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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 와타오시] 벌 - 3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25 13:35:36
조회 2450 추천 29 댓글 7
														


전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21954&s_type=search_name&s_keyword=mihcki&page=1



"하아...."

강의를 끝낸 클레어는 낮게 한숨을 쉬며 교실을 나온다. 어제 밤, 레이가 자신을 보던 그 눈빛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한켠을 나이프로 도려낸 듯한 아픔이 가득이다.

평소 레이가 클레어를 원하는 것을 주체하지 못한것처럼, 자신도 어제범 레이를 원하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벌이라니, 그런 명목은 이제와서 변명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설상가상으로 오늘 아침 평소와 같은 시간에 기상한 클레어는 조심스레 레이의 모습을 살피려했으나 웬걸, 레이는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부엌에 차려진 아침식사와 먼저간다는 내용의 메모지 한 장만이 남겨져 있었다.
아침부터 레이의 얼굴을 보지 못한 클레어는 기운이 없었지만 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터가 같으니 싫더라도 마주칠 수 밖에 없다.
허나 레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출근하지 않은건가 싶었지만 레이의 수업을 들었다고 하는 학생들은 확실히 있었다. 그렇단건 의도적으로 자신을 피해다닌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역시 절 보고 싶지 않은거겠죠.'

당연하다. 어제 그런 일을 당했으니. 레이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전에 있던 일들과는 비교 할 수 있을리 없다.
언제까지 이런 관계가 지속될까. 지금이라도 당장 레이를 만나고 싶은데.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에 클레어는 다시금 한숨을 쉰다. 자신의 그런 마음을 대변하는 것 처럼 밖의 하늘은 새까만 구름이 가득했다.

"레이...."

작게 자신의 배우자의 이름을 부른다. 허나 그 말은 닿지 못한채 허공으로 흩어지고 만다.

"클레어 선생님!"

문득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방금전 강의를 했던 학생들이였다. 세 여학생은 종종걸음으로 클레어에게 다가온다. 셋의 모습을 보며 클레어는 이름을 떠올린다. 갈색 머리를 땋은 아이는 메이. 파란 단발 머리의 아이는 제인. 보라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이는 레이첼이다.

"무슨일이죠?"

옅은 미소를 띄며 묻는다. 학생에게 기운없는 얼굴을 보여줄 순 없다는 클레어의 마음이였다.

"저기...."

학생들은 주저하며 서로의 눈치를 본다. 마치 네가 말하라면서 서로의 등을 떠미는 모습으로 보였다. 메이가 떠밀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온다.

"레이 선생님과 다투셨나요?"

그 말에 클레어의 미소가 무너진다.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모르는 클레어는 눈을 질끈 감은채 오들거리는 메이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다시금 얼굴에 힘을 준다.

"...죄송해요. 너무 놀란 나머지."

사근거리는 말로 메이의 머리를 토닥이는 클레어. 그제서야 안심한듯한 얼굴이다.

"어떻게 아셨나요? 딱히 표정에 드러내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아, 그게요. 레이 선생님 표정을 보고 알았어요."
"레이가요?"

네. 셋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 클레어 선생님 얘기를 하면 엄청 좋아하시거든요."
"맞아. 근데 오늘은...."
"안색이 안좋으셨어요. 강의 도중에 울기까지 했는걸요."

그 말에 클레어는 비틀거렸다. 역시 레이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 레이가 우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알고 있었으나, 그 사실을 직면하니 역시 마음이 견디질 못한다.

"클레어 선생님...?"
"...괜찮아요.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역시...다투신건가요?"
"......그렇죠. 여러분들은 싸우면 안돼요."

클레어는 쓴웃음을 짓는다. 셋은 잠시동안 말이 없었지만 메이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건 역시 무리에요."
"네?"
"그치만...그렇게나 사이좋은 두 분이 다투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렇죠? 라고 말하는 메이. 제인과 레이첼 또한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풋, 클레어는 작게 웃는다.

"그러니까 레이 선생님이랑 꼭 화해하셔야 되요!"
"맞아요. 두 분이 싸우니까 저희들까지 기분이 안좋아요."
"두 분이 화해할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네. 감사해요. 여러분."

셋의 응원에 조금이나마 기운을 되찾은 클로에는 평소의 미소를 되찾았다.

'레이를...만나야겠어요.'

작게 타오른 희망이 클레어의 의욕을 되찾았다.



"레이!!"

교직원 휴게실에도 없다.

"레이!!"

운동장에도 없다.

"레이!!"

옥상에도, 식당에도, 자주 가는 학교의 뒷편에도 레이의 모습은 없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레이의 모습을 쫓는 클레어. 허나 증발이라도 한 것마냥 레이의 뒷꽁무니조차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아...하아...레이, 대체 어디 있는 거에요?"

이전, 레이에게 전해들은 말이 기억난다. 자신이 있던 세계에선 스마트폰...? 이란 도구로 아무리 멀리 떨어진 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고.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거늘 자신이 사는 이 세계에 그런 물건이 없다는 것이 한탄스럽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요...."

주먹을 꽉 쥐며 클레어는 다시 뛰어다닌다. 학교의 모든 강의는 이미 끝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기숙사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으며 레이의 위치를 확인한다. 인파를 해쳐 지나가며 찾는 사람은 오직 하나. 레이 테이라. 단 한 사람뿐이다.

"레이!! 레이!!"

계속해서 레이의 이름을 부른다. 반드시 있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었다.

"레이...!! 빨리 나와요!! 어딘가 있잖아요!! 항상 절 지켜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툭, 무언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투둑. 툭. 한없이 쏟아진다.
검은 먹구름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 금새 소나기로 이어진다. 비를 맞으며 그 곳에 선채 꿈쩍하지 않는 클레어. 푸른 눈동자 사이로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한 없이 쏟아진다.

"제발 나와요...."

작게 중얼거린 한마디. 그 말은 역시나 닿지 못한채 빗물에 젖어 사라진다. 비를 맞으며 클레어는 눈을 감는다.
그러고보니 오늘 우산을 가져 왔던가. 레이는 가져갔을까? 비 맞으면 감기에 걸릴텐데. 레이...아직도 울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가슴속을 어지럽힌다. 비는 차갑다. 그래도 레이가 없는 편이 더 춥다.

"...감기 걸려요."

처음엔 환청인가 싶었다. 허나, 더는 비가 자신에게 쏟아지지 않는 것을 느꼈을 때, 비로소 눈을 뜬다.
레이가 그곳에 있었다. 작게 미소지으며 우산을 자신에게 씌워준채로.

"레이...."
"네. 레이에요."
"레이!!"

클레어는 레이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런 클레어의 행동에 레이가 들고 있던 두 개의 우산이 땅에 떨어진다.

"미안해요...미안해요, 레이...보고 싶었어요...."
"......저야말로. 면목없습니다. 클레어님."

레이 또한 클레어를 안는다. 작게 떨리는 클레어의 어깨. 흐르고 있던 것은 비가 아니라 눈물이였다.

"둘 다 젖어버렸네요."

하지만 상관 없다는 듯 레이는 평소처럼 웃는다.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가죠, 클레어님. 감기 걸리겠어요."

레이는 클레어의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클레어 또한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 죄송해요."

집에 돌아온 클레어가 대뜸 사과를 내뱉는다. 돌아오는 도중에는 훌쩍거리면서 눈을 비비느라 눈가가 새빨개진채로.

"저...그럴 생각은 아니였는데. 도중부터 멈출 수 없어서...."
"클레어님, 울지 마세요."

레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으나 젖어 눅눅해진 사실을 깨닫곤 손으로 눈물을 훔친다.

"애초에 원인 제공은 제가 한거잖아요."
"그렇지만...어제 전 레이를 강간한거나 다름없는걸요."
"...그런 상스러운 말은 하지 마세요."

레이는 곤란한 듯 웃는다. 클레어는 레이의 옷깃을 붙잡는다.

"거기다 레이도, 오늘 절 피해다녔잖아요. 제가 싫어진게 아닐까 걱정했단 말이에요."
"...그건 순전히 제 문제였어요."

네? 클레어는 되묻는다. 레이는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적인다.

"클레어님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어제 그, 그런 짓을 당했으니까요. 그, 저기...."

레이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어제의 일을 떠올린 듯하다.

"...확실히 원망하기도 했고, 저 나름 화도 내긴했어요. 그래도, 그, 저기, 클레어님에게 억지로 당하니까, 나름...기분...좋았으니까...."

으아아,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레이. 새빨간 얼굴은 홍당무나 다름없었다. 클레어는 멍한 얼굴로 레이를 바라본다.

"제가...미워진게 아니였나요?"

레이는 붕붕 고개를 젓는다.

"제가 클레어님을 싫어하는 일보다 이 세상이 사라지는게 더 빠를거에요.
"......그렇죠. 레이...당신은...."

그런 사람이죠, 라는 말을 집어 삼켰다. 클레어는 고개를 떨군채 표정을 숨긴다. 그러자, 레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클레어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클레어님...? 괜찮으세요? 역시 비를 맞아서 추우시죠? 먼저 샤워부터 하시는게...."

레이의 뒷말은 이어지지 않는다. 클레어는 레이를 멱살을 잡아당겨 입을 맞춘다.

"같이 들어갈까요?"

클레어는 작게 속삭인다. 명백한 유혹. 침을 삼키며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레이의 모습을 보며 제대로 먹혔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대로 레이의 눈은 결의로 다져있었다. 비장한 얼굴로 나름 무서운 미소를 짓는다.

"가만 안둘거에요. 각오하세요."







3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네. 분량조절 실패...때문에 이번편은 렌즈생수가 없습니다.


다음편으로 끝낼거야. 남은건 레섹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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