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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주 작은 별앱에서 작성

무명(nona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08 01:19:16
조회 696 추천 20 댓글 8
														

"아리사~"

"야, 수업 끝나자마자 달라붙지 말라고."


툴툴거리며 내게 안겨든 카스미를 밀쳐냈다. 작년에도 자주 오기는 했지만, 같은 반이 되고 나니 내 쉬는 시간의 전부를 카스미가 독차지하는 느낌이다.


가끔 리미나 사아야, 오타에도 오지만 세 사람이 오는 횟수를 합쳐도 작년 카스미만큼은 아니기도 하고, 리미나 사아야는 와도 대체로 둘 다 올 수 있을 때에나 같이 와서인지 셋과 있는 일은 비교적 적다.


내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 것도, 그 이유겠지. 별문제 없이 말 걸 사람이라면 오쿠사와 씨 정도가 있겠지만, 오쿠사와 씨는 작년의 나처럼 자주 찾아오는 츠루마키 씨에게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나나 오쿠사와 씨나 먼저 서로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 편이라서 얘기할 일이 없다.


그런 반면,


"카스미, 저번 라이브의 신곡 있잖아! 직접 작곡했다며?"

"응!"

"작사, 작곡 둘 다 하는 거야? 대단해!"

"예이~! 고마워!"


역시 카스미는 친구가 많아서, 주변 애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주변 애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내 쉬는 시간은 카스미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데, 카스미의 쉬는 시간은 내 것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창밖을 보았다. 하늘은 유난히 푸르게 반짝여서, 조금 예뻤다.


그래, 예전의 나였다면 이 하늘을 못 봤겠지. 카스미에게, 밴드에, 학생회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얻은 변화는 이렇게나 예쁜 건가.


분재와 웹 서핑으로만 칠해져있던 단조로운 세계에 여러 가지의 색이 더해져버린 지금의 일상은, 조금 피곤하기는 해도 즐거웠다.


와, 나 왜 이렇게 감성적인 소릴하고 있는 거지...


......이게 다 카스미 때문이야.


괜히 감성적인 생각을 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계속하다가는 하루 종일 감성에 젖은 상태가 될 거 같았으니까.


"카스미는... 다른 애들한테 갔나."


덕분에 잠시 자유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딱히 할 일은 없었다. 취미라고 해도 웹 서핑과 분재건만, 폰은 지금 배터리가 없고, 분재를 학교에서 어떻게 할 준비는 안하고 있었으니까.


갖고 있는 물건이라고는 필기구나 노트, 교과서. 그 외에는 가위와 테이프 정도였다.


"테이프......"


갑작스럽게 머리에 스쳐지나간 이미지. 왠지 누군가가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신경쓰지 않은 채, 내 손을 움직였다. 아마 이번 쉬는 시간은 전부 쓰게 되겠지만, 어차피 시간 때우기라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쁠 것도 없었으니까.




다음 쉬는 시간,


"아리사~"


이번 시간도 어김없이 카스미는 내게 안겨들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천천히 밀어내고, 카스미는 에헤헤 웃는다.


"어?"


드디어 눈에 들어온 걸까. 카스미는 내 책상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책상 위의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내게 묻는다.


"아리사, 이거 어떻게 한 거야!? 멋지다!!"


그렇게 말하며 카스미는 아주 작은, 그리고 조금은 조잡하게도 보일 만한 별을 집어들었다.


"어, 이거 테이프야?"

"어. 그건 그렇고, 진정하지 그러냐. 애들이 다 여기 쳐다보고 있다고."


내 말에 카스미는 알았다면서도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와, 이거 테이프로 만든 거구나! 아리사, 대단해!"

"전혀 알아듣지 않았잖아! 그렇게 띄워주지 않아도 어차피 너한테 주려고 만든 거니까 좀 조용히 해봐!"


딱히 의도하고서 한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 전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내용을 담은 말이었다.


정말이지, 분위기고 뭐고 없구만.


"나 주는 거야? 아리사, 사랑해~!"

"그런 사랑은 됐거든! 정말이지, 조용히 하지를 못하냐!"


진심과는 다른 말이 너무 익숙하게 나와버린다.


좋아해주는 게 기쁘다고, 이런 작고 볼품없는 거에도 좋아하고 고마워해주는 너를, 나도 좋아한다고,


입으로는 나오지 못할 말들이 목에서 맴돌았다. 무언가에 발목을 잡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예전에는 자존심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존심따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데도 왜 말할 수 없는 걸까.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것뿐일까?


"......"


테이프로 만든 작고 조잡한 별을 신기하다는듯 바라보는 카스미를 지긋이 바라보며 생각해봤다. 다른 애들한테도 그렇지만, 유독 카스미에게는 더 솔직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성격일까?


오타에는 엉뚱하니까 어떤 반응이 나오리라고 콕 집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1년을 같이 지낸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그리고 리미, 리미는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그냥 기뻐해줄 것 같다. 자신감이 조금 약해서인지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사아야는... 유독 나한테만 짓궂게 굴기도 하니까 약간 장난을 칠 것 같다. 다른 애들에게는 다정한 언니처럼 대하면서도 내게 조금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인단 말이지......


그리고 카스미는, 아마 '나도 좋아해'라며 달려들...



"어라, 평소랑 다를 게 없는데?"


예상되는 반응이 평소와 너무 똑같아서, 지금 당장 말해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뭐가?"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그거, 마음에 들어?"

"응! 정말 좋아!"

"네가 말하는 반짝거리는 것도 없고, 작고 초라한 건데도?"

"그래도 좋아! 이 별은, '아리사의 별'이니까!"


내 별이라... 그렇게 말해주는 거냐......


"카스미."

"응?"

"나, 널......"

"나를...?"


갑자기 입이 막혔다. 말은 물론, 똑바로 숨을 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왜지?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이라면 다른 애들한테도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는 건, 카스미도 다른 애들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그 반응에 익숙하다는, 말하기 편해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지만 말할 수 없게 하는 다른 뭔가가 있는 걸까.


"엇! 사~야와 리미링이다! 아리사, 잠깐 갔다올게!"


마침 교실 옆을 지나가는 사아야와 리미. 그리고 둘을 향해 달려가는 카스미. 그 셋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깨달았다. 진심을 말할 수 없게 만드는, 큰 차이를.



"그래, '좋아한다'는 게 어떤 의미냐는 거였어......"



좋아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리미도, 사아야도, 오타에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좋아함은 카스미에 대한 좋아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나보다.


카스미를 좋아하는 마음의 의미가 달랐기 때문에...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서, 카스미가 말해주는 좋아함과 카스미를 향한 좋아함이 다르다는 걸 확인당하는 게 무서워서 말하지 못하는 거였다.


"쳇, 알아차려봤자 좋을 게 없는 거였어."


카스미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자마자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다급히 식히며 셋을 다시 봤다. 내가 준 별을 들고 웃는 카스미가 보였다.


내 별을 들고 자랑하듯이 보여주는, 내게 별이 되어주었던 아이가 짓는 미소는 너무 반짝여서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속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두근, 두근,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빠르고 강하게 뛰어서,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카스미가 언제나 말하는 '반짝반짝두근두근'이라는 건, 이런 걸까.


카스미가 그렇게나 좋아하고, 쫓아다니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BanG! Shorts, Kasumi X Arisa 1. 아주 작은 별
















오랜만!



인가...? 아닌감...


어, 어쨌든! 이번 글은 사실 새로 쓴 게 아니야! 그, 여기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기 전에 카스아리갤(※카스미갤 아님)에 올렸는데, 거기가 사실상 죽어있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어서 그냥 묻혔던 거야. 사실 여기 다시 올리면 왠지 관심받고 싶어서 다시 올린 거로 보일까봐 걱정이기는 한데, 그래도 좀 있다가 올릴 거에서 여기의 내용을 조금, 딱 한 문장 정도 스쳐지나가듯 언급할 거라서 올렸던 거 링크만 올리기도 뭐하고 그래서 올리려구... 그러는데...... 괘, 괜찮겠지...?



그, 어, 어쨌든, 예쁘게 쓰지도 못한 걸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올려서 미안해!




- 지워지지 않는 꿈, 사라지지 않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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