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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카논 - 색깔

ㅇㅇ(182.212) 2019.05.12 00:17:16
조회 909 추천 2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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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논생축


-



"치사토쨩?"



굳게 닫혀있던 네 입술이 열린다. 블라우스의 허리 끝자락이 뒤쪽에서부터 약간 잡힌다. 넌 꼭 내게 손을 먼저 뻗고는 했다. 하늘색 옷가지에 감싸이지 않은 어깨를 천천이 들썩이고, 가느다란 팔에 힘을 들이고 그 고운 손가락을 일일이 펼쳐 조심스레 내게 건내곤 했다. 


어깻가로 흘러내린 바다색 머리카락들이 시계를 어지러이 흩는다. 똑바로 바라보질 못해 그 형체만이 언뜻하다. 벌어진 옷자락과 드러난 네 팔에서 나는 바다를 보곤한다. 날씨를 잊어버릴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너를 만날때마다 제 귓가를 스쳤다. 이미 정해진듯한 하나의 약속처럼,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저기. 여기가 어딜까...?"


"잠시만, 카논."



그러니 너와 함께 할때마다 나는 정신을 반쯤 놓은채로 길을 잃고는 했다. 네 옆에서 걸음을 맞추는 것이, 갸름하게 보이는 네 옆얼굴을 관찰하는것이. 또 네 바다색 머리칼에 산산이 부딪히는 햇빛을 받아들이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서. 본래의 목적은 잊은채로 지금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이것 역시 하나의 일탈이였다. 계획대로 바쁘게 움직이던 평소의 삶에서 벗어나 나를 그저 시라사기 치사토로 봐주는 너와 보내는 주말이라는건. 나에게는 그런 의미였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어쩐지 바람이 불어 네 머리칼이 커튼처럼 좌우로 흩날린다. 그 풍경을 나는 곁눈질로 훔쳐내다가, 그제야 휴대폰 화면으로 눈길을 옮겨 지도를 확인한다. 



"갈림길에서 잘못 들어온것 같아. 조금만 뒤로 가면 될거야."


"아, 응..."



서로가 멀어지고, 아스팔트를 밟는 소리가 잠시간 둘 사이에서 조그맣게 울린다. 귀를 기울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그 아무것도 아닌 행동에서도 다만 네 배려를 느낀다. 초여름의 날씨가 달군 바닥이 어째선지 시원스레 느껴져 조심스러운 몸짓에 약간의 경쾌함을 더한다. 


서로 아무런 말이 없지만, 그편이 더욱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서로 침묵하는 일이 잦았다. 지금처럼. 잠시 얼굴을 돌리자 너라는 이름의 바다와 마주한다. 나도 또한 눈썹을 약간 풀어 눈웃음을 지어낸다. 아무 이유 없이 우리는 푸흣,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카페, 기대된다."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니까."


"아, 카논은 처음이라고 했지?" 


"응. 그래도 치사토쨩이 추천해준 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하릴없이 강한 말을 밷어내는 너도 이제는 익숙하다. 



"...후후, 그런걸까."



익숙하지만, 단지 익숙할 뿐이다. 나는 불어닥치는 후폭풍을 가면 뒤로 가려낸다. 우리는 다시 아무말 없이 거리를 걷는다.



애써 찾아낸 가게의 내부는 차가운 분위기였다. 푸른색으로 한껏 점칠되어있는 벽의 색이 널 떠올리게 해 자주 찾곤 했더랬다. 지금같은 계절에는 더욱 더. 더위를 잊고 차를 즐길수 있을 정도로 너라는 색깔은 내게 효과가 좋았다. 잘 맞는걸까, 나를 네게 애써 맞추려는 걸까. 테라스의 원형 테이블에 널 먼저 앉히며 잠시 필요없는 생각을 해본다. 무슨 상관일까, 결론은 어차피 하나일 문제인데. 그렇게 너와 마주 앉자 다가온 가게 문을 열고 나온 종업원이 흰색 표지의 메뉴판을 건냈다. 날 알아봤는지, 걸어낸 미소가 자연스럽다. 살짝 고개를 숙여내 인사를 하니, 그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무엇으로 드시겠어요?"


"저는, 홍차. 카논은?"


"...저도, 치사토쨩과, 같은 메뉴로."



너는 잠시 주저하다 나와 같은 메뉴를 고른다. 그런 너의 선택 뒤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아무 이유 없을수도 있지만 어째서일까, 알고싶었다. 너라는 아이에게 나는 항상 조금 더 대담했고 조금 더 솔직했다. 톡톡, 톡톡. 두 손가락으로 테이블위의 유리를 일정한 속도로 두드린다. 마치 드럼소리와도 같았다.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본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이 짤랑이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저기, 치사토쨩은 주말마다 나랑 이렇게 놀러가는거 힘들지 않아?"


"...응? 무슨 얘기야?"


"...말 그대로, 치사토쨩은 평소에도 아이돌 활동이나 배우 일로 바쁘니까... 내가 짐이 되는건 아닌가, 하고."



너는 담담한 말투였으나 그 끝이 살짝 떨려온다. 여러번 곱씹은 말이였는지 내뱉은 후에는 거침이 없다. 결연히 네 보라빛 눈을 뜬다.



"이 카페도, 내가 와보고 싶다고 해서 치사토쨩이 같이 와준거잖아...? 민폐인건, 아닌가 해서."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손 안으로 밀어넣는다. 날씨가 더운 탓이였을까, 햇볕이 드는 자리를 고른 탓일까. 가려진 손바닥이 축축였다. 주먹을 쥐어 손가락으로 잠시 더듬자 물기가 묻어나왔다. 물, 바다, 푸른색. 역시, 너라는 색깔은 나와 잘 맞는다.



"...글쎄,"



그 순간 그녀가 잔 두개를 쟁반에 놓은채로 문을 열었다. 우리 사이에 자리해, 잔을 놓는다. 자연스레 흐름이 끊긴다. 너는 잠시 주저하다가, 이윽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잔을 들었다. 나는 너를 바라본다. 잔 너머에 자리하고 있을 목젖을 상상해본다. 위아래로 흔들릴텐데. 그리고 작게 울리는 홀짝이는 소리. 분홍색 입술에 닿아 찰박이는 홍차의 소리가 어째서인지 야살스럽다. 나는 늘 그랬듯 조금 더 대담해진다.



"맛있어, 카논?"


"...응, 맛있어."



손을 들어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은 네 손을 덮는다. 맞지 않게 차갑고 시원했다.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는 당황한듯이 눈을 크게 뜬다. 애써 평온을 가장하던 네 얼굴이 순식간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일인걸."



말을 내뱉을때마다 흔들리는 네 머리카락 사이에서 붉게 물든 귓가를 본다. 엄지를 들어 네 손을 지분댄다. 넌 꼭 내게 손을 먼저 뻗고는 했다. 하늘색 옷가지에 감싸이지 않은 어깨를 천천이 들썩이고, 가느다란 팔에 힘을 들이고 그 고운 손가락을 일일이 펼쳐 조심스레 내게 건내곤 했다. 똑바로 바라보는 그 형체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벌어진 옷자락과 드러난 네 팔에서 나는 바다를 보곤한다. 날씨를 잊어버릴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다시 내 귓가를 스쳤다.


-


12시 지났네 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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