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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다시는 기타를 칠 수 없게 된 카스미 보고싶다

ㅇㅇ(112.161) 2019.05.13 05:47:42
조회 1744 추천 57 댓글 15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들 뿔뿔이 흩어질 때 카스미만이 반짝임을 쫓아 도쿄의 어느 인디 밴드에 들어가고 우연찮게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 카스미의 곡이 연거푸 초대박을 치면서 젊은 천재 기타리스트로 여기저기 기사도 나고 잘나가게 되는데

다음 스케줄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와중에 큰 사고가 나서 손을 다쳐버리는 거지 그마저도 가망이 없어 절단할 뻔한 것을 의료진들이 필사적으로 매다려 그나마 손은 남겼지만 평생 제대로 구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으며 커다란 흉터만이 남아 덜덜덜 떨리는 손이 되었고 하필 그게 코드를 짚는 손이라 다시는 기타를 못 치게 되는거야

회복중임에도 환자에 대한 배려 없이 들이닥쳐 무례한 질문을 퍼붓고는 뇌피셜로 기사를 써대는 기자들과 카스미의 밴드가 잘나가는 게 마음에 안들었던 연예계 높으신 분의 사주라는 찌라시까지 돌고 자기가 추구하던 반짝임은 어느 새인가 사라져 넌덜머리가 나는 질척한 걸레짝이 된 느낌에 멘탈이 무너진 카스미는 어느 깊은 새벽에 짐을 챙겨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밴드 숙소가 아닌 집으로 향하고

그렇게 새벽 첫차를 타고 에서 내렸는데 역에서 나오자마자 전봇대 아래에 아리사가 서 있으면 좋겠다 이 때쯤이면 돌아올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추우니 어디 따뜻한 데라도 들어가자고 목도리를 풀어서 둘러주는 순간 참아왔던 서글픔과 억울함이 그제야 터져버린 카스미가 통곡하며 와락 안겨들고 잠시 휘청거리던 아리사는 말 없이 등을 토닥이며 그렇게 한참을 서 있는거야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울음은 잦아들었지만 하도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카스미를 집에 데려다 주려 하니 아리사의 옷소매를 꼭 잡고 놓지 않으며 당분간 부모님과 아스카에게는 자기가 온 걸 숨기고 싶다고 하는 카스미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쉰 아리사가 자기 집으로 카스미를 데려갔으면 좋겠다

공교롭게도 남는 방이 없으니 자기 방에서 둘이 같이 지내야 한다며 좁아도 참으라는 말에 옛날에 같이 놀던 때가 생각난다면서 아리사 방은 하나도 안 변했다고 헤헤 웃다가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앉아있던 아리사의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잠든 카스미와 그런 친구를 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비딱하게 누운 몸을 똑바로 눕혀 주다 소매 밖으로 삐져나온 망가진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이마에 가져다 댄 아리사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겠지 얼마나 아팠냐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카스미는 듣지 못할 소리로 작게 속삭이며 그렇게 하면 흉터가 사라지고 손이 깨끗이 낫기라도 할 듯이 부풀어 올라 굳어버린 붉은 살갗에 연신 눈물젖은 입맞춤을 하는 아리사 보고싶다

식사 화장실 목욕 외에는 아리사의 방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하는 카스미와 함께 지낸 지 며칠...새벽 달빛이 유난히 눈부셔 눈을 뜬 아리사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바닥에서 잠들어 있던 카스미가 일어나 앉아 있는거야 처음 집에 와서 이틀을 내리 잤으니 잠이 안 올만도 하겠다 생각하며 다시 몸을 돌려 눕는 순간 카스미의 눈가가 반짝인 것 같다는 생각에 황급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니 카스미는 그냥 일어나 있는 게 아니라 망가진 손을 붙잡고서 울음소리도 내지 않은 채 텅 빈 눈으로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던 거지

카스미, 카스미? 하고 부르니 힘없이 고개를 돌린 카스미의 멍한 얼굴을 보자마자 여윈 몸을 와락 껴안는 아리사 보고싶다

자다가 일어났는데...달이 밝아서...달은 저렇게 밝은데...나는...아리사...

끌어안긴 채 아무런 높낮이도 없이 변명하듯 중얼거리는 카스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을 들으며 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는 아리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파자마 어깨 부분을 적시겠지 불쌍한, 가여운 카스미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자도 되냐는 카스미의 부탁을 허락한 이후로 한 침대에서 같이 잠드는 둘이 보고싶다 이렇게 같이 누우니 결혼한 부부같다고 실없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회복한 카스미의 말에 바보같은 소리 말라면서도 은은하게 웃는 아리사도 보고싶다

어느 새벽 바깥에서 들린 자동차 급브레이크 소리에 자다 말고 눈을 떠 발버둥치며 발작하는 카스미를 겨우겨우 달래 잠재운 이후로 아리사에 대한 의존이 점점 커져가는 카스미도 보고싶다 일이 조금 늦게 끝나서 서둘러 돌아가면 와락 튀어나와 껴안고 놓아주질 않는다든가 하는

다시는 기타를 칠 수 없게 된 카스미와 망가진 친구를 조금씩 조금씩 회복시켜나가는 아리사...둘의 애틋한 이야기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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