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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연박/단편/이레수지] 너였다면 - 2 -

ㅇㅇ(118.37) 2017.09.11 01:19:47
조회 977 추천 39 댓글 10
														

1편 링크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9276&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이레수지


 “뭐, 뭐?”


 수지는 방금 자신이 무슨 얘기를 들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 우리가 뭘 한다고…….”
 “너 진짜 오늘 아픈 거야?”


 이레는 더욱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수지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얼굴도 새빨갛고. 갑자기 열 생긴 거 같은데.”


 이레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수지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수지는 당장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 난 대체 뭔지 모르겠어. 우, 우리가 사, 사귄다고…….”
 “왜 그래, 수지야. 너무 열이 나서 머리가 아픈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난, 그냥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가서…….”


 자신이 이레와 사귄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가능성이었다. 분명 기억 속에서 이레에겐 임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려고 하면 기억나질 않았다. 분명, 분명 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수지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다시 이레가 수지에게 입을 맞춰왔다. 그리고는 살며시 떼며 말했다.


 “이젠 이해가 가?”


 피식, 이레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수지가 유난을 떠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던 모양이다. 두 번째 키스. 꿈에서나 봤을 법한 광경에, 수지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뜬 채, 제 입술을 살며시 만지작댔다.

 분명, 이레의 입술이 다녀갔다. 여운이 남아있다. 진짜, 진짜 내가 이레랑 사귀는 거야?


 “조금 서운한데. 우리가 사귀는 것도 까먹은 거야?”


 이레가 장난스레 투정하며 말했다. 그 모습에 수지는 자기가 잘못한 사람처럼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야! 그, 그게. 사실이라기엔 너무, 너무 꿈같아서…….”
 “꿈 아니야.”


 이레는 진지한 표정으로 수지를 바라보았다. 당장 코가 맞닿을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하고.


 “진짜야, 수지야.”


 진짜, 라고?
 제 얼굴에 닿는 이레의 숨결이 느껴졌다. 영락없는 현실의 감각이었다. 수지는 마치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악몽 때문인 걸까? 이레랑 사귄다고? 언제부터? 분명 나는 여자랑 사귀는 건 싫은데…….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리고 설레는 것일까.


 “나도 안 믿겼는데, 진짜더라.”


 이레의 얼굴 역시 발갛게 홍조가 물들어있었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눈을 내리깔다, 슬며시 자신을 바라보는 이레. 아, 어쩌면 이런 상황을 언제고 바라왔는지도 모르겠다.
 수지는 겨우 진정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 그런데 수업 안 들어가도 돼?”
 “네가 아픈데 어떻게 해.”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그 때, 덥석 이레가 수지의 손을 잡았다. 크고 단단한, 하지만 부드러운 손이었다.


 “놀러가자.”
 “으, 응?”
 “데이트하자고.”


 이레는 수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우리 첫 데이트.”
 “자, 잠깐만…….”


 뭐라 말릴 새도 없었다. 이레는 성큼성큼 수지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수지는 그런 이레를 따라 끌려갔다. 그 와중에, 잡은 손이 놓기 싫을 만큼이나 기분 좋았다. 하지만 곧 수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 주변에서 보면 어쩌려고……!”


 그 말을 하는 순간, 수지의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찢겨진 자신의 일기장과, 벽에 처박히는 몸. 그리고 쏟아지는 욕설과 경멸…….


 “괜찮아.”


 그러나 그 환각들을 뚫고, 이레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자신을 이끌었다.


 “난 신경 안 써.”


 이레의 말을 듣는 순간 마법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정말,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다고. 수지는 생각했다.
 둘이 향한 곳은 학교 근처의 죽집이었다. 이레는 수지를 보며 말했다.


 “아직 밥 못 먹었지?”
 “너, 너무 환자취급 하는 거 아니야?”
 “나도 죽 먹고 싶었어. 왜, 다른 거 먹을까?”

 “아, 아냐. 죽 먹자.”


 기껏 이레가 자신을 생각해줬는데,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 때까지도 수지는 어쩐지 비현실적인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구름 위라도 둥둥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이 간질간질한 감정.
  둘은 주문을 하고,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레가 입 꼬리를 올린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수지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왜, 왜 그렇게 간지럽게 바라봐, 정이레.”
 “응?”
 “나, 뭐 묻었어?”


 수지가 제 얼굴을 더듬거리자 이레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예뻐서.”
 “어……?”


  마치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수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얼굴이 새빨개졌다.


 “미, 미쳤어, 정이레. 오글거리게.”

 “왜, 뭐 어때. 내 여자 친군데.”


 이레는 뭐가 잘못 되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어왔다. 애인, 애인이래. 그 말이 괜히 수지의 귀에 맴돌았다.
 곧 둘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수지는 괜한 잡념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진정하자, 표수지.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레와 사귀고 있다. 그렇다면 전전긍긍하지 말자. 무슨 갑과 을처럼, 끌려다니지 말고. 너무 좋아하는 티 내지 말고…….


 “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서 이레가 제 죽을 한 술 떠 수지에게 내밀고 있었다.


 “먹여줄게. 입 벌려.”

 “뭐, 뭐? 나, 나도 손 있어.”


 수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사람은 없었지만, 종업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서로 바꿔먹자. 자, 아.”


 계속 제게 팔을 내미는 이레 때문에, 수지는 부끄럽지만 눈을 딱 감았다. 그리고 이레가 내민 숟가락을 입 안에 넣었다. 가슴이 워낙 쿵쾅쿵쾅 뛰어서 맛도 잘 모르겠다. 이레가 흐뭇한 얼굴로 수지를 바라보았다.


 “맛있어?”
 “응? 으, 응……. 마, 맛있어.”


 하, 애처럼 뭐하는 거지. 근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수지는 자신도 이레에게 먹여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녀도 한 술 떠서 이레에게 슬그머니 내밀었다.


 “자, 먹어.”
 “고마워.”


 이레는 지체하지 않고, 웃으며 그것을 받아먹었다. 상상 이상의 만족감이 수지의 가슴 속에 차올랐다. 우물우물 죽을 먹은 뒤 이레가 말했다.


 “참 좋다.”
 “뭐가?”
 “너랑 이러고 있는 거.”
 “죽 먹는 거가지고 무슨…….”
 “넌 안 좋아?”
 “뭐, 뭐?”


 안 좋냐고? 정 반대다. 지금 수지는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아주 오래 동안 바라온 소원이 이뤄지는 느낌이었다. 별을 따달라는 소원처럼, 순간순간이 별빛처럼 반짝이고 자신은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도……, 좋아.”


 수지는 붉어진 얼굴로 조그맣게 말했다. 그걸 보며 이레가 흐뭇하게 웃었다.


 “다 먹고 나면 뭐할까?”
 “너 진짜 강의 안 들어도 괜찮아? 교수님이 너 얼굴 알잖아.”


 이레답지 않은 일이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 규범과 규율을 누구보다 잘 따랐던 이레다. 그런 이레가, 아무 이유 없이 출석을 안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레가 대답했다.


 “너랑 있고 싶어.”
 “에이, 수업 같이 들어가잖아.”
 “너랑 단 둘이서만.”


 이레가 일어서 수지 쪽으로 몸을 기울여왔다.


 “계속 데이트하고 싶어.”


 이레는 애원하는 듯, 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담스러워?”
 “아, 아니…….”


 수지가 이러는 것은, 평소 알던 이레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레가 사랑에 빠지면 이런 모습이구나. 수지는 처음 깨달았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도, 연인이 되고 나서야 발견하는 모습들이 있다니. 새삼 신기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헤헤, 하고 이레가 웃었다. 둘은 가게를 나왔다. 그 이후로 둘은 아무 곳이나 발걸음이 닿는 곳으로 향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잡화를 껴보기도 하고, 옷가게에 들어가 서로의 옷을 봐주기도 했다. 분장샵에 들어가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써보며 서로 깔깔대며 웃었다.


 “진짜 신기하다.”


 어느 새 그렇게 놀다보니, 해가 지고 초저녁이 되었다. 정신없이 놀다보니 하루가 다 지나있었다. 둘은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편의점에서 캔 맥주 하나씩을 사들고서, 아주 가까이.
 수지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뭐가?”
 “너랑 이렇게 같이 논 게 처음도 아닌데, 이번엔 마음이 다르다는 게.”
 “어떻게?”
 “설렜어.”


 이레가 고개를 돌려 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며시 수지의 손 위에 제 손을 포갰다. 따뜻한 감촉이 제 손을 덮는 것을 수지는 느꼈다.


 “그러게. 나도.”


 분명 이레랑 같이 다니고, 수없이 놀려 다녔는데. 똑같은 일을 했는데도, 연인이라고 생각하니 순간순간이 모두 설렜다. 한 순간도 이레가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왜 지금에야 깨달았지, 싶을 정도로.
 오늘 꾼 악몽을 싹 잊을 정도로.


 “수지야.”
 “응?”


 취기라도 오른 것일까. 이레의 얼굴이 불그스름했다.


 “키스해도 돼?”
 “어?”
 “하게 해줘.”


 수지는 버릇처럼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고요했다. 여름날의 공원은 기분 좋은 청량함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있을지 모르는데…….
 누가 보면 어쩌지. 누가 알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렸다. 과거에 잊혀 졌던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대답은 듣지 않았다. 이레는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 수지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수지의 작은 입술에 오래 머물렀다.


 “으음…….”


 거짓말처럼, 그녀의 입술이 닿는 순간 수지는 가슴 속에 차오르던 부정적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레와 같이 있으면, 뭐랄까.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어?”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수지는 문득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지, 갑자기 왜 울지. 그녀는 황급히 제 눈가를 닦았다.


 “아이, 씨…….”
 “수지야, 울어?”

 

이레는 걱정스럽게 수지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갑자기 키스해서 그래?”
 “아니, 아니야.”


 수지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취기 때문일까. 말이 술술 나왔다.


 “이레야. 사실 나, 진짜 오래 전부터 너 좋아했어.”


 수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제 발목을 붙잡던 나쁜 기억들. 밤을 설치게 만들던 끔찍한 악몽들. 그것들이 왜 오늘 하루아침에 다 잊혀 졌는지, 사라졌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너한테 말하고 사귀었던 남자들, 다 조금도 마음에 안 들었어. 너 때문에. 안 되는 거 아는데……. 나, 열심히 피했어. 아니게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거 다 했어. 네가 내 맘 알고 욕할까봐. 멀어질까봐. 친구로라도 계속 지내길 원했어. 그런데…….”

 

이레에 대한 감정을 죽이고, 죽이려고 했던 나날들.


 “이렇게, 너랑 같이 연인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게…….”


 도무지 넘볼 수 없던 행복을 원했던 시간들. 그것이, 지금 자신에게로 왔다. 어떻게든.


 “너무, 너무 행복해서…….”


 수지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가만히 바라보던 이레는, 눈물이 흐르는 수지의 눈 위에 살며시 키스했다. 눈꺼풀에 다정한 감촉이 오래 머물다갔다. 커다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이레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좋아해, 수지야.”


 한 여름날의 공원에는, 단 두 사람뿐이었다.








이레에게 구원받는 수지가 넘 보고싶었어...

수지야 꽃길만 걷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지에게 이레 복제해줘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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