의 전부고, 내 하루의 절반이었다. 우산을 우산꽂이에 넣어두고 신발을 벗으며 마루에 올라섰다. 슬리퍼를 신자마자 따끈히 느껴지는 온기에 미소를 지었다. 또 미리 따듯하게 데워둔게 분명했다. 그 사이 내게 묻은 바깥내음을 맡았는지 소녀가 말했다.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눈이 왔네요."


"꽤 많이 와. 덕분에 조금 늦은거지." 


손이 아직 녹질 않아서 먼저 만지질 않았는데 먼저 덥썩 손을 잡아왔다. 나와 달리 따듯한 손이라 재빨리 손을 빼냈지만 곧 다시 잡아왔다. 조물조물 꼭 잡아오는 손길이 보드라웠다. 은근히 이런 부분에 고집이 강한지라 그냥 만지는대로 놔두어야했다. 베시시 미소를 짓는 것이 예뻤다.


"추우시니까 덮으세요."


"아니야. 집이 따듯해서 몸이 금방 녹았어."


"덮어드리고 싶어요."


감기 걸리면 안 오려고 하시잖아요. 불퉁하게 말하는 모습에 담요를 받아들고 말았다. 감기 옮기면 안되니까 그렇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요를 덮은 내 옆에 바짝 붙은 소녀가 다시 내 손을 잡아왔다. 체온을 느끼는걸 좋아해서 항상 내 손을 붙잡는다. 어쩐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이라 잡히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랬더니 내 품에 파고들어 안겨왔다. 그 무게를 못 이겨 결국 바닥에 누워버리고 말았다.


"오늘은 어째 어리광이 심하네."


"조금 늦으신 벌이에요."


"벌이 아니라 상인 것 같은데."


"오늘 하루 종일 이럴 거니까 벌이에요."


"상이구나."


서로 키득거리면서 웃는 사이 알람이 하나 울렸다. 소녀가 좋아하는 라디오의 시작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나는 버튼을 눌러 채널을 켜주었다. 광고와 함께 라디오 시작을 알리고 있는 소리를 듣자 소녀가 방긋 웃었다. 요즘이야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다시 들을 수 있지만 항상 본방송을 듣는 걸 좋아했다. 티비든 라디오든 본방송의 묘미가 있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익숙한 목소리의 Dj가 인사를 하는 것으로 소녀는 라디오에 집중을 시작했다.


-오늘의 코너는...


어찌나 집중하고 있는 건지 말 한 마디도 없이 내 손을 잡고 있는 손가락만 조금 꼼지락 거리면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집중하고 있으면 장난기가 생기는데.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마주잡은 손을 깍지를 끼고 잡았다. 엄지 손가락만 천천히 움직여 손을 쓸어주자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조금 더 힘을 주어 손을 꼭 잡자 볼이 불그스름해지는 것을 보며 조용히 눈을 휘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장난 치는 것을 멈추질 못하겠다니까.


"음, 선생님...?"


"성인이 됐으니까 언니로 부른다면서?"


"언..언니... 저 손 좀..."


"왜?"


우물쭈물하는 얼굴이 점점 발갛게 물들었다. 아니, 다른 때에는 서슴없이 자기가 먼저 잡고 그러면서 왜 항상 내가 그럴 때는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 안겨있다시피 한 소녀가 내게 손을 잡힌 채 상체를 일으켰다. 이제는 목덜미까지 얼굴이 붉었다. 라디오에서 Dj가 다음 코너로 넘어간다는 말과 함께 소녀가 화장실에 갔다오겠다며 품에서 도망쳐 달아나버렸다. 허전한 온기가 아쉬워 비죽 웃었다. 어쩌면 좋을까. 괴롭히는 것이 다 즐거웠다.



1. '소녀'는 막 성인이 되었지만 15살 때부터 봐온지라 여전히 아이처럼 생각될 때가 많다.

2. '선생님'은 20대 초중반. 스무살 때부터 소녀를 돌봐왔다.

3. 눈이 보이지 않아도 집안 지리는 다 외워버려서 집 안에서는 행동반경이 매우 넓다.

4, 좋아한다에서 사랑한다로 넘어간 것은 전적으로 '선생님'의 잘못이라고 '소녀'는 생각한다. 

5. 별생각 없이 쓰는중 아마 삼부작 다 쓰면 또 하나메르 써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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